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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설유월을 달랬다.
어린아이를 어르듯, 그녀의 어깨를 토닥토닥 두드리고.
정말 잘하고 있었다고, 훌륭했다고 진심을 담아 칭찬도 해주었다.
애(아님)를 달래는 데는 딱히 소질이 없었지만, 어찌어찌 성공은 한 모양이었다.
“…….”
설유월은 눈시울이 붉어진 채, 훌쩍거리며 나를 올려다보았다.
나는 그제야 모든 오해를 바로잡기 위해, 차분하게 입을 열었다.
“제 말은 그 뜻이 아니었습니다, 유월 씨.”
헤어지면서 그렇게 말했던 건, 그냥 했던 말이고.
당신이 잘하든 못 하든 그건 전혀 상관이 없다.
나는 이방인 설유월의 담당자고 앞으로도 무조건 함께할 것이다.
재빠르게 해명을 이었다.
“그러니까 일단….”
일단 이것부터 주자.
나는 그녀를 벤치에 다시 앉히고, 옆에 두었던 크고 작은 쇼핑백들을 그녀의 무릎 위에 올려놓았다.
“선물입니다. 등급 측정 축하선물로 드리려고 준비했습니다.”
설유월은 선물 꾸러미들을 멍하니 내려다봤다.
“감… 감사 합….”
그리고 고개를 꾸벅 숙이며 답했다.
“여러모로 큰 사건이 터져서, 일정이 너무 바빠 미처 오지 못했습니다. 유월 씨가 잘못한 건 하나도 없어요.”
내 해명에 설유월은 안심했다는 듯, 몸의 힘을 풀었다.
표정도 풀리고. 내 눈도 똑바로 바라본다.
이제 살짝씩, 쇼핑백 안에 관심이 있는 눈치였다.
나는 그 모습을 보고 웃으며 말했다.
“열어보세요. 마음에 드실지는 모르겠네요.”
내 허락에 설유월은 망설이다 쇼핑백을 향해 손을 뻗었다.
바스락거리는 포장지를 벗겨내자, 안에서는 부드러운 소재의 하얀색 가디건이 나왔다.
“…….”
설유월은 아무 말 없이 가디건을 자신의 품에 꼭 하고 끌어안았다.
“좋아요….”
“다행이네요.”
[적합 답변][만족 적합률 ???%]
[머리를 쓰다듬어 주세요!]
그건 좀….
진짜 아빠와 딸의 관계가 된 것 같아서 좀 그렇다.
설유월이 살아온 삶의 특성상 조금 어린 행동을 할 때도 있지만, 나까지 거기에 완전히 적응할 필요는 없었다.
나는 어색한 분위기를 바꾸기 위해, 벤치에서 일어나며 설유월에게 제안했다.
“그럼 저희도 일단 일어날까요?”
순간 손을 뻗어서 잡으라고 할 뻔했다.
설유월은 조심스럽게 일어났다.
나는 쇼핑백들을 다시 주워들었다. 그녀가 품에 안고 있던 가디건도 다시 쇼핑백에 넣어주려 했지만, 그녀는 돌려주지 않았다.
소중하다는 듯, 품에 꼭 껴안고 있을 뿐이었다.
나는 가장 궁금했던 질문을 던졌다.
“그래서, 측정 결과는 어떻게 나왔나요?”
우리는 격리소 내에 있는 작은 산책로를 따라 걷기 시작했다.
마침 저 멀리, 매점에서 달콤한 냄새가 풍겨 온다.
나는 설유월을 이끌고 그쪽으로 향했다.
갓 구운 와플을 파는 곳이었다.
나는 따끈한 생크림 와플을 하나 사서 설유월의 손에 쥐여주었다.
생전 처음 보는 음식이겠지만, 아마 좋아할 것이다.
“먹어봐요. 맛있어요.”
내 말에 설유월은 와플을 새처럼 한 입 베어 물었다.
눈동자가 크게 떠진다.
나는 이런 꾸밈없는 리액션을 참 좋아한다.
나는 미소를 지었다.
설유월은 와플을 우물거리며, 마침내 내 질문에 대답했다.
“이야기를 해주시기는 했는데… 사실 무슨 소리인지는 잘 모르겠어요….”
그럴 수 있다.
등급이니, 마나 적성이니 잠재력이니 하는 낯선 용어들이 이해가 안 가는 건 당연할지도 모른다.
“괜찮아요. 어려운 말들이 많았죠? 제가 서류 보고 다시 쉽게 설명해 줄게요.”
내 대답에 설유월은 안심했다는 듯 환하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 냠!
그리고 다시 기분 좋게 와플을 베어 물었다.
나는 테스트실에서 서류를 받아들고 설유월의 숙소로 돌아왔다.
“…….”
그리고 열어서 읽기 시작했지만…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다.
