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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2-14 21:31:57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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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일 이른 아침.
나는 평소보다 이른 시간에 상담실에 나와 있었다.
케이크를 만들어야 했기 때문이다.
동이 트기 전의 푸른 새벽빛이 조용한 상담실의 창문으로 스며든다.
- 달그락.
내가 조심스럽게 그릇을 옮기는 소리만이 고요한 공간을 채웠다.
“굽고 나서….”
나는 오븐의 예열 상태를 확인하며 나란히 놓인 두 개의 사각 케이크 틀을 바라보았다.
처음 계획과는 다르게, 두 개의 케이크를 굽고 있었다. 둘 다 크기가 크지는 않지만 오븐을 가득 채우기에는 충분했다.
하나는 루나의 용기에 대한 보상으로 준비한, 달콤한 딸기 케이크.
그리고 다른 하나는… 어제까지만 해도 전혀 계획에 없었던 부드러운 바닐라 케이크.
어제 보육원에서 보았던 엘리스의 모습이, 자꾸만 눈앞에 아른거렸다.
묘한 동질감이 느껴지기도 했다.
그래서일까.
그녀에게도 작은 위로를 건네고 싶다는, 그런 마음이 들었다.
하나 더 만드는 건,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니까.
나는 두 개의 케이크 반죽을 오븐에 조심스럽게 밀어 넣었다.
곧, 달콤한 향기가 상담실 안을 가득 채우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고요함을 깬 것은, 문에 달린 작은 종이 경쾌하게 울리는 소리였다.
- 딸랑.
‘이 시간에?
오전 6시도 되기 전이었다.
나는 의아함을 품고 주방에서 나와 현관 쪽을 확인했다.
그리고 현관 앞에 서 있는 대상을 보고 반가움과 놀라움이 뒤섞인 미소를 지을 수밖에 없었다.
칠흑같이 검은 무복 차림의 천마, 자화연이 동이 트기 시작하는 새벽빛을 등지고 문 앞에 소리 없이 서 있었다.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예의를 갖춰 그녀를 맞이했다.
“오랜만입니다, 천마님. 이 시간에 여기까지는 어인 일로 오셨습니까?”
웃으며 말했다.
“……흥.”
그러나 나의 인사에도 자화연은 코웃음인지 대답인지 모를 흥 소리만 낼 뿐, 아무런 말이 없었다.
그녀는 평소와 달리 나를 정면으로 보지도 않고 나를 힐끗거리며 안으로 들어왔다.
그러고는 자신이 보낸 그 거대한 흑옥 테이블의 앞 의자에 토라진 아이처럼, 털썩 앉아버렸다.
자화연의 뺨이, 아주 살짝… 뾰로통하게 부풀어 있었다.
우리 지존님이 왜 토라지셨을까.
나는 속으로 웃으며 그녀의 상태를 확인하기 위해 능력을 활성화했다.
[자화연]
[메인 스탠스]
[엊그제, 당신을 보기 위해 예고 없이 이곳을 방문했으나 당신이 자리를 비운 것에 대해, 크게 실망하고 속상했습니다. 삐져있는 상태입니다.]
“…….”
에고.
엊그제 왔었구나.
하긴, 내가 언제든지 오라고 했었으니까.
왕진 때문에 자리를 비운 것은 어쩔 수 없었지만, 내 말만 철석같이 믿고 찾아온 그녀의 입장에서는 충분히 토라질 만도 했다.
뭐, 그러나 천마 자화연을 달래기 위한 방법은, 굳이 시스템의 적합 답변을 보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나는 즉시, 부엌으로 가 우유 거품을 풍성하게 올린 달콤한 라떼를 가장 예쁜 찻잔에 담아 내왔다.
“죄송합니다, 천마님. 제가 엊그제 중요한 용무로 자리를 비웠습니다.”
나는 웃는 낯으로, 그녀 앞의 거대한 흑옥 테이블에 조심스럽게 라떼를 내려놓았다.
“우선 차입니다.”
그리고, 나는 내 상담용 책상으로 가 가장 깊숙한 서랍을 열었다.
거대한 크기와 위엄이 깃든 그것.
내담자들이 위화감을 느낄까 싶어 평소에는 치워두었던, 그녀의 선물을 꺼내기 위해서였다.
