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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2-14 21:31:57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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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른한 주말의 저녁.

“흐으… 흐….”

진세아는 자신의 펜트하우스 거실, 거대한 통유리로 서울의 야경이 한눈에 들어오는 푹신한 소파에 몸을 묻고 있었다.

방금 막 격렬한 운동을 마친 참이다.

기분 좋은 근육통과 함께, 솜털에 맺힌 땀이 식으며 서늘한 쾌감이 전신을 감쌌다.

그때였다.

아무도 없는 허공에서, 익숙하면서도… 조금 다른 시선이 느껴진다.

그녀는 그 시선의 주인이 누구인지 즉시 알아챘다.

  • 파지지지직!

“앗… 깜짝 놀랐네.”

그녀의 눈앞, 허공에 반투명한 시스템 창이 드러났다.

알아볼 수 없는 문자와 기호들이 노이즈와 함께 발광하고 있었다.

[진■■] [■I■NED?]

[현재 ■태: 전■적 ■성■ ?…?…]

[메■ ■탠■ : ■■■ ■■■ ■■]

[???!?!!?!????]

“휴….”

상시 방어를 켜놓길 잘했다.

시스템은 그녀의 내면을 그대로 투영하며 필사적으로 점멸했다.

진세아는 공중에 떠 있는 시스템 창으로 부드럽게 손을 뻗었다.

그녀의 손길을 감지한 시스템은 필사적으로 빛을 터뜨리며 저항했다.

그러나 아쉽게도 상대는 고작 저항으로 무언가를 할 수 있는 대상은 아니었다.

진세아는 놀라움을 느꼈다.

“선우 어빌리티 각성했어?”

그녀는 자신의 머리 위에서 속박당한 채 버둥거리는 시스템을 보며, 장난기가 어린 미소를 지었다.

이걸 그대로 보여줄 수는 없지.

이번에는 조금, 다르게 가볼까.

그녀는 허공을 가볍게 움켜쥐었다.

그 순간, 시스템 창이 종잇장처럼 우그러들기 시작했다.

  • 으저저적… 저적….

진세아의 하얀 손끝에서 피어난 고압의 마력 전류가, 시스템을 강제로 해체하고 데이터를 강제로 재조립했다.

깨져 있던 문자들을 하나씩 떼어내 예쁘게 배열하고, 순수하고 무해한 문장들을 새겨 넣는다.

[진세아] [PINNED]

[현재 상태: 휴식 중! 심리적으로 완전 평안, 극도로 안전하며 절대 무해한 상태!]

[메인 스탠스: 주말이 가는 것이 싫음!]

그녀가 만들어낸 완벽한 거짓 정보.

그것이 화면에 떠오르는 순간, 시스템이 비명을 지르기 시작했다.

[!! 경고: 본 시스템은 모든 정보 조작 행위를 엄중히 규탄합니다 !!]

[!! 경고: 본 시스템은 모든 위해 행위를 멈출 것을 강하게 요청합니다 !!]

시스템 창 전체가 새빨갛게 물들며, 필사적으로 경고 메시지를 뿜어냈다.

진세아는 그 경고를 향해 아이처럼 고개를 저었다.

“으응… 그건 싫어.”

그녀는 자신의 양 볼을 두 손으로 감쌌다.

방금 저지른 행위와는 어울리지 않게, 얼굴이 사과처럼 새빨갛게 달아올랐다.

“너무 부끄럽단 말이야….”

자신의 속내를 그에게 들킬 뻔했다는 생각만으로도, 심장이 간질거리고 두근두근 뛴다.

그러다 느껴지던 기시감이 사라졌다. 그가 능력 사용을 멈춘 것이다.

그녀는 소파에서 일어나, 거대한 통유리 앞으로 다가섰다.

아득하게 펼쳐진 반짝이는 서울의 야경.

그녀의 금빛 눈동자는 오직 한곳만을 향했다.

유독 선명하게 보이는 검은 오피스텔 건물.

“…….”

