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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2-14 21:31:57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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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aw Blame History

일월상단의 마차 내부.

당소소의 눈길이 빠르게 바깥을 흝었다. 적습이다.

“화련 님은 여기 계십시오.”

어느새 양 손에 비수를 치켜든 채였다. 어디까지나 동생보다 덜 익혔을 뿐, 비도 또한 수준급으로 다룰 수 있었다.

스으으―

정신을 집중하자 비도 끝이 독기로 물들었다. 스치기만 해도 전신에서 피를 쏟아내며 죽을 극독이었다.

당소소는 속으로 셋을 센 다음, 천으로 된 차창 끄트머리를 향해 비도를 던졌다. 은밀히 접근하던 음혈종의 졸개를 향해서였다.

“컥!”

이마에 비도가 틀어박힌 졸개가 단말마를 토하다 그대로 녹아내렸다. 화련은 그것을 놀란 눈으로 쳐다보다가, 다급히 고개를 숙였다.

콱!

방금까지 머리가 있던 곳을 칼이 쑤시고 들어왔다. 칼은 날카로운 쇳소리를 내며 마차의 벽에 깊이 박혔다 뽑혔다.

화련은 뚫린 구멍을 응시했다. 실전 경험을 쌓게 해주려는 스승님의 배려일까? 오랜만에 실전 경험을 마주하니 신체의 모든 감각이 예민해지는 듯했다.

‘상인들!

위험에 처한 상단 무리를 발견한 화련이 다급히 문을 박차고 나가려던 그때였다.

쐐애애애애액-!

칼바람이 몰아치는 듯했다. 스승님이 계시는 방향이었다.

반대 방향에 서 있었는데도 옷자락이 절로 펄럭였다. 쥘부채를 내지르는 순간 음혈종 무인들이 피칠갑이 된 채로 날아갔다.

화련은 다급히 팔을 치켜들어 흙바닥에서 몰아치는 돌멩이로부터 얼굴을 가렸다. 강풍이 잦아들며 서연의 장포가 화려하게 너울졌다.

쾅!

그때, 화련의 등 뒤에서 그녀를 노리려던 음혈종의 무인 셋이 거대한 충격과 함께 땅바닥에 처박혔다. 허리가 활처럼 꺾인 채였다.

마차 위에 앉아 상황을 주시하던 백호의 한 수였다. 팔을 한 번 휘두를 때마다 포격에 가까운 굉음이 울렸다.

주인의 제자가 보는 앞이라 힘을 조절했다. 이곳에서 보이지 않는 먼 산등성이에서 다가오던 음혈종 무인들은 그야말로 피떡이 되었다.

“허공에서, 무슨……!”

“사술이다!”

인지 범위를 아득히 뛰어넘은 속도다. 졸개들의 눈에는 백광이 번쩍이는 것으로만 보였다.

상황을 정리한 백호는 다시 원래 자리로 돌아와 제 주인을 응시했다. 음혈종 고수 셋이 주인의 일수를 버티지 못했다.

특유의 재생력 덕에 죽지는 않았으나, 살이 찢기고 뼈가 파쇄된 탓에 꿈틀거리며 토혈하는 것이 고작이었다.

‘좋다.

서연은 쥘부채의 성능에 감탄했다. 손속을 조절하는 데 이만한 물건이 없었다. 웬만한 무인들은 부채질 몇 번에 제압될 터였다.

‘길이도 비슷하다.

접은 채로 들면 조각칼과 길이가 비슷했다. 당소소가 말했던 검법을 창시하는 데 도움이 될 것 같았다.

“……평범한 상단인 줄 알았건만, 듣도 보도 못한 분이 한 분 계셨구려.”

새하얀 수염을 가진 노인이 어둠 너머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입술이 유독 붉었는데, 입을 열 때마다 사이한 기운이 절로 풍겨나왔다.

“멸문한 대붕파와 연관이 있으시오?”

멸문을 입에 담았다. 멸문의 주체가 누구인지는 묻지 않아도 알 것 같았다. 노인의 손에도 짙은 핏물이 묻어 있었기 때문이다.

노인은 비릿한 미소를 지으며 주변을 흝었다. 쥘부채라. 흔히 쓰이는 무기는 아니다.

