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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남산은 장안에서 하루도 되지 않는 거리에 있었다. 여태껏 보아온 뭇 산들과는 달리 그 산세가 유독 완만한 것이 특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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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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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남의 도사들은 은연중에 서연과 화련을 힐끔거렸다. 전날 장백신옹에게 설명을 들었음에도 낯설기 그지없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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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남파는 소림처럼 금녀의 전통은 없었으나, 아주 오랫동안 여제자를 들이지 않았다. 입문을 거부한 것이 아니다. 들어오려 했던 여제자가 한 명도 없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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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대제자와 이대제자를 통틀어 여인이 단 한 명도 없었으니, 그 정도를 짐작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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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때문인지 산문에 여인을 들이는 일 자체가 흔치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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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서 소저라고 부르면 되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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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하신 대로 불러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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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 소저께서는 검을 익히신 겁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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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신용으로 차고 다니는 것에 가깝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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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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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남의 제자들이 금세 화색했다. 무슨 생각을 하는지 얼굴에 훤히 드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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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흠흠, 그러면 저희가 나중에 한 번 검술을 봐드릴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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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주시면 고맙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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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연은 작게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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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적으로 사람들이 순수하기 그지없었다. 그럴만도 했다. 삼대제자는 앳된 소년이고, 이대제자는 소년에서 갓 청년으로 넘어가는 나이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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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행은 어느덧 종남산 초입에 당도했다. 산세 자체는 숭산보다 훨씬 완만하여, 그 때문인지 얼마 오르지 않아 입구에 도달할 수 있었다. 입구는 종남의 도사들이 굳건히 지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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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로님, 무탈하셨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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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희도 별일 없었느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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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식적인 안부인사를 마친 장백신옹이 서연에게 눈짓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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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장로의 손님이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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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연이라 합니다. 이 아이는 제가 가르치는 제자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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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연이 포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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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분쟁을 겪는 문파도 없고, 더욱이 장로의 귀한 손님이었다. 덕분에 서연은 어떠한 수색도 거치지 않고 종남파로 발걸음을 들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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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파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서 소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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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갈한 느낌의 전각들이 산세와 조화롭게 어우러져 있었다. 특이한 것은 곳곳에 검의 형상을 한 비석이 장엄하게 솟아 있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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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연의 시선을 느꼈는지 장백신옹이 나지막이 운을 떼듯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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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마련으로부터 본파를 수호한 도사들을 기리기 위해 당대 장문인께서 세우신 것이지. 저 검혼비(劍魂碑) 하나하나가 곧 종남의 혼이라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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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혼비의 숫자는 언뜻 보아도 수십 개를 넘어섰으니, 당시 전투의 치열함과 처절함이 능히 짐작되고도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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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랍게도 그 오랜 세월에도 불구하고 검혼비에는 돌 때 하나 피어있지 않았다. 후배 도사들이 선배들의 넋을 기리며 성심껏 관리하지 않았다면 불가능했을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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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지 않은 전각들과 산봉우리를 지나치던 도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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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도는 장문인께 종화지회와 관련된 말씀을 전하러 먼저 가보도록 하겠소. 그동안 본파의 안내는 여기 정혜가 해줄 것이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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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백신옹은 그렇게 말하며 옆에 있던 도사를 가리켰다. 종화지회에 참여했던 도사 중 하나였다. 이대제자들의 대사형이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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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제자 정혜라 합니다. 청풍각(淸風閣)으로 안내할 테니, 부디 따라와 주시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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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남의 귀한 객들이 머무는 장소라 했다. 과연 그 이름답게 고요하고 평화로운 기운이 감도는 누각이 자리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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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에 짐을 풀고 편안히 머무시면 됩니다. 필요하신 것이 있다면 언제든 불러주시면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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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혜 도사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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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씀하십시오, 서 소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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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남산에 검선 여동빈님의 모습을 딴 석상이 있다 들었는데, 혹시 어디 있는지 알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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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여선검상(呂仙劍像)은 내당에 있어 당장은 보실 수 없는 것으로 압니다. 아마 장로님께서도 그 때문에 장문인을 뵈러 가신 것으로 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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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로씩이나 되는 사람이 장문인께 허락을 구해야 볼 수 있다니. 자세한 내막까지는 알 수 없었으나, 평범한 석상이 아닌 것은 분명해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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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정혜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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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조금 걸릴 듯한데, 연무당(練武堂)으로 가보시는 것은 어떻겠습니까? 서 소저께 종남의 무공을 알려드릴 수는 없겠으나, 검세를 다듬어드리는 것 정도는 얼마든지 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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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앙하게 생긴 청년이 왜 안절부절 못하나 했더니 그것 때문에 그랬던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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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기회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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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연은 고개를 끄덕이고 연무당으로 향했다. 무예를 연마하는 수련장이라는 이름답게, 종남의 어린 도사들이 검법을 다듬느라 여념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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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나 어디선가 사박사박 다가오는 서연의 우아한 인기척을 느꼈는지, 그 자리에 굳은 채로 숨을 죽이는 도사들이 적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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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립은 벗으시는 편이 더 좋으실 겁니다. 시선이 알맞은 방향으로 향하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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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제 말의 요상함을 알아차린 정혜가 다급히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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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그……! 오해하지 마셨으면 합니다! 절대 다른 의도가 있어서 그런 것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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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편하면 벗지 않아도 된다고 몇 번이나 덧붙여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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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사님이 그렇게 말씀하신다면 벗는 편이 낫겠지요. 