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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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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대가 정적으로 물들었다. 시간마저 멈춘 듯, 모두가 굳어버린 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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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창 대장로인 벽호검조차도 얼굴에 드러난 당혹을 감추지 못했다. 다급히 음혈종주의 공격을 받아내려 했던 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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삽시간에 상황을 파악했다. 온전히 막아낼 수 없음을 직감하여 일대제자들에게 물러서라는 명령을 내린 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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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장로의 주변에 있던 자들이 물결의 파동처럼 멀어진 것은 그러한 연유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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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천 종주의 절기다. 대문파의 장로 정도는 되어야 감당할 자격이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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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면으로 막으려 들었다간 휩쓸려 죽을 수 있었기에 진기를 극성까지 끌어올려 꿰뚫으려 했다. 주화입마에 가까운 내상을 각오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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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나 눈 앞의 여인이 그 일격을 틀어막았다. 단순히 절기를 막아낸 것으로 모자라 제 색으로 완전히 물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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잿더미로 가득했던 숲에 꽃잎이 날아드는 듯했다. 기이한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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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인이 긴 숨을 내쉰 것은 그 다음이었다. 혈귀들을 오시하는 자태가 오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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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연은 일전에 느꼈던 감각에 집중했다. 음혈종주의 공격을 막아내며 심득을 얻었던 탓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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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남의 육합검을 응용했다. 여섯 방위만으로는 수백 줄기로 갈라지는 공격을 막을 수 없었던 탓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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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 끝에 기를 느릿하게 덧씌웠다. 마치 종이를 덧붙이듯 허공에 기운이 남도록 한 후, 검을 한 바퀴 휘두르니 기로 이루어진 막이 펼쳐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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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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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나 음혈종주의 공격은 검막이 미처 막아내지 못한 틈을 파고들었다. 그렇기에 좌우측면에도 검막을 펼칠 수 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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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공격이 틈을 파고들고, 막기 위해 방위를 하나씩 늘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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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막이 완연한 구의 형태를 이뤘을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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쩌저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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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막을 전방위로 터뜨리듯 흩뿌리며 음혈종주의 공격을 튕겨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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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편 하나하나에 타인의 힘을 역으로 이용하는 중검의 묘리가 담겨 있었다. 핏빛 절기가 서연의 색으로 물든 것은 그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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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검의 세 번째 초식으로 삼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반격초로 사용하면 될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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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득을 갈무리하는 한편, 수 리 너머에서 벌어지는 점창 장문인의 싸움을 살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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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대한 묵빛 폭풍 한복판에 큼지막한 공동이 생겨났다. 그럴 때마다 허공에서 폭뢰가 터지는 듯한 굉음이 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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콰과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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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고수들의 궤적에 온 산맥이 요동쳤다. 땅이 진동할 정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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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득히 먼 거리임에도 불구하고 이따금 병장기가 충돌하는 충격파가 들릴 정도였다. 도대체 어떤 싸움을 하고 있는건지 짐작도 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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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기를 가다듬기 힘든가봐. 아까부터 가만히 서있기만 하던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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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면에서 낭랑한 음성이 들렸다. 묘한 마성이 담긴 목소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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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연은 미간을 좁힌 채로 고개를 들었다. 포위망을 이루는 자들 중에서 가장 강해보이던 자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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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양이 빼어난 여인이었다. 눈과 머리카락이 새빨간 것이 음혈종 사이에서도 높은 직위에 있는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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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주님의 일격에는 본 종이 믿고 따르는 교리가 새겨져 있지. 일격을 허용하는 순간 전신 세맥의 기질이 본 종에 알맞게 변화하게 된단다. 그렇게 저항할 수 있는 것도 잠깐이지. 당장 진기부터 말을 듣지 않을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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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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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격을 허용하는 순간 혈귀로 변한다는 말처럼 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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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리로 이해할 수 없었으나, 어떤 의미로 마교보다 더 광인들의 모임이라는 종교집단 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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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이라도 된단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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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이라니, 은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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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곳니로 흡정을 하는 잡귀가 되는 것이 은혜라니. 다른 것은 몰라도 네놈들의 머리가 완전히 망가졌다는 것은 확실히 알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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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인은 서연의 말에도 아랑곳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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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것들이나 그러하지. 그분께 직접 은혜를 받으면 접촉만으로도 흡기할 수 있단다. 온 세상이 영약밭이 되는 것이나 다름없지. 경지를 무한히 올릴 수 있다는 뜻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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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없는 민초들을 영약으로 본다는 뜻이나 다름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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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말이 옳다면 음혈종주는 경지를 무한히 올리고도 사마련주에게 패배한 것이구나. 무한의 개념을 모르는 것이 분명해. 산수부터 다시 배워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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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연은 그러면서 코웃음을 쳤다. 도발을 서슴없이 입에 담았다. 상대를 경멸했기에 그러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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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녀문주님, 저 자는 음혈종 육 장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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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늦게 도착한 위지향이 착지하며 덧붙였다. 서연은 대답하는 대신 남몰래 미간을 좁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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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녀문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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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을 칭하는 말이라는 것은 알았으나, 정정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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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대가 언제 출수할지 몰랐다. 경계해야 마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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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운검? 곤명의 포위망을 뚫고 왔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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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 장로가 말했다. 위지향을 쳐다보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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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룡회 놈들이 놓친 모양이구나. 잘 되었다. 일 장로가 좋아하겠어. 교를 통틀어서 종주님의 은혜를 입은 청목족은 일 장로 하나 뿐이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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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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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지향은 경멸하는 얼굴을 숨기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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촤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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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연 피육이 갈라지는 소리가 울렸다. 점창파 대장로가 앞을 가로막고 있던 혈귀를 베어넘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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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연이 아군임을 깨달았기 때문이었다. 