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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2-14 21:31:57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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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aw Blame History

“휴우….”

진세아는 정말로 더웠는지, 어깨에 걸쳐져 있던 얇은 가디건을 아무렇지 않게 벗어 의자 등받이에 던졌다.

그리고는 시원한 밤공기를 마시겠다며, 룸의 커다란 창문을 활짝 열었다.

덕분에 시선 둘 곳이 좀 없어졌다.

깊이 파인 쇄골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오프숄더 니트만 남았다.

얘도 참 둔감하다.

남자 앞에서 이렇게 휙휙 까는 건 좀 자제해야 하지 않을까.

나는 고개를 저으며 물을 들이켰지만….

  • 꼴깍.

진세아는 시원한 생맥주를 들이키고 있었다.

그녀는 맥주를 한 모금 마시고는, 만족스러운 듯 붉은 혀로 입술을 살짝 핥았다.

“좀 낫네. 한잔할래?”

세아는 내게 맥주잔을 들이대며 아무렇지 않게 물었다.

“나는 괜찮아. 취하니까.”

나는 웃으며 답했다.

진세아 같은 초일류 헌터들은, 사실 취하고 싶어도 제대로 취할 수가 없다.

그들의 신체는 알코올을 일종의 독소로 분류하고, 섭취하는 족족 분해해 버린다.

실제로 몸이 그렇게 반응한다고 한다.

물론 나는 헌터지만, 마시는 대로 취하는 편이고.

따라서 진세아와 함께 술을 마신다는 것은, 일방적으로 나만 무장해제 당하겠다는 소리다.

얼마 버티지도 못하고 나가떨어질 것.

“에이, 아깝네.”

그렇게 대화하던 사이 음식이 도착했다.

종업원은 진세아의 얼굴을 보고 깜짝 놀란 듯했지만, 프로의식이 투철하셨던지 아는 체를 하지 않고 조용히 음식만 두고 나갔다.

우리는 앞으로의 일에 대해,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했다.

먼저 질문을 던진 것은 진세아였다.

“앞으로… 상담소는 언제 다시 열 것 같아?”

“빠르면 다음 주 월요일. 늦으면… 그 주 금요일?”

그 정도 일 것 같았다.

딱히 이유는 없다.

사실 나는 지금 당장에 상담소를 열어도 문제가 없는 상황이고.

만약 늦어질 이유가 있다면, 그건 설유월 때문이었다.

설유월이 문제라는 것이 아니고, 그녀는 내가 처음부터 끝까지 책임지고 담당하고 있는 이방인.

아마 내가 답도 없이 자고 있던 동안 그녀의 헌터로서의 등급과 자질에 대한 측정 결과가 나왔을 것이다.

메세지도 도착해 있었다. 평가 완료됐다고.

이제 내가 해야 할 일은, 그 결과를 바탕으로 그녀에게 가장 적합한 길을 찾아주는 것이다.

그녀의 헌터로서의 등급은 어느 정도인지, 또 그에 맞춰 어떤 길드들이 그녀에게 오퍼를 넣고 있는지.

나는 담당 상담사이지 직원으로서 설유월을 가장 바람직한 방향으로 이끌어야 하니까.

만약 그 과정에서 예상치 못한 문제가 생긴다면, 상담소 재개장이 늦어질 수도 있다는 의미였다.

아마 지금 많이 섭섭할 수도 있다.

결과가 나오면 바로 찾아가기로 약속해놓고, 며칠 동안 잠이나 잤으니까. 나는 속으로 작게 한숨을 쉬었다. 내일이나 일요일에 사과의 선물과 함께 그녀를 찾아갈 예정이었다.

“그렇구나….”

내 대답에, 진세아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물을 마시기 위해 컵을 들었다.

바로 그때, 진세아는 무심한 목소리로 폭탄 발언을 했다.

“나, 해태 그만둘까 봐.”

“푸흡-!”

나는 입에 머금고 있던 물을 그대로 뿜을 뻔했다. 간신히 삼키긴 했지만, 사레가 들려 격하게 기침했다.

“왜, 왜?”

정말 모르겠어서 물었다.

해태에서 그녀는 여왕이다.

