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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음여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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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월자 갤러리 닉네임, 얼음여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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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노아 베르글룬드는 하늘색의 머리카락을 묶고 무언가를 바라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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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명한 호리병처럼 생긴 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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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노아는 상상을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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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템 하나를 만들어 내기 위한 상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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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가 슬픈 일일까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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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노아는 슬픈 일을 상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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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야만 만들어지는 아이템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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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래도, 지금으로서 슬픈 일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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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월자 갤러리의 유일한 등반자인 한유성의 죽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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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노아는 감수성이 풍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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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확히는 초월자 갤러리를 할 때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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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날 같은 일상만을 보내다가, 초월자 갤러리에서만 특이한 일을 겪으니 그럴 법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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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노아는 한유성의 부재에 대해 상상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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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랍게도 그 상상만으로 아주 슬퍼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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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흐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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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가에 눈물이 선명히 맺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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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유성이 보았다면 조금은 섬뜩했을지도 모를 장면이었지만, 스노아로서는 충분히 개연성이 있는 울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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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은 볼을 타고 흘러내려, 호리병 안쪽으로 스며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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찰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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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노아는 그 호리병 안쪽에 담긴 한 방울의 눈물 위에 얼음 조각 하나를 올려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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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으로 아이템은 완성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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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노아는 초월자 갤러리 단말기를 꺼내, 한유성에게 차원 간 거래를 신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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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원 간 거래 진행 중에만 활성화되는 채팅창이 단말기 위에 두둥실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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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독…! 토도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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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노아는 두 손으로 자판을 빠르게 두드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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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음여왕 : 지금 보낼테니까, 받아요! 꽁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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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ㅇㅇ* : 알겠어. 복용은 어떻게 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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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음여왕 : 마시면 돼요. 옆구리에 꽂는 건 효력이 없어요. 꽁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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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ㅇㅇ* : 알겠음, 근데 내용물이 정확히 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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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음여왕 : 꽁꽁! 그건 받아 보면 알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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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유성은 얼음여왕의 마지막 채팅이 마음에 걸렸지만, 호신강기를 운용해도 추위가 몰려오는 상황에서 무얼 잴 여유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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퀘스트가 뭔지도 조금 전에 알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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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행인지 불행인지, 직접적인 전투는 없을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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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프라 히아르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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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유성은 퀘스트를 다시 확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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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퀘스트! - 북해빙궁 ‘궁주(宮主) 위무강’이 내뿜는 극빙기류를 피해 북해빙궁의 아이들을 구명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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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유성은 극빙기류가 뭔지는 대번에 알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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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자신의 몸을 강하게 휘감고 있는 강렬한 추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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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추위는 통상적인 추위와 다른 모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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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유성은 얼음여왕 선배가 [실프라 히아르타]를 건네며 추가적으로 채팅으로 적어준 점들을 떠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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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음여왕 : 퀘스트 내용을 보면, 이 북해빙궁의 소속자들마저도 버틸 수 없는 한기가 빙궁의 영역을 완전히 뒤덮고 있어서 그걸 극복해야 할 거예요 …! 꽁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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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말인지는 알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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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하얀 냉기를 풀풀 뿜어대고 있는 중앙 위치의 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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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기서 흘러나온 한기를 피해 도망친 이들을 안전한 곳으로 이동시키라는 퀘스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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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유성은 얼음여왕 선배에게 받은 호리병 속에 든 액체를 쭉 들이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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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자, 온몸이 냉기로 가득 찬 것 같은 충만함이 몸을 휘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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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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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심장이 빠르게 박동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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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유성은 자신의 육신에 깃들어 있던 세 개의 기둥에 서리가 피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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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체가 [실프라 히아르타]의 힘에 따라 변화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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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유성은 자신의 기둥을 뒤덮은 빙결의 기운을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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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으으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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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에서 뿌연 한기가 흘러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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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능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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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불러야 마땅한 감각이 몸을 관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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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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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음여왕 : 실프라 히아르타의 작동 시간은 딱 10시간! 그 시간 내에는 해결을 보아야 해요! 