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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2-14 21:31:57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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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쎄.

메어리의 얼굴 위로는 어떤 징후도 떠오르지 않았다.

표정의 변화, 손끝의 움직임, 눈동자의 떨림까지. 전부 방에 들어온 그 순간부터 유심히 살피고 있지만, 그녀는 극히 정상이었다.

육안의 관찰로는 무엇도 단정할 수 없다.

그것이 오염의 무서운 점이라고 할 수 있겠다.

그러나, 내 능력을 통해 메어리의 진짜 속 마음까지 볼 수 있다.

그것까지 본 것을 차분히 말해보자면….

일단, 문제는 없어 보이기는 한다.

나는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

“내가 보기에는 아닐 것 같기는 한데.”

그 말에 메어리의 동그란 라일락 눈동자가 크게 뜨이더니.

안도의 한숨이 흘러 나와 유리 벽을 하얗게 흐렸다.

그리고 환한 미소를 지었다.

“역시 그렇지? 선우라면 알아볼 줄 알았어.”

그런 경우가 있다.

오염당한 헌터 옆에 있을 경우, 오염 수치가 같이 나올 때.

강력한 오염원, 즉 던전에 장시간 노출된 헌터는 그 잔 저주로도 수치가 검출되는 경우가.

그렇게 되면 잠시 몸에 달라붙은 이물질에 가깝다.

지금 협회에서는 미친 듯이 오염의 정체에 대해 분석하고 있을 것이고.

그 결과가 나오게 되면, 아마 그녀의 오염 여부 또한, 확실해지지 않을까.

메어리는 유리 벽에서 몸을 떼더니, 방구석에 있던 금속 의자를 망설임 없이 끌고 왔다.

“나는 솔직히 너무 억울했거든.”

그녀가 투덜거리며 엄청 억울하다는 듯, 입술을 삐죽 내밀었다.

“자, 이제 질문해! 맘대로 해!”

그녀는 의자를 돌려 그 위에 다리를 꼬고 앉았다.

그리고 내 목적을 어서 달성하라는 듯이 두 팔을, 활짝 벌렸다.

메어리의 입가에 요염한 미소가 걸렸다.

“자 이제 질문해도 돼. 의사 선생님.”

“마음껏. 네가 하고 싶은 거 다.”

“고마워.”

나 또한 의자에 앉아 그녀를 마주했다.

협조적인 태도면 나는 더 좋다.

오랜만에 만난 동기에게 건네는 첫마디가, 안부가 아닌 증언 채집이라는 사실이 조금은 씁쓸할 뿐.

나는 그녀의 눈을 마주하며 천천히 상태를 열었다.

우선, 메어리 직전에 만났던 강민호의 경우. 부정적인 감정이 매우 증폭된 상태였다.

적어도 매체에서 나오는 그의 모습과는 정반대의 모습.

쾌활하고 털털한 모습이었으니까.

그렇다면 우선, 메어리의 부정적인 감정 또한 증폭된 것은 아닐지에 대한 확인을 해봐야 한다.

[쥴리아 메어리]

[메인 스탠스]

[우선 자신의 억울함이 조금이나마 해소되어서 기쁩니다. 보답으로 선우가 원하는 것을 전부 해줄 생각입니다]

역시, 부정적인 감정은 보이지 않는다.

그렇다면.

여러 개의 방향성으로, 생각이 뻗어갈 수 있었다.

‘메어리는, 정신 오염을 당하지 않았다.

혹은…….

‘메어리는 다른 방향성의 정신 오염일 수도 있겠구나.

라는 생각.

노란색 논문에 의하면, 긍정적인 감정 또한 증폭될 수 있다는 선택지를 고려해야 하니까.

따라서, 나는 대화를 통해 그녀의 상태를 추측해야 할 필요가 있었다.

상태창은 유능하지만 모든 감정을 다 보여주는 것은 아니니까.

내 생각에 시스템이 두 가지 선택지를 제시했다.

[적합 답변][만족 적합률 70%]

[지금… 기분은 어때?]

[적합 답변][만족 적합률 ???%]

[괜찮으면 편하게 유리 벽 열고 대화할까?]

첫 번째 질문은 정석적이고 명확하다.

두 번째 질문은… 어차피, 차차 문을 열고 대화를 나누게 될 것이니 아예 반려할 사항까지는 아니었다.

이상하네.

원래 즉시 반려할 사항의 말도 안 되는 선택지만이 ???% 의 형식으로 떠올랐던 것 같은데.

그런데, 이번에는 꽤나 정상적인 질문임에도 불구하고 확률이 보이지 않는다.

[ ( ͡° ͜ʖ ͡° ) ]

뭔데.

어쨌든 결정을 내렸다.

“지금… 기분은 어때? 세세하게 말해주면 더 좋아.”

내 목소리가 스피커를 통해 그녀의 방으로 울려 퍼졌다.

