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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연은 운남으로 향하는 도중에 제자들과 온갖 이야기를 나누었다. 새로 깨달은 사실이 하나 있었는데, 생각보다 당소소가 과묵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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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저, 매일 당과만 먹으면 이가 녹습니다. 저는 이가 다 빠져 잇몸만 딱딱거리는 사저를 보고 싶지는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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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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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 말은 하는 성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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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웬만한 상황에서 웃지 않는다는 것도 특징이었는데, 이따금 웃음을 참으려 할 때마다 눈썹 끝만 꿈틀거리곤 했다. 뭣 모르는 타인이 보면 인상을 쓴다고 착각할 수준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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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매는 귀신이 무서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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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무섭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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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번에는 놀랐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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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몽사몽한 상태에서 그만한 범을 보면 누구라도 놀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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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두 제자가 티격태격하는 것을 지켜보는 것은 서연으로서도 나름 즐거운 경험이었다. 어찌하여 구파의 장문인들이 수많은 제자를 들이는지 이해가 간다고나 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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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연은 달리는 마차 안에서 둘에게 조각을 가르치고, 자세를 봐주고, 또 보법과 검술도 가르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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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기 운용이 매우 섬세해야겠군요. 스승님께서 조각을 그리 중요시 여기신 이유를 알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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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차는 줄곧 오르막길을 달렸는데, 워낙 행인들이 많이 다니는 길이다 보니 산적이나 도적은 마주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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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련은 보통 닭이나 말, 소 같은 동물을 조각했고, 당소소는 거미나 오공(蜈蚣), 혹은 나비 같은 것들을 조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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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현력은 화련이 나았고, 섬세한 부분에서는 당소소가 나았다. 암기를 다루는 탓에 손재주가 뛰어날 수밖에 없는 사천당문의 특징 탓에 그런 결과가 나온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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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따금 송월 노인이 마차 안으로 찾아오곤 했는데, 그는 그럴 때마다 둘이 조각한 물품에 값을 매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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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정도면 장터에 내다 팔 수 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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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매가 만든 건 얼마나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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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전 하나는 있어야겠군요. 나비 조각은 수요가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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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 제가 이걸 은전 하나에 판다고 하면 사시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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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랑암화가 직접 만들었다는 말을 덧붙여도 되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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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려면 금자 한 개는 내셔야 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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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월 노인은 순순히 금자를 내밀었다. 당소소는 가격을 더 높게 부를 것을 아쉬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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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 배를 부를 걸 그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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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련은 승부욕을 느끼고 더욱 조각에 몰두했다. 이따금 작품을 만들어 송월 노인에게 값을 물었는데, 은전 세 개까지는 어찌어찌 받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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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사저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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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럴 때마다 당소소는 짝짝 박수를 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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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값을 빼고 보면 내가 이긴 거나 마찬가지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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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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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리지 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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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리다니,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저는 진심으로 감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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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그렇게 말하는 당소소의 눈썹 끝은 여김없이 꿈틀거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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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자들의 실력이 일취월장하는 것에 보람을 느꼈다. 서연 역시 제자들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자는 시간도 줄여가며 무학에 몰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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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기 경로를 이렇게 수정하는 편이 더 낫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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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연은 깊은 명상에 잠긴 채로 새로운 초식과 심공의 완성을 고민했다. 침대에 앉은 채로 잠을 지새운 날이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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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몇 주를 반복하다 보니 순식간에 곤명(昆明)에 닿았다. 사계절 내내 온화하여 봄의 도시라는 말까지 붙은 운남성의 성도(省都)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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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치고 따뜻했으나, 분위기까지 온화하지는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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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 행인들마저 무기를 패용하고 다녔다. 몇 걸음 걷지도 않았는데 흉흉한 민심이 그대로 드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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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죽했으면 음식을 파는 객잔조차도 시비가 걸릴 것을 염려해 칼을 찬 무사를 고용했을 정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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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이상 없습니다. 편히 드셔도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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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소소가 음식을 먼저 기미(氣味)하는 것은 일상이 되었다. 서연이 시킨 적은 없었다. 당소소 본인이 그러길 바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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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번 시도하여 익숙해진 덕에 이전처럼 양 볼에 빵빵하게 음식을 채우는 불상사는 벌어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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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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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련 또한 조심스러운 몸가짐으로 수저를 놓았다. 당소소의 행동을 보고 예전에 으레 하곤 했던 시비의 역할을 다시 떠올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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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남 사람들은 온갖 곤충들을 다 튀겨 먹는다고 들었는데, 직접 보니 평범하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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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두와 국수를 남김없이 해치운 당소소가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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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슬 다 먹었으면 일어나자꾸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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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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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래 식비는 송월 노인이 전부 대기로 했지만, 제자들이 직접 만든 각예품을 송월 노인에게 팔기 시작한 이후로는 서연이 식비를 계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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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따금 상품성이 없어 보이는 것들도 좋다고 사갔기 때문이다. 서연이 죄송함을 느끼는 것도 당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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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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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을 재빨리 나른 점소이가 후다닥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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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쉰 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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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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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두 다섯 개, 국수 세 그릇 시키지 않으셨습니까? 