- 번쩍.
흑옥으로 만들어진 거대한 명패가 상담실의 조명을 받아 그 위에 새겨진 금빛 글씨를 밝게 빛냈다.
나는 그 명패를 보물이라도 다루듯 양손으로 소중하게 들어, 책상 위에 올려두었다.
“제게는 너무나도 과분하고 소중한 명패이기에, 혹여나 먼지라도 탈까 퇴근 전에는 늘 이 금고 같은 서랍에 고이 모셔두고 갑니다.”
그리고 세상에서 가장 자랑스러운 표정을 지어 보였다.
“그리고 내담자분들이 오실 때가 되면, 지존께서 내려주신 이 영광을 이렇게 자랑스럽게 꺼내놓는 편입니다.”
‘천마님의 선물이 너무 마음에 들어, 상전 모시듯이 하고 있습니다.’라는 소리다.
내 선의의 거짓말에 뾰로통하게 닫혀 있던 자화연의 붉은 입술이 움찔, 하고 경련했다.
그녀는 어떻게든 올라가려는 입꼬리를 필사적으로 꾹 누르고 있는 듯한 느낌이었다.
쌀쌀했던 그녀의 눈빛도, 어느새 살짝 누그러져 있었다.
“흥.”
그녀는 애써 헛기침을 하며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아이처럼 아주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 알겠다. 이번 한 번만 그대를 용서해 주겠다.”
그녀는 그렇게 말하며, 내가 내온 따뜻한 라떼 잔을 집어 들었다.
그거 마시면 끝인데.
나는 속으로 미소 지었다. 아니나 다를까.
- 홀짝.
자화연은 라떼를, 자신의 붉은 입술 사이로 가져가 작게 한 모금 넘겼다.
그리고 그녀가 필사적으로 유지하던 뾰로통한 표정이, 완전히 무너져 내렸다.
자화연의 눈이 동그랗게 커졌다.
그녀의 윗입술에는 하얀 우유 거품이 귀엽게 묻어있었다.
나는 자화연의 기분이 완전히 풀어진 것을 확인하고, 본론을 꺼냈다.
“그런데 혹시 무슨 심려라도 있으신 겁니까? 이 시각에 이곳까지 직접 걸음하신 것을 보면, 필시 중요한 용무가 있으실 터인데.”
내 질문에 자화연의 행복했던 표정이 멍하게 굳었다.
그녀는 라떼 잔을 입으로 가져간 채 당황한 눈으로 나를 바라봤다.
“용무? 용무라….”
그녀는 필사적으로 이 방문에 대한 그럴싸한 명분을 찾아내려는 듯, 시선을 피하며 우물쭈물했다.
나는 그녀의 그런 모습을 부드러운 미소로 바라볼 뿐이었다.
‘아, 별거 없구나.
[자화연]
[메인 스탠스]
[진짜 별거 없습니다.]
실제로도 그런 듯했다.
그래도 괜찮다. 원래 상담사는, 내담자의 방문이 겉보기에 이유가 없어 보여도 의미가 있다고 보는 게 기본자세이니까.
'이런 문제가 있어서 왔어요.'라고, 명확히 말하지 않아도 괜찮다.
상담사를 계속해서 찾아오는 것.
그것만으로도, 그녀의 내면 어딘가에 아직 해결되지 않은 정서적 결핍이 있다는 소리일 수도 있다.
그러다, 정말로 마땅히 말할 것이 생각난 듯.
“!”
자화연이 손바닥으로 자신의 주먹을 탁, 쳤다.
그녀는 한 모금 더 홀짝, 삼키더니 신나게 입을 열었다.
“요즘, 정파 놈들의 자세가 심상치가 않구나.”
그녀의 목소리가 군주 다운 서늘한 목소리로 바뀌었다.
“참… 이 세계에 오기 전까지의 무림맹주는 그래도 말이 통하는 상대였는데 말이지. 다시 그 고지식하고 꽉 막힌 노괴(老怪)로 돌아왔을 줄이야….”
노괴…?
나는 그녀가 말하는 그 단어에 순간 고개를 갸웃했다.
내가 알고 있는 무림 맹주의 이미지와는 너무나도 다른 묘사였으니까.