그 말에 메어리는 양팔을 벌렸던 자세를 풀고 의자 깊숙이 몸을 기댔다.

붉은 입술 위로 손가락 하나를 가져가 지그시 누르며, 고민을 시작했다.

그 와중에도 시선은 나를 향한 채 고정되어 있었다.

“흐음…나쁘지는… 않은 것 같아.”

그녀는 입술을 매만지던 손가락을 천천히 내리며 말을 이었다.

“답답한 던전에 있다가 밖으로 나온 거기도 하고. 공략도… 뭐 이 정도면 성공적이라고 생각하고.”

그렇게 말하며 만족스러운 듯 고개를 끄덕였다.

“다행이네. 혹시 조명이 너무 밝거나 불편하지는 않아?”

긍정적인 감정이 매우 큰 비중을 차지할 때는, 종종 과도한 신경 자극으로 인해 빛이나 소리 같은 외부 자극을 제대로 분간하지 못하는 경향을 보일 때가 있다.

“응, 딱 괜찮아.”

그렇지는 않은 것 같다.

… 그렇다면 이제부터는 조금 민감한 영역으로 들어가야 한다.

얼추 메어리의 상태에 대해서는 파악이 끝났다.

그녀가 거짓말을 하는 것이 아닌 이상은….

나는 내부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에 대해서도 조사해야 했다.

강민호는 답할 수 있는 상태가 아니니까.

“협회로부터 이번 공략에 대한 정보는… 대충 전달받았어.”

나는 유리벽 너머의 그녀를 보며 말을 이었다. 목소리에 신뢰감을 싣기 위해 노력했다.

“원래대로라면 길드 내부의 최고 기밀이겠지만, 이번 상담은 특례야. 공략 내부 상황에 대한 어떤 질문이든 허가된 상태고.”

내 말에 메어리는 고개를 끄덕거렸다.

상관없다는 눈치.

“괜찮다면… 던전 안에서 있었던 일들을 기억나는 대로 말해줄 수 있을까? 아주 사소한 거라도 좋아. 오염의 근원으로 추측되는 것이나… 혹은 그냥, 네가 느꼈던 감정이라도.”

나는 그녀의 대답을 기다렸다.

잠시 정적이 흘렀다.

메어리는 입꼬리를 끌어올렸다.

“응. 어디서부터 이야기해야 할까….”

그녀는 시선을 잠시 허공에 두었다.

“처음에는… 정말 별거 없었어. 그냥 평범한 던전. S급 던전이라 하더라도 다를 것은 없었거든. 조금 많이 강한 것만 제외하면?”

그녀의 목소리가 조금씩 낮아졌다.

“그런데 문제는, 던전의 중앙에서 시작됐어. 아마 중앙의 가디언이었던 것 같은데.”

던전에는 보통 등급이 상승할수록 보스가 늘어난다.

그래서 그것을 구분하기 위해 마지막은 보스.

중간에 나오는 보스, 그러니까 중간보스를 가디언이라고 부른다.

메어리는 잠시 말을 멈췄다. 마치 무언가를 떠올리기라도 한 듯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가디언을 처리하고 나니, 갑자기 펑 하는 소리가 나고 귀가 먹먹해지더라고. 그리고, 아주 기분 나쁜 파장이 던전 전역을 덮었고… 우리는, 그 안에 잠겨버렸어.”

“그때부터였네. 방패를 들던 전열의 탱커가 팔에 벌레가 기어 다닌다며 비명을 질러댔고. 여기저기서 환각을 보고했어. 당연히 후퇴했어야 맞는 상황이었지. 적어도 나는 그렇게 판단했어.”

그녀는 고개를 저었다.

“하지만 최시혁 그 병… 아니지, 걔는 달랐어. 엄살떨지 말라면서, 별거 아니니 전진을 강행하겠다는 거야.”

메어리의 목소리에는 그때의 어이없음이 묻어났다.

“사실, 강민호 부길드장은 허수아비거든? 그래서 결국 강행했지.”

그녀는 나를 보며 윙크했다.

“아, 이건 비밀. 너만 알고 있어.”

메어리의 이야기는 이어졌다.

놀랍게도, 최시혁의 말처럼 공략대가 전진하자 팀원들의 상태가 점점 나아졌다고 했다.

비명도 멎고, 환각 증세도 사라지고.

메어리도 그가 맞았나 싶었다고.

일시적인 상태 이상이었나보다, 하고.

“그런데 그때…. 지원팀의 한 남자 헌터가 아무 말 없이 일어나는 거야? 눈은 완전히 풀려서는… 갑자기 자기 갑옷을 미친 듯이 벗더라고?”

“그리고는 맞은편에 있던 여성 힐러에게 그대로 달려들었어. 우리 모두 너무 놀라서 아무것도 못 하고 있는데….”

날 놀랍게 한 것은, 그 힐러의 반응이었다.

메어리의 입술에서 헛웃음이 새어나았다.

