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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월상단의 마차 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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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소소의 눈길이 빠르게 바깥을 흝었다. 적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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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련 님은 여기 계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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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새 양 손에 비수를 치켜든 채였다. 어디까지나 동생보다 덜 익혔을 뿐, 비도 또한 수준급으로 다룰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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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으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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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을 집중하자 비도 끝이 독기로 물들었다. 스치기만 해도 전신에서 피를 쏟아내며 죽을 극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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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소소는 속으로 셋을 센 다음, 천으로 된 차창 끄트머리를 향해 비도를 던졌다. 은밀히 접근하던 음혈종의 졸개를 향해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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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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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마에 비도가 틀어박힌 졸개가 단말마를 토하다 그대로 녹아내렸다. 화련은 그것을 놀란 눈으로 쳐다보다가, 다급히 고개를 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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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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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금까지 머리가 있던 곳을 칼이 쑤시고 들어왔다. 칼은 날카로운 쇳소리를 내며 마차의 벽에 깊이 박혔다 뽑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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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련은 뚫린 구멍을 응시했다. 실전 경험을 쌓게 해주려는 스승님의 배려일까? 오랜만에 실전 경험을 마주하니 신체의 모든 감각이 예민해지는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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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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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험에 처한 상단 무리를 발견한 화련이 다급히 문을 박차고 나가려던 그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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쐐애애애애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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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바람이 몰아치는 듯했다. 스승님이 계시는 방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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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대 방향에 서 있었는데도 옷자락이 절로 펄럭였다. 쥘부채를 내지르는 순간 음혈종 무인들이 피칠갑이 된 채로 날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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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련은 다급히 팔을 치켜들어 흙바닥에서 몰아치는 돌멩이로부터 얼굴을 가렸다. 강풍이 잦아들며 서연의 장포가 화려하게 너울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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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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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화련의 등 뒤에서 그녀를 노리려던 음혈종의 무인 셋이 거대한 충격과 함께 땅바닥에 처박혔다. 허리가 활처럼 꺾인 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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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차 위에 앉아 상황을 주시하던 백호의 한 수였다. 팔을 한 번 휘두를 때마다 포격에 가까운 굉음이 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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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의 제자가 보는 앞이라 힘을 조절했다. 이곳에서 보이지 않는 먼 산등성이에서 다가오던 음혈종 무인들은 그야말로 피떡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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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공에서, 무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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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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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지 범위를 아득히 뛰어넘은 속도다. 졸개들의 눈에는 백광이 번쩍이는 것으로만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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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황을 정리한 백호는 다시 원래 자리로 돌아와 제 주인을 응시했다. 음혈종 고수 셋이 주인의 일수를 버티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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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유의 재생력 덕에 죽지는 않았으나, 살이 찢기고 뼈가 파쇄된 탓에 꿈틀거리며 토혈하는 것이 고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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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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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연은 쥘부채의 성능에 감탄했다. 손속을 조절하는 데 이만한 물건이 없었다. 웬만한 무인들은 부채질 몇 번에 제압될 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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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이도 비슷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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접은 채로 들면 조각칼과 길이가 비슷했다. 당소소가 말했던 검법을 창시하는 데 도움이 될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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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 상단인 줄 알았건만, 듣도 보도 못한 분이 한 분 계셨구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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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하얀 수염을 가진 노인이 어둠 너머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입술이 유독 붉었는데, 입을 열 때마다 사이한 기운이 절로 풍겨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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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멸문한 대붕파와 연관이 있으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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멸문을 입에 담았다. 멸문의 주체가 누구인지는 묻지 않아도 알 것 같았다. 노인의 손에도 짙은 핏물이 묻어 있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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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은 비릿한 미소를 지으며 주변을 흝었다. 쥘부채라. 흔히 쓰이는 무기는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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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갈세가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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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술사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었다. 부채는 으레 진법이나 술법가들이 사용하는 물건이었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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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을 차고 있는 것으로 볼 때 방술사보다는 제갈가 출신일 가능성이 더 높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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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작 진법을 펼쳐놓았을 수도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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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찍이 내보냈던 수하들이 백광에 몰살당했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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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대세가와 적대할 생각은 없소이다. 이대로 물러갈까 하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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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연은 기만 섞인 말에 대답하는 대신 시선을 돌려 송월 노인을 응시했다. 송월 노인은 기다렸다는 듯 서연이 원하는 대답을 뱉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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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혈종 구 장로입니다. 혈면수라(血面修羅)라고도 불렸지요. 본명까지는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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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간, 혈면수라가 검강을 쏟아냈다. 송월 노인을 향해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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촤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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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연은 순식간에 송월 노인의 앞을 가로막듯 선 다음, 발검하여 잔향검을 십(十) 자로 내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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쥘부채만으로는 막기 힘들다는 판단에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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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처럼 붉은 검강이 채찍처럼 몰아쳤는데, 서연은 쥘부채와 잔향검을 조화롭게 사용해 공격을 전부 막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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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면수라는 미간을 좁힌 다음, 곧장 서연에게 근접하여 일장을 뻗었다. 금나수의 묘리가 섞여 있는지, 장법이 마치 휘감기는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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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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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연은 당황하지 않았다. 쥘부채가 여전히 떨리지 않았기 때문이다. 