그 대신 그만큼 잘 봐주실 거라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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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난식으로 덧붙인 말에 정혜의 귓볼이 벌게졌다. 순진한 도사를 놀리는 재미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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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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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연은 죽립과 면사를 한 번에 벗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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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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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연의 맨 얼굴을 본 정혜의 눈이 크게 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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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백신옹에게 전후 사정을 전해들은 종남 장문인이 얕게 침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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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세에서 태허진인(太虛眞人)이라 불리는 자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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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세고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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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검후에게는 그렇게 전해들었습니다. 직접 확인해보지는 못했으나, 범상치 않은 사람인 것은 분명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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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산의 대장로는 허언을 하지 않을 사람이다. 믿어 손해를 보지는 않을 듯 하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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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산문에 들이기로 결정한 것이 잘한 일인지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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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허진인이 고개를 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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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태 존재조차 알려지지 않았던 분이다. 다른 의도가 있으셨다면 이러한 방식으로 들어오시지 않으셨을게다. 나름의 방법으로 허락을 구하셨다고 봐야 옳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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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세고수들은 하나같이 비범한 면이 있다. 무당의 검선은 말할 것도 없고, 남궁가의 가주도 그러했다. 황실의 절세고수도, 마교의 교주도, 심지어는 사마련주도 예외는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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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인과는 보는 시선이 아예 다른 이들이다. 정사마가 기이한 균형을 이루고 있는 것은 전부 그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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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 무인이 거지 행세를 한다면 정신이 나간 것이지만, 검선이 거지 행세를 하면 하늘을 이불 삼고 땅을 침대 삼아 자연의 이치를 깨우치려고 그러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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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이 맞든 틀리든, 그렇게 생각하는 편이 정신건강에 이로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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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문 모든 곳을 자유롭게 드나드실 수 있도록 하고, 혹여 폐를 끼치는 일이 없도록 제자들에게 엄히 주의를 주도록 하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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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말하실 줄 알고 정혜를 붙여두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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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제자들의 대사형 격인 정혜의 품성은 예로부터 유명했다. 그 품성만 보고 제자로 받으려는 장로가 적지 않았다는 사실만 봐도 능히 짐작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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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선검상을 보러 오셨다고 했으니, 어쩌면 종남의 검을 견식하러 오셨을 수도 있겠다. 뵙기 전에도 종화지회를 구경하고 계셨다고 하지 않았더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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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실히, 그럴 수도 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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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리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장백신옹이 고개를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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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허진인은 장백신옹을 물끄러미 바라보다 입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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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하신다면 수련도 마음껏 참관하실 수 있도록 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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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문인?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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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디 타인의 무공 수련을 보는 것은 금기시된다. 비무와는 다르게 무공 수련에서는 형과 식이 온전히 드러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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뭇 고수들은 형과 식을 보고 무공을 통찰한다. 파훼식은 물론이거니와, 자칫 무공의 원류까지 읽힐 가능성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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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백신옹의 얼굴이 눈에 띄게 굳은 것은 그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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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문인,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그건 아닌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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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무를 보는 것만으로 화산의 검을 통찰하셨다 들었다. 종남이라고 다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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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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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절세의 경지에 도달한 선자(仙子)가 무슨 연유로 종남의 비전을 탐한단 말이냐. 차라리 호방한 면을 보여 좋은 인상을 드리는 편이 나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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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백신옹은 태허진인을 착잡하게 바라보다가 눈을 살짝 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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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론이었기에 반박할 수 없었다. 그래도 가슴이 답답해지는 것까지는 어찌 할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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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문인의 뜻을 알겠습니다. 다른 장로들에게는 제가 전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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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써 납득하며 그리 말했다. 태허진인은 그제서야 고개를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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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녀오거라. 나는 선자를 뵈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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곧 태허진인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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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연의 검이 곧게 나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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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다할 검식은 없었다. 횡베기, 종베기와 찌르기가 전부였으니, 굳이 이름을 붙이자면 삼재검법이라 할 수 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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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을 잡아 기초를 수련해본 적이 없었다. 재능이 아무리 뛰어나다 해도 기초가 제대로 다져지지 않으면 무용지물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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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연이 기본 자세만 반복하고 있는 것도 그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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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남의 검법은 수비적이라 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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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을 먼저 공격할 일보다, 남의 공격을 막을 일이 많아 보였다. 막는 방법이라도 제대로 배우고 간다면 앞으로도 요긴하게 쓸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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촤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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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로가 한치의 흐트러짐 없이 허공을 가른다. 옆에서 지켜보던 정혜는 입을 다문 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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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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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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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혜 도사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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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 죄송합니다. 시선이 다른 곳에 팔려 있던 탓에 제대로 보지 못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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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혜는 다급히 고개를 저었다. 정신을 차리기 위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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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찌 사람이 저리 아름답단 말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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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화경에나 있을 법한 머리색은 또 뭘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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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금 전까지 목검 부딪히는 소리로 가득했던 연무장이 고요로 물들었다. 