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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2-14 21:31:57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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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소동이 끝나고 해가 저물어가는 늦은 오후.
엘리스와 릴리는 길드 근처의, 한적한 카페 구석진 자리에 마주 앉아 있었다.
이곳은 릴리가 좋아하는 카페.
향긋한 커피 향과 재즈 음악이 잘 어울리는 곳이다.
릴리는 눈앞의 엘리스의 새빨개진 얼굴을 보며 귀엽다는 듯, 붉은 꼬리를 살랑 흔들었다.
그리고, 친절하게 다시 한번 정리해 주었다.
“그러니까~”
“같은 종의 수인이랑 같은 집에서 살면….”
- 끄덕끄덕.
“서로의 페로몬에 영향을 받아서 발정기도 같이 올 수가 있다~ 이 말씀인 거지~”
- 끄덕끄덕끄덕.
엘리스는 목덜미까지 새빨개진 얼굴로 끄덕거리는 것이 전부였다.
아침에 그녀에게 상담은 했으나, 대해의 공략 소식으로 인해 긴급상황에 대처하느라 잠시 이야기가 미뤄졌었다.
​그리고 지금 모든 상황이 끝나고, 그녀 둘은 카페에서 이야기를 나누는 상황이었고.
릴리는 턱을 괸 채 고혹적인 미소로 덧붙였다.
“아마 지금쯤 그쪽도 똑같은 일로 속 좀 앓고 있을걸?”
엘리스는 결국 발정기의 이유를 적나라하게 알아버렸다.
어쩐지 언니답지 않게 새벽부터 일찍 일어나서 빨래를 하더라.
그때 발정기 전조증상이 온건 그녀뿐만이 아니었던 것이다.
어떻게 해야 할까.
당황스럽다.
곰곰이 생각을 해봤다.
오늘 아침, 엘리스가 꿈을 꾸면서 온몸으로 열심히 받아냈던 남성은… 선생님이었다.
엘리스는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호, 혹시… 그, 대상도… 같을 수가 있나여?”
릴리는 당연한 것을 묻는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똑같지.”
이런.
그녀는 친절한 성교육 선생님처럼 설명을 덧붙였다.
“애초에 대상이 똑같지 않으면 페로몬이 서로 반응을 안 할 거야. 약간 경쟁 신호 같은 거니까.”
“…….”
엘리스는 뭔가 더 말을 할 수가 없었다.
“아니이… 그러면 그 소리는….”
나랑.
언니랑.
같은 사람을…?
그러니까, 선생님을…?
릴리는 그런 그녀의 복잡한 얼굴을 보며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똑똑하네, 우리 토끼 씨.”
부정할 수는 없었다.
사실 선생님을 향한 이 마음. 연심이 아니라고 한다면… 그건 완벽한 거짓말.
자신의 가장 깊은 비밀인 그 보육원에서 그를 만났던 그 순간부터.
엘리스는 이미 그에게 마음을 빼앗겨버렸으니까.
그 이후에도 몇번이나 그를 보육원에서 볼 수 있었다.
그렇게 비밀을 보여주고, 공유하는 상대에게 나쁜 마음을 품을 수는 없다.
그래.
그럼….
‘나야 뭐 그렇다 치고….
하지만 문제는 언니였다.
루나 언니랑 선생님은 환자와 상담사의 관계다.
자세히 아는 것은 아니지만, 상담사와 내담자의 연애는 불가능하다고 들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선생님이 그런걸 어길 리가 없어 보였고.
완전 프로페셔널한 분이셨으니까.
그러면 언니는 불가능한 꿈을 꾸고 있다는 것인데.
‘언니랑 같은 남자를 사랑하게 된 것.
이건 문제가 안 된다.
그녀가 특별한 게 아니고, 애초에 뛰어난 수컷이 두 암컷을 품에 두는 것과.
자매로서 같은 남성을 섬기는 것, 이것은 수인 사회에서는 흔한 일이었다.
다만, 어디까지나 이룰 수 있을 때의 이야기.
이룰 수 없는 꿈을 품고 사는 것은… 다르다.
언니의 가여운 꿈을 이루어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엘리스는 고민했다.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이….
분명, 있을 것이다.
***
상담은 쾌속으로 이어졌다.
오염의 전이가 되지 않는다는 것은 확인.
내가 면역자라는 것이 확인된 이상, 더 이상 지체할 이유는 없었다.
