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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2-14 21:31:57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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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음여왕】

초월자 갤러리 닉네임, 얼음여왕.

스노아 베르글룬드는 하늘색의 머리카락을 묶고 무언가를 바라보고 있었다.

투명한 호리병처럼 생긴 병이었다.

스노아는 상상을 시작했다.

아이템 하나를 만들어 내기 위한 상상이었다.

‘…뭐가 슬픈 일일까아?

스노아는 슬픈 일을 상상했다.

그래야만 만들어지는 아이템이었다.

아무래도, 지금으로서 슬픈 일은.

초월자 갤러리의 유일한 등반자인 한유성의 죽음이었다.

스노아는 감수성이 풍부했다.

정확히는 초월자 갤러리를 할 때만.

맨날 같은 일상만을 보내다가, 초월자 갤러리에서만 특이한 일을 겪으니 그럴 법도 했다.

스노아는 한유성의 부재에 대해 상상을 했다.

놀랍게도 그 상상만으로 아주 슬퍼지기 시작했다.

“흑…흐흑.”

눈가에 눈물이 선명히 맺혔다.

한유성이 보았다면 조금은 섬뜩했을지도 모를 장면이었지만, 스노아로서는 충분히 개연성이 있는 울음이었다.

눈물은 볼을 타고 흘러내려, 호리병 안쪽으로 스며들었다.

찰랑…!

스노아는 그 호리병 안쪽에 담긴 한 방울의 눈물 위에 얼음 조각 하나를 올려놓았다.

이것으로 아이템은 완성되었다.

스노아는 초월자 갤러리 단말기를 꺼내, 한유성에게 차원 간 거래를 신청했다.

차원 간 거래 진행 중에만 활성화되는 채팅창이 단말기 위에 두둥실 떠올랐다.

토독…! 토도독!

스노아는 두 손으로 자판을 빠르게 두드렸다.

[얼음여왕 : 지금 보낼테니까, 받아요! 꽁꽁!]

[ㅇㅇ* : 알겠어. 복용은 어떻게 하는 것?]

[얼음여왕 : 마시면 돼요. 옆구리에 꽂는 건 효력이 없어요. 꽁꽁…!]

[ㅇㅇ* : 알겠음, 근데 내용물이 정확히 뭐야?]

[얼음여왕 : 꽁꽁! 그건 받아 보면 알 거예요.]


한유성은 얼음여왕의 마지막 채팅이 마음에 걸렸지만, 호신강기를 운용해도 추위가 몰려오는 상황에서 무얼 잴 여유가 없었다.

퀘스트가 뭔지도 조금 전에 알았기 때문이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직접적인 전투는 없을 것 같았다.

[실프라 히아르타]

한유성은 퀘스트를 다시 확인했다.

『퀘스트! - 북해빙궁 ‘궁주(宮主) 위무강’이 내뿜는 극빙기류를 피해 북해빙궁의 아이들을 구명하라!』

한유성은 극빙기류가 뭔지는 대번에 알 수 있었다.

지금 자신의 몸을 강하게 휘감고 있는 강렬한 추위.

이 추위는 통상적인 추위와 다른 모양이었다.

한유성은 얼음여왕 선배가 [실프라 히아르타]를 건네며 추가적으로 채팅으로 적어준 점들을 떠올렸다.

[얼음여왕 : 퀘스트 내용을 보면, 이 북해빙궁의 소속자들마저도 버틸 수 없는 한기가 빙궁의 영역을 완전히 뒤덮고 있어서 그걸 극복해야 할 거예요 …! 꽁꽁!]

무슨 말인지는 알 것 같았다.

새하얀 냉기를 풀풀 뿜어대고 있는 중앙 위치의 궁.

거기서 흘러나온 한기를 피해 도망친 이들을 안전한 곳으로 이동시키라는 퀘스트였다.

한유성은 얼음여왕 선배에게 받은 호리병 속에 든 액체를 쭉 들이켰다.

그러자, 온몸이 냉기로 가득 찬 것 같은 충만함이 몸을 휘감았다.

두근!

그리고 심장이 빠르게 박동을 했다.

한유성은 자신의 육신에 깃들어 있던 세 개의 기둥에 서리가 피어났다.

육체가 [실프라 히아르타]의 힘에 따라 변화한 것이다.

한유성은 자신의 기둥을 뒤덮은 빙결의 기운을 느꼈다.

스으으으…

입에서 뿌연 한기가 흘러나왔다.

전능감.

그렇게 불러야 마땅한 감각이 몸을 관통했다.

적어도.