그러면 쉰 냥이 맞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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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천 땅에서 같은 음식을 시켰을 때 가격이 스물두 냥이었다. 도시 몇 개 지나쳐 왔다고 가격이 곱절이 넘게 뛰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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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연은 속으로 혀를 내저으며 전낭을 뒤적여 은자 하나를 꺼내 건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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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값이 많이 비싸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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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해 농사를 망쳤다기에 평상시보다 비쌀 것은 예상했으나, 이토록 차이 날 줄은 몰랐기에 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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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도 있고, 요새 민심이 워낙 흉흉해서 그런 것 같습니다. 주방장님도 근래 들어 식재료 가격을 감당하기 힘들어졌다고 하시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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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자를 지불해서 그런지 거스름돈을 계산하는 데 한참이 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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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입구에서 누군가가 서연을 향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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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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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연은 문득 고개를 돌려 비키라고 말한 사내를 응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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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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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굴에 큼지막한 흉터가 난 사내가 보란 듯이 박도를 치켜들고 있었다. 그는 서연이 차고 있는 검을 보고 코웃음치더니, 거스름돈을 계산하던 점소이를 툭툭 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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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납 받으러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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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소이가 화들짝 놀라며 굽신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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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어르신. 오셨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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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대 어르신이라 불릴 연배는 아니었다. 허나 사내는 그 호칭이 마음에 들었는지, 박도를 까닥까닥 흔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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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보호비를 안 냈던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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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번 주에 직접 와서 가져가지 않으셨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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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번 주? 아무리 생각해도 기억에 없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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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내는 손가락을 치켜들어 귓구멍에 가져다 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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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창의 도사 놈들한테 지불하고 까먹기라도 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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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님들이 말소리를 죽이고 눈치를 보기 시작했다. 점창파가 몰아치는 공격을 견디지 못하고 점창산에 틀어박혔다는 소문을 익히 들었던 탓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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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소이는 사내의 억지에 곧장 대답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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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내는 망설이지 않고 출수했다. 버릇없는 점소이의 머리를 탁상에 내리꽂기 위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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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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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황을 지켜보던 서연이 마주 출수했다. 순식간에 사내의 손목을 잡아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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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째 날이 갈수록 짐승보다 못한 것들이 느는 것 같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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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내가 고개를 홱 돌리더니 놀란 얼굴로 서연을 노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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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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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황도 잠시였다. 박도를 든 손을 급히 움직여 서연의 목을 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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궤적을 보아하니 타인의 목숨을 끊는 것에 익숙한 듯했다. 여태 얼마나 가볍게 손을 썼을까. 분명 희생자가 적지 않았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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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금의 운남은 완연한 사마외도의 강호였다. 적어도 서연은 그렇게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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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도의 궤적을 응시하는 한편, 서연은 붙잡은 사내의 손목을 강하게 잡아당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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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식간에 균형이 무너진 사내의 육체가 기우뚱 넘어졌다. 일순간에 제 체중을 아득히 뛰어넘는 힘이 가해졌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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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내는 그 와중에도 박도를 놓치지 않았다. 자세가 무너졌음에도 여전히 서연의 목을 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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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연은 제 제자들에게 들으라는 듯 입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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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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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로 조각칼을 꺼내 휘둘렀다. 공기를 가르는 소리조차 내지 않고 쏘아진 검격이 정확히 도격의 결을 후려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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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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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리는 듯한 충격이 사내의 팔목에서부터 어깨까지 뻗어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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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연은 땅에 늘어진 사내를 싸늘한 시선으로 깔아보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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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결을 찌르면 일격에 무력화할 수 있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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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각을 응용한 묘리다. 사내의 당혹한 얼굴이 서연의 시야에 맺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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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술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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졸지에 구경거리가 된 사내가 다시금 바닥을 박찼다. 다시금 힘차게 휘둘러진 박도는 답지 않게 고절한 묘리를 품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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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아함을 느꼈다. 사마외도가 품을 만한 묘리가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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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풍무류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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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창의 묘리가 왜 흑도의 손에서 펼쳐지고 있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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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연은 미간을 좁힌 채로 옷자락을 휘둘렀다. 사락거리는 소리가 뚜렷이 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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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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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기를 가득 주입한 옷자락과 충돌한 박도가 단번에 산산조각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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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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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내는 망연자실한 얼굴로 손잡이만 남은 박도를 쳐다보다가, 자세를 급히 돌렸다. 도망가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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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연은 찰나에 출수하여 사내의 뒤통수를 잡아챘다. 수북한 감촉이 손끝으로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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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 살려…… 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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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연은 아랑곳하지 않고 사내의 머리를 땅바닥에 내리꽂았다. 