‘제갈세가인가?

방술사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었다. 부채는 으레 진법이나 술법가들이 사용하는 물건이었으니 말이다.

검을 차고 있는 것으로 볼 때 방술사보다는 제갈가 출신일 가능성이 더 높았다.

‘진작 진법을 펼쳐놓았을 수도 있겠다.

일찍이 내보냈던 수하들이 백광에 몰살당했으니 말이다.

“팔대세가와 적대할 생각은 없소이다. 이대로 물러갈까 하오만.”

서연은 기만 섞인 말에 대답하는 대신 시선을 돌려 송월 노인을 응시했다. 송월 노인은 기다렸다는 듯 서연이 원하는 대답을 뱉어냈다.

“음혈종 구 장로입니다. 혈면수라(血面修羅)라고도 불렸지요. 본명까지는 모르겠습니다.”

순간, 혈면수라가 검강을 쏟아냈다. 송월 노인을 향해서였다.

촤악!

서연은 순식간에 송월 노인의 앞을 가로막듯 선 다음, 발검하여 잔향검을 십(十) 자로 내질렀다.

쥘부채만으로는 막기 힘들다는 판단에서였다.

피처럼 붉은 검강이 채찍처럼 몰아쳤는데, 서연은 쥘부채와 잔향검을 조화롭게 사용해 공격을 전부 막아냈다.

혈면수라는 미간을 좁힌 다음, 곧장 서연에게 근접하여 일장을 뻗었다. 금나수의 묘리가 섞여 있는지, 장법이 마치 휘감기는 듯했다.

“…….”

서연은 당황하지 않았다. 쥘부채가 여전히 떨리지 않았기 때문이다. 아무리 사마련 팔천의 장로라 한들, 구 장로면 사실상 말단이나 다름없을 것이다.

‘사천당문의 오 장로도 이겼었다.

방심만 하지 않으면 충분히 물리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양손을 앞으로 뻗어 태극의 형태로 휘감았다. 잔향과 쥘부채가 동시에 회전하며 구 장로의 공격을 고스란히 튕겨냈다.

팍!

상대를 잡아채려는 쪽과, 튕겨내려는 쪽이 찰나에 몇 번씩 뒤바뀌었다.

한 손만 사용하던 혈면수라는 어느새 양 손을 전부 사용하고 있었다.

팍! 팍! 팍!

둘의 투로는 점차 빨라졌다.

태을무형검의 초식을 펼쳐 장법을 틀어막고, 쥘부채로 바람을 터뜨려 공격한다.

별 볼일 없어 보이는 바람 한 줄기에도 검의 묘리가 새겨져 있다.

점차 밀리는 것은 혈면수라였다.

서연의 귀에 무언가 잘려나가는 소리가 여러번 겹쳐 들렸다.

혈면수라가 한쪽 팔을 붙잡은 채로 황급히 뒤로 물러났다. 그가 땅에 착지하자마자 오른 손목이 푸악― 소리를 내며 잘려나갔다.

“……!”

혈면수라는 곧장 달려들지 않았다. 대신 잘려나간 오른 손목에 기운을 끌어올렸다.

재생의 공능이 발현되지 않았다. 방금 맞았던 검격에는 분명 도가의 정순한 기운이 얽혀 있었다.

혈면수라가 침음을 흘렸다. 분명 진기를 극성까지 끌어올려 막으려 했음에도, 손목이 종잇장처럼 잘려나갔다.

‘여태 도가의 기운을 숨기고 있었을 줄이야.

쥘부채 때문에 곧장 인식하지 못했다. 처음부터 상대가 도가나 법가의 고수임을 알았더라면 다른 식으로 대처했겠지만, 한 수 늦은 탓에 찰나에 손목을 잃었다.

경험 많은 고수라도 속아 넘어갈 만큼 치명적이었다. 웬만한 무인들은 두 합을 채 나누기도 전에 치명상을 입었을 터였다.

심계가 참으로 무서운 여인이다.

‘함정이었나.

백 리 가량 떨어진 곳에 아미파가 기거하고 있었다. 자신을 사냥하기 위해 함정을 팠다고 해도 이상하지 않았다.

그때, 상황을 지켜보던 송월 노인이 말했다.

