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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면 안 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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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나의 입에서 절규에 가까운 비명이 튀어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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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네. 알겠습니다. 일단 진정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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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반사적으로 즉시 눈을 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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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소리 톤을 최대한 낮추고, 부드럽게 그녀를 진정시키려 애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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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을 감아도 하얀 토끼 귀가 아른거리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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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실복실한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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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그 모든 것을 머릿속에서 지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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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눈 뜬 거 아니죠?! 보고 있는 거 아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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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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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등을 살짝 돌려, 내가 그녀에게 아무런 위협도 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온몸으로 증명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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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행동에 그녀의 거친 숨소리가 아주 조금, 아주 조금씩 잦아들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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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그 순간, 긴장의 끈이 끊어진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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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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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작은 흐느낌이 들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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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해제당했어… 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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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점 목소리가 서러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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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더니 눈을 감고 있는 내 앞, 그러니까 어둠 속에서 익숙한 메세지가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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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고: 복합 마법(B급)이 당신에게서 벗어나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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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나가 도주 마법을 사용하려 한다는 알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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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의 발밑에서, 마력이 급격하게 소용돌이치는 기운이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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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이어진 메시지는, 이전과는 완전히 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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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합 마법 (토끼굴)을 해제하시겠습니까? (Y/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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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시스템은 내게 의사를 물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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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까도 좀 물어보지 그랬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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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토끼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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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래도 루나의 이동 기술인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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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형과 잘 어울리는 기술이긴 한데… 인식 저하 마법도 아니고, 내가 이것마저 해제할 수 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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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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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나 씨는 아무래도 마법적으로 다소 허술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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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알기로는 제국 출신의 이방인들은 전부 마법을 극도로 잘 다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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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세계의 각성자들도 마법은 다루지만, 그 발전 정도나 수준이 제국에 한참 미치지 못해 이방인들에게 많은 도움을 받았다고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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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제국 출신의 S급 헌터가 나한테 해제를 당한다는 것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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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나는 이번에는 해제하지 않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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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억지로 붙잡아두는 것은 최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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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포의 질린 토끼를 구석으로 모는 것보다는 스스로 굴을 파고 도망치게 기다리는 것이 나았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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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머릿속으로 N을 선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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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끼굴(B) 해제 거부, 사용자가 당신에게서 벗어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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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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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 소리와 함께 천천히 눈을 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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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앞에는 아무도 없었다. 희미한 딸기 향만이 남아있을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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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텅 빈 의자를 잠시 응시하다 상담실에 비치된 인터폰의 버튼을 조용히 눌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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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장님, 다시 와주시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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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 1분도 지나지 않아, 문이 거의 부서질 듯 열리며 인사팀장이 달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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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얼굴에는 ‘혹시 루나님이 사고라도 쳤나?’ 하는 걱정과, ‘벌써 상담이 끝났나’ 하는 기대감이 뒤섞여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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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담사님! 무슨 일이라도… 어? 루나님은 어디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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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텅 빈 방을 둘러보며 당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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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에게 손짓으로 여기에 앉으라는 신호를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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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방금 막 따라둔 따듯한 차를 그의 앞으로 밀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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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한잔하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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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침착한 태도에, 오히려 팀장이 더 안절부절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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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찻잔을 들어 향을 한번 음미한 뒤, 본론을 꺼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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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선은 그의 눈에 고정한 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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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장님. 루나 씨에 대해, 어디까지 알고 계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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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질문은 진짜 궁금하다기보다는, 시험에 가까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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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가 필사적으로 숨기려는 수인이라는 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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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유니온 길드조차 이 사실을 모른다면 비밀을 지켜주는 방향으로 가야 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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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인할 필요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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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그게 무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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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장의 눈이, 예상대로 당황으로 흔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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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해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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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인 스탠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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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벌써 루나 헌터가 수인인 것을 알아냈는지 의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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됐다. 알고 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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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와 눈을 마주치며 나직하게 입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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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여쭤보는 것은 루나 씨의 출신과 관련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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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자 팀장은 한숨을 푹 내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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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아…… 벌써 알아내셨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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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피로감이 어린 얼굴로, 마침내 모든 것을 인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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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희도 알아내는데만 1년이 걸렸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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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살짝 웃으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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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하면 될까요, 상담사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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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목소리에는 간절한 도움의 요청이 담겨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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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담담하게 대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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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건 제가 앞으로, 잘 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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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잠시 말을 고른 뒤, 앞으로의 계획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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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오늘 루나 씨는 가장 마지막에 뵙겠습니다. 마지막에도 안 오신다면… 나중에라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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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하지만 가장 시급한 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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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장은 당황하며 말을 덧붙이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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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그녀는 극도로 예민한 상태일 겁니다. 저와의 만남이 그렇게 유쾌하지 않았을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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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아침뿐만 아니라, 저번 주까지 포함해도 그다지 유쾌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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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속으로 덧붙이며 말을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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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지로 몰아붙이기보다는 시간을 좀 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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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설명에, 팀장은 고개를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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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신, 한 가지 요청드릴 것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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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를 보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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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드 내의 조직도 자료를 준비해 주실 수 있으십니까? 