나는 재빠르게 대해의 길드원들의 상태를 체크했다.
오염의 정도가 가장 약한 길드원들부터, 차례대로.
단순히 배고픔을 호소하는 등의 오염 정도가 약한 길드원들부터.
슬픔 같은 비교적 통제할 수 있는 감정이 증폭된 이들까지.
그러나 문제는 그다음이었다.
‘…….
정도가 심한….
던전 내에서 공개적으로 거사를 치렀던 부부들이었다.
참고로 둘은 한 방에 몰아넣었다.
팀장에게 듣기로는 처음에는 두 사람을 다른 방에 분리했다고 한다.
그러나 둘은 서로를 갈망하는 욕망을 이기지 못하고, 방을 전부 박살 내놨다고 하더라.
결국 이게 가장 합리적이라고 여겼다.
내가 문을 열고 들어섰을 때 생각보다, 두 사람의 상태는 멀쩡했다.
단, 하나만 제외하면.
‘네, 그때가 가장 기분이 이상했어요.
‘다행히 지금은 좀 괜찮은 느낌?
둘은 이성적이고 또렷한 목소리로 내 질문에 대답했다.
던전에서 겪었던 일부터, 지금 느끼는 감정까지 상세하게.
다만, 그 모든 상담이 침대 위에서 위아래로 격렬하게 들썩이는 하얀 이불을 상대로 진행되었을 뿐이다.
- 삐걱, 삐걱.
나는 애써 침대에서 나는 삐걱거리는 소리와 신음을 외면했었고….
일단, 그 기억은 넘기자.
이제 마지막 길드원만이 남았다.
‘최시혁.
내 과거 동기이자,
메어리의 동료.
- 똑똑.
나는 노크와 함께, 격리 상담실로 들어갔다.
“…….”
침실에는 한 남성이 뒤를 돌아보며 서 있었다.
익숙한 뒷모습이다.
“안녕하세요. 상담사 유선우라고 합니다.”
아는 사이였기는 하지만… 그다지 사이가 좋지는 않았던 걸로 기억한다.
… 딱히 이야기는 하지 않겠다. 그냥 사람 간의 궁합이 좋지 않았다.
사적인 감정은 지워낸다. 지금은 그의 동기가 아닌 상담사니까.
나는 매뉴얼대로 입을 열었다.
내 목소리에 최시혁이 천천히 돌아보았다.
그의 눈동자는 비어있지는 않았다.
오염이 강하게 나타난 것은 아닌듯하다.
대부분 침식이 강하게 된 이들은, 동공이 혼탁했으니까.
이러면 다행일 수도 있다.
“사슬지옥에서 발생한 정신 오염으로 인해, 확인차 상담을 진행하게 되었습니다. 던전 안에서 느끼셨던, 특이사항이나….”
하지만 내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흐.”
그러나 그는 피식 웃었다.
그리고 나를 위아래로 훑어보았다.
“옷 잘 어울리네.”
그리고 자리에 앉아 계속해서 훑었다.
“야, 축하한다. 어울리긴 한다. 상담사.”
목소리에는 조소가 가득했다.
“이야기는 들었어. 헌터 그만뒀다는 거. 잘한 결정이야. 워낙 재능이 없으면 살아남기 힘든 판이니까.”
“감사합니다.”
나는 그 뻔뻔한 무례에 담담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최시혁과 잘 맞지 않았던, 그 이유를 다시 한번 상기했다.
바로 이런 이유였다.
그는 언제나 남을 깔보는 듯한 행위가 기저에 깔려 있었다.
이것처럼 정도가 심하지는 않았지만….
지금은 그 정신 오염 때문에, 그런 성향이 더욱 증폭된 것으로 보인다.
감정이 상하거나 하지는 않는다.
나는 바로 본론으로 들어갔다.
“우선 간단히 질문부터 드리겠습니다. 오염을 처음으로 감지한 것은….”
“됐어. 봐서 뭘 알기나 하겠어? 저주인데.”
그가 내 말을 잘랐다.
“나는 괜찮으니까.”
[!!!! 무례하고 버릇없는 내담자입니다!! ヽ( `д´*)]
나는 그런 그를 아무 말 없이 마주 보았다.
뭔가 말로 드잡이질할 생각은 없다.
그건 피곤한 일이다.
백 마디 말보다 빠른, 그의 상태를 열었다.