저곳은 진세아가 유선우에게 추천해 준 집이었다.

‘보안이 철저하고 상담소랑도 가까우니 좋아. 라고.

물론 진짜 이유는 이거였다.

그때, 창가의 불빛이 툭하고 꺼졌다.

그의 하루가 끝났으니, 이제 그녀의 하루도 끝낼 시간이었다.

“잘 자.”

진세아는 건물을 바라보며 나직하게 속삭였다.

그리고, 그녀도 방의 불을 껐다.


월요일의 이른 아침.

도시가 막 잠에서 깨어나는 시각.

새벽의 공기가 창문을 통해 상담실로 들어온다.

나는 프린트에서 출력한 A4 용지 한 장을 집어 들었다.

아직 온기가 남아있다.

[금일 상담소는 오후부터 진료합니다. 방문에 착오 없으시길 바랍니다.]

나는 유리문에 그것을 반듯하게 붙였다.

오늘 오전 상담은 없다.

아침부터 바로 유니온 길드로 향하기로 했거든.

내 첫 번째 왕진.

본격적으로 찾아가는 상담사의 시작이었다.

유니온 길드.

이방인 연합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온갖 규정된 세계에서 넘어온 이방인들의 요람 같은 곳이다.

창천맹도 마교에도 속하지 않은 중원의 무인, 제국의 기사, 심지어 수인까지.

각기 다른 상식을 가진 이들을 상대해야 한다.

아마… 길드의 인구 분포상 가장 비율이 높은 건 역시 제국일 것이다.

나는 조용히 눈을 감고 어빌리티를 활성화했다.

[루나] [PINNED]

[현재 상태: 출근 준비 중, 그래도 오늘은 임무가 없어서 다행….]

[메인 스탠스: 출근 시러. 시러. 시러!!!]

겉으로는 성실하게 일어난 사회인의 모습이지만, 속마음은 월요일 아침을 맞는 어린애와 다를 바 없었다.

오늘 임무가 없는 이유는 상담 때문일 거고.

나는 짐을 챙겨 자리에서 일어났다.


월요일 아침의 길드의 라운지란, 루나에게 있어선 강한 소음과 짜증남이 가득한 공간일 뿐이다.

헌터들을 위해 제공되는 값비싼 원두는 쓴 물일 뿐이며.

인체공학적이라는 소파는 허리를 불편하게 찌른다.

길드의 대표 이방인 헌터이자, 길드의 얼굴.

루나.

그녀는 만성적인 두통에 관자놀이를 지그시 누르며, 맞은편에 앉은 길드의 관계자, 최수호를 노려봤다.

“무슨… 상담이요?”

“정신 상담.”

최수호의 건조한 대답에, 루나의 미간이 한층 더 깊게 구겨졌다.

“싫어요.”

“나도 싫어…. 근데 길드장님 직속 명령이래.”

최수호는 피곤하다는 듯 마른세수를 했다.

오늘 간만에 계획된 임무가 없기에 안심했었다.

그런데 대체 무슨 상담?

어쩐지 라운지에 길드의 문제아들만 앉혀놨더라.

유니온 길드는 명확한 판단을 내린 것이다.

루나처럼 상담을 교묘하게 피해 가는 이들을 골라내기 위해, 일부러 당일 아침에 통보하는 방식을 택했다.

게다가.

“헌터 전문 상담사란다. 우리 길드에 제일 처음으로 와주는 거래.”

그 말을 듣는 순간, 루나의 붉은 눈동자가 지진이라도 난 듯 흔들렸다.

헌터 전문 상담사.

그 사람이라고?

알고 있었다. 일주일 전, 그녀는 이미 그를 찾아갔었으니까.

그 전날은 유독 모든 것이 최악이었다.

그래서 루나는 연차를 쓰고, 소문으로만 듣던 그의 상담소를 찾아갔다.

일단 한 번 들어나 보고, 만약 좋으면… 그녀도 한 번 받아볼까 해서.

​그리고 가장 깊숙한 구석 자리에 앉아, 클로킹을 펼쳤다.

