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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2-14 21:31:57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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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aw Blame History

서연은 운남으로 향하는 도중에 제자들과 온갖 이야기를 나누었다. 새로 깨달은 사실이 하나 있었는데, 생각보다 당소소가 과묵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사저, 매일 당과만 먹으면 이가 녹습니다. 저는 이가 다 빠져 잇몸만 딱딱거리는 사저를 보고 싶지는 않습니다.”

“…….”

할 말은 하는 성격이었다.

그리고 웬만한 상황에서 웃지 않는다는 것도 특징이었는데, 이따금 웃음을 참으려 할 때마다 눈썹 끝만 꿈틀거리곤 했다. 뭣 모르는 타인이 보면 인상을 쓴다고 착각할 수준이었다.

“사매는 귀신이 무서워?”

“안 무섭습니다.”

“저번에는 놀랐잖아.”

“……비몽사몽한 상태에서 그만한 범을 보면 누구라도 놀랄 겁니다.”

아무튼, 두 제자가 티격태격하는 것을 지켜보는 것은 서연으로서도 나름 즐거운 경험이었다. 어찌하여 구파의 장문인들이 수많은 제자를 들이는지 이해가 간다고나 해야 할까.

서연은 달리는 마차 안에서 둘에게 조각을 가르치고, 자세를 봐주고, 또 보법과 검술도 가르쳤다.

“진기 운용이 매우 섬세해야겠군요. 스승님께서 조각을 그리 중요시 여기신 이유를 알 것 같습니다.”

마차는 줄곧 오르막길을 달렸는데, 워낙 행인들이 많이 다니는 길이다 보니 산적이나 도적은 마주치지 않았다.

화련은 보통 닭이나 말, 소 같은 동물을 조각했고, 당소소는 거미나 오공(蜈蚣), 혹은 나비 같은 것들을 조각했다.

표현력은 화련이 나았고, 섬세한 부분에서는 당소소가 나았다. 암기를 다루는 탓에 손재주가 뛰어날 수밖에 없는 사천당문의 특징 탓에 그런 결과가 나온 듯했다.

이따금 송월 노인이 마차 안으로 찾아오곤 했는데, 그는 그럴 때마다 둘이 조각한 물품에 값을 매겼다.

“이 정도면 장터에 내다 팔 수 있겠습니다.”

“사매가 만든 건 얼마나 할까요?”

“은전 하나는 있어야겠군요. 나비 조각은 수요가 좋습니다.”

“그러면 제가 이걸 은전 하나에 판다고 하면 사시겠습니까?”

“당랑암화가 직접 만들었다는 말을 덧붙여도 되겠습니까?”

“그러려면 금자 한 개는 내셔야 할 겁니다.”

송월 노인은 순순히 금자를 내밀었다. 당소소는 가격을 더 높게 부를 것을 아쉬워했다.

“열 배를 부를 걸 그랬습니다.”

화련은 승부욕을 느끼고 더욱 조각에 몰두했다. 이따금 작품을 만들어 송월 노인에게 값을 물었는데, 은전 세 개까지는 어찌어찌 받아냈다.

“역시 사저십니다.”

그럴 때마다 당소소는 짝짝 박수를 쳤다.

“……이름값을 빼고 보면 내가 이긴 거나 마찬가지야.”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놀리지 마.”

“놀리다니,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저는 진심으로 감탄했습니다.”

물론 그렇게 말하는 당소소의 눈썹 끝은 여김없이 꿈틀거리고 있었다.

제자들의 실력이 일취월장하는 것에 보람을 느꼈다. 서연 역시 제자들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자는 시간도 줄여가며 무학에 몰두했다.

‘운기 경로를 이렇게 수정하는 편이 더 낫겠다.

서연은 깊은 명상에 잠긴 채로 새로운 초식과 심공의 완성을 고민했다. 침대에 앉은 채로 잠을 지새운 날이 많았다.

그렇게 몇 주를 반복하다 보니 순식간에 곤명(昆明)에 닿았다. 사계절 내내 온화하여 봄의 도시라는 말까지 붙은 운남성의 성도(省都)였다.

겨울치고 따뜻했으나, 분위기까지 온화하지는 않았다.

평범한 행인들마저 무기를 패용하고 다녔다. 몇 걸음 걷지도 않았는데 흉흉한 민심이 그대로 드러났다.