출신이나, 이런 것들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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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직도요…? 네 일단, 알겠습니다. 바로 준비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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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장은 황급히 일어나 밖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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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텅 빈 맞은편 의자를 바라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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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바쁜 것은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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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나를 제외해도 내담자는 많았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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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차례의 상담이 더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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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은 이방인으로서 겪는 가벼운 정체성 혼란이나, 전투 후의 가벼운 스트레스에 대한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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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절히 넘길 수 있는 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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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하오 의원. 그대의 말에, 나아갈 길이 보다 선명해진 기분이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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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닙니다. 언제든 찾아와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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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금 막 상담을 마친 이는, 중원 출신의 낭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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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파에도, 마교에도 속하지 못한 자신의 처지를 비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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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정체성에 대해 고민하는 그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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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어디에도 속하지 않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낭인이라는 새로운 관점을 제시해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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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후련한 얼굴로 상담실을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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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다음 순서를 확인하기 위해 태블릿 PC를 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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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국 출신의 드워프. 대장장이로, 최근 창작의 고통에 시달리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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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디 루나에 대한 정보도 겸사겸사 얻을 수 있기를 바라며, 나는 방문을 향해 입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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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분, 들어오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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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끼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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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이 열리고, 다음 내담자가 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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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그곳에는 한 마리의 잿빛 토끼가 서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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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고 풍성한 머리카락 사이로, 끝이 검게 물든 길고 쫑긋한 귀가 솟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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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장이 굉장히 과감하다. 몸의 모든 곡선이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전신 레깅스형 전투복 차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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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가벼운 걸음걸이로 내게 다가와 책상 한쪽에 엉덩이를 걸치며 깊이 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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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와아~ 선생님, 엄청 잘생겼네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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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붉은 눈동자로 나를 훑어보며, 혀로 자신의 입술을 살짝 핥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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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지? 순서가 바뀌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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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당황스러움을 감추고, 재빨리 태블릿 PC의 길드원 명단으로 눈을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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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에는 조직도가 담겨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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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앞의 여성의 프로필이 화면에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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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담자의 이름은 엘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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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나와 같은 제국의 출신이자… 수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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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확히 수인이라 쓰여 있기도 하고. 프로필 사진 속에서 그녀는 자신의 귀를 자랑스럽게 드러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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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정체성을 겉으로 드러내는 스타일인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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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능력은 그녀의 이름을 인지하는 순간 이미 분석을 끝마친 상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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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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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인 스탠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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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마음에 드는 타입의 수컷을 발견했습니다. 이 상담실에서 그와 교미하고 싶다고 강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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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합 답변] [만족 적합률 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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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하는 바를 이루게 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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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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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 맘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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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뤄줄 생각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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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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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봐도 정신적으로 문제는 없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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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인 스탠스 어디에도 고민이나 트라우마의 흔적은 없고, 오직 원초적인 욕망만이 가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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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담자라고 보기에는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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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이 사람. 엘리스는 아무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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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한 가지 가설을 세우고 그녀의 다음 행동을 기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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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니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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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몸을 내 쪽으로 더 기울였다. 잿빛 머리카락이 그녀의 얼굴을 따라 찰랑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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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끝나고 뭐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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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 별일 없으면 바로 집으로 갈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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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담담히 대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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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응. 그래요? 그럼 나랑 밥 한 끼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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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포기하지 않고 다음 제안을 던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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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는, 노골적인 시선으로 내 얼굴을 뚫어져라 쳐다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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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과 코, 입술을 차례로 훑어내리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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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의 입가에 만족스러운 미소가 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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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 아니다. 보면 볼수록 내 스타일이네. 그냥 나랑 잘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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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스는 아무렇지도 않게 폭탄 같은 말을 던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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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답할 틈도 주지 않으며, 쐐기를 박듯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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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토끼 수인이긴 해도, 원래 아무한테나 이러지는 않거든요? 진짜. 지이인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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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히 놀라지는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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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내가 알고 있던 또 매체에서 떠들던 수인의 모습이긴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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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지 루나가 특이한 케이스일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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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정석적으로 답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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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송하지만, 엘리스님. 저는 직업 윤리상 내담자와는 사적인 관계를 맺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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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대답에 엘리스의 미소가 한 층 더 깊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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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응… 그랬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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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내게 한 뼘 더 가까이 다가오며, 달콤한 목소리로 속삭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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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저 내담자 아닌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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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럴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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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딜 봐도 건강해 보였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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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태연하게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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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그럴 것 같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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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그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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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스의 눈이 장난스럽게 빛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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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절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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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말에, 처음으로 엘리스의 미소가 멎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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