[최시혁]
[메인 스탠스]
[나는 완벽하다. 나는 틀리지 않았다. 유선우에게 동정이나 진단 따위는 받지 않는다. 절대로 저 녀석 앞에서 약한 모습을 보일 수는 없다.]
상당히 방어적인 내면이 눈에 들어왔다.
일단 스탠스 자체는 이해가 간다. 어딘가에 갇혀있고, 그 사유도 그다지 유쾌하지 않으니 자기방어적인 태도가 나타난 것일 것이다.
스탠스 자체는 이해가 가는데….
아, 맞다.
나는 주머니에서 팀장이 넘긴 간이 오염 감지기를 꺼내 들었다.
뭐 이것저것 논쟁할 필요가 없다.
소리가 나면… 안 괜찮은 거고.
소리가 안 난다면, 정말 괜찮은 것일 수도 있고.
나는 단말기를 유리벽 너머의 최시혁에게 갖다 댔다.
- …….
그런데 단말기에서는 아무런 소리도 나지 않았다.
오염이 되지 않았다?
감지기에서 적발되지 않는다면, 당연히 그는 오염된 것이 아니다.
내가 그랬으니까.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자연스러운 결론을 내릴 수밖에 없었다.
지극히 자연스러운 추측.
최시혁은….
오염되지 않았다.
***
“으응… 그렇구나. 그럼 너희들의 목적은 뭔데?”
메어리는 카메라가 없는 자신의 침실 침대 위에 편안한 자세로 누워 있었다.
그녀는 손바닥 위에 올려둔 작은 무지갯빛 구슬을 들여다보며 대화를 나누고 있다.
- 저희는 숙주들의 정신 오염이 목표….
메어리는 하품을 하며 말을 잘랐다.
“구슬 깨버릴까?”
- 아닙니다! 주인님! 전부 전부 말씀드리겠습니다!
- 저희의 궁극적인 목표는 모든 인류의… 악마 권속화입니다!
“권속화?”
- 넹….
추상적인 표현이다.
“조금 더 자세히 설명해볼래?”
- 알겠습니다….
악마는 울적한 목소리로 설명을 이어갔다.
- 기본적으로, 정신 오염이 시작되면 해당 숙주는 자신의 가장 깊은 욕망을, 맹목적으로 추구하게 됩니다.
“응.”
- 하지만 그 증폭된 욕망이 크면 클수록, 숙주는 그것을 이룰 수 없는 자신의 무력함에 더 큰 절망을 느끼게 되지요. 그게 바로 두 번째 단계입니다.
- 바로 그때. 그 약해진 정신의 틈을 비집고, 저희 혹은, 저희의 주군께서 그들의 눈앞에 나타나 권속화를 제안하는 겁니다. 그들의 욕망을 이뤄줄 힘을 주는 대가로, 그들의 영혼을 받는 것이지요.
메어리는 그 모든 설명을 조용히 듣고 있었다.
“되게 무서운 짓이네?”
그녀는 그렇게 생각했다.
감정을 고조시켜 욕망을 추구하게 하고.
그게 불가능하다는 것을 깨닫고, 대상이 절망에 빠졌을 때….
매력적인 선택지를 제시한다.
하지만 메어리는 바로 그 계획의 맹점을 짚어냈다.
모든 인류의 권속화.
그럼 빠르게 많은 사람들에게 전이시키는 것이 최우선이다.
“그런데 너희. 지금 다 격리당했는데, 이미 실패한 거 아니야?”
- …… 맞습니다… 사실 저희도 인류가 이 정도로 방비를 했을 줄은 몰랐습니다.
메어리는 고개를 으쓱했다.
그렇다면 상관없다.
대해 길드원들이야… 알 바가 아니다.
어떻게 되든 상관없었으니까.
관심사는 하나뿐.
“알았어.”
- 짝.
메어리는 손뼉을 한번 쳤다.
“그럼, 재미없는 이야기는 거기까지 하고.”
그녀는 베개 위에 둔 구슬을 다시 들여다보았다.
이번에는 기대감에 가득 찬 목소리였다.
“하던 이야기나 마저 할까? 아까 어디까지 했지?”
- 아까… 218번째까지 말씀드렸습니다….
“오케이, 다음 거 큐.”
- 네… 그러면 남자를 보내버리는 테크닉, 219번째 시작하겠습니다….
메어리가 악마의 권속이 되는 일은 없었다.
대신··· 새로운 권속을 손에 넣었다.
그것도, 꽤나 유능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