온 도사들이 서연만 쳐다보고 있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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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남의 도사들은 허가만 받는다면 산문 바깥을 자유롭게 주유할 수 있었다. 규율도 상대적으로 자유분방한 편이라 이따금 혼인하는 도인들도 적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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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규율에 명시되지 않았을 뿐이지, 혼인을 권장하는 것은 아니었다. 명색이 도인이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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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그러한 연유로, 종남의 도사들은 스스로 여인의 미색에 대한 내성이 남다르다 여기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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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금 전까지만 해도 그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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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시천존, 태상감응(太上感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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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대제자들은 다급히 도문(道文)을 중얼거렸다. 그조차도 못하는 이들도 있었으나, 아래 배분의 제자들에 비하면 그나마 나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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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제자들은 제 가슴팍을 붙잡았다. 눈만 마주쳤는데도 가슴이 떨렸기 때문이다. 젊은 혈기를 주체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태반이었다. 다급히 자리를 피하는 도사들도 적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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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대제자들은 아예 대놓고 자리에 앉아 구경했다. 반쯤 넋을 놓은 기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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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때요, 아름다우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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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련은 삼대제자 틈 사이에 껴서 팔짱을 낀 채로 그렇게 말했다. 소년 도사들은 홀린 듯 고개만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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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화련도 눈치채지 못한 것이 있었다면, 삼대제자 중에는 서연만큼이나 화련을 보고 얼굴을 붉히는 소년 도사가 많았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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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껏해야 서너 살 차이였다. 외형으로만 따졌을 때 그랬다. 동년배가 주는 힘이 그만큼이나 강했다고 봐야 옳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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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아름다우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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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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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네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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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련은 순식간에 소년 도사들을 휘어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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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도사님들도 당과를 드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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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 가끔 먹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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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 어디서 사는지 알려주실 수 있나요? 제가 당과를 아주 좋아하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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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 여기서 기다리시면 제가 가져다 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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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형! 치사하게 먼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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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련은 저들끼리 밀치며 달려가는 삼대제자들을 응시했다. 과연 종남의 제자들답게 경공 실력이 남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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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련은 남몰래 코웃음을 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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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들이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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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루기 참 쉬웠다. 당과도 어렵지 않게 얻을 듯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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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였다. 나이 지긋한 노인이 연무장 내부로 들어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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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련의 눈이 동그랗게 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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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허진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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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모르게 입 밖으로 새어나왔다. 화련은 저를 묘한 눈으로 응시하는 태허진인에게서 애써 시선을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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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련은 서연에게로 쪼르르 다가가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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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승님, 종남파 장문인께서 오셨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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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혜를 비롯한 다른 도사들은 그제서야 태허진인이 찾아온 것을 알아챘다. 화들짝 놀란 도사들이 다급히 고개를 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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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문인! 그, 그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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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허진인은 괜찮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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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문인을 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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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연은 납검한 다음 정중하게 포권을 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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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문파의 수장을 만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오랜 세월을 틀어박혀 살았던 탓에 태허진인의 명성을 듣지는 못했지만, 신선다운 풍모만으로도 충분히 경외를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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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연을 물끄러미 눈에 담고 있던 태허진인은 작게 미소짓더니 마주 포권을 받아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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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연 선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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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자라뇨, 당치도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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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연은 한사코 고개를 가로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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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문인께서 그리 대하시면 제가 너무 불편합니다. 그저 객으로 대해주셨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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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허진인이 웃었다. 어느새 그의 얼굴에는 짙은 호의가 깃들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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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세고수가 장문인의 면을 세워준 탓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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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선검상을 보러 왔다고 들었는데, 맞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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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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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당장 이동하는 것이 좋겠소. 해가 지면 보기 힘드니 말이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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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연은 그게 무슨 말이냐는 얼굴로 태허진인을 응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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곧 태허진인은 종남산의 가장 높은 곳을 가리켰다. 장문인이 기거하는 내당 뒤쪽에 위치한 절벽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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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마득한 벼랑이라 불리기 부족함이 없을 정도로 높았으니, 오죽했으면 종남산이 완만한 것이 전부 저 절벽과 균형을 맞추기 위함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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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생각해도 두 발로는 못 올라갈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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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저 위에 있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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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마 저기도 내당으로 치는 것일까? 엄밀히 따지면 산문 내부에 있기는 한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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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연은 그런 생각을 하며 조심스레 물었다. 태허진인은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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