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Add 3 AI agents (writing, revision, story-continuity specialists) - Add 4 slash commands (rovel.create, write, complete, seed) - Add novel creation/writing rules - Add Novelpia reference data (115 works, 3328 chapters) - Add CLAUDE.md and README.md 🤖 Generated with [Claude Code](https://claude.com/claude-code) Co-Authored-By: Claude Opus 4.5 <noreply@anthropic.com>
765 lines
15 KiB
Markdown
765 lines
15 KiB
Markdown
|
||
이방인이 이 세계로 전이됐을 때 그들을 맞이하는 절차는 명료하게 정해져 있다.
|
||
|
||
|
||
|
||
기본적으로 비교적 온화한 이방인들.
|
||
|
||
즉 ‘안전’ 등급으로 판별이 된 이방인들은 협회가 마련한 장소로 이동한다.
|
||
|
||
|
||
|
||
그리고 여러 적응에 필요한 교육을 받으며, 그곳에서 자신과 같은 처지의 다른 이방인들과 교류하며 새로운 삶을 살아갈 준비를 하게 된다.
|
||
|
||
|
||
|
||
그런데.
|
||
|
||
만약 전이 직후 적대적인 태세를 보이거나 협회의 통제를 거부하는 '주의' 등급의 이방인이라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
||
|
||
현장에 대기 중인 헌터들이 즉시 대상을 무력으로 제압하고, 협회의 격리 구역으로 이송한다.
|
||
|
||
|
||
|
||
만약 이후 대화를 통해 교화의 가능성이 보인다면 별도의 적응 절차를 밟게 된다.
|
||
|
||
|
||
|
||
그렇다면 마지막, ‘위험’ 등급의 이방인이라면?
|
||
|
||
제압이 가능할 경우 '주의' 등급과 비슷한 절차를 밟는다.
|
||
|
||
그러나 제압이 불가능하다고 판단된다면….
|
||
|
||
|
||
|
||
그 자리에서 즉시 사살한다.
|
||
|
||
|
||
|
||
그것이 이 세계를 위한 헌터들과 사람들이 내린, 사회적 약속이었다.
|
||
|
||
|
||
|
||
따라서 설유월도 일차적으로는 협회가 마련한 독방으로 이송될 것이다.
|
||
|
||
나는 의식을 잃은 그녀가 이송 차량에 실리는 것을 지켜보았다.
|
||
|
||
|
||
|
||
그때 협회의 담당 직원이 내게 다가와, 카드 키 하나를 건넸다.
|
||
|
||
|
||
|
||
“여기 출입 카드입니다.”
|
||
|
||
|
||
|
||
“네.”
|
||
|
||
|
||
|
||
나는 은색 카드를 받아 들었다.
|
||
|
||
|
||
|
||
“앞으로 많은 시간 출입하셔야 될 수도 있겠습니다.”
|
||
|
||
|
||
|
||
직원의 말에는 안타까움이 섞여 있었다.
|
||
|
||
|
||
|
||
안전으로 판단됐다면 가끔씩 방문하면 됐겠지만….
|
||
|
||
주의 등급인 이상, 이방인의 교화 가능 여부를 판단하고, 또 그 교화의 모든 과정을 책임지는 것은 내가 될 테니까.
|
||
|
||
|
||
|
||
별도의 차량으로 가기 전, 나는 내 임시 경호팀 멤버들에게 감사 인사를 했다.
|
||
|
||
|
||
|
||
“엘리스님. 고생하셨습니다.”
|
||
|
||
|
||
|
||
그녀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
|
||
|
||
엘리스는 손을 휘적대며 담담히 답했다.
|
||
|
||
|
||
|
||
“아니에여. 별로 어렵지도 않았어여.”
|
||
|
||
|
||
|
||
그리고 자화연에게 시선을 돌렸다.
|
||
|
||
그녀는 협회의 직원들에게 둘러싸여 일종의 조사를 당하고 있었다.
|
||
|
||
|
||
|
||
대체 어디서 튀어나온 건지.
|
||
|
||
왜 튀어나온 건지, 그런 게 아닐까 한다.
|
||
|
||
|
||
|
||
“글쎄, 이 몸이 아는 자래도.”
|
||
|
||
|
||
|
||
슬슬 그녀의 목소리에 짜증과 귀찮음이 묻기 시작했다.
|
||
|
||
|
||
|
||
“맞습니다. 실제로 아시는 분 같았습니다.”
|
||
|
||
|
||
|
||
나는 그녀를 그 곤란한 상황에서 구출했다.
