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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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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세아는 정말로 더웠는지, 어깨에 걸쳐져 있던 얇은 가디건을 아무렇지 않게 벗어 의자 등받이에 던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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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는 시원한 밤공기를 마시겠다며, 룸의 커다란 창문을 활짝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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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분에 시선 둘 곳이 좀 없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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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이 파인 쇄골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오프숄더 니트만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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얘도 참 둔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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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 앞에서 이렇게 휙휙 까는 건 좀 자제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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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고개를 저으며 물을 들이켰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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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꼴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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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세아는 시원한 생맥주를 들이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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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맥주를 한 모금 마시고는, 만족스러운 듯 붉은 혀로 입술을 살짝 핥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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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 낫네. 한잔할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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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아는 내게 맥주잔을 들이대며 아무렇지 않게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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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괜찮아. 취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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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웃으며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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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세아 같은 초일류 헌터들은, 사실 취하고 싶어도 제대로 취할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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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의 신체는 알코올을 일종의 독소로 분류하고, 섭취하는 족족 분해해 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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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몸이 그렇게 반응한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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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나는 헌터지만, 마시는 대로 취하는 편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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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라서 진세아와 함께 술을 마신다는 것은, 일방적으로 나만 무장해제 당하겠다는 소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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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버티지도 못하고 나가떨어질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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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 아깝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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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대화하던 사이 음식이 도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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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업원은 진세아의 얼굴을 보고 깜짝 놀란 듯했지만, 프로의식이 투철하셨던지 아는 체를 하지 않고 조용히 음식만 두고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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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앞으로의 일에 대해,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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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질문을 던진 것은 진세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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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상담소는 언제 다시 열 것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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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빠르면 다음 주 월요일. 늦으면… 그 주 금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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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정도 일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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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히 이유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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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나는 지금 당장에 상담소를 열어도 문제가 없는 상황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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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늦어질 이유가 있다면, 그건 설유월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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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유월이 문제라는 것이 아니고, 그녀는 내가 처음부터 끝까지 책임지고 담당하고 있는 이방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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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 내가 답도 없이 자고 있던 동안 그녀의 헌터로서의 등급과 자질에 대한 측정 결과가 나왔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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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세지도 도착해 있었다. 평가 완료됐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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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내가 해야 할 일은, 그 결과를 바탕으로 그녀에게 가장 적합한 길을 찾아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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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의 헌터로서의 등급은 어느 정도인지, 또 그에 맞춰 어떤 길드들이 그녀에게 오퍼를 넣고 있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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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담당 상담사이지 직원으로서 설유월을 가장 바람직한 방향으로 이끌어야 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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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그 과정에서 예상치 못한 문제가 생긴다면, 상담소 재개장이 늦어질 수도 있다는 의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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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 지금 많이 섭섭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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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과가 나오면 바로 찾아가기로 약속해놓고, 며칠 동안 잠이나 잤으니까. 나는 속으로 작게 한숨을 쉬었다. 내일이나 일요일에 사과의 선물과 함께 그녀를 찾아갈 예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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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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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대답에, 진세아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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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물을 마시기 위해 컵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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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그때, 진세아는 무심한 목소리로 폭탄 발언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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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해태 그만둘까 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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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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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입에 머금고 있던 물을 그대로 뿜을 뻔했다. 간신히 삼키긴 했지만, 사레가 들려 격하게 기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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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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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모르겠어서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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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태에서 그녀는 여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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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어딜 가도 여왕이겠지만 있던 곳이 낫지 않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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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동시에 재빠르게 그녀의 마음속을 살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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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적인 시스템으로는 그녀의 마음을 볼 수 없기 때문에 핀으로 살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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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세아] [PINN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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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상태: 해태 길드가 업무 외의 광고나 방송 촬영을 강요하는 것이 극도로 짜증 남! 게다가 길드 내부에 진심으로 의지할 만한 사람도 단 한 명도 없음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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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인 스탠스: 해태 그만두고 싶당.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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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까부터 어딘가 화가 나 있더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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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이유 때문이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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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그녀의 진짜 이유가 이것이라면, 내가 해줄 말은 단순했다. 망설일 필요조차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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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만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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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단호한 대답에, 진세아의 눈이 동그래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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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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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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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뚝배기 안에서 부드럽게 익은 닭 다리를 젓가락으로 건져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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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해체하며 당연하다는 듯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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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예쁘고 여러모로 인기가 많으니까 길드 입장에서 욕심나는 건 이해는 되는데, 네가 싫으면 안되는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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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고 촬영이나 방송은 어디까지나 헌터의 의사가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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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존재 자체가 연봉 값인데, 아무리 외모가 뛰어나고 그래도 그렇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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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세아가 싫은데 방송 촬영을 요구하는 것은 해태 입장에서는 욕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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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발라낸 부드러운 다리 살을 진한 육장에 푹 찍어, 그녀의 입 앞에 내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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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만둬도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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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세아는 고기를 멍하니 바라보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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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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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받아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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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이야기는 한 번 해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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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 정도는 해볼 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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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세아가 의견표출을 잘 안 하는 편이니까, 해태에서는 오히려 그녀가 방송 출연을 원한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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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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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진세아가 