그녀의 뛰어난 청력은 상담실의 모든 소리를 빨아들였다.

다른 헌터들의 고민, 그리고 그에 대한 상담사의 대답.

그의 방식은 상당히 효과적이었다. 어쩌면 정말로 도움이 될지도 모른다는 작은 희망이 싹텄다.

그래서, 조용히 듣고 나가려던 참이었다. 바로 그 순간.

[클로킹이 강제 해제됩니다!]

‘뭐라고?

자신을 감싸고 있던 은신의 장막이 강제로 찢겼다.

그리고 의사 가운을 두른 남자가 자신을 똑바로 바라보고 있었다.

“혹시… 환자분?”

그대로 들켰다.

이렇다 할 마력도 느껴지지 않는 평범한 상담사에게.

결국 그녀는 비명도 지르지 못한 채, 그대로 도망쳤다.

너무 창피해서.

그리고 상담은 포기했었다.

그런데.

그 남자가, 이곳으로 직접 찾아온다.

“아아아아아…….”

루나는 양손으로 눈을 가리며 몸을 뒤로 젖혔다.

그러자 눈앞의 최수호가 그녀를 진정시켰다.

“진정해. 분명 좋은 상담사일 거야.”

안다. 나도 안다고.

그의 실력은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헌터의 트라우마를 몇 마디로 진정시키고, 박수가 나올만한 기가 막힌 해결책을 제시하더라.

근데. 아는데.

“아…….”

그 모든 것을 알기에, 더 가기가 싫었다.

애초에 그녀가 처한 이 상황은… 해결될 수 있는 것이 아니었으니까.

따라서 해결될 것이라는 기대감보다는.

자신의 클로킹을 강제 해제한 그를 맞이할 창피함이 더 클 뿐이었다.

그녀의 출신지, ‘제국’에서 펼친 마법이 강제 해제 당했다는 것은··· 그런 뜻이니까.

“루나님!”

그때, 라운지에 누군가가 들어왔다.

길드 매니저였다.

“가실까요?”

모든 퇴로가 막혔음을 깨달은 루나는, 마침내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녀는… 상담실로 질질 끌려갔다.


유니온 길드에서 나를 위해 마련해 준 상담실은 꽤나 쾌적했다.

그러나 그와 반대로 내 맞은편에 앉은 유니온 길드의 인사팀장은 다크서클이 턱밑까지 내려와 있다.

상담이 필요한 건 이 사람이 아닐까.

“뭐… 뭐 이렇게 많아요?”

그러나 나는 유니온의 명단을 받아들고 놀랄 수밖에 없었다.

화면에는 스무 명이 넘는 헌터들의 프로필이 빼곡하게 채워져 있다.

첫 왕진이다 보니 협회와는 분명 양보다는 질에 집중하기로 합의했었다.

따라서 길드에서 반드시 원하는 이들만 선별하기로 했는데….

유니온은 예상보다 훨씬 많은 인원을 제시했다.

  • 쾅!

“부탁드립니다, 상담사님….”

눈앞에서 매니저가 머리를 박았다.

이쪽도 이쪽 나름대로 사정이 있는 듯했다.

헌터 관리가 쉽지는 않아 보인다.

나는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조용히 고개를 끄덕거렸다.

상담소는 오후에도 오픈하지 못할 것 같다.

헌터들의 명단을 쭉 내리다.

한 명을 발견했다.

“이분부터 시작할까요.”

내가 가리킨 이름을 보자.

매니저의 표정이 밝아졌다.

[루나]

“넵. 바로 모시겠습니다….”

팀장은 환한 얼굴로, 황급히 상담실을 뛰쳐나갔다

그의 뒷모습에서, 루나라는 이름이 이 길드에서 얼마나 다루기 힘든 존재인지 짐작할 수 있었다.

그리고 얼마나 지났을까.

  • 끼이익….

마침내, 문이 아주 느리게 열렸다.

문틈으로, 한 여인이 모습을 드러낸다.