그녀는 이곳 지구에서는 그 무력보다도 오히려 다른 것으로 더 유명했다. 아름다운 외모로.
모 갤러리를 보다가 발견했던 글귀가 하나 떠오른다.
[창천맹주 젖탱이가 세상을 구한다]
“…….”
정말 이유는 알 수 없었지만, 지금 자화연을 바라보는 건 불경한 짓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길어지는 내 침묵을 자화연은 다른 의미로 해석한 모양이었다.
“… 무엇이지? 왜 대답을 하지 않는 게냐.”
그녀의 목소리에 미세한 노기가 섞여들기 시작했다.
“의원, 설마 네놈마저도 그 노괴가, 절세 가인에 탐스럽다고 생각….”
아.
제발.
나는 헌터 갤러리가 싫다.
그러던 바로 그때였다.
- 위이이이이이이이이잉!
고막을 찢을 듯한, 거대한 사이렌 소리가 도시를 뒤흔들었다.
“…!”
이건 단순한 화재 경보나 훈련 따위가 아니다.
이 세계를 살아가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그 의미를 알고 있는.
마력 재난 경보.
고등급의 게이트가 열리거나… 혹은 새로운 전이가 발생했다는 신호.
그리고 이 사이렌이 이렇게나 가깝게 들린다는 것은 그 재난이 근처에서 일어났다는 뜻이었다.
- 띠리리링!
그때, 내 스마트폰이 진동했다.
나는 재빠르게 연락을 받았다.
연락이 도착한 곳은 헌터 협회였다.
“유선우입니다.”
수화기 너머로 다급한 직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 상담사님. 전이입니다. 규정된 세계인 중원에서 넘어온 이방인입니다.
나는 창밖을 내다보았다.
막 잠에서 깨어나기 시작한 도시의 풍경이 혼란에 빠져 있었다.
- 초기 파동 측정 결과… 측정치 S급 이상. 지금 바로… 현장으로 출동 준비를 해주셔야…겠습니다.
“그래야죠.”
나는 담담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그래.
언젠가는 해야 할 일이었다.
이것이 헌터 정신상담사라는 직업이 만들어진 큰 이유 중 하나였으니까.
- 알겠습니다! 그리고 현재 왕진을 담당하고 있는 유니온 길드에서, 즉시 출동 대기 헌터들로 상담사님의 경호를…
한 주에 왕진 길드가 정해지면, 그 길드가 해당 주간에 발생하는 모든 비상사태에서 상담사를 책임지는 구조다.
그리고 현 왕진 주간은 유니온.
즉, 유니온 길드가 나의 경호를 맡게 된다는 뜻이었다.
유니온 정도면 믿고 맡길 수 있다.
전화는 그렇게 끊었다.
휴대폰으로 방금 전송된 현장의 좌표를 확인했다.
그렇게… 멀지는 않았다.
나는 이 갑작스러운 상황을 설명하기 위해 고개를 들었다.
“천마님.”
그러나 나는 바로 말을 멈췄다.
“어…?”
자화연은… 이미 사라진 후였다.
***
금요일 이른 아침.
오늘은 유니온 길드의 마지막 왕진 날이었다.
루나는 토끼굴에서의 단장도 평소보다 오랜 시간을 들였다.
선생님을 만나는 것일 뿐인데 그럴 이유가…?
이유는, 그녀 자신도 아직은 잘 몰랐다. 그냥 그러고 싶었다.
오전 일찍부터 루나는 헌터 전용 라운지의 가장 안쪽 소파에 앉아 그를 기다렸다.
그녀는 애써 TV에 시선을 고정한 채 무심한 척했지만.
문이 열리는 아주 작은 소리 하나하나에 반응하고 있었다.
그때였다.
“응?”
길고 지루했던 지방 출장을 막 마치고 라운지로 복귀한, 여우 수인.
릴리는 자신의 코끝을 스치는 아주 기묘한 향기에, 고개를 갸웃했다.
아주 오랜만에 맡아보는… 본능 발현기의 향기였다.
이제 막 피어나기 시작한 꽃처럼 달콤하지만 동시에, 제어하지 못해 사방으로 뿜어져 나오는 미숙하고도 강렬한 암컷의 페로몬.