오죽했으면 음식을 파는 객잔조차도 시비가 걸릴 것을 염려해 칼을 찬 무사를 고용했을 정도였다.

“오늘도 이상 없습니다. 편히 드셔도 됩니다.”

당소소가 음식을 먼저 기미(氣味)하는 것은 일상이 되었다. 서연이 시킨 적은 없었다. 당소소 본인이 그러길 바란 것이다.

여러 번 시도하여 익숙해진 덕에 이전처럼 양 볼에 빵빵하게 음식을 채우는 불상사는 벌어지지 않았다.

탁.

화련 또한 조심스러운 몸가짐으로 수저를 놓았다. 당소소의 행동을 보고 예전에 으레 하곤 했던 시비의 역할을 다시 떠올린 것이다.

“운남 사람들은 온갖 곤충들을 다 튀겨 먹는다고 들었는데, 직접 보니 평범하군요.”

만두와 국수를 남김없이 해치운 당소소가 말했다.

“슬슬 다 먹었으면 일어나자꾸나.”

“예.”

본래 식비는 송월 노인이 전부 대기로 했지만, 제자들이 직접 만든 각예품을 송월 노인에게 팔기 시작한 이후로는 서연이 식비를 계산했다.

이따금 상품성이 없어 보이는 것들도 좋다고 사갔기 때문이다. 서연이 죄송함을 느끼는 것도 당연했다.

“얼마인가요?”

음식을 재빨리 나른 점소이가 후다닥 다가왔다.

“쉰 냥입니다.”

“네?”

“만두 다섯 개, 국수 세 그릇 시키지 않으셨습니까? 그러면 쉰 냥이 맞습니다.”

사천 땅에서 같은 음식을 시켰을 때 가격이 스물두 냥이었다. 도시 몇 개 지나쳐 왔다고 가격이 곱절이 넘게 뛰어 있었다.

서연은 속으로 혀를 내저으며 전낭을 뒤적여 은자 하나를 꺼내 건넸다.

“밥값이 많이 비싸네요.”

한 해 농사를 망쳤다기에 평상시보다 비쌀 것은 예상했으나, 이토록 차이 날 줄은 몰랐기에 한 말이다.

“전쟁도 있고, 요새 민심이 워낙 흉흉해서 그런 것 같습니다. 주방장님도 근래 들어 식재료 가격을 감당하기 힘들어졌다고 하시더군요.”

은자를 지불해서 그런지 거스름돈을 계산하는 데 한참이 걸렸다.

그때 입구에서 누군가가 서연을 향해 말했다.

“비켜.”

서연은 문득 고개를 돌려 비키라고 말한 사내를 응시했다.

“…….”

얼굴에 큼지막한 흉터가 난 사내가 보란 듯이 박도를 치켜들고 있었다. 그는 서연이 차고 있는 검을 보고 코웃음치더니, 거스름돈을 계산하던 점소이를 툭툭 쳤다.

“상납 받으러 왔다.”

점소이가 화들짝 놀라며 굽신거렸다.

“어, 어르신. 오셨습니까?”

절대 어르신이라 불릴 연배는 아니었다. 허나 사내는 그 호칭이 마음에 들었는지, 박도를 까닥까닥 흔들었다.

“아직 보호비를 안 냈던데.”

“……저번 주에 직접 와서 가져가지 않으셨습니까.”

“저번 주? 아무리 생각해도 기억에 없다만.”

사내는 손가락을 치켜들어 귓구멍에 가져다 댔다.

“점창의 도사 놈들한테 지불하고 까먹기라도 했나?”

손님들이 말소리를 죽이고 눈치를 보기 시작했다. 점창파가 몰아치는 공격을 견디지 못하고 점창산에 틀어박혔다는 소문을 익히 들었던 탓이다.

점소이는 사내의 억지에 곧장 대답하지 못했다.

사내는 망설이지 않고 출수했다. 버릇없는 점소이의 머리를 탁상에 내리꽂기 위함이다.

탁―!

상황을 지켜보던 서연이 마주 출수했다. 순식간에 사내의 손목을 잡아챘다.

“어째 날이 갈수록 짐승보다 못한 것들이 느는 것 같구나.”