어떤 선택을 내리든, 지지할 준비가 되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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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진세아가 양손으로 턱을 괴고, 테이블 너머로 몸을 기울이며 나를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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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선우, 나 예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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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쁘냐 안 예쁘냐를 묻는다면… 당연히 전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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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이 달려있는 이상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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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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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라서 감상 그대로 이야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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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큭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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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즉답에, 진세아는 아이처럼 웃음을 터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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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만족스럽다는 듯, 턱을 괸 채로 고개를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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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깐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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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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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진세아가 말을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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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어리가 예뻐, 내가 예뻐? 아니 요즘 말이 많더라고? 이건 그냥 궁금증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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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헌터 갤러리에서 많이 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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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 다 길드를 대표하는 S급 헌터의 얼굴이라 그런지 일명 갈드컵이 많이 일어나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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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인 떡밥 중 하나기도 한 것 같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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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견도 첨예하게 대립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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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세아의 표정은 아까와 다를 게 없었지만, 묘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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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위기가 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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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머릿속으로 고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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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더 예쁘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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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굴을 평가하는 게 취미는 아니지만, 굳이 이야기하자면 둘 다 고양이상의 미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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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어리는 전체적인 인상이 조금 더 날카롭고 서구적인 느낌이라면, 세아는 웃으면 좀 인상이 부드러워지는 타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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객관적으로 봐도 우위를 가르기가 힘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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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고 지금 이 자리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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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향 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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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고 하는 건 좀 아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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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은 애초에 하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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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더 예쁜 것 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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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아 앞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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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물을 떠먹으며 담백하게 대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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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자 세아는 기쁨에 가득 찬 미소를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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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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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세아는 그렇게 답하며, 젓가락으로 뚝배기 안에 있던 가장 크고 먹음직스러운 고기를 집어내 앞접시에 놓아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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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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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는 답변이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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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아닌 것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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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루나필드, 그러니까 쇼핑몰에서 설유월에게 줄 선물을 고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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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진세아에게 설유월에게 줄 사과 선물로 뭐가 좋을지 물었던 것이 화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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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담당하는 이방인인데 선물로 뭐가 좋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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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니까 나한테 물어보는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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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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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이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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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세아가 내게 핸드폰으로 보여준 것은 무슨 화려하게 달린 보정 속옷 세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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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까… 몸매가 부각되고, 조금 도와주는 그런 브래지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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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아닌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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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담사로 줄 선물은 더욱 아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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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다가 설유월은 이런 게 필요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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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그녀의 피지컬은… 우수하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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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쓴웃음을 지으며 다른 코너로 몸을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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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은 어차피 가서 해주면 되는 일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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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유월이 물질적으로 부족한 것도… 아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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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애매하긴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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옷 코너를 돌던 중, 한 점원과 눈이 마주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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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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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번에 설유월의 옷을 골라주었던, 바로 그 사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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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 또한 나를 기억하고 있었는지, 점원의 눈이 놀라움으로 크게 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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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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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을 차려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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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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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양손에는 크고 작은 쇼핑백이 가득 들려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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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친 화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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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모르게 다 사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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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히 설유월의 사이즈를 기억하시던 점원이다 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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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객님 이 블라우스는 저번에 사가신 스커트랑 잘 어울릴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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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그러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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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이 가디건은 요즘 같은 날씨에 걸치기 딱 좋죠. 색깔도 고객님 여자친구분 피부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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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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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홀린 듯이 고개를 끄덕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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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설유월도 좋아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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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협회에 약식으로 보고 후, 설유월을 만나러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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듣기로는 지금 격리소 내의 홀에서 이방인들을 위한 체험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고 했다. 