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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2-14 21:31:57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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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마이크의 버튼을 눌러 그들을 불렀다.

“안녕하세요. 이준혁, 장나현 헌터님. 상담사 유선우입니다.”

내 목소리가 스피커를 통해 방 안에 울려 퍼지자, 이불 더미의 꿀렁임이 순간 멈칫했다.

잠시 후 이불에 뭉개져 나른하고 짜증 섞인 여성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 흣…? 오빠아… 나가봐.

내가 말을 걸고 몇십초 후, 이불 사이로 머리가 빼꼼하고 튀어나왔다.

붉게 상기된 얼굴, 이준혁 헌터였다.

그는 서글서글한 미소로 손을 흔들었다.

“아이고 상담사님, 아침부터 고생이 많으십니다.”

사실 내가 하고 싶은 말이었다.

아침부터 고생이 많으시네요.

“아닙니다.”

이준현 헌터는 고개를 끄덕이더니 질문을 던졌다.

“오늘은 어떤 일이십니까?”

“저주에 대한 치료 건 때문에 왔습니다.”

“아하, 그렇군요. 고생이 많으십니다.”

  • 들썩들썩.

그의 대답과 함께, 대화에 적응이라도 한 듯 침대가 다시금 위아래로 꿈틀거리기 시작했다.

이불 너머로 억눌린 웃음소리인지 신음인지 모를 소리가 새어 나왔다.

“치료 방법이 어떻게 되나요?”

그는 천연덕스럽게 물었다.

통상적으로 우리가 정립한 치료법은 명확했다.

메어리의 정화 마나를 주입해, 숙주에게 깃든 악마의 기운을 태워버리는 것.

이번에도 비슷하게 진행하면 될 터였다.

나는 우선, 두 사람의 정확한 상태를 확인하기 위해 입을 열었다.

“일단 치료에 앞서 장나현 헌터님도 얼굴을 보여주실 수 있으실까요? 아, 다른 건 괜찮고… 얼굴만 보여주시면 됩니다.”

내 요청에 이불 더미가 다시 한번 꿈틀거렸다.

“네….”

이불 안에서 나른한 대답과 함께, 장나현 또한 시뻘게진 얼굴을 밖으로 내밀었다.

나는 우선적으로 이준혁의 상태를 확인했다.

[이준혁]

[메인 스탠스]

[아내에게 XX해서 XXXX하고 있습니다. 지금 당장 아내를 XX시키고 싶습니다.]

… 이해했다.

다음은 장나현.

[장나현]

[메인 스탠스]

[남편에게 XXXX당하고 싶습니다. XX하고 싶다고 생각합니다.]

[……본 시스템의 윤리 규정에 따라 일부 내용이 검열되었습니다!]

[( >

어, 그래.

잘했어.

단 두 사람 모두 욕망에 극도로 충실한 상태.

악마의 권속화는 기본적으로 욕망의 증폭이, 이를 수 없는 좌절을 유도하고 그 끝에 찾아온 절망을 자극하여 계약이 성립된다고 들었다.

그런데 저 두 사람은, 지금, 이 순간에도 서로의 욕망을 완벽하게 충족시키고 있었다.

좌절이나 절망이랑은 거리감이 좀 있다.

이러면 악마의 권속화 과정 자체가 성립되지 않는 것 아닐까?

[합리적인 추론입니다!]

[실제로 두 대상 모두 악마의 파장이 매우 약하게 관측되고 있습니다.]

그럼 저 행동을 권장하기 위해 방을 합친 건 잘한 걸지도 모르겠다.

만약 분리시켜 뒀다면, 충족되지 못한 욕망이 절망으로 바뀌어 권속화가 진행되었을지도 모르겠다.

음, 그래.

천만다행이다.

나는 결론을 내리고 파트너를 불렀다.

“메어리.”

“응.”

이제 그녀의 시간이었다.

무언가를 할 필요도 없다.

메어리가 유리벽을 향해 가볍게 손을 뻗자, 그녀의 손끝에서 피어난 연보랏빛 기운이 벽을 통과했다.

그리고 이불 아래의 두 사람의 등 뒤에서, 희미한 검은 아지랑이 두 개를 끄집어냈다.

“응?”

하지만 메어리는 이내 고개를 갸웃했다.

“이미 죽었네?”

“정말로?”

“응.”

그녀의 말과 함께 아지랑이의 정체가 드러났다.

허공에는 쭈글쭈글하게 말라비틀어진, 두 마리의 작은 악마 껍데기가 힘없이 떠 있었다.