사내가 고개를 홱 돌리더니 놀란 얼굴로 서연을 노려봤다.

“……?”

당황도 잠시였다. 박도를 든 손을 급히 움직여 서연의 목을 노렸다.

궤적을 보아하니 타인의 목숨을 끊는 것에 익숙한 듯했다. 여태 얼마나 가볍게 손을 썼을까. 분명 희생자가 적지 않았을 것이다.

작금의 운남은 완연한 사마외도의 강호였다. 적어도 서연은 그렇게 느꼈다.

박도의 궤적을 응시하는 한편, 서연은 붙잡은 사내의 손목을 강하게 잡아당겼다.

순식간에 균형이 무너진 사내의 육체가 기우뚱 넘어졌다. 일순간에 제 체중을 아득히 뛰어넘는 힘이 가해졌기 때문이다.

사내는 그 와중에도 박도를 놓치지 않았다. 자세가 무너졌음에도 여전히 서연의 목을 노렸다.

서연은 제 제자들에게 들으라는 듯 입을 열었다.

“보렴.”

그대로 조각칼을 꺼내 휘둘렀다. 공기를 가르는 소리조차 내지 않고 쏘아진 검격이 정확히 도격의 결을 후려쳤다.

쩡―!

울리는 듯한 충격이 사내의 팔목에서부터 어깨까지 뻗어 나갔다.

서연은 땅에 늘어진 사내를 싸늘한 시선으로 깔아보며 말했다.

“이렇게 결을 찌르면 일격에 무력화할 수 있단다.”

조각을 응용한 묘리다. 사내의 당혹한 얼굴이 서연의 시야에 맺혔다.

“사술을……!”

졸지에 구경거리가 된 사내가 다시금 바닥을 박찼다. 다시금 힘차게 휘둘러진 박도는 답지 않게 고절한 묘리를 품고 있었다.

의아함을 느꼈다. 사마외도가 품을 만한 묘리가 아니었다.

‘……회풍무류검?

점창의 묘리가 왜 흑도의 손에서 펼쳐지고 있는 것일까.

서연은 미간을 좁힌 채로 옷자락을 휘둘렀다. 사락거리는 소리가 뚜렷이 울렸다.

쾅!

진기를 가득 주입한 옷자락과 충돌한 박도가 단번에 산산조각 났다.

“……!”

사내는 망연자실한 얼굴로 손잡이만 남은 박도를 쳐다보다가, 자세를 급히 돌렸다. 도망가려는 것이다.

서연은 찰나에 출수하여 사내의 뒤통수를 잡아챘다. 수북한 감촉이 손끝으로 느껴졌다.

“사, 살려…… 컥!”

서연은 아랑곳하지 않고 사내의 머리를 땅바닥에 내리꽂았다. 동시에 일어난 기파가 바람처럼 퍼져나갔다.

“……뭐 하는 놈들인지 아십니까?”

점소이는 바닥에 엎어진 채로 의식을 잃은 사내를 바라보면서 대답했다.

“비천도문(飛天刀門)인 걸로 알고 있습니다. 원래는 다른 곳에 상납을 바쳤었는데, 그새 망한 모양입니다. 점창의 도사분들께서 사라지고 나서부터는 이런 일이 잦습니다.”

듣자하니 원래 점창파가 관리하던 구역인 듯했다.

이러다가 괜한 객잔이 피해를 입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에, 서연은 사내를 끌고 밖으로 나갔다.

“소소야. 깨울 수 있겠니?”

“가능합니다.”

당소소가 하독하기 무섭게 사내가 움찔하더니 순식간에 정신을 차렸다. 사내는 오한이라도 느끼는 모양인지 온몸을 바들바들 떨고 있었다.

“……!”

사내는 당소소의 외형을 보고 그녀가 사천당문 출신임을 알아보았다. 동네를 전전하는 삼류 흑도가 아니라는 뜻이기도 했다.

“확실히 이상하군요. 외양은 평범한 동네 흑도로 보였습니다만.”

“찌르기에 점창의 묘리가 담겨 있더구나.”

당소소는 서연의 말을 듣고 눈을 크게 떴다. 그 말은 즉슨, 점창파가 위태롭다는 소문이 사실일 가능성이 높다는 뜻이다.