|
||
|
||
|
||
|
||
약간의 설명을 덧붙이자, 협회 직원들도 고개를 끄덕 거리며 물러났다.
|
||
|
||
그리고 자화연에게도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
||
|
||
|
||
|
||
그녀의 참전은 여러모로 놀랐지만, 도움이 된 건 사실이었으니까.
|
||
|
||
|
||
|
||
“오늘 감사했습니다. 천마님.”
|
||
|
||
|
||
|
||
“별것 아니었다. 나도 궁금해서 따라온 것이니라.”
|
||
|
||
|
||
|
||
자화연은 입꼬리를 씨익 끌어올리며 답했다.
|
||
|
||
그리고 내 눈을 아주 깊게 바라보며 말했다.
|
||
|
||
|
||
|
||
“의원.”
|
||
|
||
|
||
|
||
“네.”
|
||
|
||
|
||
|
||
“그대는 아마 창천맹주를, 필히 만나게 될 것이다.”
|
||
|
||
|
||
|
||
“그렇군요.”
|
||
|
||
|
||
|
||
나는 담담하게 대답했다.
|
||
|
||
|
||
|
||
“그대가 외형만 보고 상대를 판단하지 않으리라는 것을, 믿으마.”
|
||
|
||
|
||
|
||
“네?”
|
||
|
||
|
||
|
||
나는 그녀의 말에 의문이 들었지만, 이내 입꼬리를 살짝 끌어올렸다.
|
||
|
||
|
||
|
||
“천마님은 제가 그럴 사람같이 보이십니까?”
|
||
|
||
|
||
|
||
“하하하!”
|
||
|
||
|
||
|
||
내 자신감 넘치는 반문에, 자화연의 입에서 웃음이 터져 나왔다.
|
||
|
||
|
||
|
||
“내 의원이, 그럴 리 없지.”
|
||
|
||
|
||
|
||
|
||
|
||
그녀는 그 대답에 만족한 듯 고개를 끄덕거리더니, 몸을 돌렸다.
|
||
|
||
그리고 쿨하게 떠났다.
|
||
|
||
|
||
|
||
“정리되면 또 오도록 하마.”
|
||
|
||
|
||
|
||
맘 같아서는 나도 자화연과 함께 퇴근하고 싶었지만, 내 일은 엄밀히 따지면 지금부터 시작이었다.
|
||
|
||
|
||
|
||
“…….”
|
||
|
||
|
||
|
||
딱 봐도 야근인데.
|
||
|
||
|
||
|
||
문제는 내 냉장고에는 주인을 기다리는 푹신한 빵들이 있었다.
|
||
|
||
오늘 아침, 이른 새벽부터 만든 케이크들, 출동 전에 냉장고에 넣어 두었다.
|
||
|
||
|
||
|
||
아무래도 직접 주는 것은 어렵겠다.
|
||
|
||
갓 만든 디저트는 빨리 먹어야 맛있는 법이니까.
|
||
|
||
|
||
|
||
나는 엘리스에게 다가가 입을 열었다.
|
||
|
||
|
||
|
||
“엘리스님 괜찮으시다면 부탁드릴 게, 하나 있습니다.”
|
||
|
||
|
||
|
||
“먼데여?”
|
||
|
||
|
||
|
||
엘리스는 귀를 쫑긋 움직이며 물었다.
|
||
|
||
|
||
|
||
“제 상담소로 가면 방 옆에 주방이 있습니다. 그 주방 안 냉장고에 케이크 상자 두 개가 있을 겁니다.”
|
||
|
||
|
||
|
||
나는 그녀에게 손짓하며 위치를 설명했다.
|
||
|
||
|
||
|
||
“하나는 딸기 케이크 다른 하나는 바닐라 케이크입니다. 딸기는 루나 님께 전해주시겠습니까? 그리고… 그 옆의 바닐라 케이크는 엘리스님 몫입니다.”
|
||
|
||
|
||
|
||
포장을 다 해놨으니 문제는 없을 것이다.
|
||
|
||
내 말에 엘리스의 붉은 눈이 놀라움으로 동그랗게 커졌다.
|
||
|
||
루나는 몰라도, 내가 자신을 위해 따로 케이크를 준비했다는 사실을 전혀 예상하지 못한 눈치였다.
|
||
|
||
|
||
|
||
“저도… 진짜여…?”
|
||
|
||
|
||
|
||
그녀의 목소리에는 순수한 당혹감이 묻어 있었다.
|
||
|
||
|
||
|
||
“네. 상담소 위치는 검색하면 나올 겁니다. 그리고 여기 열쇠입니다.”
|
||
|
||
|
||
|
||
나는 주머니에서 상담실의 열쇠를 꺼내 그녀의 손에 쥐여주었다.
