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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리세가의 백리휘가 예선 인원 목록에 있었다면 그자를 직접 지목해서 비무대 위에 세웠겠지만, 아쉽게도 무명(無名)은 아닌 모양인지 목록에 없었다.
두 번째로 결투를 치른 상대는 4위계의 무인이었다.
본인 입으로 호승심으로 인해 올라왔다고 한 작자였다.
검사이길래 검을 쓸까도 잠깐 생각했지만, 예선까지는 권법과 각법만 쓰기로 했다.
그래서 이번에도 무투만으로 상대의 항복을 받아냈다.
본선 진출을 확정시켜서 그런지, 시선의 주목을 또 받았다.
연무장에 들어서니, 그 시선의 숫자가 늘어난 게 느껴졌다.
"저자군……호북연가에서 내세운 대리인이."
"강한가?"
"사람을 썩 잘 패는 것 같던데."
그리고 옆에서 힐긋힐긋 보는 게 아니라 직접 다가오는 이들의 숫자도 늘어났다.
"반갑소이다. "
난 고개를 끄덕였다.
"반갑습니다."
"예선을 통과하는 모습을 아주 인상적으로 보았소이다. 멋진 권이었소."
"예."
자선은 갑자기 내 옆에서 육체단련을 하기 시작했다.
왜 이러지.
의문은 들었지만, 굳이 말을 얹을 사유는 없었다.
같이 운동이나 했다.
다음 날 아침.
쟁천무회의 본선이 시작되는 날이었다.
쟁천무회장은 서로에게 건네는 덕담과 호승심으로 잔뜩 달아올랐다.
저벅저벅-
회장의 단상 위로 누군가 올라왔다.
무림맹주.
어젯밤에 대진표 아래에 적혀 있던 이름을 확인하고서야, 무림맹주가 남궁세가 가주인 남궁원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
"쟁천무회는 이 무림의 미래를 확인하는 숭고한 과정이다. 최선을 다해 스스로를 증명하는 것도 좋다만, 상대의 목숨을 취하는 일은 삼가도록 해라."
남궁원의 목소리가 널리 울려 퍼졌다.
"그럼 모두 최대의 역량을 발휘해, 후회 없는 결전을 치르길 바란다."
-
시궁창검성) 6위계는 단순히 '권역'을 창안해냈느냐 마느냐로 단계가 나뉘지만, 7위계부터는 세 분류로 나뉜다.
-
시궁창검성) 초위(初位), 중위(中位), 극위(極位).
-
天魔) 그래도 맹주 쯤 되는 놈이면 같은 7위계라도, 극위에 해당할 확률이 높겠지.
난 아직 7위계에게 직접적인 위협을 당한 적이 없기에 세분화된 수준에 따른 격차를 체감할 수는 없었다.
객석에 앉아 있는 무수한 박수 소리가 울려 퍼졌다.
쟁천무회는 그렇게 시작을 알렸다.
벽면에 붙어진 대진표를 바라보았다.
오늘 내가 상대해야 할 적은 점창파, 5위계 석이준이었다.
1차 대전이 정해진 건 어젯밤이었기에 점창파의 무공에 대해선 초월갤 들은 바가 있었다.
본선이 시작되었다.
잠시 후면 내 차례였다.
누군가가 다가왔다.
다가온 상대는 다름 아닌, 본선 첫 번째 상대인 점창파의 석이준이었다.
"어제 당신이 보여줬던 전투는 썩 인상적이었다."
어제의 소림파 출전자와 같은 소리를 하는구나.
"그런데 계속 생각했던 부분인데 말이야."
석이준이 턱짓을 했다.
"당신 주먹이 아니라 검을 쓰지, 원래?"
엉?
……그냥 하는 말은 아닌 것 같은데.
"왜 그렇게 생각하지?"
"보법이다."
"보법?"
"상대방과 거리를 좁힐 때 미묘한 차이가 보였다. 네 발걸음은 검을 든 자의 움직임이었다."
난 당황을 했다.
검이 주무기라는 걸 눈치를 챌 줄 몰랐으니까.
"보법을 섞어 쓴 것 같던데."
이러면 계속 주먹을 쓸 흥이 좀 식는데.
"검을 써라. 검객이라면."
석이준이 말을 덧붙였다.
"내 검은 그렇게 무르지 않을 테니까."
그 말을 끝으로 몸을 돌렸다.
비무대 위에 서자, 어제와는 차원이 다른 관객의 주목도가 느껴졌다.
내 허리춤에는 예정에 없던 검이 자리 잡고 있었다.
석이준이 내가 검을 쓴다는 걸 알아차린 이상, 검을 쓸 생각이었다.