아무리 사마련 팔천의 장로라 한들, 구 장로면 사실상 말단이나 다름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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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천당문의 오 장로도 이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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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심만 하지 않으면 충분히 물리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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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손을 앞으로 뻗어 태극의 형태로 휘감았다. 잔향과 쥘부채가 동시에 회전하며 구 장로의 공격을 고스란히 튕겨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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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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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대를 잡아채려는 쪽과, 튕겨내려는 쪽이 찰나에 몇 번씩 뒤바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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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손만 사용하던 혈면수라는 어느새 양 손을 전부 사용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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팍! 팍! 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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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의 투로는 점차 빨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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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을무형검의 초식을 펼쳐 장법을 틀어막고, 쥘부채로 바람을 터뜨려 공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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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 볼일 없어 보이는 바람 한 줄기에도 검의 묘리가 새겨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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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차 밀리는 것은 혈면수라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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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연의 귀에 무언가 잘려나가는 소리가 여러번 겹쳐 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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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면수라가 한쪽 팔을 붙잡은 채로 황급히 뒤로 물러났다. 그가 땅에 착지하자마자 오른 손목이 푸악― 소리를 내며 잘려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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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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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면수라는 곧장 달려들지 않았다. 대신 잘려나간 오른 손목에 기운을 끌어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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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생의 공능이 발현되지 않았다. 방금 맞았던 검격에는 분명 도가의 정순한 기운이 얽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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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면수라가 침음을 흘렸다. 분명 진기를 극성까지 끌어올려 막으려 했음에도, 손목이 종잇장처럼 잘려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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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태 도가의 기운을 숨기고 있었을 줄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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쥘부채 때문에 곧장 인식하지 못했다. 처음부터 상대가 도가나 법가의 고수임을 알았더라면 다른 식으로 대처했겠지만, 한 수 늦은 탓에 찰나에 손목을 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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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험 많은 고수라도 속아 넘어갈 만큼 치명적이었다. 웬만한 무인들은 두 합을 채 나누기도 전에 치명상을 입었을 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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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계가 참으로 무서운 여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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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정이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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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 리 가량 떨어진 곳에 아미파가 기거하고 있었다. 자신을 사냥하기 위해 함정을 팠다고 해도 이상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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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상황을 지켜보던 송월 노인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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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 호위의 실력을 보니 자리를 피하지 않아도 되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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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뜻 들으면 안도하는 말처럼 보였다. 허나 혈면수라에게는 전혀 다르게 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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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발이나 다름 없었다. 눈 앞의 여인에게 자신이 맥없이 패사할 것이라 확신하지 않고서는 할 수 없는 말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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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오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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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발의 힘이 대단했다. 서연은 세차게 달려드는 혈면수라를 보며 속으로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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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도가 미약하게 흔들린다. 효과가 생각보다 좋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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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문의 장로가 저리 동요할 정도다. 제대로 배워두면 나중에 큰 도움이 될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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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가주에게 무림의 동향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음혈종의 간부들은 사람의 피를 빨아먹는 혈귀라 들었다. 웬만한 상처는 어렵지 않게 재생해낸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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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목족도, 산정도 있는 세상이다. 거기에 혈귀가 추가된다고 하여 이상할 것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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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월 노인은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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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귀들의 수괴 중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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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서연에게서 옛 절세고수들과 비슷한 느낌을 받았다지만, 혈면수라를 쉽게 제압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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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이는 것보다 제압하는 것이 몇 배는 더 어렵기 때문이다. 내로라하는 후기지수들도 제압은커녕 그의 독문무공인 혈수지공(血手之功)을 막아내기에도 급급할 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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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뿐이랴. 언제든 잘린 손목을 재생시킬 수 있음에도 저리 달려들고 있었다. 서연이 방심하는 순간 새 손목을 만들어내어 빈틈을 노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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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귀나 택할 법한 간악한 전투 방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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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발을 하여 시선을 돌리려 했던 것도 그 때문이었다. 무림의 네 번째 바람을 일으킬지도 모르는 여인의 뜻이 혈귀 때문에 망가지길 원치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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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대단한 자질을 지녔다고 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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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그렇게 생각할 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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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면수라의 신형이 크게 흔들렸다. 세차게 달려오던 기세가 일순간에 뭉개졌다. 서연에게 손목이 잘려나갔을 때 체내로 파고든 정순한 진기가 기혈을 뒤틀기 시작한 것이다. 내가중수의 묘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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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에에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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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을 틀어막은 손틈 사이로 피가 끊임없이 흘러나왔다. 온 정신을 기혈을 가다듬는 것에 쏟아부었는데도 그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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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짓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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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투를 지켜보던 송월 노인은 저도 모르게 눈을 크게 떴다. 토혈하는 피가 검게 물들어 있었다. 내장까지 망가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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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면수라는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었다. 겪고 있는 일이 도저히 믿기지 않는 모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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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신을 흉흉하게 휘감고 있던 붉은 기파가 볼품없이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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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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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월 노인은 저도 모르게 감탄했다. 