“비명을 지르기는커녕 기쁘다는 듯이 두 팔을 벌리더라. 서로 옷을 찢고 그 자리에서… 바닥을 뒹굴던데….”

“아무도, 아~무도 못 말렸어. 그걸 대체 누가 건드려?”

메어리는 나를 똑바로 바라보며 나직하게 말했다.

그리고 그 옆에 있던 다른 한 헌터가, 작은 목소리로 알려주었다고 했다.

두 헌터는 원래, 부부 사이라고.

“그걸 보고 우리는 깨달았어.”

그녀는 덧붙였다.

“아, 감정의 증폭이구나.”

메어리는 웃으며 말을 이었다.

“근데 나는 완~전 멀쩡했거든? 그래서 아무 일 없는 줄 알았는데… 힝… 여기 갇혀있네.”

메어리는 방을 가리키며 기지개를 쭈욱 폈다.

그녀의 설명을 들으니 어느 정도 이해가 간다.

중앙 가디언이 사라지고 그들에게는 저주가 묻었다.

그리고 그 이후 잠시 나아졌던 건, 저주가 몸에 퍼져가는 과정.

잠복기라 보면 될 것이고.

정확한 분석은 파악해야 알겠지만 그들의 판단은 맞는 것 같았다.

개인적인 추측으로는.

메어리가 멀쩡한 이유는 아마… 그녀가 너무 강해서이지 않을까 한다.

애초에 그녀는 출신 자체가 남다르니까.

“고마워. 대충 알겠어.”

전체적으로 이해는 했다.

이제 협회의 분석과 다른 인원들의 상태를 대조해서 결과를 뽑아내면 된다.

나는 그 순간 안에 있는 메어리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S급 던전의 공략이 끝나자마자 갇혀있는 신세라니.

원래라면, 전 국가적인 축하와 칭찬을 받아야 마땅한 시기에….

방에 갇혀 의자 위에 앉아 있는 상태다.

그 어이없는 부조리함에, 순간적인 동정심이 왈칵하고 차올랐다.

나는 그녀가 안타깝게 느껴졌다.

당장 메어리를 위로해주고 싶다는 생각이 머릿속을 지배했다.

“음… 잠깐 문 열고 들어가도 될까? 내가 맛있는 거 만들어줄게.”

[[?!?!??!? ( °ᗝ° ).ᐟ]

설유월의 케이스처럼 주방으로 들어가, 간단한 디저트 하나 정도는 만들어 줄법해 보였다.

그게 내가 그녀를 위해 할 수 있는 최선이라는 확신이 무조건적으로 들었으니까.

게다가, 상태창은 나를 위험에 빠트리는 선택지는 절대 주지 않기도 하고.

그 말에, 메어리의 눈이 크게 뜨였다.

그녀는 손을 무릎 위에 올리더니, 손가락 끝으로 무릎을 톡톡톡톡, 두드리기 시작했다.

잠시 무언가를 고민하는 듯했다.

그리고 희미하게 웃었다.

“응… 아냐. 괜찮아. 나야 뭐 너무 좋지만….”

그녀는 내 눈을 똑바로 마주했다.

“너를 위해서.”

나는 그 알 수 없는 말에 고개를 갸웃했다.

“괜찮아. 이 정도는 상담사의 권한이야.”

문제없다.

내가 임의로 이 문을 연다고 해서 크게 달라질 것은….

협회는 내 의견을 존중해야만 한다.

내 대답에 메어리의 미소가 깊어졌다.

“그래? 네가 그렇게 말한다면….”

그러더니 즉시 자리에서 일어났다.

“방 밖으로 나가면 카메라 없는 거 맞지?”

그녀는 고개를 들어 방의 구석을, 힐끗 쳐다보았다.

“어, 거실부터는 사생활 보호 구역이라.”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격리 인원의 인권을 존중하는 것이다.

“너무 좋다.”

그녀는 그렇게 말하며 손가락으로 문을 휙휙 가리켰다.

“알았어. 그럼 열어줘.”

기분이 한결 좋아졌는지 살랑살랑 거리며 몸을 흔든다.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그녀가 있는 격리실의 문을 열기 위해 제어판의 버튼으로 손을 뻗었다.

그러나 바로, 그때였다.

  • 아, 아! 상담사님! 들리십니까! 감식 결과가 방금 나왔습니다! 지금 바로 통제실로 와주…!

“이런.”

문 너머의 메어리가 아쉽다는 듯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아쉽네.”

“그러게.”

나 또한 동의했다.

타이밍이 안 좋았다.

그녀는 나를 향해 어서 가보라는 듯, 턱짓했다.

“빨리 가봐. 선우야.”

나는 그런 그녀의 모습을 잠시 바라보았다.

“응. 쉬고 있어.”

그리고 몸을 돌려 통제실로 향했다.

“금방 올게.”

맛있는 음식이야… 언제든 만들어줄 수 있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