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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2-14 21:31:57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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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천맹의 총본산, 그 가장 깊숙한 곳에 자리한 정원.
이른 아침의 차가운 공기 속, 난초의 은은한 향이 감돌았다.
이서령은 정자에 앉아, 김이 피어오르는 찻잔을 들고 있었다.
백옥처럼 하얀 손가락이, 코 끝에 전해지는 향을 음미하며 아주 천천히 찻잔을 기울였다.
그녀의 등 뒤, 그림자가 드리운 기둥 옆에서 한 사내가 소리 없이 나타나 무릎을 꿇었다.
맹주의 그림자를 관장하는 자, 암명대주였다.
이서령은 찻잔에서 시선을 떼지 않은 채, 나직하게 물었다.
“암명대주, 의원에 대한 조사는 마쳤는가?”
“예. 맹주님.”
그제야 이서령은 찻잔을 내려놓고, 그를 돌아보았다.
그녀의 눈에는 깊은 흥미가 감돌고 있었다.
“말하라.”
암명대주는 고개를 숙인 채, 외워둔 정보를 읊조리기 시작했다.
“의원의 이름은 유선우. 전(前) 해태 길드 소속의 헌터였으나, 은퇴 후 새로운 직종을 택했습니다.”
​“그가 가진 헌터 정신 상담사라는 직업은… 현재 국가에 단 한 명뿐인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암명대주는 잠시 말을 멈췄다.
“그 직위가 주는 권한은 생각보다 강했습니다. 적어도 이방인과 헌터에 관한 지침과 판단은 불가침의 영역으로 여겨지는 듯합니다.”
“그렇군.”
이서령은 고개를 끄덕거렸다.
그 자신감의 근원은 역시 실력에서 나오는 것이었구나.
그녀는 근거 없는 오만은 경멸했지만, 실력으로 증명하는 자신감은 싫어하지 않았다.
오히려, 꽤 마음에 드는 종류의 것이었다.
그런… 자신감은.
“따라서 협회 또한, 그 어려운 시험을 통과한 유일한 의원인 유선우를 상당히 지지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그가 몸담았던 해태 길드 역시, 여전히 비공식적인 지지를 보내고 있는 것으로 파악됩니다.”
“협회, 그리고 해태라….”
이서령의 손가락이, 찻잔의 표면을 부드럽게 쓸었다.
협회는 균형을 유지하는 가장 강한 세력 중 하나다.
그러나 해태는 예상 밖이었다.
해태는 창천맹과 상당히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10대 길드다.
이러면, 쉬이 손을 댈 수 있는 상대가 아니다.
의원에게 손을 댔다가는 해태와의 사이가 틀어질 수도 있다.
‘갈수록 놀라워지는구나.
그러나 그의 보고는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암명대주는 잠시 망설이는 듯한 침묵 끝에, 가장 이해할 수 없는 정보를 꺼내놓았다.
“그리고 한 가지… 더.”
이서령은 계속하라는 듯, 그를 바라봤다.
“저희 정보원이 그의 주변을 조사하던 중, 알 수 없는 세력으로부터 경고를 받았습니다.”
그 말에 이서령의 미소가 처음으로 옅어졌다.
“경고라.”
“예. ‘그 이상 접근하면 흔적 하나 남지 않을 것’이라… 그리 전해왔다고 합니다.”
보고가 끝나고, 정원에 침묵이 내려앉았다.
이서령이 정자의 난간을 손가락으로 톡, 톡, 두드리는 소리만이 선명하게 울렸다.
그녀는 눈을 감고, 지금껏 들은 모든 정보를 정리했다.
첫째로 개인의 능력도 출중한데다, 강단까지 있다.
그 눈빛만 보더라도 쉬이 꺾이지 않을 것이란 건 보였다.
둘째, 그의 뒤를 봐주는 협회와 해태라는 세력도 있다.
이것만으로도 상당히 피로하다.
셋째, 정체를 알 수 없는 강자도 그를 수호하고 있었다.
어느 하나, 쉬운 것이 없다.
“… 흐.”
이서령의 입술 사이로, 참지 못한 웃음이 터져 나왔다.
처음에는 작게, 그러다 점점 더 크게.
정원을 가득 채울 만큼, 맑고 우아한 웃음소리였다.
암명대주는, 처음 보는 주군의 모습에 당황했다.
‘무력하구나.
창천맹주, 이서령은 무력감을 느꼈다.
무력감에서 피어난 허탈한 웃음이었다.
어떤 수를 쓰더라도, 지금은 딸에게 갈 수 없었다.
어떤 수를 쓰더라도, 당장은 저 사내를 제칠 수가 없다.
그 사실이, 참을 수 없이 분하면서도, 동시에….
기묘할 정도로 즐거웠다.
***
협회의 자료실은 오늘도 고요했다.
아침이라 특히 더.
“이거는 반납할게요. 감사합니다.”
“앗, 네. 알겠습니다.”
나는 어제 대여하고 밤새 파고들었던 자료들을 반납했다.