[얼음여왕 : 실프라 히아르타의 작동 시간은 딱 10시간! 그 시간 내에는 해결을 보아야 해요! 꽁꽁!]

그 시간 동안은 이 빙궁의 땅에서 저 압도적인 한기의 영향력을 받지 않을 수 있어 보였다.

한유성은 아이들이 모여있는 곳을 찾을 필요를 느꼈다.

한유성은 걸음을 재촉했다.

위치를 특정하는 건 어렵지 않았다.

한유성은 풍경들을 바라보며 한 구조물을 떠올려냈다.

수상가옥(水上家屋).

물을 저택이 들어 올리고 있는 모양새의 건물들.

그 수중가옥을 받치고 있는 물 대신, 얼음으로 뒤덮여 있다고 보면 됐다.

한유성은 얼음이 들어 올린 거대 저택에 다가갔고.

그 위에 올라섰다.

한유성은 냉기가 풀풀 풍기는 대지 위를 걸었다.

사방면으로 붙어진 부적이 펄럭펄럭 떨리고 있었다.

기감을 펼쳐내자, 건물 내부에 있는 이들의 목소리가 귓가에 스며들었다.

궁주께서 대체 어떤 일을 겪고 계신 걸까….

서리가 더 강대해졌어.

한유성은 목소리에 집중했다.

한유성은 벽에 몸을 기대고 창문 너머를 바라보았다.

이대로면 빙궁 전체가 얼어버릴 거예요! 이, 이미 얼어져 있지만…! 이대로 계속 냉각화가 되면 걷잡을 수가 없어요!

하늘색 머리카락을 가진 소년이 한 여성을 바라보며 다급히 말을 이었다.

여성은 고개를 푹 숙인 채 소년을 마주하며 입을 열었다.

궁주께서 아무런 방책이 없으실 리는 없단다…조금만 버티면 될 거야.

한유성은 알고 있었다.

가만히 있으면 이들에게 아무런 방법이 없을 거란 사실을.

당장 눈에 보이는 이들만 해도 20여 명이었다.

이들을 모두 구해내야 하는 상황.

한유성은 얼음여왕 선배에게 진심 어린 경외심이 들었다.

‘할 수 있겠는데.

실프라 히아르타를 복용하지 못했다면, 지금 이 빌어먹을 판데모니엄이 부여한 판의 정식 공략법을 따라야 했을 터.

하지만 지금은 자력으로 구조를 할 수 있는 힘이 있었다.

아이템의 효과 지속 시간이 단 10시간인 것이 변수였으나, 얼음여왕 선배의 말대로 오히려 그렇기에 강력한 파괴력을 가질 수 있는 거겠지.

한유성은은 거대한 얼음의 문에 손을 올렸다.

희뿌연 연기가 격렬하게 활개 쳤다.

한유성은 문을 열어젖혔다.

문을 열자마자 느껴지는 건 수많은 시선이었다.

지독하지는 않았으나, 옅은 살기들도 느껴졌다.

그야 북해빙궁의 사람들이 입는 옷으로 보이는 군청색의 옷도 입고 있지 않고.

빙궁과는 완전히 무관계한 사람으로 보이니, 살기가 쏘아지는 것도 전혀 이상할 게 없었다.

빙궁의 이들도 버틸 수 없는 극한기가 북해빙궁을 뒤덮고 있는 현 상황이 아니었다면 더 적나라한 살기가 들이닥쳤을 것이다.

스으으으…

한유성은 양손을 움직였다.

그 양손의 움직임에 따라, 빙궁 내부의 극한이 천천히 침묵을 집어삼켰다.

한유성은 체내의 냉기를 느끼며 추위를 조율했다.

쩌적-

육신에 세워진 세 개의 기둥에 서늘한 빙결이 맴돌고 있었다.

한유성은 안다.

지금 자신이 이 장소를 통제할 수 있는 이유는 자신이 우월하기 때문이 아니다.

그 이유는 단순히 얼음여왕 선배가 준 아이템이 뛰어난 것에 있었다.

‘무(武)를 비롯한 전투 감각에 대한 재능은 분명 뛰어나다고 했지만, 그 외적인 분야까지 그 정도 결과물을 낼 수 있을 수는 없다고 했지. 선배들도.

당장 마법만 해도, 무공보다는 펼치기가 훨씬 까다로웠다.

‘일단 이 작자들을 이해시켜서 제대로 끌고 가야 한다.

머릿속을 정리한 한유성 손을 움직였다.

목적은 보여주는 것에 있었다.

자신들에게 위해를 끼칠 생각이 전혀 없음을.

한유성의 손이 한 소년에게 닿았다.