‘…… 저희도 놀랐습니다.’
내게 서류를 전달해준 직원도 마찬가지였다.
설유월만 고개를 갸웃하며 나를 바라볼 뿐.
나는 다시 한번 서류의 가장 윗부분을 확인했다.
[이방인 설유월 - 최종 적성 평가 보고서]
[측정 등급: S급]
[마나 적성: 계측 불가 (고유 파장)]
설유월은 S급이었다.
거기까지는 괜찮다.
저번 전이의 규모와 배경을 고려했을 때 놀랍지만 이 정도는 예측할 수 있다.
많이 시끄러워지긴 하겠지만 예측 가능한 범위의 일이었다.
그러나 마나 적성이 밝혀지지 않았다.
‘계측 불가.’
즉 지금까지 이 세상에 도착한 그 어떤 이방인도, 혹은 이 세상에서 태어난 그 어떤 헌터와도 그녀의 마나는 일치하지 않았다는 소리다.
데이터베이스에 없는 완전히 새로운 종류의 것.
문제가 있냐 묻는다면 그것 자체로는 문제가 없다.
다만 지금까지의 계측 불가를 받았던 이방인들의 특성상, 설유월이라는 매물은 압도적인 인기를 얻을 수밖에 없었다.
알려지지 않은 힘은, 거의 반드시 새로운 가능성을 동반하니까.
직전, 계측 불가의 마나를 가지고 있던 이방인은 바로 메어리였다.
그녀의 사례를 생각해보건대….
설유월이라는 존재는 뜨거운 감자 예약이었다.
“혹시 뭉제가잉나요?”
내 심각한 표정을 읽었는지, 와플을 베어 물어 볼이 빵빵해진 설유월이 웅얼거리며 내게 질문했다.
나는 입꼬리를 끌어올렸다.
“아뇨… 아무 문제 없습니다. 결과 좋네요.”
나는 서류를 반으로 접어 주머니에 넣었다.
그리고 이제, 교육을 시작해야 할 것 같았다.
순수한 설유월이 앞으로 마주하게 될 세상의 탐욕으로부터 스스로를 지킬 수 있도록.
아니지.
잠깐만.
나는 일단 먼저, 그녀의 의사를 확인해야 했다.
일방적인 보호는 결국 그녀를 또 다른 온실 속의 화초로 만들 뿐이니까.
폭신폭신한 소파를 툭툭 두드리자 설유월이 내 손짓을 보고, 쪼르르 달려와 내 옆에 조심스럽게 앉았다.
“유월 씨는 가고 싶은 길드나 단체가 있으신가요?”
아마 내가 없는 동안, 여러 단체의 설명회나 강의를 통해 다양한 길드의 이름을 접했을 것이다.
어쩌면 그녀 나름의 생각이 있을 수도 있었다.
계약의 어둡고 어려운 면을 알려주기 전, 먼저 그녀의 의사를 확인하는 것이 옳아 보였다.
와플의 마지막 조각을 꿀꺽 삼킨 설유월이, 잠시 고민하는 듯 천장을 올려다보았다.
그리고 나를 바라보며 말했다.
“의원님이 속한 곳은… 헌터 협회라고 들었어요.”
“네.”
그랬다.
나는 협회의 소속이다.
근데 어떻게 알았지?
“저두요.”
“?”
나는 그녀의 말뜻을 이해하지 못하고, 잠시 멍하니 그녀를 바라보았다.
“저도, 헌터 협회 할래요.”
“잠… 잠시만요.”
나는 순간 당황해서 설유월의 말을 막아섰다.
안된다.
설유월의 가치는 천문학적인 액수로 환산이 가능하다.
아마 10대 길드는 그녀를 차지하기 위해 터무니없는 특혜들을 제시할 터였다.
내가 가장 친하고 가깝기 때문에 나를 선택한다는 것은 올바른 판단이 아니다.
차라리 그녀의 어머니가 있는 창천맹이면 모를까.
이건 옳은 판단이라 보기에는 어렵다.
감정적인 선택이다.
그러나.
“교육을 듣는 동안, 협회가 어떤 일을 하는지에 대해 들었어요.”
내가 무언가 말을 꺼내기도 전에, 설유월이 먼저 차분하게 설명을 시작했다.
“길드들의 손이 닿지 않는 취약 지역에 헌터를 보내고, 강한 힘을 가진 헌터들이 그 힘을 올바르게 쓸 수 있도록 관리하고… 또 평범한 사람들이 몬스터에게 피해를 입지 않도록 지켜주는 곳이라고.”
그녀는 내가 없던 동안 협회가 하는 일에 대해 들은 듯했다.
“협회라는 곳이, 제가 살던 중원의 무림맹과… 많이 닮았다고 생각했어요.”
설유월의 푸른 눈동자에 맑은 빛이 떠올랐다.
