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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2-14 21:31:57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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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백 년 동안 전승되어 온 무학은 그 자체로 이미 검증된 것이나 다름없다. 옛 종사들의 깨달음과 경험이 담겨 있음은 말할 것도 없다.

애초에 하나의 무학을 고치고 개선한다는 것은 그리 쉽게 결정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위력을 올리려다 진기가 뒤틀리는 것은 예사요, 심지어 주화입마에 드는 경우도 허다했기 때문이다.

물론 그 무학이 비전에 해당하는 상승의 검법이라면, 오랜 시간을 투자해서라도 개선할 가치가 있다. 한 문파의 근간이자 정수가 거기에 담겨 있음이니.

허나 낙화검은 기를 수발할 줄 알게 된 화산의 제자들이 처음으로 배우는 검법에 불과하다.

이미 검증된 기초 검법에 오랜 시간과 노력을 들여 개선하려는 시도는 드물다. 설령 개선에 성공했다고 한들, 문파 전체의 전력에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하기 때문이다.

차라리 그 시간과 노력을 상승의 비전 무학을 연마하거나 새로운 절기를 창안하는데 쏟는 것이 현명할 터였다.

‘번뜩이는 영감 따위로 재단할 수 있는 것이 아니거늘…….

명색이 화산의 기반이 되는 검법이다. 저리 쉽게 파훼되고, 또 저리 쉽게 위력이 증대해서는 안됐다.

상리에 맞지 않은 일이다. 천하 만물이 영감으로 화하는 경지에 올랐다면 모를까.

본래 이런 방식으로 내기를 할 생각은 없었다.

익힌 무공의 상성, 자세, 운기, 특유의 습관, 검로, 내력을 능숙히 끌어올리는 정도 등등. 겉으로 드러나는 것들을 눈썰미로 읽어내어 승패를 예측하려 했다.

그마저도 내로라하는 고수들에게만 허락된 기예였다. 승리를 자신한 것도, 패배하면 어쩔 것이냐고 물었을 때 소상히 웃었던 것도 그 때문이었다.

그리하여 선수를 양보했다. 단순히 심심하여, 또한 여검수로 보여 견문이나 넓혀주고자 그리했다.

허나 여인은 전혀 다른 방향으로 응수했다.

검법을 펼치기도 전에 기수식만으로 무학 전체를 뜯어내어 살핀 다음, 파훼식과 개선안을 동시에 들이밀었다.

“…….”

쉬이 넘길 수 없는 말이었기에 수치를 감내할 생각으로 전음을 보냈다.

사방에 흩날리는 꽃잎과 충격에 휩싸인 비무대가 그 진위를 증명했다.

눈으로 보고도 믿을 수 없었다. 그렇기에 입을 다물고 있었다.

“말씀이 없으시니, 이번 판은 제가 이긴 걸로 해도 되겠군요.”

“…….”

옆 자리에 앉은 여인이 그리 말했을 때 대답하지 못했던 것도 그러했다.

능히 일문을 세우고 무너뜨릴 재능이다. 무림의 공적(公敵)으로 몰려도 이상하지 않다.

그런데도 숨기지 않고 당당히 드러냈다.

생각이 많아졌다. 명경지수(明鏡止水)에 오른 이후로 처음 겪는 일이었다.

숨을 가다듬었다. 넓은 마음으로 포용하고 이해하려 했다. 풍파가 몰아치려던 마음이 잠잠해졌다. 조금만 더 나아갔다면 자칫 심마에 들 뻔했다.

곧 다음 경기가 시작됐다. 다행히 튕겨나갔던 종남의 도사는 크게 다치지 않았다. 지켜보고 있던 장백신옹이 제때 나섰기 때문이다.

―검후. 이게 무슨 짓이오.

장백신옹의 세찬 전음이 이쪽을 향했다. 검후는 옅은 한숨을 내쉬다가 고개를 숙였다.

―급히 확인할 것이 있어 알면서도 수치스러운 행위를 저질렀소. 내 날을 잡아 정식으로 사죄하리다. 미안하오.

순순히 고개를 숙이자 장백신옹도 더는 캐묻지 않았다. 나중에 이 일을 빌미삼아 종남이 적잖은 것을 요구할 것이 머릿속에 그려졌으나, 당장은 중요치 않았다.

곧 새로운 도사들이 비무대 위로 올라섰다. 이번 화종지회는 경기를 거듭할수록 점차 연배가 올라가는 방식이다. 최종전에는 일대제자들이 나서는 방식이라 했다.

장문제자는 나서지 않았다. 일문의 명예를 짊어진 이들이기 때문이다. 패배했다간 얻는 것보다 잃는 것이 많았다.

잠시 고민하던 검후가 입을 열었다.

“……이번에 나서는 화산의 제자는 오행매화검(五行梅花劍)을 익혔다네. 만물을 구성하는 오행의 이치를 무공에 접목한 검법이지.”

“오행이라 하심은.”