선배들의 댓글이 떠올랐다.
-
무녀) 하와와, 점창의 검법은 매섭다와요. 몸이 꿰뚫리지 않도록 조심해야하는 것이와요.
-
창왕) 점창의 검은 무시할 수 없지.
-
天魔) 하지만 5위계. 전력으로 상대하면 네가 이길 거다.
-
빛의검) 뭔가를 얻으려면, 네 쪽에서 어느 정도 힘을 낮추고 들어가야 할 거다.
ㄴ ㅇㅇ*) 그러지, 뭐.
어차피 힘 빼고 싸울 수 있는 경기가 계속될 리가 없다고 생각했다.
판데모니엄이니까.
-
얼음여왕) 꽁꽁! 화이팅!
-
마룡왕) 벨투이- 다 이겨버리는 거예요오.
-
수왕) 설마 지겠음? 설마 지겠음? 설마 지겠음?
-
당하연) 다 쓸어버리는 검다!!!
"검…… 뭐야, 저놈 권법 쓰던 놈 아니었나?"
4위계이거나 그 이하의 위계를 지닌 이들은 대부분 한유성이 검을 쓴다는 걸 알아차리지 못 했지만.
"역시, 검수였나. 중간중간 나오는 거리 재기가 권사 같지 않았지……"
5위계들도 석이준과 같이 눈치가 빠른 이들은 한유성이 권사가 아니라는 건 알아차린 상황이었다.
심판이 흑색 나무 작대기를 위에서 아래로 내리그었다.
"대결 시작."
석이준이 몸을 아래로 낮추었다.
한유성은 몸을 뒤로 물렸다.
거리 싸움에서 패하여, 주도권을 잃지 않기 위함이었다.
광풍이 일렁였다.
스카카각!
쇳소리와 함께 어깨죽지에서 일어난 균열을 체감했다.
호신강기를 제대로 두르고 있지 않았다면, 왼팔이 반쯤 잘려나갔어도 이상할 게 없는 일격이었다.
'다르다.'
한유성은 입가를 비틀었다.
그건 웃음에 가까웠다.
본선의 첫번째 상대가 입만 산 놈이 이나리라는데서 오는 안도감.
위계가 전부가 아니다.
한유성은 그 말을 자신이 아닌, 석이준이 내보이는 움직임에서 느낄 수 있었다.
석이준의 검로(劍路)에는 이질적인 기세가 있었다.
요사스러운 종류의 이질적임이 아닌.
유서 깊은 무공으로서 가지고 있는 절학.
-
天魔) 점창파의 무학은 사납다. 극쾌와 파괴라고 요약을 할 수 있지.
-
天魔) 이때까지 한 말과는 다르게 들리겠다만, 검의 궤적을 처음부터 끝까지 목도할 필요는 없다. 끝지점. 끝만 봐라.
-
창왕) 점창을 상대할 때만큼은 거리 조절에 더 신경을 써야 할 거다.
한유성과 석이준의 검이 무수히 맞부딪혔다.
한유성은 용살검 대신, 반 이네르의 검술인 '피엘뷔르트'를 사용했다.
아직은 완전히 습득해내지 못한 검술.
한유성은 석이준의 검과 합을 쌓아나가면서 피엘뷔르트에 대한 이해도가 상승하는 게 느껴졌다.
'이 검술의 강점은 자유로움에 있다.'
형식에 치우치지 않고 상황에 따리 변형이 가능했다.
용살검이 극강의 공격에 치중되어있고. 절대군주 선배의 검술인 발세나르츠가 균형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면, 피엘뷔르트는 자유로움에 중점이 맞쳐줘 있었다.
마력을 조금 더 한계까지 끌어올리고.
피엘뷔르트가 아닌, 용살검을 사용했다면 진작에 결판이 났을지도 모른다.
자신의 승리로.
그럼에도 피엘뷔르트 검술을 고집한 것은 이 전투에서 얻어갈 수 있는 가치가 있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한유성은 턱짓을 했다.
"있지 않나? 가문 검술."
석이준은 웃었다.
"사용하란 말이냐?"
"그럴 만한 판은 만들어준 것 같은데."
한유성의 말에 석이준은 잠깐 고민하듯, 오른팔을 천천히 돌렸다.
잠시 후.
빙빙 돌리던 손목을 뚝 멈췄다.
"그래, 네 말이 맞는 것 같다."
객석의 소수들도 느끼고 있는 것.
그건 한 끗 차이긴 해도, 한유성이 계속 석이준을 조금씩 상회하고 있다는 점이었다.
한유성의 말이 아니라도.