꽁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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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시간 동안은 이 빙궁의 땅에서 저 압도적인 한기의 영향력을 받지 않을 수 있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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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유성은 아이들이 모여있는 곳을 찾을 필요를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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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유성은 걸음을 재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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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치를 특정하는 건 어렵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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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유성은 풍경들을 바라보며 한 구조물을 떠올려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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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상가옥(水上家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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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을 저택이 들어 올리고 있는 모양새의 건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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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수중가옥을 받치고 있는 물 대신, 얼음으로 뒤덮여 있다고 보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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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유성은 얼음이 들어 올린 거대 저택에 다가갔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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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위에 올라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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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유성은 냉기가 풀풀 풍기는 대지 위를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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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방면으로 붙어진 부적이 펄럭펄럭 떨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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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감을 펼쳐내자, 건물 내부에 있는 이들의 목소리가 귓가에 스며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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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주께서 대체 어떤 일을 겪고 계신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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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리가 더 강대해졌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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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유성은 목소리에 집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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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유성은 벽에 몸을 기대고 창문 너머를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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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로면 빙궁 전체가 얼어버릴 거예요! 이, 이미 얼어져 있지만…! 이대로 계속 냉각화가 되면 걷잡을 수가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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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색 머리카락을 가진 소년이 한 여성을 바라보며 다급히 말을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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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은 고개를 푹 숙인 채 소년을 마주하며 입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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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주께서 아무런 방책이 없으실 리는 없단다…조금만 버티면 될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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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유성은 알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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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만히 있으면 이들에게 아무런 방법이 없을 거란 사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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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장 눈에 보이는 이들만 해도 20여 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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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을 모두 구해내야 하는 상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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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유성은 얼음여왕 선배에게 진심 어린 경외심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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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 수 있겠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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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프라 히아르타를 복용하지 못했다면, 지금 이 빌어먹을 판데모니엄이 부여한 판의 정식 공략법을 따라야 했을 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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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지금은 자력으로 구조를 할 수 있는 힘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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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템의 효과 지속 시간이 단 10시간인 것이 변수였으나, 얼음여왕 선배의 말대로 오히려 그렇기에 강력한 파괴력을 가질 수 있는 거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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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유성은은 거대한 얼음의 문에 손을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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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뿌연 연기가 격렬하게 활개 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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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유성은 문을 열어젖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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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을 열자마자 느껴지는 건 수많은 시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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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독하지는 않았으나, 옅은 살기들도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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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야 북해빙궁의 사람들이 입는 옷으로 보이는 군청색의 옷도 입고 있지 않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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빙궁과는 완전히 무관계한 사람으로 보이니, 살기가 쏘아지는 것도 전혀 이상할 게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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빙궁의 이들도 버틸 수 없는 극한기가 북해빙궁을 뒤덮고 있는 현 상황이 아니었다면 더 적나라한 살기가 들이닥쳤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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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으으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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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유성은 양손을 움직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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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양손의 움직임에 따라, 빙궁 내부의 극한이 천천히 침묵을 집어삼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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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유성은 체내의 냉기를 느끼며 추위를 조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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쩌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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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신에 세워진 세 개의 기둥에 서늘한 빙결이 맴돌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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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유성은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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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자신이 이 장소를 통제할 수 있는 이유는 자신이 우월하기 때문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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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이유는 단순히 얼음여왕 선배가 준 아이템이 뛰어난 것에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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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武)를 비롯한 전투 감각에 대한 재능은 분명 뛰어나다고 했지만, 그 외적인 분야까지 그 정도 결과물을 낼 수 있을 수는 없다고 했지. 선배들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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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장 마법만 해도, 무공보다는 펼치기가 훨씬 까다로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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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이 작자들을 이해시켜서 제대로 끌고 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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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릿속을 정리한 한유성 손을 움직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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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적은 보여주는 것에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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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들에게 위해를 끼칠 생각이 전혀 없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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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유성의 손이 한 소년에게 닿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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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해빙궁의 사람들도 미처 제대로 살피고 있지 못했던 소년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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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PC – 린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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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을 웅크린 채 냉기에 강하게 잠식된 소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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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린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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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사람들도 