|
||
|
||
엘리스는 내 열쇠를 받아들며 기쁜 표정을 지었다.
|
||
|
||
|
||
|
||
그 미소는 보육원에서 아이들을 보며 지었던 그 미소와 닮아 있었다.
|
||
|
||
|
||
|
||
“… 잘, 먹을게여.”
|
||
|
||
|
||
|
||
그녀는 수줍게 그 한마디를 남기고 돌아섰다.
|
||
|
||
|
||
|
||
“…….”
|
||
|
||
|
||
|
||
나도 고개를 돌렸다.
|
||
|
||
|
||
|
||
진짜 일을 하러 갈 시간이었다.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차량을 통해 협회의 시설로 이동했다.
|
||
|
||
|
||
|
||
시설의 건물은, 외관부터가 첨단 기술이 요소요소 쓰였다는 것이 티가 났다.
|
||
|
||
그러나 겉으로 보기에 거대한 규모와 달리, 도심에서 그렇게 멀리 떨어져 있지 않았다.
|
||
|
||
|
||
|
||
나는 협회의 격리 시설 회의실에 앉아, 담당 팀장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
||
|
||
|
||
|
||
“많이 위험한가요?”
|
||
|
||
|
||
|
||
“그렇지는 않습니다. 공격에 사유가 있어 보였습니다. 당시 현장에는 천마님이 함께 계시기도 했고….”
|
||
|
||
|
||
|
||
“아… 그건 그렇네요….”
|
||
|
||
|
||
|
||
담당 팀장은 커피를 마시며 내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
||
|
||
내가 중원이라는 세계의 생태를 잘 아는 것은 아니지만, 이 세계에서의 흐름으로 보건대 천마에게 적의를 드러내는 존재라면 그녀의 출신은 정파일 확률이 높았다.
|
||
|
||
|
||
|
||
|
||
|
||
“그래도, 일단 주의 등급은 맞긴 하겠습니다.”
|
||
|
||
|
||
|
||
“네. 그게 좋겠습니다.”
|
||
|
||
|
||
|
||
그의 말에 부정할 생각은 없었다.
|
||
|
||
|
||
|
||
“팀장님…!”
|
||
|
||
|
||
|
||
그때 회의실의 문이 거칠게 열리며 한 직원이 뛰어 들어왔다.
|
||
|
||
|
||
|
||
“창천맹주가 직접 찾아왔습니다…!”
|
||
|
||
|
||
|
||
“뭐? 왜?”
|
||
|
||
|
||
|
||
팀장의 표정에 당혹스러운 의문이 깃들었다.
|
||
|
||
이방인들의 균형을 유지하는 거대한 세력 중 하나의 수장인 그녀가, 아무런 예고도 없이 어째서 이 격리 시설까지.
|
||
|
||
|
||
|
||
“오늘 전이한 이방인, 그러니까 설유월 이방인의 어머니… 보호자라고 하시면서 지금 정문에서 면회를 요청하고 계십니다….”
|
||
|
||
|
||
|
||
이방인들은 아주 운이 좋다면, 이미 이 세계에 넘어와 자리를 잡은 아는 사이의 사람이 존재하기도 한다.
|
||
|
||
그런 사람들을 협회에서는 보호자라 칭하고, 초기 적응을 위해 적극적인 만남의 기회를 제공한다.
|
||
|
||
|
||
|
||
이미 이곳에 먼저 적응을 한 사람이 새로운 이방인에게 이 세계를 직접 설명하는 것만큼 빠르고 효과적인 교화 수단은 없을 테니까.
|
||
|
||
|
||
|
||
그 말에 팀장의 굳어 있던 얼굴에 환한 미소가 피어올랐다.
|
||
|
||
|
||
|
||
“그래? 당장 안으로 모셔!”
|
||
|
||
|
||
|
||
나도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끄덕거렸다.
|
||
|
||
좋은 일이다.
|
||
|
||
|
||
|
||
무슨 관계인가 했더니… 모녀관계였구나.
|
||
|
||
|
||
|
||
매우 다행이다.
|
||
|
||
|
||
|
||
잠시 후, 회의실의 문이 조용히 열리고 한 여인이 안으로 들어섰다.
|
||
|
||
얼핏 보면 앳돼 보이는 얼굴과 그에 비해 고혹적인 분위기를 풍기는 아름다운 여성.
|
||
|
||
|
||
|
||
창천맹주였다.
|
||
|
||
|
||
|
||
그녀의 시선은 다른 협회 직원들은 안중에도 없다는 듯, 곧장 나를 향했다.