물론 어딜 가도 여왕이겠지만 있던 곳이 낫지 않나?

나는 동시에 재빠르게 그녀의 마음속을 살폈다.

일반적인 시스템으로는 그녀의 마음을 볼 수 없기 때문에 핀으로 살폈다.

[진세아] [PINNED]

[현재 상태: 해태 길드가 업무 외의 광고나 방송 촬영을 강요하는 것이 극도로 짜증 남! 게다가 길드 내부에 진심으로 의지할 만한 사람도 단 한 명도 없음 ㅠㅠ]

[메인 스탠스: 해태 그만두고 싶당. ㅠㅠ]

아까부터 어딘가 화가 나 있더만.

이런 이유 때문이었구나.

만약 그녀의 진짜 이유가 이것이라면, 내가 해줄 말은 단순했다. 망설일 필요조차 없다.

“그만둬.”

내 단호한 대답에, 진세아의 눈이 동그래졌다.

“정말?”

“어.”

나는 뚝배기 안에서 부드럽게 익은 닭 다리를 젓가락으로 건져냈다.

그리고 해체하며 당연하다는 듯이 말했다.

“네가 예쁘고 여러모로 인기가 많으니까 길드 입장에서 욕심나는 건 이해는 되는데, 네가 싫으면 안되는 거지.”

광고 촬영이나 방송은 어디까지나 헌터의 의사가 중요하다.

그녀는 존재 자체가 연봉 값인데, 아무리 외모가 뛰어나고 그래도 그렇지.

진세아가 싫은데 방송 촬영을 요구하는 것은 해태 입장에서는 욕심이다.

나는 발라낸 부드러운 다리 살을 진한 육장에 푹 찍어, 그녀의 입 앞에 내밀었다.

“그만둬도 돼.”

진세아는 고기를 멍하니 바라보더니….

“냠.”

하고 받아먹었다.

“물론… 이야기는 한 번 해봐.”

이야기 정도는 해볼 만 하다.

진세아가 의견표출을 잘 안 하는 편이니까, 해태에서는 오히려 그녀가 방송 출연을 원한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알았어.”

나는 진세아가 어떤 선택을 내리든, 지지할 준비가 되어 있었다.

그때, 진세아가 양손으로 턱을 괴고, 테이블 너머로 몸을 기울이며 나를 바라보았다.

“근데… 선우, 나 예뻐?”

예쁘냐 안 예쁘냐를 묻는다면… 당연히 전자다.

눈이 달려있는 이상 뭐.

“예쁘지.”

따라서 감상 그대로 이야기했다.

“큭큭.”

내 즉답에, 진세아는 아이처럼 웃음을 터뜨렸다.

그녀는 만족스럽다는 듯, 턱을 괸 채로 고개를 끄덕였다.

“잠깐만.”

“응?”

그때, 진세아가 말을 덧붙였다.

“메어리가 예뻐, 내가 예뻐? 아니 요즘 말이 많더라고? 이건 그냥 궁금증이야.”

나도 헌터 갤러리에서 많이 본 것 같다.

둘 다 길드를 대표하는 S급 헌터의 얼굴이라 그런지 일명 갈드컵이 많이 일어나더라.

메인 떡밥 중 하나기도 한 것 같았고.

의견도 첨예하게 대립한다.

진세아의 표정은 아까와 다를 게 없었지만, 묘하게….

분위기가 달랐다.

나는 머릿속으로 고민했다.

누가 더 예쁘냐고?

얼굴을 평가하는 게 취미는 아니지만, 굳이 이야기하자면 둘 다 고양이상의 미녀다.

메어리는 전체적인 인상이 조금 더 날카롭고 서구적인 느낌이라면, 세아는 웃으면 좀 인상이 부드러워지는 타입.

객관적으로 봐도 우위를 가르기가 힘든 것 같다.

그렇다고 지금 이 자리에서.

‘취향 차이.

라고 하는 건 좀 아니지 않을까.

답은 애초에 하나였다.

“네가 더 예쁜 것 같네.”

세아 앞이니까….

국물을 떠먹으며 담백하게 대답했다.

그러자 세아는 기쁨에 가득 찬 미소를 지었다.