“서 호위의 실력을 보니 자리를 피하지 않아도 되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언뜻 들으면 안도하는 말처럼 보였다. 허나 혈면수라에게는 전혀 다르게 들렸다.

도발이나 다름 없었다. 눈 앞의 여인에게 자신이 맥없이 패사할 것이라 확신하지 않고서는 할 수 없는 말 아닌가.

“노오옴!”

도발의 힘이 대단했다. 서연은 세차게 달려드는 혈면수라를 보며 속으로 생각했다.

‘기도가 미약하게 흔들린다. 효과가 생각보다 좋아.

일문의 장로가 저리 동요할 정도다. 제대로 배워두면 나중에 큰 도움이 될 것 같았다.

당가주에게 무림의 동향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음혈종의 간부들은 사람의 피를 빨아먹는 혈귀라 들었다. 웬만한 상처는 어렵지 않게 재생해낸다고.

청목족도, 산정도 있는 세상이다. 거기에 혈귀가 추가된다고 하여 이상할 것은 없었다.

송월 노인은 생각했다.

‘혈귀들의 수괴 중 하나다.

아무리 서연에게서 옛 절세고수들과 비슷한 느낌을 받았다지만, 혈면수라를 쉽게 제압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지 않았다.

죽이는 것보다 제압하는 것이 몇 배는 더 어렵기 때문이다. 내로라하는 후기지수들도 제압은커녕 그의 독문무공인 혈수지공(血手之功)을 막아내기에도 급급할 터였다.

그뿐이랴. 언제든 잘린 손목을 재생시킬 수 있음에도 저리 달려들고 있었다. 서연이 방심하는 순간 새 손목을 만들어내어 빈틈을 노릴 것이다.

혈귀나 택할 법한 간악한 전투 방식이었다.

도발을 하여 시선을 돌리려 했던 것도 그 때문이었다. 무림의 네 번째 바람을 일으킬지도 모르는 여인의 뜻이 혈귀 때문에 망가지길 원치 않았다.

‘아무리 대단한 자질을 지녔다고 해도…….

그가 그렇게 생각할 때였다.

혈면수라의 신형이 크게 흔들렸다. 세차게 달려오던 기세가 일순간에 뭉개졌다. 서연에게 손목이 잘려나갔을 때 체내로 파고든 정순한 진기가 기혈을 뒤틀기 시작한 것이다. 내가중수의 묘리였다.

쿠에에엑!

입을 틀어막은 손틈 사이로 피가 끊임없이 흘러나왔다. 온 정신을 기혈을 가다듬는 것에 쏟아부었는데도 그러했다.

“무슨……짓을……!”

전투를 지켜보던 송월 노인은 저도 모르게 눈을 크게 떴다. 토혈하는 피가 검게 물들어 있었다. 내장까지 망가진 것이다.

혈면수라는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었다. 겪고 있는 일이 도저히 믿기지 않는 모양이었다.

전신을 흉흉하게 휘감고 있던 붉은 기파가 볼품없이 사라졌다.

“허어!”

송월 노인은 저도 모르게 감탄했다. 돌아가는 상황을 그제서야 알아차린 것이다.

“……음혈종 장로를 일격에.”

송월 노인은 처음에는 서연이 독이라도 썼을까 의심했다. 그래서 서연의 안색과 눈빛부터 살폈다. 독을 쓰는 자들 특유의 표정이 드러나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허나 아니었다. 그녀는 순수하게 제 힘만으로 혈면수라를 굴복시킨 것이었다.

도대체 몇 개의 배분을 뛰어넘은 것일까.

경악한 송월 노인이 생각에 잠겼을 때, 서연은 사박거리는 걸음으로 재기불능의 상처를 입은 혈면수라에게 다가갔다.

왼손 손목이 날아가고, 내부가 진탕이 되었음에도 혈면수라의 눈빛에 담긴 살기는 여전했다. 그는 눈을 부릅뜬 채로 중얼거렸다.

“……소림 방장이 파계하여 낳은 자식이라도 되는가?”

서연은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 잔향검으로 혈면수라의 남은 팔을 마저 잘라낸 다음, 그의 단전을 폐하려 했다.

“같이 가자. 우리의 피와 살이 혈세 천하의 초석이 되리라.”