더는 탈출을 망설일 이유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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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맙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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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음을 보내면서다. 적을 베면서도 서연을 돌아보며 고개를 짧게 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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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연 또한 고개를 끄덕이는 것으로 대답을 대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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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 뒤에서 다시금 전투가 벌어졌다. 뚫으려는 자와 막으려는 자 간의 전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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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주님, 저도 대장로께 합류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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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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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지향은 검진의 맨 뒤에 자리했다. 검을 내뻗을 때마다 공기가 압축되는 듯했다. 찰나에 혈귀들의 등에 수십 개의 구멍을 뚫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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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화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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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아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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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귀들이 고통어린 비명을 지르며 쓰러지고 있음에도, 육 장로는 여유로운 태도로 일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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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슬 근육을 움직이기도 벅차지? 너 정도면 장로가 될 수도 있겠지만, 내가 내버려두지는 않을거야. 평생 발을 핥게 해 주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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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연은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 품 속의 쥘부채를 잡은 다음, 불쑥 입술을 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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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 장로까지도 할만하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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뜬금없는 말이다. 육 장로는 저도 모르게 미간을 좁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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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장성세를 부리는 것이 분명했다. 종주와 동급의 고수가 아닌 이상, 혈공 진기를 떨쳐내는 것은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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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무슨 헛소리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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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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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연 서연의 기세가 변했다. 온통 검은색으로 가득하던 세상이 도화로 물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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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아아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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겉보기엔 아름다웠으나, 적에게는 사신이나 다름없는 기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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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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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간 육 장로의 신형이 움직였다. 체면을 뒤로하고 일단 자리를 피해야겠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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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식간에 수십 장을 물러났다. 혈공 진기가 더해진 경신법 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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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나 땅을 딛고 착지하는 순간, 복부에서 핏물이 솟구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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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틈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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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조도 없이 잘려나갔다. 찰나에 결심하여 뒤로 물러서지 않았더라면 필시 신체부위가 날아갔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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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처부위가 끓어오르며 순식간에 아물었다. 혈공 진기 특유의 재생력이 발현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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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 장로의 얼굴이 다시금 안도를 되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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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녀문주는 처음의 그 자리에 그대로 서 있었다. 주화입마에 가까운 몸 상태에서 억지로 일격을 가한 것이 분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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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잇감을 보는 듯한 시선으로 탈바꿈했다. 육 장로의 손톱 끝이 짙은 핏빛으로 물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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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쉽겠구나. 종주의 일격을 받아내지 않았더라면 내가 당했겠어. 운이 나빴다고 생각하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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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 장로가 웃음을 가득 머금은 채로 걸음을 옮기려던 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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쿨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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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연 육 장로가 피를 토했다. 영문을 모르겠다는 얼굴로 주변을 돌아보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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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톱을 물들이던 핏빛 경파가 본래의 색을 잃고 흐릿하게 일렁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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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혈종주의 독도 이와 비슷한 원리로 작용하는 것 같은데. 맞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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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신불수나 다름없어야 할 신녀문주가 오연한 걸음으로 다가오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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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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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 장로는 대답하지 못했다. 폭급한 진기가 전신을 마구 휘젓고 있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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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나 육 장로는 당황하는 대신 전신을 저미는 듯한 통증을 감내하면서 양 발에 공력을 터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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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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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을 거칠게 딛고 뒤로 물러났다. 사방으로 전음을 퍼뜨리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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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종의 고위층에 배신자가 있다는 말을 덧붙였다. 혈공 진기의 핵심 구결을 알고 있지 않은 한 불가능한 일이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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촤아아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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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녀문주가 검을 휘두를 때마다 굵직한 나무들이 그대로 쓰러졌다. 육 장로는 뒤편에서 느껴지는 무시무시한 존재감에 짓눌리는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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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녀문주를 막기 위해 달려들던 혈귀들이 눈빛이 본래의 색을 잃고 새까맣게 죽는 것을 목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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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흡성대법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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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 장로는 두려움과 공황 섞인 얼굴로 달렸다. 새하얗던 얼굴에 극심한 두려움이 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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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주하는 와중에도 현묘한 보법을 밟으며 뒤편으로 삭풍을 쏘아보냈다. 그랬기에 타인의 눈에는 육 장로가 도망가는 것이 아니라 대적을 유인하는 것처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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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수한 혈귀들을 방패로 사용했음에도 순식간에 거리가 좁혀졌다. 육 장로의 움직임이 더욱 다급해지던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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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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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녀문주가 걸음을 멈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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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찌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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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득 시선을 돌린 육 장로의 눈이 크게 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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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빨간 장발을 길게 늘어뜨린 사내가 앞에 서 있었다. 근처에 쌓인 눈보다도 창백한 피부를 가진 탓에 어둠 속에서도 눈에 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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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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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 장로가 경외가 담긴 얼굴로 말했다. 도주했다는 사실을 문책당할 염려는 없었다. 