|
||
|
||
|
||
|
||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정중하게, 고개를 숙였다.
|
||
|
||
|
||
|
||
“처음 뵙겠습니다, 맹주님. 상담사 유선우라고합니다.”
|
||
|
||
|
||
|
||
“네, 이야기는 많이 들었습니다. 심의(心醫) 선생님.”
|
||
|
||
|
||
|
||
그녀는 맹주라는 지위가 무색하게 아주 사근하고 부드러운 목소리로 나를 추켜세웠다.
|
||
|
||
|
||
|
||
“창천맹주, 이서령입니다.”
|
||
|
||
|
||
|
||
그녀의 눈매가, 부드럽게 휘어졌다.
|
||
|
||
|
||
|
||
창천맹주는 더 이상 지체할 시간이 없다는 듯 급한 목소리로 곧장 이야기를 시작했다.
|
||
|
||
|
||
|
||
“유월이는 제 하나뿐인 딸이었습니다.”
|
||
|
||
|
||
|
||
그녀의 목소리가 미세하게 떨렸다.
|
||
|
||
|
||
|
||
“그런 딸을 중원에 놔두고 이 낯선 세계로 넘어왔을 때는 얼마나….”
|
||
|
||
|
||
|
||
그녀의 말이 순간 끊어졌다. 그리고 천천히 이어갔다.
|
||
|
||
|
||
|
||
“유월이의 모습을 영상으로 봤을 때는 얼마나 감격스럽고 눈물이 나던지···.”
|
||
|
||
|
||
|
||
이서령은 터져 나오려는 감정을 억지로 삼키려는 듯, 입술을 굳게 깨물었다.
|
||
|
||
|
||
|
||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
||
|
||
그저 테이블 위에 놓여 있던 티슈 한 통을, 그녀의 앞으로 조용히 밀어주었을 뿐.
|
||
|
||
|
||
|
||
나는 미간을 살짝 찌푸리며 그 이야기를 듣고 있었다.
|
||
|
||
|
||
|
||
그녀의 슬픔에 감정이 동해서?
|
||
|
||
|
||
|
||
아니.
|
||
|
||
|
||
|
||
[이서령]
|
||
|
||
[메인 스탠스]
|
||
|
||
[창천맹주로서의 위엄 있는 모습보다 ‘모성애가 강한 어미’로서의 연약한 모습을 보여 동정심을 유발하는 것이, 그녀의 목표를 이루기에 적합하다 판단했습니다.]
|
||
|
||
표리부동.
|
||
|
||
겉과 속이 다른, 내가, 가장 싫어하는 사람의 타입이라서.
|
||
|
||
|
||
|
||
차마, 표정을 숨길 수가 없었다.
|
||
|
||
|
||
|
||
그녀는 내가 밀어준 휴지를 잠시 바라보더니, 조용히 답했다.
|
||
|
||
|
||
|
||
“감사합니다….”
|
||
|
||
|
||
|
||
휴지를 꺼내들어 눈을 톡톡 두드리더니, 조심스럽게 물었다.
|
||
|
||
|
||
|
||
“저희 유월이는… 언제 볼 수 있을까요?”
|
||
|
||
|
||
|
||
그녀는 시종일관 내게 묻고 있었다.
|
||
|
||
|
||
|
||
지금까지 이 방에 들어와 모두에게 말하는 듯 보였지만, 결국 모든 결론은 나였다.
|
||
|
||
|
||
|
||
협회의 사람들이 존재하지만, 그녀는 알고 있었다.
|
||
|
||
|
||
|
||
지금 이 상황을 통제할 키가 나에게 있다는 것을 애초에 인지하고 있는 느낌이었다.
|
||
|
||
|
||
|
||
나는 담담히 답했다.
|
||
|
||
|
||
|
||
“우선 이방인 분의 상태를 직접 확인해 봐야 하기 때문에 면회는 조금 이후에 가능할 것 같습니다.”
|
||
|
||
|
||
|
||
“그냥… 같이 들어가면 안 될까요? 얼굴이라도 아주 잠깐이라도, 보고 싶습니다….”
|
||
|
||
|
||
|
||
어떻게 할까.
|
||
|
||
평소의 나라면, 흔쾌히 허락했을 것이다. 오히려 여기서 고민하는 게 이상할 정도일 수도 있다.
|
||
|
||
|
||
|
||
그런데….
|
||
|
||
|
||
|
||
왜일까.
|
||
|
||
나는 알 수 없는 거부감을 느끼고 있었다.
|
||
|
||
|
||
|
||
“얼마 걸리지 않을 겁니다.”