혈면수라는 무릎을 꿇은 채로 억지로 혈공 진기를 끌어올렸다. 상반된 기운이 체내에서 마구 충돌하며 육신에 심대한 타격을 주었다.

혈귀 특유의 재생력이 아니었다면 진작에 몸이 타 없어졌을 것이다.

츠츠츠츠―

전율스러운 기파가 몰아치며 혈면수라의 주변이 당장이라도 폭발할 것처럼 울렁거렸다. 그 모든 일이 눈 한번 깜짝할 사이에 벌어졌다.

‘…….

이대로 내버려두었다간 주변까지 휩쓸리겠다는 불안한 마음에 다급히 혈면수라의 머리를 움켜쥐었다.

“늦었다. 불신자야.”

혈면수라는 서연을 바라보며 입을 벌려 웃었다. 이빨 사이로 피가 흘러 기괴했다.

서연은 소름을 느끼면서 머리를 굴렸다. 이 상황을 어찌 타개해야 할까.

이제와서 단전을 폐한다고 해도 돌이킬 수는 없다.

“본교의 비전이다. 구결도 모르는 네깟 년이 어찌 막을까.”

혈면수라는 입꼬리를 올리며 이야기했다.

진기 운용 방법, 구결, 운기의 경로까지 모두 꿰고 있어야 했다. 내부자, 그것도 장로급의 존재나 알 법한 내용이었다.

서연은 도발에 아랑곳하지 않고 혈면수라의 전신에 진기를 퍼뜨렸다.

육신의 진기 도해를 순식간에 읽어냈다. 그 틈에서 인위적인 기의 흐름을 인지했다.

제 재능의 한계가 없다는 것을 아니 진행에 막힘이 없었다. 무수히 쏟아지는 정보를 막힘없이 받아들였다.

‘열반을 깨우친 육체라더니.

구결까지는 모르겠으나,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 본능적으로 깨달았다.

폭주하는 진기의 흐름을 역산했다.

‘단기혈(斷基穴), 대추혈(大椎穴), 신궐혈(神闕穴). 여기까지 도착했으면 다시 위로.

사아아아악―

질주하던 혈공 진기가 한순간에 역행하기 시작했다.

혈면수라는 즉각적으로 반응했다. 얼굴이 새파랗게 질렸다.

“내, 내 것이다……!”

육신의 통제권을 완전히 빼앗겼다. 평생 동안 쌓아온 혈공 진기가 빨려 들어가고 있다.

“안 돼! 안 돼!”

적발이 순식간에 힘없는 백발로 변했다. 팽팽했던 피부 또한 탄력을 잃고 축 늘어졌다.

‘배신, 배신자가……!

역으로 흡정을 당하고 있었다. 음혈종의 핵심 구결을 알지 못하면 불가능한 일. 혈면수라가 배신자가 있다고 착각하는 것도 당연했다.

‘혈공 진기는 지독하구나. 양만 많을 뿐, 질은 하잘 것 없으니.

당연하지만 서연은 혈공 진기를 흡수할 생각이 없었다. 공청석유조차 불순물로 여기는 육체다. 사이한 혈공 진기는 오죽할까.

흡수하는 족족 먼지로 화하여 공중으로 흩어졌다.

‘묘리는 얼추 알았다.

음혈종과는 상성이 좋다는 것도 깨달았다. 쥘부채가 괜히 떨리지 않았던 것이 아니었다.

서연은 천천히 손을 떼었다. 혈면수라는 완전히 넋이 나간 자세로 덜덜 떨고 있었다.

“아아……. 으아아아…….”

한쪽은 손목이 잘리고, 다른 한쪽은 팔째로 잘린 것으로 모자라, 타인에게 갈취했던 진기를 모두 빼앗겼다.

힘없는 노인, 아니. 그보다도 못한 존재가 되었다.

서연은 그런 그를 차갑게 내려다보다가 말했다.

“인간같지 않은 것들아.”

그녀의 장포가 펄럭이며 혈면수라의 몸을 휘감았다. 서연은 그를 붙잡은 채로 남아있는 음혈종의 잔당들에게 고했다.

“내 친히 너희를 계도해주마.”

음혈종의 잔당들이 일제히 침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