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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상황실로 들어서자, 팀장이 내게로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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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담사님 오늘 일정은 어떠셨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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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장이 내게 물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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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대답 대신 그를 향해 엄지손가락을 세워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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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만족스러운 미소와 함께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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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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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행이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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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장 또한 만족스러운 미소로 고개를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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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에게 본론을 꺼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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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장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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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상담사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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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천맹주, 그러니까… 이서령 헌터님께 연락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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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아, 네네. 어떤 연락을 드리면 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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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장의 목소리에는 약간의 긴장감이 묻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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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번에 내가 그녀와 했던 신경전을 기억하고 있었던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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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장은 나중에 내게 찾아와, 자신도 모르게 월권을 행위를 한 것 같다며 정중하게 사과까지 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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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런 그의 눈을 보며 아주 담담하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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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 설유월 씨와 면회 가능하다고 전해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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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모녀상봉의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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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오늘 저녁 협회 직원의 식사 제안을 거절했던 것은 다른 이유가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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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다른 사람과의 선약이 잡혀 있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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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대상은 바로, 진세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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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얼굴 보기 너무 힘든 거 아니야?’ 하고, 지난 주말에 그녀에게서 직접 전화가 왔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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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조금 바쁘다고 하니, 알고 있다며. 힘내라고 밥이나 사주겠다며 나를 불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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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또한 마침 오늘 저녁 시간은 비었던 터라 거절할 이유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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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녀가 예약한 고급 레스토랑 앞에서, 진세아를 기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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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인인 그녀는 언제나 이렇게 외부의 시선이 차단되는 곳만을 골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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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격이 일단… 많이 비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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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줄 때 비싼 걸로 잘 먹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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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세아는 부자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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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그때, 눈앞에 시스템이 뿅 하고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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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저녁 식사만 함께하고 귀가하시는 것을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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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၄(cʸ„òᴗóリ၃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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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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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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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 진세아의 특성상 저녁을 먹으면 카페까지 갈 것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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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안 있어 카페가 답답하다며 한강 근처를 걸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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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기까지 생각하고는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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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 중요한 상담이 있기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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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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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그거라면 큰 걱정은 안 해도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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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주말 내내 많은 공부를 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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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비는 해놨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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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유월의 경과도 기대 이상으로 좋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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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문제는 없을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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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자 시스템 창은 별다른 저항 없이 스르륵,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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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텅 빈 허공을 보며 고개를 갸웃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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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그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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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아아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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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로 저편에서부터 엔진음이 들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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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변 사람들의 시선이, 약속이라도 한 듯 한곳으로 쏠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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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카 한 대가 미끄러지듯, 내 앞에 멈춰 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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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운전석의 문이 위로, 날개처럼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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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안에서 진세아가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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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렛 기사가 황급히 뛰어가 그녀에게서 키를 받아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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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변에서는 이미 그녀를 알아본 사람들의 탄성이 들려오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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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세아는 통통 튀는 걸음걸이로 내 앞으로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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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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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더니 새된 소리를 내며 내 앞에서 멈춰 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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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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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세아는, 평소와는 다른 내 옷차림을, 위아래로 유심히 훑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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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옷 뭐야? 오늘 무슨 날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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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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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내 옷차림을 내려다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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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하얀 가운을 입고 있을 때는, 안에 무엇을 입든 신경 쓸 필요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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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늘, 가장 편하고 심플한 옷만을 받쳐 입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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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매일 입던 그 옷이 아니었기에 놀란 모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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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가 아는 헌터 시절의 나는 거의 매일 기능성 전투복만 입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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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 진세아 또한 이런 내 복장을 보는 것 또한 거의 처음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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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머쓱하게 웃으며 주변을 힐끗 둘러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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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그녀의 등장으로 레스토랑 앞은 수많은 사람이 집중되고 있는 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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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들어가서 이야기하자. 사람이 너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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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속 이렇게 입고 다니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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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녀의 말을 끊고 등을 가볍게 떠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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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기심 가득한 시선을 모른 척하며 예악 된 방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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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리에 앉자마자, 진세아의 질문이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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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날 검은색 티. 바지만 보다가. 갑자기 무슨 일이야? 선우··· 여자라도 생겼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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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세아는 호기심을 감추지 못하는 표정으로, 생글생글 웃으며 내게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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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적당히 웃으며, 사실대로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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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거 아니고. 갑자기 가운이 하나 사라져서. 어쩔 수 없이 오늘은 이러고 나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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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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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대답에 진세아의 얼굴에서 장난기 어린 미소가 서서히 지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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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무언가를 골똘히 생각하는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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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안 돌려줬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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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 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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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으응, 아니야! 