두 시체 모두 굉장히 수척한 몰골이었다.

왜 저렇게 수척한지는 모르겠다.

“그럼… 이미 저주가 사라진 건가?”

내가 멍하니 묻자, 메어리는 어깨를 으쓱하며 피식 웃었다.

“그런… 것 같은데….”

바로 그때, 침대 위에서 부스럭거리는 소리와 함께 이준혁 헌터가 상체를 일으켰다.

“저기 혹시… 끝났나요?”

이준혁이 물어왔다.

“아, 잠시만요.”

는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해, 시스템에게 최종 확인을 요청했다.

정말로 끝난 건지.

[네 사용자님, 두 헌터 모두 기생체의 반응이 완전히 사라졌습니다.]

[치료 완료!]

그렇다고 한다.

나는 유리벽 너머의 두 사람을 향해 결과를 알렸다.

“네, 끝났습니다. 두 분 모두 저주가 해소되셨습니다.”

“아, 그렇군요. 정말 다행이네요.”

이준혁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는 다음 순간에 다시 이불 속으로 파고들며 고개만 쏙 내밀었다.

“그럼 이제 저희끼리만 있게, 좀 나가주시겠어요?”

“…….”

우리는 결국 안에서 나왔다.

메어리는 참았던 웃음을 터뜨리며 물었다.

“저주가 끝났는데도 여전히 뜨거운데?”

“그러게.”

나도 당황스럽기는 매한가지였다.

그때, 메어리가 내게 흥미로운 사실을 알려주었다.

“듣기로는 원래 저 부부 헌터… 길드에서도 유명했다고 해. 사이가 되게 안 좋아서. 이혼 소문도 돌았었는데….”

그녀는 턱을 매만지며 그들을 떠올리는 듯했다.

“오히려 저주가 서먹해진 둘의 사이를 다시 붙여준 거 아닐까? 그럼… 다행인 건가?”

관점을 바꾸면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을 것 같긴 하다….

워낙 특이 케이스라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모르겠을 뿐.

  • 스윽.

복잡한 생각에 잠겨 복도를 걷던 그때, 메어리가 내 팔에 부드럽게 팔짱을 껴왔다.

나는 그 온기를 느끼는 순간, 나도 모르게 팔꿈치를 살짝 들어 올려 그녀가 팔을 끼우기 쉽게끔 공간을 만들어주었다.

본능에 가까운 행동이었다.

“오~ 기억하네?”

메어리가 장난기 가득한 목소리로 웃었다.

“…….”

내 흑역사라면 흑역사다.

과거 모든 것이 서툴렀던 시절.

유독 힘들어했던 메어리가 내게 팔짱을 끼려 한 적이 있었다.

당시에는 메어리가 상당히 불안정했고, 또 힘들어했기 때문에 시스템이 하라는 대로 하려고 노력했었다.

상담사로서의 지식은 0%, 전무했고.

나의 정신상태부터 많은 부분 시스템에 다양한 방면으로 의존했던 시절이니까.

메어리가 부끄럽게 팔을 넣으면 나는 그녀가 끼게 쉽게끔 팔을 살짝 들어주고, 다시 닫아 그녀의 팔을 꽉 조였었다.

[내담자 메어리의 심리적 안정을 위해, 팔짱을 용이하게 할 수 있도록 팔을 들어준 뒤, 그녀의 팔을 단단히 감싸 쥐어 보호받고 있다는 느낌을 각인시키십시오!]

그렇게 하라고 시켰으니까.

[히히.]

녀석이 짓궃게 웃는 것을 보니, 아직 그 버릇이 본능적으로 남아있는 모양이었다.

나는 쓴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지금은 과거를 곱씹을 때가 아니었다.

나는 메어리와 함께, 다음 헌터들을 치료하기 위해 발걸음을 옮겼다.

아침부터 쉴 새 없이 이어진 강행군.

수십 개의 방을 돌며, 우리는 스물두 명의 영혼을 악마의 손아귀에서 끄집어냈다.

어느새 인원은 정확히 둘만 남은 상태였다.

“후우….”

메어리 또한 전혀 내색하지는 않았지만, 조금 지쳐 보였다.

S급 헌터라 한들, 스무 번이 넘게 다른 존재의 정신에 개입하여 악마를 강제로 끄집어내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리라.

우리는 마지막에서 세 번째 환자의 방문 앞에 섰다.

나는 방금 막 도착한 메시지를 확인하고 나직하게 중얼거렸다.

“남은 사람이… 강민호 헌터하고 최시혁 헌터네.”

“아… 최시혁, 정말정말 싫다.”