북해빙궁의 사람들도 미처 제대로 살피고 있지 못했던 소년에게.

[NPC 린유]

몸을 웅크린 채 냉기에 강하게 잠식된 소년이었다.

“린유…!”

다른 사람들도 한유성이 소년 린유의 어깨 위에 올리고 나서야, 린유의 상태를 알아차렸다.

한유성은 빙결의 기운을 운용했다.

린유의 몸에 침식되어 있는 빙결의 한기와 빙결 조각들이 증발하기 시작했다.

북해빙궁의 사람들은 여전히 한유성을 경계하고 있었지만, 자신들의 사람에게 도움을 주려는 것은 인지를 했기 때문인지 방해를 하지는 않았다.

새하얀 서리가 증발하며 얼어붙어 있던 빙결이 증발했다.

벌벌 떨리던 소년의 몸체가 진정이 되었다.

한유성은 이 20여 명 사람 중에 가장 관리책에 가까워 보이는 사람을 바라보았다.

[NPC 북해빙궁 5위계 강륜]

“이 정도면 내가 적의를 가지고 있지 않다는 건 알겠지?”

강륜은 고개를 천천히 끄덕였다.

“…당신은.”

한유성은 사내, 강륜의 말을 끊기로 했다.

“내가 내 개인적 용의로 당신들을 구해야 하는 상황이거든. 그러니 의심은 하지 말고.”

“의심을 더 하게 만드는 말 같은데요.”

한유성은 그럼에도 어쭙잖은 이유를 갖다 붙이는 것보다는 솔직한 게 좋다고 생각했다.

“살려줬잖아.”

턱짓으로 린유를 가리키니, 강륜은 침묵을 지켰다.

한유성은 입을 열어 말을 덧붙였다.

“당신, 궁주가 뿜어내고 있는 냉기를 피해 안전하게 숨을 수 있는 곳을 알고 있나?”

강륜은 고개를 끄덕였다.

“알고 있지만…거기까지 가려면 궁주께서 풍기고 있는 냉기를 뚫어야 해요.”

한유성은 오른손을 움직였다.

한유성의 손짓에 따라, 대기에 응어리진 빙결의 기류가 움직였다.

“봤다시피, 내가 길을 열어줄 수 있을 것 같은데.”

강륜은 침을 꿀꺽 삼켰다.

“대체 빙궁의 혈통도 아니면서 어떻게 이만한 장악력을 발휘할 수 있는 겁니까?”

강륜의 의문을 한유성은 풀어줄 생각이 없었다.

얼음여왕 선배가 준 아이템에 대해 설명할 지식도 없었으니.

“길 안내를 해. 일단 얘들을 모두 안전한 곳으로 옮기고. 상황을 정리하자고. 그러면 알게 될 거야.”

강륜은 한유성의 말의 맞다는 걸, 아직 떨고 있는 아이들을 보고 인정해야 했다.

한유성은 강륜의 길 안내에 따라 움직였고.

현재 북해빙궁에서 가장 유일하게 추위가 배제된 장소. 연위장에 도착했다.

10시간은 빠르게 흘렀다.

구조해야 할 빙궁의 아이들이 20명에 그치지 않았기 때문이다.

생존자를 찾아 왕복을 해야 했다.

그리고 80여 명의 안전이 확보된 직후.

한유성은 눈앞에 나타난 창을 응시했다.

『퀘스트! - 북해빙궁 ‘궁주(宮主) 위무강’이 내뿜는 극빙기류를 피해 북해빙궁의 아이들을 구명하라! 퀘스트를 클리어하셨습니다!』

나타난 퀘스트 클리어 창.

한유성은 그대로 28층 층계 대기실로 이동을 할 줄 알았다.

쩌억.

대기가 일그러지고.

한 여성이 모습을 드러냈다.

한유성은 이해를 할 수 없었다.

왜 이 인간이 갑자기 이곳에 튀어나오는 건지.

“네 정체에 대해 알 수가 없구나.”

세계가 굳었다.

마치 시간이 뚝 멈춘 것처럼.

날 바라보던 빙궁의 사람들의 표정이 경악으로 물들었다.

천마의 말이 이어졌다.

“일단 따라와 줘야겠다.”

[NPC 천마(天魔) 8위계]

한유성은 자신을 뒤덮는 그림자를 보았다.

‘이건 또 뭔….

항거할 수 없는 힘이 육신을 끌어당겼다.

북해빙궁의 풍경 속에서 한유성의 모습이 사라졌다.

『판데모니엄 27층 층계의 시나리오가 연장됩니다.』

『새로운 퀘스트가 등록됩니다.』

『퀘스트 : 생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