석이준 스스로도 승리를 쟁취 하기 위해선 비기를 쓰는 게 그나마 가능성이 있다는 걸 절감하고 있었다.
석이준은 발걸음을 내디뎠다.
검을 정면으로 세운 석이준의 몸이 앞으로 훅 쏠렸다.
요란한 소리는 없었다.
검로가 불명확하지도 않았다.
온 신경을 쏟은 상황.
마치, 허공에 전시되듯 정지된 피사체처럼 명확하게 관측되었다.
하나, 검로는 이미 출수된 후.
눈에 보이는 건 이미 쏘아진 검격이 잔상이었다.
한유성은 검기를 끌어올렸다.
상체를 뒤덮은 검로를 깨부쉈다.
검기의 파편이 어꺠죽지에 처박혔다.
호신강기 덕분에 파편이 박하진 않았으나, 서늘함을 느끼기엔 충분했다.
석이준의 팔이 한 번 더 움직였다.
방금도 충분히 극쾌라는 명칭에 걸맞는 검로였다.
그런데 이번에는 더 빨랐다.
한유성은 심호흡을 했다.
“……….”
보였다.
말 그대로 빛을 쏘아낸 것만 같은 가공할 만한 찌르기.
그 찌르기가 어떤 형태의 검기가 휩싸이고 뒤덮여 만들어진 건지.
검기에서 느껴진 건 세월이었다.
대를 이어 무공의 절학을 관철 시킨 세월.
고뇌로 벼려진 검로.
석이준이 셀 수 없을 정도로 내지른 찌르기가 육신에 담겨있었다.
그리고 무수한 반복으로 체화되었을 균형 잡힌 자세는 석이준을 한 자루의 검으로 보이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신검합일의 경지와는 거리가 먼 위계를 떠나서.
사일검법(射日劍法).
후예사일(后羿射日).
석이준이 내지른 사일검법의 초식을 바라본 쟁천무회장의 무인들은 모두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었다.
완벽하다고 할 수는 없지만, 통상적인 5위계의 위력은 넘어 선 고강한 공격.
혹여, 개입을 하면 막을 수 있는 상황이라면 나서기 위해 심판의 뒤에 서있던 무림맹 소속의 무사 곽익은 검의 손잡이에 올린 채 가만히 있었다.
나서려고 했으나, 찰나에 보인 한유성의 얼굴이 너무 평온했다.
한유성은 힘을 조금 내려놓길 잘했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래서 경탄할 만한 검로를 볼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감탄만하고 끝낼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검기를 끌어올렸다.
땅을 즈려밟았다.
비무대의 바닥이 파편을 흩트리며 퍼져나갔다.
콰─앙
한유성의 주변 풍광이 뒤로 훅 밀렸다.
한유성이 검을 내리그었다.
석이준이 만들어낸 직선의 광휘를 향해.
빛이 양 갈래로 쩌억 갈라졌다.
둘은 그렇게 초근접 거리에서 격돌했다.
서로의 검이 맞부딪혔다.
쾅-
석이준이 쥐고 있던 검이 허공을 치솟아올랐다.
석이준의 몸뚱이가 붕 뜨더니, 순식간에 뒤로 처박혔다.
콰아앙!
빈 벽면에 석이준의 몸뚱이가 처박히기 직전, 관객석에서 무언가 빠르게 튀어나왔다.
“준아!”
남성이 석이준의 몸을 받아냈다.
남성, 석지광은 의식을 잃은 석이준을 보며 혀를 찼다.
몸에서 열기가 흐르는 걸 보면, 이기기 위해서 순식간에 내력을 바닥 끝까지 끌어썼으나 패배를 한 것이 분명했다.
석지광은 비무대 위에 서있는 한유성을 바라보았다.
심판이 그에게 승리를 선언했다.
석지광은 동생이 패배를 인정할 거라고 확신했기에 얌전히 석이준을 회복실로 옮겼다.
한유성은 우선 숙소로 돌아왔다.
가부좌를 틀었다.
다른 이들의 대전을 보는 것도 많은 깨달음을 주겠으나, 우선은 자신이 방금의 전투에서 얻은 수많은 감각을 지금 모두 갈무리 하고 싶었다.
6위계.
그 앞을 가로막고 있던 벽이 비로소 유의미하게 흔들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눈을 뜬 순간.
[무림 세계에 이름을 알리기 시작합니다.]
[특수 경험치 보유 조건이 해금되었습니다.]
[레벨이 상승했습니다!]
[Lv.58 → Lv.60]
[더 많은 승리를! 더 많은 명예를!]
시스템 알림 중에서는 그나마 가장 반길 만한 녀석이 튀어나왔다.
한유성은 다시 집중을 이어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