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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이라는 단어가, 의미를 잃은 시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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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는 몇 분 전쯤 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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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몇 건물들의 빛이 하나둘 꺼져가고 있었다.
 
나는 홀로 상담실에 남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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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은 서류작업과 다음 주부터 시작될 유니온 길드 방문 건을 정리하기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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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엄청나게 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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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밖으로 비가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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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후두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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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보다, 많이.
 
아주 많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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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는 알 수 없었다.
 
날씨라는 게 원래 그렇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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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나 예상 밖으로, 예고 없이 찾아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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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텅 빈 상담실에 홀로 앉아 그저 빗소리를 듣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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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그날 밤 예상 밖에서 예고 없이 찾아오는 것은… 비 뿐만은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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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끼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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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담실 바깥, 대기실의 문이 조심스럽게 열렸다.
 
원래는 닫아 놨겠지만 오늘은 열어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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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예상하고 있었다 봐야 할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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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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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자리에서 천천히 일어났다.
 
그리고 조심스럽게 상담실의 문이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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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가운 밤공기가 밀려 들어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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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을 다 꺼둔 로비.
 
그 어둠 가운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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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에 흠뻑 젖은 인영 하나가 서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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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번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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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밖에서 번개가 쳤다.
 
찰나의 섬광이 어둠 속에 서 있는 그녀의 모습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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흠뻑 젖어, 얼굴에 달라붙은 검은빛 머리카락.
 
초점을 잃은 채 비어있는 검은색 눈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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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화연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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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찾아올 것이라 예상했던 바로 그 얼굴을 하고서.
 
나는 조심스럽게 그녀를 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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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마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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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화연]
 
[메인 스탠스]
 
[정신적으로 상당히 위태로운 상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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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합 답변] [만족 적합률 90%]
 
[최대한 편안한 환경을 제공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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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안한 환경이라….
 
어렵지는 않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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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목소리에 텅 비어있던 그녀의 눈동자가 아주 느리게 초점을 맞추기 시작했다.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그녀에게로 다가가 비에 잔뜩 젖은 차가운 팔을 부드럽게 붙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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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이렇다 할 저항 없이 실이 끊긴 인형처럼 나의 이끌림에 순순히 몸을 맡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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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녀를 푹신한 의자에 조심스럽게 앉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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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내 움직임은 연속적으로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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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먼저, 리모컨을 들어 상담실의 히터를 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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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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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계음과 함께, 눅눅하고 차가운 공기 속으로 온기가 퍼져나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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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으로, 내가 입고 있던, 두툼하고 하얀 의사 가운을 벗었다.
 
그리고 흠뻑 젖어 가늘게 떨리는 자화연의 어깨 위로 덮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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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체온이 남아있는 두툼하고 마른 옷의 감촉에 처음으로 그녀의 어깨가 움찔하며 반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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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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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곧장 상담실 구석의 작은 부엌으로 향했다.
 
작은 오븐에, 아까 구워두었던 브라우니를 넣어 온기가 돌 정도로만 살짝 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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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고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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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상태의 그녀에게, 카페인이 든 홍차는 오히려 독이 될 수도 있다.
 
잠을 푹 자야 하니까. 필요한 건 각성이 아닌 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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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작은 워머에 우유를 붓고 꿀을 한 숟갈 넣어 천천히 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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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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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우니가 다 데워졌음을 알리는 오븐의 경쾌한 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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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렇게 만들어진 것들을 그녀 앞의 테이블에 조용히 내려놓았다.
 
따뜻하게 데워진 브라우니와 김이 피어오르는 꿀을 넣은 우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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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빠르지만 소란스럽지 않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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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녀를 위해 완벽하게 안전하고, 따뜻하며 달콤한 작은 쉼터를 지었다.
 
잠시 모든 것을 잊게 될 그런 쉼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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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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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맞은편에 앉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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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그녀가 입을 열 차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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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화연]
 
[메인 스탠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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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서부터 말을 꺼낼지에 대해… 고민을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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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합 답변][만족 답변률 90%]
 
[천천히, 입을 열 때 까지 기다려 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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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다리는 것은 어렵지 않다.
 
상담사의 기본적인 덕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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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분이 지났을까.
 
그녀의 옷에 젖어있던 물방울이, 히터의 온기에 하나둘씩 마르기 시작할 때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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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화연의 입이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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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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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대답하지 않고 그녀의 눈을 마주 봤다.
 
그녀의 눈동자는 떨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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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네가 옳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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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의 목소리는, 공허하게 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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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화연의 말이 계속되게끔, 나는 차분히 기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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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전부 잘 해결되었다고 생각했다. 좌호법은… 내게 있어 그저 단순한 신하는 아니었다. 어릴 적부터 믿고 따르던 숙부와도 같은 존재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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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의 목소리가 미세하게 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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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나는 믿고 싶었다. 권력욕에 한순간에 눈이 먼 것일 뿐이라고. 모든 것을 바로 잡고 훈계하면 전부 원래대로 돌아올 것이라. 예전의 그 충직했던 모습으로 돌아올 것이라. 그렇게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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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고개를 떨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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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아니었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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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화연은 자신의 가느다란 손을 내려다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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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마지막 눈을 보았다. 연민이나 후회 따위는 없었다. 오직 실패한 자의 분노와 나를 향한 증오만이 가득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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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아무런 표정의 변화 없이, 그저 그녀의 말을 들었다.
 
그녀가, 아주 작은··· 거의 기어들어 가는 목소리로 속삭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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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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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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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죽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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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호법을, 내 손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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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녀의 그 담담한 고백을 아무런 표정의 변화 없이 그저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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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받기보다는 두려움의 대상이 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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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그녀에게 말해주었던, 군주론의 이야기다.
 