“잘했어.”

진세아는 그렇게 답하며, 젓가락으로 뚝배기 안에 있던 가장 크고 먹음직스러운 고기를 집어내 앞접시에 놓아주었다.

아무래도….

맞는 답변이었던 것 같다.


“이건 아닌 것 같은데….”

나는 루나필드, 그러니까 쇼핑몰에서 설유월에게 줄 선물을 고르고 있었다.

어제 진세아에게 설유월에게 줄 사과 선물로 뭐가 좋을지 물었던 것이 화근이었다.

‘내가 담당하는 이방인인데 선물로 뭐가 좋을까?

‘여자니까 나한테 물어보는 거지?

‘어.

‘그럼 이거.

진세아가 내게 핸드폰으로 보여준 것은 무슨 화려하게 달린 보정 속옷 세트였다.

그러니까… 몸매가 부각되고, 조금 도와주는 그런 브래지어.

이건 아닌 것 같다.

상담사로 줄 선물은 더욱 아니고.

게다가 설유월은 이런 게 필요가 없다.

이미 그녀의 피지컬은… 우수하다고 생각한다.

나는 쓴웃음을 지으며 다른 코너로 몸을 옮겼다.

음식은 어차피 가서 해주면 되는 일이고.

설유월이 물질적으로 부족한 것도… 아니고.

진짜 애매하긴 했다.

옷 코너를 돌던 중, 한 점원과 눈이 마주쳤다.

“어.”

저번에 설유월의 옷을 골라주었던, 바로 그 사람이었다.

그녀 또한 나를 기억하고 있었는지, 점원의 눈이 놀라움으로 크게 뜨였다.

그리고.

정신을 차려보니.

“…….”

내 양손에는 크고 작은 쇼핑백이 가득 들려져 있었다.

미친 화술이다.

나도 모르게 다 사버렸다.

우연히 설유월의 사이즈를 기억하시던 점원이다 보니….

“고객님 이 블라우스는 저번에 사가신 스커트랑 잘 어울릴 거예요.”

“아… 그러네요.”

“그리고 이 가디건은 요즘 같은 날씨에 걸치기 딱 좋죠. 색깔도 고객님 여자친구분 피부에….”

“아… 네.”

나는 홀린 듯이 고개를 끄덕였고.

뭐, 설유월도 좋아하겠지….

나는 협회에 약식으로 보고 후, 설유월을 만나러 갔다.

듣기로는 지금 격리소 내의 홀에서 이방인들을 위한 체험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고 했다. 나는 양손 가득 쇼핑백을 들고, 바로 그쪽으로 향했다.

체험 프로그램이라더니, 강당에서는 교육이 한창이었다.

단상에 선 강사가 지루하다는 표정으로 마이크에 대고 말했다.

“바깥세상에서는 오늘은 토요일이며, 여러분들도, 그리고 저도 주말을 누려야 하지만… 피치 못하게 오늘은 강의를 진행하게 됐습니다.”

강의 내용은 뭐, 대충 그거였다.

너네 엄청 센데, 그거 알고 있지?

조심해줬으면 좋겠고, 너네 헌터로서 의무 다해라.

나는 그 내용을 들으며 강당 뒤편에서 설유월의 모습을 찾았다.

“찾았다.”

쿠키 앤 크림.

뒤통수가 누가 봐도 설유월이다.

그녀는 지루한 강의에도 불구하고, 꼿꼿한 자세로 앉아 단상 위를 응시하고 있었다.

장하다.

나는 발소리를 죽여 옆자리로 다가갔다.

그리고 설유월이 눈치채지 못하도록 조심스럽게 옆에 앉았다.

목소리를 바꾸기 위해 코를 막았다.

“강의, 재미없지 않아요?”

“… 네.”

설유월은 시선을 앞에 고정한 채, 예의 바르게 대답했다.

“근데 왜 봐요?”

“……말 잘 듣고, 열심히 하고 있으라고… 하셔서요.”

“…….”

설마 난가.

그런 강압적인 말을 한 기억은 없는데.

나는 갑자기 미안한 마음이 들어 코를 막고 있는 손을 뗐다.