아무튼 계속 이렇게 입고 다녀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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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언제 그랬냐는 듯 다시 환한 미소를 지으며, 화제를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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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나는 그 말에 고개를 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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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건 좀 귀찮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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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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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식사가 나왔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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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밥을 먹으며 서로의 근황을 이야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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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담자의 정보가 드러나지 않는 선에서, 깔끔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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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세아는 나이프로 스테이크를 썰더니, 내 입에 갖다주며 안심했다는 듯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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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첫 이방인인데 잘 해결되어가는 것 같아서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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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녀가 내미는 포크를 무의식적으로 받아먹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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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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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그 일 마무리되면 다음 일정은 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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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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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방인이 추가적으로 오거나, 다른 변수가 생기지 않는 이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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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니온 길드의 내담자들은 이제 개인적으로 상담소를 방문하는 형식으로 전환될 것이고, 나는 다시 길드 왕진을 시작하게 될 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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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길드로 왕진을 가게 될 것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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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와 같은 삶으로 돌아오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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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대답에 진세아는 방금 고기를 찍었던 포크 끝에 묻은 소스를 붉은 혀로, 아주 부드럽게 핥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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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당연하다는 듯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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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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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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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 그렇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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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지난번의 해프닝을 떠올리며, 장난스럽게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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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는 신청 제대로 한 거 맞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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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자 진세아가 입꼬리가 끌어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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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의 황금빛 눈동자가 반달처럼 휘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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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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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세아는 확실에 찬 목소리로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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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는, 확실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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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날 아침, 나는 피로한 몸을 이끌고 밖으로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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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어젯밤 진세아와는 카페와 밤 산책까지, 모든 것을 함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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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 도착하니 자정이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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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 적당히 할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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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나는 진세아에게 약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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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좀처럼 자신의 진짜 속내를 드러내는 법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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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나 밝고 강한 모습만을 보여주려 애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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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나는 알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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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세아는 생각보다 유약하고… 강인하지 않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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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나, 예전처럼 힘든 일이 생긴 것은 아닐까 하는 걱정이 들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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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라서 그녀의 진짜 속마음을 듣기 위해 가끔 이렇게 곁에 있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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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처음 이곳에 왔을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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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의 진세아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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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이 어려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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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정말 많이 바뀌고 나아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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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격적으로도, 실력적으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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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와 동일한 사람이라고는 믿기 어려울 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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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피로함을 느끼며 협회의 건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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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다행히도 가운을 입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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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곧장, 설유월이 머무는 격리 시설의 상황실로 들어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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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팀장에게 이서령의 면회를 허락한다고 전해두었으니, 아마 지금쯤이면 와 있을 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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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을 열자마자 안의 풍경이 펼쳐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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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그곳에는 역시, 이미 이서령이 도착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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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들어서는 소리를 들었는지 이서령이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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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 눈이 마주친 그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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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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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의 얼굴에 감격이 피어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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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서령은 내게로 후다닥 뛰쳐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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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내 두 손을 아주 꽉, 부여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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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합니다… 의원님. 정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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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서령은 연신 고개를 숙이며 내게 감사를 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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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런 그녀를 담담하게 위로한 뒤, 이서령의 착각을 부드럽게 바로잡아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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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한 일은 없습니다. 유월 씨의 희망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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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월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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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더 감격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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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녀에게 면회 시간과 몇 가지 유의 사항에 대해 간단히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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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가장 중요한 사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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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면회는 제가 동석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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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기본적으로 상담사인 나는 그녀와 함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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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라면 그럴 일은 없지만, 이번에는 예외 상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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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유월이 상태가 많이 나아졌다고 하더라도, 그녀가 다시 어떻게 변할지는 아무도 모르는 일이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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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화에 직접 참여하지는 않을 겁니다. 두 분이 안전하게 이야기를 나누실 수 있도록, 뒤에서 지켜볼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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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서령은 이 정도는 이미 예상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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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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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상황실을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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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설유월이 머무는 방문 앞에 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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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똑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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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히 노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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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월 씨, 면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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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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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끼이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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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이 천천히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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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너머로, 옅은 원피스를 입은 설유월이 서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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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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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이 괜찮아졌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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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도 그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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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그녀는 입술을 굳게 깨물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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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다리도 미세하게 떨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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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유월 또한 큰 용기를 낸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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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의 시선은 나를 지나쳐 내 등 뒤에 서 있는 자신의 어머니에게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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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서령 또한 아무 말 없이 자신의 딸을 바라볼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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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나 지났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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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움직인 것은 이서령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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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천천히 설유월에게로 다가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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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아주 조심스럽게, 설유월의 몸을 자신의 품으로 끌어안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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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가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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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서령의 입술 사이로 작고, 떨리는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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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시점에서 보이는 설유월의 얼굴에는 숨길 수 없는 놀라움이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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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럴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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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유월에게도, 이서령에게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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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은 모녀 사이였지만, 관계를 지탱한 것은 애정 표현과 따스함이 아닌 서늘한 지시와 의무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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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의 관계에서는 단 한 번도 이런 종류의 온기가 존재한 