변방을 수호하는 변경백이라 불렸던 만큼, 황실이 예우하던 점창이 멸문한다면 사천 땅까지 그 여파가 닿을 것이다.

“어떤 경로로 연성하게 되었는지 고하게 만들어야겠군요.”

혈자리가 눌려 제압된 사내가 말했다.

“어……디서 오신 분인지는 모르겠으나, 크게 실수하신 겁니다. 점창파 장문인조차 산문 밖을 벗어나지 못하는 상황입니다. 그보다 뛰어난 고수가 아니시라면 조용히 떠나시는 편이 안전할…….”

“일다경 후에 다시 묻겠습니다.”

당소소는 입매를 비틀면서 사내의 복부에 독장(毒掌)을 꽂아넣었다.

스아아악―!

섬뜩한 소리와 함께 사내가 입을 쩌억 벌린 채로 온몸을 비틀었다. 목소리가 나오지 않는 듯했다.

“뭘 한 거니?”

“단장독(斷腸毒)입니다. 내장이 끊어지는 고통을 느끼게 하지요. 심문할 때 아주 좋습니다.”

일다경이 지나자 사내가 벌벌 떨면서 말했다.

“사, 사마련 팔천의 음혈종과 흑룡회가 직접 나섰습니다! 그, 그리고 저희 비천도문은 흑룡회의 산하 문파입니다!”

“저는 당신의 출신이 아니라 검법을 알게 된 경위를 물었습니다.”

“……속가를 관리하기 위해 본산을 떠나있던 점창 제자들을 저희 비천도문이 맡고 있습니다.”

말만 들으면 점창 제자들이 비천도문의 비호를 받고 순순히 검법의 묘리를 알려 준 것처럼 들렸다.

헛소리임이 분명했다.

“아무리 생각해도 점창의 도사들이 본문을 배반했을 것 같지는 않습니다만.”

사내는 입을 다물었다. 당소소는 기다렸다는 듯 다시금 단장독을 하독했다.

일다경 후, 사내는 핏발이 선 눈을 한 채로 말했다.

“삼대제자! 삼대제자들의 팔다리를 자르겠다고 겁박했습니다! 사지근맥도 망가뜨리고, 단전도 폐하겠다고 하니 순순히―.”

“온갖 패악질을 다 부리고 다녔구나.”

더 들을 것도 없었다. 서연은 손끝으로 진기를 일으켜 사내의 정수리를 세 번 정도 가볍게 내리찍었다.

그러자 서연의 진기가 굵은 강침(鋼針)이라도 되는 것처럼 사내의 육신을 세차게 파고들었다.

“……!”

상극의 기운을 가진 사파의 무인이라 생긴 현상이었다. 정종무공을 익힌 무인이었다면 영약을 섭취한 것과 같은 효과를 입었을 것이다.

당소소는 빙공에 당한 것이라도 되는 양 전신이 뻣뻣하게 굳어버린 사내를 보다가 몸을 일으켰다.

“천명검은 어찌하여 가만히 있는 걸까요.”

“운남이 멀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아무리 전하의 검이라도 곧장 대응하기 쉽지 않지요.”

송월 노인이었다. 서연이 돌아오지 않자 객잔 근처를 직접 찾아나선 듯했다.

“서 호위께서는 비천도문이 있는 곳으로 가실 생각이신지요?”

“예.”

“그럼 저희도 따라가겠습니다.”

“그러실 필요까지는 없습니다.”

송월 노인이 고개를 가로저었다.

“속가를 관리하던 도사들이 적지 않았을 겁니다. 서 호위께서 그들을 구해내신다고 해도, 그만한 숫자를 점창산까지 안전히 데려가는 것은 힘드실 겁니다.”

“위험하실 겁니다.”

“한창 때에는 이보다 더 위험한 일도 겪었지요. 게다가 이 늙은이는 상인입니다. 점창파의 신의는 보화를 주어도 살 수 없지요.”

일리가 있는 말이었다.

서연은 딱딱하게 굳은 사내를 노려보다가 그의 정수리를 파고든 진기를 거둬들였다. 사내는 숨이 넘어갈듯한 날숨을 내뱉으며 서연을 보았다.

“커헉!”

사내는 서연의 눈빛만 보고도 그녀가 무엇을 원하는지를 알아차렸다.

“비천도문으로 갈 생각이다. 안내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