한유성이 소년 린유의 어깨 위에 올리고 나서야, 린유의 상태를 알아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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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유성은 빙결의 기운을 운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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린유의 몸에 침식되어 있는 빙결의 한기와 빙결 조각들이 증발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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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해빙궁의 사람들은 여전히 한유성을 경계하고 있었지만, 자신들의 사람에게 도움을 주려는 것은 인지를 했기 때문인지 방해를 하지는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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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하얀 서리가 증발하며 얼어붙어 있던 빙결이 증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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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벌 떨리던 소년의 몸체가 진정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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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유성은 이 20여 명 사람 중에 가장 관리책에 가까워 보이는 사람을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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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PC – 북해빙궁 5위계 강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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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정도면 내가 적의를 가지고 있지 않다는 건 알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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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륜은 고개를 천천히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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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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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유성은 사내, 강륜의 말을 끊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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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내 개인적 용의로 당신들을 구해야 하는 상황이거든. 그러니 의심은 하지 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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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심을 더 하게 만드는 말 같은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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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유성은 그럼에도 어쭙잖은 이유를 갖다 붙이는 것보다는 솔직한 게 좋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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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려줬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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턱짓으로 린유를 가리키니, 강륜은 침묵을 지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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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유성은 입을 열어 말을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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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 궁주가 뿜어내고 있는 냉기를 피해 안전하게 숨을 수 있는 곳을 알고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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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륜은 고개를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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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고 있지만…거기까지 가려면 궁주께서 풍기고 있는 냉기를 뚫어야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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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유성은 오른손을 움직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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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유성의 손짓에 따라, 대기에 응어리진 빙결의 기류가 움직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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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봤다시피, 내가 길을 열어줄 수 있을 것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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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륜은 침을 꿀꺽 삼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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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체 빙궁의 혈통도 아니면서 어떻게 이만한 장악력을 발휘할 수 있는 겁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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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륜의 의문을 한유성은 풀어줄 생각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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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음여왕 선배가 준 아이템에 대해 설명할 지식도 없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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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안내를 해. 일단 얘들을 모두 안전한 곳으로 옮기고. 상황을 정리하자고. 그러면 알게 될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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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륜은 한유성의 말의 맞다는 걸, 아직 떨고 있는 아이들을 보고 인정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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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유성은 강륜의 길 안내에 따라 움직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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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북해빙궁에서 가장 유일하게 추위가 배제된 장소. 연위장에 도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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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시간은 빠르게 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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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조해야 할 빙궁의 아이들이 20명에 그치지 않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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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존자를 찾아 왕복을 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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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80여 명의 안전이 확보된 직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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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유성은 눈앞에 나타난 창을 응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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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퀘스트! - 북해빙궁 ‘궁주(宮主) 위무강’이 내뿜는 극빙기류를 피해 북해빙궁의 아이들을 구명하라! 퀘스트를 클리어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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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타난 퀘스트 클리어 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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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유성은 그대로 28층 층계 대기실로 이동을 할 줄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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쩌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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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가 일그러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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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여성이 모습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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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유성은 이해를 할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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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이 인간이 갑자기 이곳에 튀어나오는 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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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정체에 대해 알 수가 없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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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가 굳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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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 시간이 뚝 멈춘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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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 바라보던 빙궁의 사람들의 표정이 경악으로 물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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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마의 말이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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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따라와 줘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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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PC – 천마(天魔) 8위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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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유성은 자신을 뒤덮는 그림자를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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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또 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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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거할 수 없는 힘이 육신을 끌어당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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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해빙궁의 풍경 속에서 한유성의 모습이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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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데모니엄 27층 층계의 시나리오가 연장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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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퀘스트가 등록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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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퀘스트 : 생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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