“각각 목계, 화계, 토계, 금계, 수계를 뜻하네. 서로 상생하고 상극하여 순환하는 상생상극(相生相克)의 묘리가 담겨 있지. 본래는 다섯가지의 기운을 모두 담아야 대성했다고 할 수 있지만, 웬만한 기재도 한 가지 기운을 온전히 담지 못하네. 저 제자가 목계만 다루는 것도 그러한 연유지.”

검후는 이번에는 종남파의 도사를 쳐다보았다.

“종남은 이번에 대천강검법(大天剛劍法)을 들고 온 듯 하네. 강맹하고 굳건한 위력을 자랑하는 중검이지. 매우 견고하고 안정적이고, 종남답지 않게 패도적이기도 하네.”

“잘 아시는군요.”

“직접 상대해봤으니 그럴 수 밖에.”

저도 모르는 사이에 어조가 조심스러워졌다. 괜시래 평가를 받는 듯한 기분이 들었기 때문이다.

“이번 경기는 누가 우세할 듯싶으신가요?”

면사 틈 사이로 도화같은 눈동자가 비쳐보였다. 검후는 곧장 답하지 못했다.

“목계는 봄날의 새싹처럼 부드러우면서 끈질기게 뻗어 나가는 특징을 지녔지. 유연함 속에 강인함을 숨기고, 끊임없이 상대를 휘감으며 빈틈을 노릴 터.”

여인이 살짝 고개를 끄덕였다. 계속 이야기하라고 하는 듯했다.

“반면 종남의 대천강검은 유연함을 짓누르는 강인함을 지녔으니, 아무리 목계라고 해도 그 강맹함을 정면으로 뚫어내기는 쉽지 않을 것이네. 마치 가는 나뭇가지가 거대한 바위를 뚫어내려 하는 것과 같지. 결국 그 차이를 뚫어낼 수 있을 정도로 힘의 격차가 뛰어나야 하는데, 그래 보이지는 않는군. 이번 경기는 종남의 도사가 우세할 걸세.”

“안목이 범상치 않으시군요.”

“……음, 칭찬 고맙네.”

곧 비무대 위에서 두 도사의 검이 격렬하게 부딪히기 시작했다. 화산의 검은 마치 춤을 추듯 유려하게 휘감았고, 종남의 검은 묵직한 굉음을 내며 이를 쳐냈다.

옆에 있던 여인은 그를 조용히 지켜보고만 있었다.

‘이번에는 읽어내지 못한 것인가?

실전에서 사용되는 고절한 무학으로 나아가니 그런 듯했다.

이따금 그러한 사람들이 있었다. 일평생을 걸고 하나의 구결을 파헤치는 것을 큰 명예로 여겼다. 어쩌면 낙화검의 결만 오랫동안 파헤친 속가의 여식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잘못 보았나?

문득 기대했던 박동이 가라앉을 때였다.

“사선으로 나아갈 때, 자세가 너무 곧습니다. 오행을 다뤄본 적이 없어 목계의 원리까지는 모르겠으나, 진각을 비튼 채로 나아가면 승산이 있어 보입니다.”

“……진각을 비틀다니?”

“음, 제 견문이 부족하여 말로 설명하기 힘들군요.”

여인은 그렇게 말하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잠시.”

허리춤에 매인 검이 유려하게 뽑혔다. 한 번의 막힘이 없다. 단련된 검수다.

‘……분명 무학을 익힌 흔적이 없었거늘.

검수의 손은 으레 부르트고 흉해지기 마련인데, 저 여인의 손은 섬섬옥수라 칭하기에 부족함이 없을 정도로 아름다웠다.

그렇기에 강호에 막 출도한 여검수라 여겼다. 허나 방금 자세를 보니 알았다.

‘정녕 환골탈태라도 했단 말인가?

기수식을 취함에 막힘이 없다. 오행매화검의 기수식이다.

차마 방금 보고 깨우쳤다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그 자세가 너무나 정갈했음이다.

여인이 눈을 감고 집중하기 무섭게 공기가 무겁게 가라앉는다. 검 끝에 나뭇잎이 피어올랐다는 착각이 들었다.

검후의 눈이 부릅뜨였다.

‘자연지기……?!

경지에 오른 초고수만 인지할 수 있을 정도로 미약하다. 객잔에 있는 사람들은 물론이고, 비무대에 있는 장백신옹마저 눈치채지 못할 정도로 세밀한 조절이었다.

육체의 내공을 오행으로 변환한 것이 아니다. 육신 바깥, 즉 대자연에서 직접 끌어온 것이다. 그 정도를 구분할 눈썰미는 있었다.

대자연을 단전으로 삼기에 내공 수발에 제한이 없다. 그렇기에 강호 무림은 경의를 담아 이들을 절세고수라 칭했다.

구파를 통틀어도 단 한 명 뿐이었다. 드넓은 천하에 고작 다섯이다.

방금 전까지 그러했다.

‘대체!