백발의 미인.

루나는 문 앞에서 그대로 멈춰섰다.

다가오지도, 나가지도 못한 채.

벽에 가로막힌 것처럼.

나는 그녀의 그 모든 경계심을 온몸으로 받으면서도 부드러운 미소를 지우지 않았다.

저번 주, 그녀는 클로킹이 벗겨진 채 당황하며, 나를 마주치자마자 도망쳤다.

그렇다면 내가 지금 취해야할 태도는 단순하다.

“처음 뵙겠습니다.”

그녀의 기억. 그 모든 것을, 내가 먼저 지워주기로 했다.

지난 일을 없는 것으로 하겠다.

너와 나는 오늘 처음 만났으며, 나는 너의 그 부끄러운 과거를 전혀 모른다.

아예 그녀의 관계를 새로 시작해, 루나의 심리적 저항을 지워버리고자 했다.

그러자 그녀의 눈에 이채가 돌았다.

루나의 굳게 닫혀 있던 입술이, 아주 작게, 간신히 열렸다.

“아··· 네… 안녕하세요···.”

그녀는 기계처럼 삐걱거리며 고개를 한번 끄덕거렸다.

그리고는 여전히 경계를 풀지 않은 채, 의자 끝에 위태롭게 걸터앉았다.

좋다.

시작 자체는 나쁘지 않다.

최소한 대화가 가능한 테이블 위에는 올려놓았다.

이제, 확인할 차례다.

그녀의 문제는… 뭘까.

나는 그녀의 붉은 눈동자를 마주 보며, 조용히 능력을 사용했다.

[루나]

[메인 스탠스]

[제국의 일원, 수인(獸人)의 일원. 그 정체성 사이에서 위태롭게 서 있습니다.]

[적합 답변] [만족 적합률 90%]

[그녀의 정체성을 찾아주십시오.]

나는 시스템이 제시한 문장을 읽고, 의문이 생겼다.

수인?

무슨 수인….

내 앞에 있는 그녀는 누가 봐도 인간이었다.

동물의 무언가는 전혀 존재하지 않았다.

바로 그때였다.

[경고: 인식 저하(B급)이 당신의 시야를 교란합니다.]

저번 주에 봤던 메시지가 또 떠올랐다.

그러나 그녀는 지금 투명한 상태가 아니다.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내 능력은 자동으로 작동했다.

[상태 이상: 인식 저하 (카모플라주)에 저항합니다. 강제 해제를 시도합니다.]

[카모플라주(B) 강제 해제 성공.]

뭘 해제했다는 거야.

세상은 똑같아 보였다.

나는 의아함에 시선을 돌리다… 문득, 내 눈동자가 멈췄다.

“…….”

내 시선이, 자연스럽게 그녀의 머리 위에 고정됐다.

루나는 내 눈빛이 향하는 곳이 이상하다는 것을 깨닫고 의문스러운 표정으로 똑같이 위를 바라봤다.

그녀의 머리 위.

백발 사이에서, 길고 하얀색의 한 쌍의 무언가가 솟아나 있었다.

안쪽으로는 옅은 분홍빛이 비치는, 솜털로 뒤덮인, 탐스러운 귀.

그러니까.

토끼 귀가.

그녀도 발견했는지 양쪽의 귀가 파르르, 하며 떨렸다.

루나는, 천천히 자신의 머리 위로 손을 가져갔다.

그리고 손끝에, 익숙하겠지만 지금 이 순간만큼은 있어서는 안 될 부드러운 감촉이 닿는 순간.

그녀의 눈이, 미친 듯이 떨렸다.

“어? 어, 어?! 이게 왜?”

루나는 거의 비명을 지르며, 필사적으로 자신의 귀를 두 손으로 감쌌다.

“안 돼! 보면 안 돼요!!”

그러나, 그녀의 작은 손바닥으로 그 길고 큰 귀가 가려질 리는 만무했다.

‘아.

나는 속으로 무언가 잘못됐음을 느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