나는 양손 가득 쇼핑백을 들고, 바로 그쪽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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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험 프로그램이라더니, 강당에서는 교육이 한창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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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상에 선 강사가 지루하다는 표정으로 마이크에 대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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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깥세상에서는 오늘은 토요일이며, 여러분들도, 그리고 저도 주말을 누려야 하지만… 피치 못하게 오늘은 강의를 진행하게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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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의 내용은 뭐, 대충 그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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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네 엄청 센데, 그거 알고 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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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심해줬으면 좋겠고, 너네 헌터로서 의무 다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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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 내용을 들으며 강당 뒤편에서 설유월의 모습을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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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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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키 앤 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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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통수가 누가 봐도 설유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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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지루한 강의에도 불구하고, 꼿꼿한 자세로 앉아 단상 위를 응시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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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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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발소리를 죽여 옆자리로 다가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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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설유월이 눈치채지 못하도록 조심스럽게 옆에 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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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소리를 바꾸기 위해 코를 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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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의, 재미없지 않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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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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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유월은 시선을 앞에 고정한 채, 예의 바르게 대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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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왜 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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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 잘 듣고, 열심히 하고 있으라고… 하셔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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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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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마 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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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강압적인 말을 한 기억은 없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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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갑자기 미안한 마음이 들어 코를 막고 있는 손을 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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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내 본래 목소리로, 그녀의 귓가에 나직하게 속삭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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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농땡이나 피우러 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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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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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유월은 내 목소리가 돌아오자마자 고개를 홱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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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의 푸른 눈동자가 나를 확인하는 순간 세차게 흔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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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순식간에 크고 맑은 눈에 투명한 눈물이 차오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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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무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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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당황해서 황급히 설유월의 손목을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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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안, 미안. 울지 말고. 자, 일어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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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녀를 이끌고, 아무도 우리의 모습을 눈치채지 못하도록 조용히 강당을 빠져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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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격리소 안뜰에 있는, 가장 구석진 벤치에 그녀를 재빠르게 앉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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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왜 그래요 유월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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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당황해서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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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월은 대답 대신 끕끕거리며 숨을 삼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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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음을 참는 모양새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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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내가 없는 동안 무슨 힘든 일이라도 있었던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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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원님… 그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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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네. 천천히 말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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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유월은 젖어 들은 목소리로 띄엄띄엄 말을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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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수업도, 꼬박꼬박 잘 들었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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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네. 잘하셨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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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측정도… 열심히 했구요… 모르는 사람들이랑 인사도 잘 했구요… 밥도 잘 먹었어요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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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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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유월은 칭찬을 기다온 아이처럼, 그동안 자신이 얼마나 착하게 지냈는지를 나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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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그런 내 표정을 보고 더 다급하게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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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원님이… 잘하고 있으면 금방 오신다고 하셔서… 그래서 저, 정말로 열심히… 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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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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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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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럴 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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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까 그 얘기가, 이거였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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뭔가··· 내가 큰 착각을 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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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내가 장난으로 하고 떠난 말에도 예민하게 반응했던 모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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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하고 있으면 금방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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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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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안 하면 금방 안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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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열심히 잘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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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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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좀 늦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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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했는데도 늦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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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늦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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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유월의 입장에서는 속이 타들어 갈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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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하기도 헀을 것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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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잘못한 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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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 순간 불안에 떨며 자신을 채찍질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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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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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내가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깊은 마음고생을 한 모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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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그때, 내 눈앞에 선택지가 번쩍하며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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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합 답변][만족 적합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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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이 속상하고, 힘들었던 내담자 설유월에게 부드러운 포옹으로 달래주는 것은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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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무런 의미가 없는 부모? 로서의 격려의 포옹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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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၄(cʸ„òᴗóリ၃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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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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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이건 내가 명백히 잘못한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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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큰 잘못이냐 묻는다면 그건 아니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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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세심함이 부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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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이 불안에 떨었을 그녀를 안정시키기 위해서는… 아무리 머리를 굴려봐도, 지금은 저 방법밖에는 없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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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백 마디 말보다는, 한 번의 행동이 필요한 법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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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나직하게 설유월의 이름을 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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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월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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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떨리는 어깨를 가볍게 안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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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의 작은 몸이 순간 흠칫 굳는 것이 느껴졌지만, 나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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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톡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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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녀의 등을 어린아이를 달래듯 천천히, 규칙적으로 토닥여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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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안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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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말을 들은 설유월의 작은 어깨가 가늘게 떨리더니, 이내 끅끅거리는 소리가 터져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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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에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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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그녀는 울음이 터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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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내 잘못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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