내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메어리가 진심으로 싫다는 표정을 지으며 중얼거렸다.

“사이가 조금 안 좋은가 보네.”

내 덤덤한 말에, 그녀는 어이없다는 듯 나를 돌아보았다.

“조금? 아니, 아주 많이.”

“나는 걔 숨 쉬는 공기도 아까워.”

메어리는 낮게 으르렁거렸다.

그러나 이건 이거고, 치료는 치료다.

추측 상 최시혁은 권속화가 거의 완료되었다고 봐도 무방한 상태. 지금으로서는 치료가 가능할지조차 미지수였다.

일단 들어가서, 직접 확인해야만 했다.

내가 결심을 굳히고 방문으로 손을 뻗으려던 그 순간, 메어리가 내 팔에 자신의 팔을 단단히 껴왔다.

“기분 갑자기 많이 나빠졌어. 팔짱 껴줘.”

그녀는 아이처럼 칭얼거리며, 내 어깨에 머리를 기댔다.

“알았어.”

나는 그녀의 의도를 오해하고, 싫어하는 상대를 마주하기 전 긴장한 것이라 여겨 깍지 낀 그녀의 손등을 가볍게 토닥여주었다.

우리는 다음 목적지인 강민호 헌터의 관찰실을 향해 걸음을 옮겼다.

  • 치익.

관찰실의 문이 열렸다. 어두운 방, 유리벽 너머로 보이는 환자실은 텅 비어 있었다.

의아함이 스치던 바로 그 순간, 통제실의 스피커가 찢어질 듯한 비명을 토해냈다.

  • 강민호 헌터님!!!!

심장이 쿵 하고 내려앉았다. 고개를 돌리는 순간 방구석, 있어야 할 감시 카메라는 작살이 나 있었고 천장의 조명에는 푸른색의 마나로 만들어진 밧줄이, 그리고 그 끝에는… 목을 맨 채 필사적으로 발버둥 치는 강민호가 대롱대롱 매달려 있었다.

“…!”

그의 얼굴은 이미 자줏빛으로 변해가고 있었다. 아직 늦지 않았다. 아직 숨이 붙어있다.

방금 막 매달린 것처럼 보였다.

아직 발버둥 치고 있다.

빠르게…!

  • 쨍그랑!

하지만 나보다 더 빠른 것은 메어리였다.

그녀는 망설임 없이, 관찰실의 강화 유리벽을 통째로 박살을 내 버렸다.

유리벽이 터짐과 동시에, 메어리는 이미 내부에 도착해 있었다.

그녀는 그대로 밧줄을 끊어버렸다.

  • 툭.

강민호는 힘없이 바닥으로 떨어졌다.

나는 재빠르게 그의 곁으로 다가가, 기도를 확보하고 상태를 확인했다.

[강민호]

[재빠른 응급처치가 있다면 생존 확률: 99.1%]

시스템이 나를 안심시켰다.

  • 타다다닥….

그와 동시에 복도에서 협회의 지원팀이 달려오는 소리가 들렸다.

카메라가 깨지자마자 바로 뛴 모양.

그들이 응급처치를 시작하는 동안, 메어리는 바닥에 떨어져 스르르 흩어지는 푸른 밧줄의 잔해를 들여다보고 있었다.

그녀는 흩어지는 마력 입자를 향해 손을 뻗었다.

연보랏빛 빛이 그녀의 손끝에서 피어나, 사라지기 직전의 푸른 입자들을 작은 빛의 감옥 안에 가두었다.

그리고는 미간을 찌푸렸다.

“… 최시혁… 인데.”

메어리는 나직하게 중얼거렸다.

“… 정말이야?”

내 되물음에, 그녀는 미간을 찌푸렸다. 마치 역겨운 것이라도 만진 듯한 표정이었다.

“약간… 애매해. 파장 자체는 그 놈이 맞아. 원래도 흙탕물처럼 지저분하긴 했는데… 더 불쾌하고 끈적거리는 게 섞여 있어.”

불쾌하고 끈적거리는 것.

메어리가 감각으로 느낀 그것은… 아무래도···.

무슨 이유인지는 모르겠다.

메어리의 말이 사실이라면 최시혁은, 강민호를 살해하려고 했다.

어느새 지원팀이 강민호를 들것에 싣고 복도 저편으로 사라졌다.

나는 메어리를 돌아보았다.

그녀 또한 나를 보고 있었다.

“갈까?”

침묵을 깬 것은 메어리였다.

나 또한, 대답 대신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의 다음 목적지는 정해져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