신녀문주 정도 되는 공력의 소유자라면, 필히 종주에게도 큰 영양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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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히려 상을 받아야 옳았다. 본 종에 배신자가 숨어있다는 사실도 알아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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쩌저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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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점창 산문에서는 격한 전투가 벌어지고 있었다. 흑룡회주와 점창 장문인이 혈투를 이어나가고 있는 탓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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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혈종주는 육 장로와 그녀를 뒤쫓던 여인을 번갈아 쳐다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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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창과는 다른 종류의 도기가 느껴져 찾아왔거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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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주, 본 종에 배신자가 있는 듯해요. 저 자가 흡성대법을 사용하는 것을 제가 보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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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 장로가 입꼬리를 올리며 얘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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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혈종주의 균형은 놀라울 정도로 안정적이었다. 방금 전까지 점창 장문인과 손속을 겨루고 온 사람답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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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 일의 승부였다. 기파가 정돈되어 있는 것이 당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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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창 장문인의 동귀어진을 각오하지 않았더라면 진작에 승패가 갈렸을 따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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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자리를 비우기 위해 흑룡회주에게 많은 것을 양보했다. 네 진기로 그것을 갈음해야겠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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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혈종주가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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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이지는 않겠다. 물어야 할 것이 많으니. 내 직접 은혜를 내려주도록 하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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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혈종주의 주변을 덮은 그림자가 거대하게 일렁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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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자 자체가 불꽃이라도 된 듯했다. 어둠을 완전히 제 수족처럼 부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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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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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연의 얼굴이 미미하게 일그러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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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귀들을 일일이 제압하며 나아오느라 단번에 거리를 좁히지 못했던 것이 패착이었다. 대적 불가의 요괴에 가깝다는 팔천의 종주와 겨뤄 승산이 있을 리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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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주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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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능성이 지극히 낮아 보였다. 자연재해나 다름없는 강자들을 상대로 어찌 도주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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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장부터 전력을 내보이고 자그마한 상처라도 입히는 것이 최선일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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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제자들에게 심법도 알려주지 못했거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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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완성본이라도 일러줄 것을, 그러지 못한 것이 후회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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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빠른 초식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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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풍유영을 전력으로 펼치기 위해 쥘부채를 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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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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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연이 묘한 얼굴로 음혈종주를 응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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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나 곧 고개를 가로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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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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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보아도 초고수라 칭하기에 부족함이 없는 자태였다. 제게 좋은 쪽으로 판단하는 것보다 부채가 고장났다고 판단하는 것이 옳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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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력으로 가야 옳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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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신 혈도에 탈력감이 들 정도로 진기를 주입했다. 전력을 발휘하기 위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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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향검을 쥔 손이 세차게 떨렸다. 한계까지 진기를 밀어넣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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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혈종주는 뒷짐을 진 채로 서연을 쳐다보았다. 그 정도 되는 고수는 상대의 전신에서 흘러나오는 경파만으로도 다음 수를 짐작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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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식을 어림짐작하며 반격초를 고민했다. 초고수에게만 허락되는 기예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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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남 출신인 듯 한데. 법력도 섞여있으니 묘하다. 천명검의 숨겨진 대주라도 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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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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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간 시야가 비틀렸다. 좌안과 우안의 균형이 맞지 않았다. 음혈종주는 자신의 감각을 의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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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야가 갈수록 좌우로 길게 벌어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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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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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끄무레한 검광이 번뜩인 것은 그 다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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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고수의 통찰로도 따라가지 못하는 쾌검이다. 빛살이 일기도 전에 베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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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죽했으면 동작이 뒤이어 보일 정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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쩌어어어어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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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격을 중심으로 넓은 충격파가 터져나간 것은 그 다음이었다. 대지에 반듯한 실선이 생겨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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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혈종주는 그제서야 제 신체가 좌우로 분리되었음을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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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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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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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참하게 잘려나간 육체가 떨어졌다. 검격이 오죽 빨랐던 탓인지, 육 장로는 참극을 한참 뒤에야 이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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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종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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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의 앞이라는 사실도 잊고 그렇게 중얼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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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혈종주는 혈귀들의 현인신이기에, 핏물 한점으로도 능히 되살아날 수 있다. 좌우로 잘려나갔을 뿐인 육체가 핏물로 화하여 땅 속으로 스며드는 것만 보아도 알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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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어찌하여 되살아나지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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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당할 수 없는 적임을 직감하고 도주한 것이다. 누구라도 믿기 힘들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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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짜였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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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녀문주의 음성이 울렸다. 완전히 땅 속으로 스며든 핏물을 지켜보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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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마터면 속을 뻔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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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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