그리고 내 본래 목소리로, 그녀의 귓가에 나직하게 속삭였다.

“우리 농땡이나 피우러 갈까요.”

“?!”

설유월은 내 목소리가 돌아오자마자 고개를 홱 돌렸다.

그녀의 푸른 눈동자가 나를 확인하는 순간 세차게 흔들렸다.

그리고 순식간에 크고 맑은 눈에 투명한 눈물이 차오르기 시작했다.

이게 무슨….

나는 당황해서 황급히 설유월의 손목을 잡았다.

“미안, 미안. 울지 말고. 자, 일어나요.”

나는 그녀를 이끌고, 아무도 우리의 모습을 눈치채지 못하도록 조용히 강당을 빠져나왔다.

그리고 격리소 안뜰에 있는, 가장 구석진 벤치에 그녀를 재빠르게 앉혔다.

“왜, 왜 그래요 유월 씨?”

나는 당황해서 물었다.

유월은 대답 대신 끕끕거리며 숨을 삼켰다.

울음을 참는 모양새였다.

혹시 내가 없는 동안 무슨 힘든 일이라도 있었던 걸까?

“의원님… 그니까요….”

“네네. 천천히 말해주세요”

설유월은 젖어 들은 목소리로 띄엄띄엄 말을 이었다.

“저… 수업도, 꼬박꼬박 잘 들었구요….”

“네네. 잘하셨어요.”

“측정도… 열심히 했구요… 모르는 사람들이랑 인사도 잘 했구요… 밥도 잘 먹었어요오….”

“…?”

설유월은 칭찬을 기다온 아이처럼, 그동안 자신이 얼마나 착하게 지냈는지를 나열했다.

그녀는 그런 내 표정을 보고 더 다급하게 덧붙였다.

“의원님이… 잘하고 있으면 금방 오신다고 하셔서… 그래서 저, 정말로 열심히… 끕…!”

어?

아.

이럴 수가.

아까 그 얘기가, 이거였구나.

뭔가··· 내가 큰 착각을 한 것 같다.

그녀는, 내가 장난으로 하고 떠난 말에도 예민하게 반응했던 모양이었다.

‘잘하고 있으면 금방 온다.

그렇다면?

‘잘 안 하면 금방 안 온다???

그래서 열심히 잘하고 있었다.

그런데.

‘내가 좀 늦었지.

잘했는데도 늦었다.

내가 늦었다.

설유월의 입장에서는 속이 타들어 갈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불안하기도 헀을 것이고.

내가 잘못한 건 아닐까.

매 순간 불안에 떨며 자신을 채찍질했을 것이다.

어떻게 하지….

그녀는 내가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깊은 마음고생을 한 모양이었다.

바로 그때, 내 눈앞에 선택지가 번쩍하며 떠올랐다.

[적합 답변][만족 적합률 ???%]

[많이 속상하고, 힘들었던 내담자 설유월에게 부드러운 포옹으로 달래주는 것은 어떨까요?]

[※ 아무런 의미가 없는 부모? 로서의 격려의 포옹입니다!※]

[ ၄(cʸ„òᴗóリ၃ ]

“…….”

그래, 이건 내가 명백히 잘못한 부분이다.

사실… 큰 잘못이냐 묻는다면 그건 아니겠지만….

그냥, 세심함이 부족했다.

많이 불안에 떨었을 그녀를 안정시키기 위해서는… 아무리 머리를 굴려봐도, 지금은 저 방법밖에는 없어 보였다.

가끔 백 마디 말보다는, 한 번의 행동이 필요한 법이니까.

나는 나직하게 설유월의 이름을 불렀다.

“유월 씨.”

그리고 떨리는 어깨를 가볍게 안았다.

그녀의 작은 몸이 순간 흠칫 굳는 것이 느껴졌지만, 나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 톡톡.

나는 그녀의 등을 어린아이를 달래듯 천천히, 규칙적으로 토닥여주었다.

“미안해요.”

그 말을 들은 설유월의 작은 어깨가 가늘게 떨리더니, 이내 끅끅거리는 소리가 터져 나왔다.

“우에엥….”

결국, 그녀는 울음이 터졌다.

그냥, 내 잘못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