아주 유익하고, 건전하며, 희망찬 내용만 담겨 있었단 자료들.
데스크의 담당 사서가 반납을 처리하는 것을 잠시 기다리다, 나는 품 안에서 조심스럽게 그것을 꺼내 들었다.
“그런데 사서님….”
나는 누렇게 변색한, 낡은 종이 뭉치를 그녀의 앞으로 내밀었다.
“혹시 이 논문의 저자분에 대해서 좀 알 수 있을까요?”
나는 계속 가지고 있던 궁금증을 토해냈다.
이 모든 것을 연구하고 기록한 자는 대체 누구인가.
“아! 네, 잠시만요….”
모든 논문에는 일련번호가 있다.
따라서 자료실의 컴퓨터에 입력하면 저자가 누구 인지쯤은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그녀는 문서의 귀퉁이에 낡은 잉크로 찍힌 일련번호를, 능숙하게 단말기에 입력했다.
그러나 사서의 미간이, 이내 곤란하다는 듯 찌푸려졌다.
“으음… 이거는 비공개네요.”
“네?”
그런 게 어딨어.
“기증자분께서, 신원 비공개를 강력하게 요청하셨다고 나옵니다. 이런 경우는 저희도 저자를 확인할 수가 없습니다.”
잠깐.
그 말에, 내 머릿속에 한 줄기 희망이 스쳤다. 익명의 기증, 출처는 불분명.
그럼 근거가 없는 허위 논문이라는 소리가 아닌가?
나는 순간적으로 희망을 품고 물었다.
“혹시 그럼 거짓 논문….”
“아니요.”
내 희망은 그녀의 단호한 답변에 가차 없이 잘려나갔다.
“설령 익명의 자료라 해도, 저희 자료실의 모든 기록은 협회의 다중 검증 절차를 거칩니다.”
그녀는 모니터의 인증 마크를 가리키며, 마지막 쐐기를 박았다.
“이 기록 또한, 모든 사실 검증이 끝난 공식 자료가 맞습니다.”
아.
“… 감사합니다.”
나는 멍한 머리로, 협회 자료실을 나섰다.
결국 확인사살까지 당했다.
그런데 저자도 모른다.
“아오.”
고요하던 자료실과는 달리, 협회 중앙 로비는 인파로 북적이고 있었다.
오전임에도 불구하고, 발 디딜 틈이 없을 정도.
나는 그 인파 속에서, 익숙한 얼굴을 발견했다.
내가 상담사 자격증을 얻을 때 자주 보던 직원이었다.
그가 무언가 분주하게 지시하는 것을 보고 있었는데, 직원이 먼저 나를 발견하고 다가왔다.
“아 유선우씨… 아니, 상담사님! 어쩐 일이십니까?”
나는 웃으며 가볍게 인사했다.
그리고 고갯짓으로 로비를 가득 메운 사람들을 가리켰다.
“오늘 무슨 날인가요? 유독 사람이 많네요.”
“아, 모르셨군요. 오늘이 헌터 정신상담사 자격시험이 있는 날입니다.”
“오, 그런가요?”
나도 모르게 반가운 마음이 들었다.
동료. 혹은 내 짐을 덜어줄 후임. 어느 쪽이든 좋은 소식이었으니까.
나는 순수한 기대감에, 미소 지으며 물었다.
“몇 명이나 붙을까요?”
“음… 글쎄요. 어디 보자….”
내 질문에, 팀장은 대답 대신 쓴웃음을 지었다. 그는 손에 들고 있던 태블릿 PC를 톡톡, 두드렸다.
“저번달도 0명.”
“저저번달도 0명.”
그는 어깨를 으쓱하며, 결론을 내렸다.
“그러니 이번에도, 아마 0명이 아닐까 싶습니다.”
“네?”
내 되물음에, 팀장은 고개를 저었다.
“상담사님은 모르셨겠지만, 저희가 일부러 안 뽑는 게 아닙니다. 계속 모집은 하고 있었습니다.”
그는 지친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지금까지, 협회가 내건 최소 자격 조건을 통과하신 분이… 상담사님 한 분밖에 없었습니다.”
갑자기 떠오른다.
후임은 내가 사라지고 나서 나올 것이라는 직원의 말이.
그게 거짓말이 아니었구나.
나는 실낱같은 희망을 담아, 조심스럽게 물었다.
“그렇다면… 자격 기준을 조금 낮추는 건 어떻겠습니까?”
“그건 어렵습니다. 이미, 너무 많이 낮췄습니다. 상담사님이 처음 통과하신 이후로도 기준을 수도 없이 완화했습니다.”
팀장의 대답에는, 한숨이 섞여 있었다.
“이 이상은 안됩니다.”
그는 로비를 가득 메운 지원자들을 씁쓸하게 훑어보았다.
“단순한 상담사만 뽑으려고 하는 것은… 아니니까요.”
나도 그 말에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아예 이해가 안 가는 것은 아니었다.
직원은 내게 고개를 숙였다.
“그러니 앞으로도, 부디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언제든 불편하신 부분 있으시면 말씀해 주세요. 협회는 유선우 상담사님의 모든 편의를 지원할 겁니다.”