돌아가는 상황을 그제서야 알아차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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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혈종 장로를 일격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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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월 노인은 처음에는 서연이 독이라도 썼을까 의심했다. 그래서 서연의 안색과 눈빛부터 살폈다. 독을 쓰는 자들 특유의 표정이 드러나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허나 아니었다. 그녀는 순수하게 제 힘만으로 혈면수라를 굴복시킨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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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대체 몇 개의 배분을 뛰어넘은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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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악한 송월 노인이 생각에 잠겼을 때, 서연은 사박거리는 걸음으로 재기불능의 상처를 입은 혈면수라에게 다가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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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손 손목이 날아가고, 내부가 진탕이 되었음에도 혈면수라의 눈빛에 담긴 살기는 여전했다. 그는 눈을 부릅뜬 채로 중얼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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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림 방장이 파계하여 낳은 자식이라도 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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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연은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 잔향검으로 혈면수라의 남은 팔을 마저 잘라낸 다음, 그의 단전을 폐하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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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이 가자. 우리의 피와 살이 혈세 천하의 초석이 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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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면수라는 무릎을 꿇은 채로 억지로 혈공 진기를 끌어올렸다. 상반된 기운이 체내에서 마구 충돌하며 육신에 심대한 타격을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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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귀 특유의 재생력이 아니었다면 진작에 몸이 타 없어졌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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츠츠츠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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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율스러운 기파가 몰아치며 혈면수라의 주변이 당장이라도 폭발할 것처럼 울렁거렸다. 그 모든 일이 눈 한번 깜짝할 사이에 벌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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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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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로 내버려두었다간 주변까지 휩쓸리겠다는 불안한 마음에 다급히 혈면수라의 머리를 움켜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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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었다. 불신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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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면수라는 서연을 바라보며 입을 벌려 웃었다. 이빨 사이로 피가 흘러 기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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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연은 소름을 느끼면서 머리를 굴렸다. 이 상황을 어찌 타개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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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와서 단전을 폐한다고 해도 돌이킬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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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교의 비전이다. 구결도 모르는 네깟 년이 어찌 막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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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면수라는 입꼬리를 올리며 이야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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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기 운용 방법, 구결, 운기의 경로까지 모두 꿰고 있어야 했다. 내부자, 그것도 장로급의 존재나 알 법한 내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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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연은 도발에 아랑곳하지 않고 혈면수라의 전신에 진기를 퍼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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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신의 진기 도해를 순식간에 읽어냈다. 그 틈에서 인위적인 기의 흐름을 인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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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재능의 한계가 없다는 것을 아니 진행에 막힘이 없었다. 무수히 쏟아지는 정보를 막힘없이 받아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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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반을 깨우친 육체라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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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결까지는 모르겠으나,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 본능적으로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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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주하는 진기의 흐름을 역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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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기혈(斷基穴), 대추혈(大椎穴), 신궐혈(神闕穴). 여기까지 도착했으면 다시 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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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아아아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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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주하던 혈공 진기가 한순간에 역행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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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면수라는 즉각적으로 반응했다. 얼굴이 새파랗게 질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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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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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신의 통제권을 완전히 빼앗겼다. 평생 동안 쌓아온 혈공 진기가 빨려 들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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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돼! 안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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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발이 순식간에 힘없는 백발로 변했다. 팽팽했던 피부 또한 탄력을 잃고 축 늘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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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신, 배신자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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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으로 흡정을 당하고 있었다. 음혈종의 핵심 구결을 알지 못하면 불가능한 일. 혈면수라가 배신자가 있다고 착각하는 것도 당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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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공 진기는 지독하구나. 양만 많을 뿐, 질은 하잘 것 없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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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연하지만 서연은 혈공 진기를 흡수할 생각이 없었다. 공청석유조차 불순물로 여기는 육체다. 사이한 혈공 진기는 오죽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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흡수하는 족족 먼지로 화하여 공중으로 흩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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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묘리는 얼추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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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혈종과는 상성이 좋다는 것도 깨달았다. 쥘부채가 괜히 떨리지 않았던 것이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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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연은 천천히 손을 떼었다. 혈면수라는 완전히 넋이 나간 자세로 덜덜 떨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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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아……. 으아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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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쪽은 손목이 잘리고, 다른 한쪽은 팔째로 잘린 것으로 모자라, 타인에게 갈취했던 진기를 모두 빼앗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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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없는 노인, 아니. 그보다도 못한 존재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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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연은 그런 그를 차갑게 내려다보다가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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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같지 않은 것들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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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의 장포가 펄럭이며 혈면수라의 몸을 휘감았다. 서연은 그를 붙잡은 채로 남아있는 음혈종의 잔당들에게 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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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친히 너희를 계도해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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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혈종의 잔당들이 일제히 침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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