사실, 그 책의 본래 의미는 그게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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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과 두려움을 모두 얻는 것이 최선이지만, 만약 둘 중 하나를 포기해야 한다면, 사랑보다는 두려움을 택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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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그녀에게 던진 조언의 전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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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그녀의 곁에 올바른 신하들과 충신들이 있었다면 이뤄낼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녀의 곁에 있었던 건 옥좌를 탐하는 늙은 호랑이였고, 그녀를 따르는 것은 맹목적인 복수심에 불타는 광신도들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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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이 도움이 될 때도 있었겠지만, 지금은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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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타의로 인해 사랑받는 군주가 될 수 없게 된 자화연은… 마침내 내 조언을 기꺼이 받아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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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그녀는 두려움을 받는 군주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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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만든 것도 아니다.
 
그녀가 된 것도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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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어진 환경에서 그녀는 최선의 선택을 했을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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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가 나직하게 입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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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혀지지가 않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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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이 말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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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입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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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보던 그들의 눈빛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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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천천히 고개를 들어, 나와 눈을 맞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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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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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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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도, 내가 두렵느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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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질문으로 그녀가 얼마나 몰려 있었는지 알 수 있었다.
 
꽤나 절박한 질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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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마, 약육강식, 강자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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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 쉬듯 당연하게 여겼을, 천마신교의 법칙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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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화연도 어릴 적부터 그곳에서 자랐으니 이해하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해하는 것과 직접 그렇게 되는 것과는 천지 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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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동시에 어린 여성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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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에게 공포의 대상이 되는 것은 쉬운 일은 아니다.
 
다만 익숙해질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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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분명 그녀를 지지하고, 존경하는 인물이 있을 것이다.
 
그 부분을 짚어준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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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합 답변][만족 답변률 5%]
 
[금강 등의 그녀의 충직한 부하를 언급하면서 그녀에게 지지를 불어넣어 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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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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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아닌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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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합 답변][만족 답변률 95%]
 
[다른 이가 아닌, ‘당신’이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명확히’ 전달하여 그녀를 안심시키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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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태창이 보다 명확히 좋은 선택지를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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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의견이 그렇게 중요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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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녀의 시선을 피하지 않고, 오히려 한 뼘 더.
 
얼굴을 가까이 가져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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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표정을 보고 계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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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속삭이듯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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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금하군요. 그 안에도 천마님이 보았던 그 신하들처럼, 공포가 깃들어 있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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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희미하게 웃으며 그녀와 눈을 마주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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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화연의 눈동자가 서서히 커진다.
 
그 안의 검은색 동공이 서서히 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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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자화연의 고개가 아주 느리게 가로저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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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아닐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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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입꼬리를 더 끌어올리며 천천히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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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천마 님의 표정에는… 작은 두려움이 비치고 있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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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게 무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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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가 당황하여 무언가 말하려는 순간, 나는 그녀의 말을 부드럽게 가로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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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려워하지 마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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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지지를 원한다면 그렇게 해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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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자가 되어주겠다.
 
자화연의 유일한 이해자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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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절대 두려워하지 않겠습니다. 세상 모두가 두려워하여 멀리한다 해도, 저는 천마님을 두려워하지 않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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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녀의 눈을 보며 조용히 선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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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마님을 군주로서 사랑하겠습니다. 아, 그러니까 한 명의 신하로서 바치는 충심을 말하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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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의 이야기가 아니다. 군주론의 이야기다.
 
그녀의 동공이, 지진이라도 난 듯 세차게 흔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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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자화연의 그 반응을, 가만히 지켜보다가 아주 작은 미소와 함께,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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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 천마께서는 적어도 한 사람에게는 사랑받는 군주가 되시는 것 아니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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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화연은,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
 
하지 못했다는 표현이 더 정확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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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저, 천천히 고개를 숙여 자신의 앞에 놓인 우유 잔을 내려다볼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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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담실 안에는 다시 정적이 흘렀다.
 
창밖의 작은 빗소리와 히터가 돌아가는 소리만이 공간을 채울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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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나 지났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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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마지막 내 말이 떠올랐는지 얼굴이 붉어진 상태로 나를 노려보며 더듬거리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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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 무엄하다. 본좌는 하늘과도 같은 존재. 감히 하찮은 감정을 논할 수는 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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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남은 군주의 존엄을 긁어모은 듯한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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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군요, 그럼 취소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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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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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화연]
 
[메인 스탠스]
 
[그렇지만 취소하는 것은 싫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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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합 답변][만족답변률 100%]
 
[취소를 취소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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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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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내 생각에 취소의 취소보다는 좋은 방법이 있을 것 같다.
 
나는 테이블 위의 브라우니를 작은 스푼으로 정성껏 한입 크기로 잘라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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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이 피어오르는 우유 잔에, 그 스푼을 아주 살짝 담갔다 뺐다.
 
빵이 살짝 적셔질 정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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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콤한 우유를 머금어, 더욱 촉촉해진 브라우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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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언가 변명이라도 하려는 듯, 다급하게 열린 자화연의 입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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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게 아니… 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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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의 작은 입술 사이로, 부드럽게 밀어 넣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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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의 눈이 순간 당황으로 물들었다가.
 
혀끝에 닿는 달콤함에 토끼처럼, 동그랗게 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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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 꽤나 맛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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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우니 맛에 정신을 못 차리는 그 찰나에 조용히 속삭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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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무례를 용서해 주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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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의 입가에 하얀 우유가 방울져 묻었다.
 
나는, 아주 자연스럽게 엄지손가락을 들어 자화연의 입술을 가만히 닦아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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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의 어깨가 그 손길에 다시 한번 움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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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맛있는 다과를 제공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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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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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화연은 아무런 대답도 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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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저 고개를 천천히 끄덕거릴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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