적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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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안하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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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한마디에 설유월이 돌처럼 굳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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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또한 놀란 것은 마찬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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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가 이렇게 사과할 것이라고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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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하나의 행동이 설유월에게는 어떤 것보다 와닿았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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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처럼 굳어 있던 설유월의 어깨가 파르르 떨리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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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훌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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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유월이 코를 살짝 훌쩍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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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을 시작으로 그녀의 눈꺼풀 아래에서 뜨거운 눈물 한 방울이 주르륵하고 흘러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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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 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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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번 터져 나온 울음은, 멈출 줄을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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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어린아이처럼 서럽게 소리 내어 울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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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미의 품에 얼굴을 묻은 채, 그동안 단 한 번도 내뱉지 못했던 모든 슬픔을 토해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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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서령은 그런 딸의 작은 등을 다독여줄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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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의 눈가 또한 붉게 젖어 들어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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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 모든 광경을 조용히 지켜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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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모녀의 길고 추웠던 겨울이 마침내 끝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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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감동적인 모녀의 상봉이 끝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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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속 문 앞에만 서 있을 수는 없었기에, 우리는 거실로 들어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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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두 사람이 서로를 온전히 마주할 수 있도록 조용히, 자리를 비켜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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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들은 거실의 소파에 나란히 앉아, 지금껏 단 한 번도 하지 못했던 진짜 이야기를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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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모녀의 이야기는 아주 길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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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냉장고를 열어, 밀가루와 이스트, 버터 같은 것들을 꺼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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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비는 이 시간에, 나는 빵을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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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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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내 업인 것 같기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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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말해 오늘 같은 경우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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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이렇게 주방에 서서 빵을 굽고 있을 때가 가장 이상적인 상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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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접 개입했다는 것 자체가 상황이 어지럽다는 소리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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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사람의 대화는 몇 시간이고 계속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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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빵을 구우면서 그들의 대화에 귀를 기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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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유월의 무공의 진전이 막혔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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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관 수련을 하며 외로움에 몸서리 친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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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무림맹주가 되지 못했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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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모든 이야기를 듣는 동안 이서령은 단 한 번도 딸의 말을 끊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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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저 안쓰럽고 미안한 표정으로 들어줄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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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랬구나… 그런 일이 있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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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븐에서 구수한 빵 냄새가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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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침, 두 사람의 이야기도 끝나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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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오븐에서 갓 나온 따끈한 빵을 나무 도마에 담아 그녀들에게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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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금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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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눈가가 붉어진 두 사람을 바라보며 부드럽게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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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이 우셨으니, 염분 보충을 해야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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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사람의 입가에 희미한 미소가 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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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빵을 한 조각씩 잘라 두 사람의 앞에 놓아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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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질문을 던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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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두 분은, 어떻게 하실 생각이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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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두 사람 모두에게 던지는 질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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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서령에게는 이제 딸을 어떤 방식으로 대할 것인지에 대한 질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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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설유월에게는 이제 어떤 삶은 살고 싶은지에 대한 질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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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사람은 아무 말 없이, 서로를 바라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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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서령은 설유월 먼저 말하라는 듯, 눈을 마주치며 천천히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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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이 또한 이서령의 답변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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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의 의견을 존중하겠다는 이야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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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유월은 마른 입술을 혀로 살짝 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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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숨을 들이마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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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이… 생각해 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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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의 목소리는 가늘게 떨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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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렸을 적부터… 아주 오래전부터, 늘 마음 한구석에 품어왔던 것이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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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의원님의 손을 잡고 그 거리를 돌아다니면서, 잊고 있었던 그 꿈이 떠올랐던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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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유월은 자신의 가장 깊은 곳에 숨겨두었던 작고 소박한 꿈을 꺼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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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단란하고… 화목한 가정을 꾸리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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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외의 답변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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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나, 상관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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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녀의 흔들리는 푸른 눈동자를 마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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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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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유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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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인 스탠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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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목한 가정을 이루고 싶습니다. 어렸을 적부터 희망해온… 아주, 오랜 꿈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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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합 답변] [만족 적합률 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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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명 이루실 수 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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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합 답변] [만족 적합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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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가 원하는 대로, 함께 화목한 가정을 꾸려나가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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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합 답변] [만족 적합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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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서령의 지아비가 되어 설유월에게 화목한 가정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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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미간을 찌푸린 채, 두 번째와 세 번째 선택지를 머릿속에서 지워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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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은 정해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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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녀의 그 작은 꿈을 온 마음을 다해 인정하고 또 지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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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명 이루실 수 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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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대답에 설유월의 뺨이 아주 희미하게 붉게 물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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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지금까지 듣고만 있던 이서령이, 나직하게 딸의 꿈을 되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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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목한… 가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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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녀에게 시선을 돌려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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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지해 주시는 겁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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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자 이서령은 아주 오랫동안 딸의 얼굴을, 그리고 다시 나의 얼굴을 번갈아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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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마침내 고개를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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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네. 의원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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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아주 작은 목소리로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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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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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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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저 웃는 얼굴로 천천히 고개를 끄덕거릴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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