나는 머쓱하게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아닙니다.”
그래.
신세 한탄은 여기까지다.
나라도 내 할 일을 해야지.
나는 다시 설유월이 격리된 시설로 향했다.
나를 기다리고 있을, 나의 내담자에게로.
***
루나는, 작은 라벤더 화분을 소중하게 품에 안은 채 선생님의 상담소로 향하고 있었다.
오늘 선생님은 협회에 간 것 아니냐고?
알고 있다.
그래서, 몰래 가는 것이다.
“♪~~♬”
루나의 입가에서는, 자신도 모르게 콧노래가 흘러나왔다.
발걸음조차 가볍다.
오늘 오전, 비번이라 늦잠을 자는 척하던 엘리스가, 현관에서 몰래 빠져나가려는 것을 발견했었다.
‘엘리스, 어디 가?
루나의 부름에, 엘리스는 화들짝 놀라며 멈춰 섰다.
그 손에는, 어제 선생님이 건넸다는 열쇠 꾸러미가 들려 있었다.
‘아, 그게… 이거 돌려주려고….
‘내가, 가져다줄게.
엘리스가 무어라 반박하기도 전에, 루나는 동생의 손에서 열쇠를 낚아챘다.
잠시 억울하다는 표정을 짓던 동생의 얼굴이 떠올랐지만, 아무래도 상관없었다.
그녀는 품에 안은 작은 라벤더 화분을 고쳐 안았다.
선생님이 주신 달콤한 케이크에 대한, 아주 작은 보답.
그리고… 이 차분한 향기를 맡을 때마다, 루나를 떠올려주었으면 하는 그런 마음에….
‘앗….
루나는 거기까지 생각하다, 화들짝 놀라며 고개를 저었다.
“아니야….”
꼭 그런 의도는 아니다.
그저, 선생님이 조금 더 편안한 공간에 머물기를 바랐을 뿐이다.
상담소 문 앞에 도착한 그녀는, 잠시 심호흡을 했다.
떨리는 손으로 열쇠를 구멍에 넣고 돌리자, 고요한 복도에 찰칵하고 선명한 소리가 울렸다.
문은 바로 열렸다.
엘리스의 말에 의하면, 선생님이 발판 아래 열쇠를 숨겨두면 된다고 했다.
그러나 아직 안에서 할 일이 있었으니까.
루나는 망설임 없이, 안으로 들어섰다.
“흐응….”
바로 느껴지는 선생님의 향기.
루나의 어깨에서, 자신도 모르게 힘이 쭉 빠져나갔다.
마음이 편안해졌다.
그녀의 발걸음은, 자연스럽게 그가 가장 오래 머무를 공간인 상담실로 향했다.
상담실 중앙에는, 압도적인 존재감을 뿜어내는 거대한 흑옥 테이블이 놓여 있었다.
루나는 화분을 그 위에 올려둘 생각으로 다가갔다.
“…….”
하지만 테이블에 가까워지는 순간, 그녀의 코끝에, 아주 희미하지만 불쾌한 향이 스쳤다.
아니다.
여기는 뭔가 아니다.
선생님의 부드러운 향과 다른, 기분 나쁜 향이 느껴진다.
루나는 본능적으로, 미간을 찌푸리며 뒷걸음질 쳤다.
그녀는 대신, 창가에 놓인 선생님의 자그마한 책상으로 향했다.
그리고 그 위에, 자신이 가져온 라벤더 화분을 조심스럽게 내려놓았다.
“흠흠….”
선생님의 눈에, 가장 예쁘게 보였으면 했다.
따라서 그의 각도에서 보기 위해 의자에 천천히, 엉덩이를 붙이고 앉았다.
“아…!”
그리고 자리에 앉는 순간, 그녀는 숨을 멈췄다.
루나는 당황했다.
단순히 공간을 채우던 향과는 차원이 달랐다.
그가 가장 오래 머무는 이 의자에는, 그의 체향이 아주 진득하게, 압축되어 남아 있었다.
루나의 머리가 어질해졌다.
그녀는 양손으로 치마를 꽉 붙잡으며 입술을 꽈악 깨물었다.
온몸의 피가 뜨거워지는 감각.
“아… 앗….”
다리가 후들후들 떨린다.
그녀는 몽롱한 정신으로, 자신과 선생님만이 존재하는 세계로 깊이, 아주 깊이 빠져들기 시작했다.
그러나, 바로 그 순간이었다.
“누구세요?”
날카로운 목소리와 함께, 상담실의 문이 열렸다.
루나도 그 즉시 정신이 번쩍 들었다.
문을 연 것은, S급 헌터 진세아였다.
“으아앗!”
그녀는 거의 비명을 지르며 의자에서 튀어 올랐다.
얼굴이 터질 것처럼 새빨갛게 달아올랐다.
그리고 두 사람의 시선이, 허공에서 마주쳤다.
“여기서 뭐 하세요?”
진세아의 물음에.
루나는 그 자리에서 얼어붙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