차라리 몽환 속을 헤매고 있다는 쪽이 납득이 갈 정도였다. 마음속의 명경에 깊은 파문이 일었다. 그만큼이나 놀랐다.

명경지수를 완성한 이후로 이토록 격렬한 충격을 받은 적이 없었다.

비무가 절정에 치닫을수록 구경꾼들의 호응이 거칠어진다. 허나 여인에게까지 닿지 않는다. 드높은 산맥이 태풍에 휩쓸리지 않는 것처럼 홀로 고요했다.

사악―.

곧 여인의 검이 움직였다.

같은 기수식인데 검세가 달랐다.

출수하는 손과 같은 발을 원래보다 반 보 더 내밀었다. 놓인 모습도 비스듬했다. 진기가 발끝으로 온전히 흘러들어간다.

콱!

가벼운 한 걸음으로 족했다.

“……!”

오행매화검은 오늘부로 새로 태어났다.

“이런 식으로 하면 될듯한데. 어찌 생각하시는지요.”

여인은 곧바로 납검하며 물었다. 빛이 사선으로 새어들어와 천하일색이라 칭하기 부족함이 없는 용모가 비쳤다.

언제 그랬냐는 듯, 절세고수의 기도는 온데간데 사라지고 일반인의 그것처럼 되돌아왔다. 실로 신기라 칭하기 부족함이 없는 반박귀진이었다.

“…….”

천하를 통틀어 열 손가락 안에 드는 검수라 자부했다. 금분세수한 노괴들과, 절세고수를 포함해서 그리 말한 것이다.

‘자만했구나.

이 연배에 강호의 넓음을 다시 깨닫게 될 줄은 몰랐다.

여인이 제 자리에 돌아와 앉을 때까지, 검후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정신을 가다듬는데 한참이 걸렸다.

눈을 뜨니 여인은 태연한 얼굴로 비무대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이따금 웃는 것을 보니 진정으로 저 광경을 즐기는 듯했다.

갓난아기들의 어리광을 보는 기분일까. 알 수 없었다. 절세고수란 능히 살아있는 신선이라 불리기에 부족함이 없는 존재들이다. 하수의 시선으로 읽을 수 있을 리가 없다.

새로 태어난 오행매화검을 직접 펼쳐 시험해보고 싶었으나, 아무래도 힘들 듯싶었다.

결국 다른 방법으로 확인해야 했다.

‘이 방법 뿐이로구나.

마음속으로 깊은 한숨을 내쉰 검후는 비무대를 응시했다. 곧 승패가 결정될 것 같았다. 화산의 도사가 종남의 중검에 형편없이 밀려나고 있었다.

―현종아, 기도를 가다듬으렴. 발은 반보 더 내밀고, 보법은 부운약표(浮雲躍飄)로 바꾸는 것이 좋겠다. 단중혈(丹中穴)에 진기를 집중시킨 다음, 터뜨리듯 사선으로 전개하거라.

―대, 대장로님?

―일단 해보거라. 도의를 어긴 수치는 본 장로가 감내하마.

―알겠습니다.

화산이 당당히 내세운 후기지수다. 속에 담긴 검의까지 깨달을 수는 없겠으나, 정답까지 가는 상세한 방법을 직접 듣고 그대로 따라할 수준은 되었다.

곧 현종의 기도가 일변했다.

삽시간에 매화가 피어오르며 폭풍처럼 날아들었다.

“어엇?”

“또 화산이!”

“전투 중에 깨달음을 얻다니, 소검후를 제외한 후기지수들은 전부 종남에 뒤쳐질 줄 알았거늘!”

뭣 모르는 구경꾼들이 감탄했다. 허나 검후는 곧이곧대로 좋아할 수 없었다.

―검후!

장백신옹이 눈을 부릅뜬 채로 이쪽을 노려보고 있었다. 이번에는 흘러나오는 기파를 숨기지 않았다. 저렇게 반응할만 했다. 장백신옹이 보기에 이는 명백한 기만이었다.

―일문의 대장로라는 자가 어찌 이런 짓을! 이번 일은 화산에 정식으로 항의하겠소!

이 와중에도 전음으로 말하는 것이 그의 성품을 드러냈다. 독설을 담지 않는 것이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화산과 종남이 교류하기 위한 목적으로 열었던 지회의 목적을 제 손으로 흐렸다. 드센 지탄을 받아도 할 말이 없었다.

두번째 비무도 화산의 승리로 끝났다.

따로 말로 하지는 않았지만, 사실상 저 여인의 승리나 마찬가지였다.

‘더 해봐야 의미가 없다.

명색의 화산의 제일검수였다. 절세고수와 생사결을 벌여도 쉽사리 패배하지 않을 자신이 있었다. 실제로도 그러했다. 허나 지금처럼 안목만 두고 다툰다면 백이면 백 패배할 것이다.

더 나섰다간 장백신옹이 직접 나설 것 같기도 했다.

검후는 호흡을 가다듬었다.

‘화산으로 모셔야겠다.

물론 그 전에 해야할 일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