동시에 일어난 기파가 바람처럼 퍼져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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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하는 놈들인지 아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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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소이는 바닥에 엎어진 채로 의식을 잃은 사내를 바라보면서 대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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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천도문(飛天刀門)인 걸로 알고 있습니다. 원래는 다른 곳에 상납을 바쳤었는데, 그새 망한 모양입니다. 점창의 도사분들께서 사라지고 나서부터는 이런 일이 잦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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듣자하니 원래 점창파가 관리하던 구역인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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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다가 괜한 객잔이 피해를 입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에, 서연은 사내를 끌고 밖으로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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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소야. 깨울 수 있겠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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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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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소소가 하독하기 무섭게 사내가 움찔하더니 순식간에 정신을 차렸다. 사내는 오한이라도 느끼는 모양인지 온몸을 바들바들 떨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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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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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내는 당소소의 외형을 보고 그녀가 사천당문 출신임을 알아보았다. 동네를 전전하는 삼류 흑도가 아니라는 뜻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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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실히 이상하군요. 외양은 평범한 동네 흑도로 보였습니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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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찌르기에 점창의 묘리가 담겨 있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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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소소는 서연의 말을 듣고 눈을 크게 떴다. 그 말은 즉슨, 점창파가 위태롭다는 소문이 사실일 가능성이 높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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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방을 수호하는 변경백이라 불렸던 만큼, 황실이 예우하던 점창이 멸문한다면 사천 땅까지 그 여파가 닿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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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경로로 연성하게 되었는지 고하게 만들어야겠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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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자리가 눌려 제압된 사내가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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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서 오신 분인지는 모르겠으나, 크게 실수하신 겁니다. 점창파 장문인조차 산문 밖을 벗어나지 못하는 상황입니다. 그보다 뛰어난 고수가 아니시라면 조용히 떠나시는 편이 안전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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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다경 후에 다시 묻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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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소소는 입매를 비틀면서 사내의 복부에 독장(毒掌)을 꽂아넣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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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아아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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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뜩한 소리와 함께 사내가 입을 쩌억 벌린 채로 온몸을 비틀었다. 목소리가 나오지 않는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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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뭘 한 거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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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장독(斷腸毒)입니다. 내장이 끊어지는 고통을 느끼게 하지요. 심문할 때 아주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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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다경이 지나자 사내가 벌벌 떨면서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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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 사마련 팔천의 음혈종과 흑룡회가 직접 나섰습니다! 그, 그리고 저희 비천도문은 흑룡회의 산하 문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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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당신의 출신이 아니라 검법을 알게 된 경위를 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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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가를 관리하기 위해 본산을 떠나있던 점창 제자들을 저희 비천도문이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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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만 들으면 점창 제자들이 비천도문의 비호를 받고 순순히 검법의 묘리를 알려 준 것처럼 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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헛소리임이 분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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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생각해도 점창의 도사들이 본문을 배반했을 것 같지는 않습니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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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내는 입을 다물었다. 당소소는 기다렸다는 듯 다시금 단장독을 하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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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다경 후, 사내는 핏발이 선 눈을 한 채로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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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대제자! 삼대제자들의 팔다리를 자르겠다고 겁박했습니다! 사지근맥도 망가뜨리고, 단전도 폐하겠다고 하니 순순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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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갖 패악질을 다 부리고 다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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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들을 것도 없었다. 서연은 손끝으로 진기를 일으켜 사내의 정수리를 세 번 정도 가볍게 내리찍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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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자 서연의 진기가 굵은 강침(鋼針)이라도 되는 것처럼 사내의 육신을 세차게 파고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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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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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극의 기운을 가진 사파의 무인이라 생긴 현상이었다. 정종무공을 익힌 무인이었다면 영약을 섭취한 것과 같은 효과를 입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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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소소는 빙공에 당한 것이라도 되는 양 전신이 뻣뻣하게 굳어버린 사내를 보다가 몸을 일으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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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명검은 어찌하여 가만히 있는 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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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남이 멀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아무리 전하의 검이라도 곧장 대응하기 쉽지 않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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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월 노인이었다. 서연이 돌아오지 않자 객잔 근처를 직접 찾아나선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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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 호위께서는 비천도문이 있는 곳으로 가실 생각이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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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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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저희도 따라가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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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실 필요까지는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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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월 노인이 고개를 가로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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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가를 관리하던 도사들이 적지 않았을 겁니다. 서 호위께서 그들을 구해내신다고 해도, 그만한 숫자를 점창산까지 안전히 데려가는 것은 힘드실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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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험하실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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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창 때에는 이보다 더 위험한 일도 겪었지요. 게다가 이 늙은이는 상인입니다. 점창파의 신의는 보화를 주어도 살 수 없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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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리가 있는 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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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연은 딱딱하게 굳은 사내를 노려보다가 그의 정수리를 파고든 진기를 거둬들였다. 사내는 숨이 넘어갈듯한 날숨을 내뱉으며 서연을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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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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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내는 서연의 눈빛만 보고도 그녀가 무엇을 원하는지를 알아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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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천도문으로 갈 생각이다. 안내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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