|
||
|
||
|
||
|
||
나는 그녀의 부탁을 거절했다.
|
||
|
||
|
||
|
||
“그렇군요….”
|
||
|
||
|
||
|
||
그러자 이서령이 실망한 듯 고개를 숙였다.
|
||
|
||
그리고 다시 고개를 들며 한 번 더 말했다. 그 목소리에는 이전보다 훨씬 더 간절한 감정이 담겨 있었다
|
||
|
||
|
||
|
||
“그래도, 어떻게, 정녕, 안 되겠습니까?”
|
||
|
||
|
||
|
||
“안….”
|
||
|
||
|
||
|
||
어?
|
||
|
||
|
||
|
||
[경고: 암시(A급)이 당신을 교란합니다.]
|
||
|
||
|
||
|
||
바로 그때, 내 눈앞에 붉은색 시스템 창이 떠올랐다.
|
||
|
||
|
||
|
||
암시?
|
||
|
||
|
||
|
||
그러니까 방금 그녀의 그 애처로운 부탁에 암시가 담겨 있었다고?
|
||
|
||
|
||
|
||
“상담사님.”
|
||
|
||
|
||
|
||
그때 누군가가 내 어깨를 잡았다.
|
||
|
||
|
||
|
||
“그냥, 같이 들어가게 해주는 것은 어떻겠습니까?”
|
||
|
||
|
||
|
||
협회의 팀장이었다.
|
||
|
||
그의 눈에는 이성적인 판단 대신 과도한 동정심이 어려 있었다.
|
||
|
||
그는 이미 그녀의 암시에 당한 듯했다.
|
||
|
||
|
||
|
||
[상태 이상: 암시(A급)를 인지했습니다. 강제 해제를 시도합니다.]
|
||
|
||
[일전의 사용자 피드백 반영… 대응 방식을 제시합니다.]
|
||
|
||
|
||
|
||
[A) 파훼: 그녀의 정신 공격을 모두가 보는 앞에서 분쇄하여, 당신이 기술에 저항했음을 보입니다.]
|
||
|
||
[B) 방어: 그녀의 정신 공격을 조용히 무력화시키고 그녀가 자신의 능력이 통하지 않았다는 사실조차 인지하지 못하게 만듭니다.]
|
||
|
||
|
||
|
||
[C) 행패: 이게 대체 뭐 하는 짓이냐며 그녀의 멱살을 잡고 옷을 늘어드리며 고래고래 소리칩니다.]
|
||
|
||
|
||
|
||
‘나이스.’
|
||
|
||
|
||
|
||
너, 많이 발전했구나.
|
||
|
||
물론 C 빼고.
|
||
|
||
|
||
|
||
나는 즉시 B를 선택했다.
|
||
|
||
동시에 내 머리를 어지럽히던 불쾌한 감각이 사라졌다.
|
||
|
||
|
||
|
||
그리고 나는 바로 표정을 구겼다.
|
||
|
||
|
||
|
||
“아… 저도 정말 그러고 싶은데….”
|
||
|
||
|
||
|
||
나는 이서령과 팀장을 번갈아 보며 진심으로 안타깝고, 또 미안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
||
|
||
|
||
|
||
“이게 어쩔 수가 없습니다. 규율이라서요….”
|
||
|
||
|
||
|
||
정말 어쩔 수 없다는 듯이.
|
||
|
||
|
||
|
||
- 삐비비비비비빅!!
|
||
|
||
|
||
|
||
바로 그때였다.
|
||
|
||
|
||
|
||
나와 팀장 사이에 놓인 회의실의 메인 모니터에서 날카로운 경고음이 울렸다.
|
||
|
||
|
||
|
||
그 소리에, 멍해있던 팀장의 눈동자에, 비로소 이성의 빛이 돌아왔다.
|
||
|
||
|
||
|
||
“… 이방인이 정신을 차렸습니다. 상담사님!”
|
||
|
||
|
||
|
||
“네.”
|
||
|
||
|
||
|
||
나는 재빠르게 일어났다.
|
||
|
||
|
||
|
||
그리고, 이서령의 곁을 스쳐 지나갔다.
|
||
|
||
|
||
|
||
설유월에게서 이 알 수 없는 거부감의 이유를, 알아봐야겠다.
|
||
|
||
|
||
|
||
그리고 방을 나서는 그 순간, 나는 보았다.
|
||
|
||
회의실의 유리에 비친 그녀의 얼굴을.
|
||
|
||
|
||
|
||
나와 눈이 마주쳤다.
|
||
|
||
|
||
|
||
이서령의 입꼬리는, 아주 희미하게 올라가 있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