‘어머… 누구야? 길드에 이런 귀여운 애가 있었나?
릴리는 장난기 넘치는 미소를 지으며, 그 향의 발원지를 찾아 여우처럼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향기는, 놀랍게도 라운지의 가장 구석진 곳 한 마리의 하얀 토끼에게서 흘러나오고 있었다.
“… 으잉…?”
릴리는 믿을 수 없다는 듯 눈을 동그랗게 떴다.
“루나라고…?”
착하지만 고지식하고 순수하다 못해, 놀리는 재미조차 없는 그 토끼?
엘리스도 아니고, 루나한테서 이런 아찔한 향이 난다고?
믿을 수가 없는 일이었다.
릴리의 눈동자가 반짝이기 시작했다.
“루나~”
그녀는 매혹적인 미소를 지으며, 루나의 옆자리에 아주 자연스럽게 털썩 앉았다.
“릴리? 오랜만이에요. 출장은 잘 다녀왔어요?”
“응, 그건 그렇고. 혹시… 루나.”
릴리는 그런 루나의 뺨을 손가락으로 부드럽게 쓰다듬으며 취조 아닌 취조를 시작했다.
루나의 얼굴을 빤히 들여다보며, 가늘게 휘어지는 눈웃음과 함께 물었다.
“혹시… 수컷 생겼어?”
“네?! 아, 아니요…!”
루나는, 얼굴을 새빨갛게 붉히며 필사적으로 고개를 저었다.
그녀의 그 격한 부정에 릴리는 더욱 확신에 찬 미소를 지을 뿐이었다.
“그래? 그럼 뭔데? 우리 하얀 토끼한테서 왜 달콤한 냄새가 진동을 하지?”
“그, 그냥…! 요즘 잘 쉬어서 그런 거 아닐까요…?”
루나의 서툰 변명에, 릴리는 마침내 참지 못하고 까르르, 웃음을 터뜨렸다.
“그런가아~? 그럼 오늘도 푹 쉬겠네. 상담도 취소됐고. 그렇다고 비번이 풀린 것도 아니잖아?”
그러나 그 말에 루나의 표정이 순식간에 굳었다.
방금 전까지 붉게 물들어 있던 뺨이 차갑게 식어버렸다.
“네…? 무슨… 소리예요? 상담이, 취소됐다니….”
이번에는 릴리가 눈을 동그랗게 뜨며 말했다.
“응? 못 들었어? 오늘 아침에 전이 터졌잖아. 그래서 그 상담사도 바로 현장으로 갔다던데?”
릴리는 덧붙였다.
- 벌떡!
루나는 그 말을 듣자마자 자리에서 용수철처럼 튀어 올랐다.
“그럼 제가…!”
왕진 중인 길드에서는 상담사에 대한 모든 신변을 책임진다.
그렇다면 S급 헌터인 자신이 ‘직접’ 선생님의 경호를 서는 것이 맞았다.
“응? 아니야~ 루나는 오늘 비번이잖아. 걱정 마. 이미… 엘리스가 갔을걸?”
그러나 그녀의 그 결의에 찬 말은 릴리의 하품 섞인 말에 가볍게 잘려버렸다.
“…… 엘리스요?”
그 이름 하나에 방금 전까지 타오르던 루나의 의지가 재가 되어 흩어졌다.
그녀의 얼굴에서 모든 표정이 서서히 지워져갔다.
오늘은… 상담이 없다.
선생님을 볼 수 없다.
그렇다면 비번 같은 건 의미가 딱히 없다.
선생님은 종족을 혐오하던 그녀의 눈을 뜨게 해 주었고.
평생을 짊어진 상처를 마주할 용기를 주었다.
루나의 눈동자가 서서히 붉어지기 시작했다.
다만 선생님은, 무력적으로는 자신에 비해서는 한없이 연약해 보였다.
그렇다면, 만약 그런 선생님에게 무력적인 위기가 닥친다면.
위기에서 그를 지키고, 힘이 되어주어야 하는 사람 또한, 그에게서 가장 많은 도움을 받은… 그녀. 루나여야만 했다.
그게, 마땅한 이치이자.
루나가 가지고 있을 권리였다.
그런데 왜?
왜….
엘리스가?
“…….”
루나는··· 초조함에 휩싸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