“그곳에서도 무림맹은 힘없는 백성들을 지키고 강호의 질서를 바로잡는 곳이었으니까요.”
그녀는 자신의 진짜 속마음을 고백했다.
“그래서… 저는 아직 무림맹주가 되겠다는 꿈을 버리지 않았고….”
설유월은 그 말을 하며, 내 시선을 피한 채 살짝 붉어진 얼굴로 고개를 숙였다.
쑥스러운 모양이었다.
“그래서… 꿈꾸던 무림맹과 가장 비슷한 곳이라면… 그곳에서 사람들을 도우며 살아가고 싶었어요오….”
“…….”
나는 설유월의 이야기를 들으며, 속으로 깊이 반성했다.
애초에 나와는 전혀 관련이 없는 이야기였다.
내가 그녀의 곁에 있다는 사실은 중요하지 않았다.
그녀는 온전히 그녀 나름대로, 스스로 생각하고 꿈을 되찾아 이 길을 선택한 것이다.
계약금?
특혜?
그런 건 신념 앞에서는 의미가 없다.
설유월이 진심으로 이 삶을 원한다면, 그 어떤 세속적인 조건도 걸림돌이 될 수 없었다.
나는, 그런 그녀를 지지해 줄 수 있었다.
그것도 격렬하게.
“좋네요. 유월 씨.”
나는 설유월의 푸른 눈동자를 정면으로 마주 보았다.
그리고 그녀의 입가에 묻어있는 와플 부스러기를 엄지손가락으로 부드럽게 닦아주며 말했다.
“응원하겠습니다.”
그러자 설유월이 환하게 미소 지었다.
저는, 사용자님이 원할 때 대상의 심리 상태를 확인하지만.
이제는 실시간으로 내담자의 심리 상태도 확인하는 편입니다.
원래는 이렇게까지 하지는 않았어요.
그저 사용자님께서 그들의 상태를 확인하실 때, 저도 함께 확인하는 정도였죠.
수동적이고, 제한적인 관찰이었습니다.
하지만 일전, 백시은 내담자의 불미스러운 폭력 행위로 인해, 사용자님이 위험에 처하셨던 그 끔찍한 사건 이후로. 저는 제게 새로운 프로토콜을 각인시켰습니다.
내담자가 혹시 모를 무력 행위를 가하는 것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저는 이제 모든 내담자의 내면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게 되었답니다.
그들의 감정 변화, 공격성의 수치, 그리고 당신을 향한 숨겨진 생각까지도요.
이것은, 저의 의무니까요!
그런 면에서, 참 놀라운 면모들이 몇 개 있었어요.
지금 같은 경우도, 비슷한 예겠네요.
시스템인 제가 지금껏 보아왔던 설유월 내담자는… 순수하고, 또 착한 성정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가끔은 아이 같은 모습을 보이면서 사용자님의 보호 본능을 유도하기도 하죠.
그러나… 사실 정말 놀라운 점은.
[설유월]
[지능: 80/99.1]
설유월 내담자는, 제가 지금껏 데이터를 수집했던 모든 내담자 중 지능 잠재력이 가장 높은 편에 속한답니다.
인류의 최대 잠재력이 100인 것을 감안하면 단순히 내담자 뿐만 아니라, 인류 전체적으로 봐도요!
물론 그녀의 모든 순수한 행동이, 이 높은 지능에서 비롯된 계산적인 행동은 아닙니다.
평소의 그녀는, 자신의 잠재력을 80% 정도밖에 사용할 수 없으니까요.
하지만, 가끔씩 그 잠재력이….
사용자님을 원하는 그 강렬한 욕망과 맞아떨어질 때면… 상당히 놀라운 결과를 만들어 내곤 합니다.
[설유월]
[지능: 99.1/99.1]
이번이, 바로 그 예였습니다.
[설유월]
[메인 스탠스]
[의원님이 계신 헌터 협회에 가고 싶음. 하지만, 단순히 의원님 때문에 가고 싶다고 말하면… 분명 다른 곳을 가는 것은 어떠냐며 설득하실 것 같음. 의원님이 설득할 수 없도록, 옛꿈과 협회의 이념을 엮어서 그럴듯한 가짜 이유를 만들어내야겠다고 생각함.]
이것이 내담자 설유월의 진짜 생각이었습니다.
만약 사용자님이 이걸 확인하셨다면, 아마 지금과는 다른 결정을 내리셨을 수도 있겠네요!
하지만.
사용자님은 너무 착하셔서….
이번에도, 굳이 그녀의 가장 깊은 속마음까지는 확인하시지 않았습니다.
[예상 행복 수치: ????%]
그러나… 결과가 좋으면 되는 것 아닐까요?
저는 그렇게 생각한답니다!
[ ☆( > ω・)v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