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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불살 같은 조건을 내걸어준 거지?”
1번은 불만이 좀 있나 보다.
“왜.”
1번은 내 되물음에 미간을 좁혔다.
“검기를 사용하지 못해서 안 쓴 게 아니지 않나, 당신.”
1번의 추론은 정답이지만.
난 사실을 알려주지 않았다. 마음대로 생각하라지, 뭐.
“잘됐잖아. 1등으로 추가 점수 획득하는 건 거의 확실시 된 일이고. 보물이 열댓 개 있는 것도 아니고 3개. 이 정도면 우리 2조가 1등이야.”
1번은 미묘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내 말이 정론이라는 걸 인정은 하는 반응이었다.
가만히 옆에서 나와 1번의 대화를 듣고 있던 3번이 찬물을 끼얹었다.
“…그렇겠지? 우리가 1등이겠지. 같은 조가 막 두 개씩 획득하고 그러지 않는 이상?”
난 피식 웃었다.
“그 경우가 일어나면 바로 강탈할 거야. 하나를.”
보물. 마석을 제일 먼저 찾아낸 점수는 이미 확보를 해둔 상태였다.
점수를 확보하는 기준이 몇 분 전 이번 교류회의 법칙을 알려준 사람. 5위계 기사 울브그레이에게 보물을 전달하는 것.
그게 점수 획득의 방법이었다.
그러니, 보물을 두 개 찾는 조가 생긴다면 울브그레이의 손에 들어가기 전에 강탈하면 되는 일이었다.
그냥 쉬고 있는 척, 주변을 계속 의식하고 있었기 때문에 일을 그르칠 가능성은 작다고 생각했다.
난 25층 플레이어인 3번에게 물어볼 게 있었다.
“지금 교류회 외적인 걸 물어봐도 되나?”
3번은 갑자기 히죽 웃어 보였다.
“음? 뭐, 이상형?”
그런 걸 물어볼 리가 없지.
“당신 레벨.”
내 말에 3번은 혀를 찼다.
“흐으음, 조금 더 재미있는 걸 물어볼 줄 알았는데.”
하지만 말을 안 해줄 건 아닌 모양이었다.
“레벨은 딱 30. 3위계예요.”
왜 위계까지 말해주나 했더니.
30레벨에 3위계인 게 3번의 입장에선 당연해서 그냥 말해준 것 같았다.
“노멀?”
“흐으음, 글쎄 어디일까?”
3번은 난이도를 맞혀보란 듯이 고개를 갸우뚱거렸지만, 난 노멀이 맞다고 그냥 결론을 내렸다.
하드 난이도였다면 노멀이라고 물어본 것 자체에 긁혀서 실토를 했을 테니까.
“당신도 말해줄 수 있나?”
이번에 내 시선이 향하고 있는 곳은 1번이었다.
27층을 거주지로 삼고 있는 사내.
난이도는 내 예상대로면 하드 난이도인데.
“하드 난이도고…4위계다. 남들도 그렇듯, 좀 오랜 시간 27층 층계 대기실에서 보내면서 4위계로 올랐지…쉽지 않았어. 하지만 그러지 못하면 슬슬 죽음 위험이 더 커진다고 하니, 뼈와 살을 깎았지.”
내 예상대로 하드 난이도였다.
그나저나…4위계 된 건데, 왜 이렇게 거창하게 말하냐.
라고 말을 하기엔 1번의 얼굴이 너무 진중했다. 정말 피와 살을 깎는 고통을 겪은 것처럼.
- 수왕) 개척자 저놈도 재능이 넘쳐흐르는 쪽이지. 노베이스 출신인데 38층에서 6위계 찍은 거, 말 안됨 ㅇㅇ
일전에 초월자 갤러리에서 내가 6위계에 도달하고 난 뒤에 올렸던 글. 그 게시물에서 하드 난이도 38층에서 6위계를 달성했던 개척자 선배가 칭얼거렸던 댓글이 떠올랐다.
그 댓글에 달렸던 수왕 선배가 달았던 댓글은 거짓이 아니었던 모양이다.
지금 내 앞에 있는 두 명이 나와 같이 21세기 지구 출신인 것도 성장 속도가 이런 이유에 한몫을 하겠지.
내가 21세기 지구인치고 비정상적인 속도를 내고 있는 거고.
교류회는 이렇게 끝났다.
3번의 걱정대로 같은 조가 두 개의 보물을 쓸어 담는 일은 발생하지 않았다.
['탑 교류회' 임무가 성공적으로 끝났습니다!]
[레벨이 상승했습니다!]
[Lv.84 → Lv.85]
['힘' 수치가 5 상승합니다.]
['민첩' 수치가 6 상승합니다.]
['체력' 수치가 5상승합니다.]
['마나' 수치가 6 상승합니다.]
['탑 교류회' 임무 달성 기여 점수를 계산합니다.]
[당신이 포함된 조, 3조가 '1위'입니다.]
[1위 보상으로 2000코인이 주어집니다.]
[1위 보상으로 아이템이 주어집니다.]
그렇게 21층 층계 대기실로 다시 귀환을 했다.
4달 하고도 20일이 지났다.
그 말은 즉, 이제 내가 이 탑에 소환 된 지 1년이 다 되어간다는 뜻이기도 했다.
현재 층계는 27층.
현재 내 레벨은 95.
난 그간 겪어본 적 없는 벽을 앞에 뒀다고 할 수 있었다.
아직도 6위계의 ‘권역’ 앞에서 성취가 막혀 있었다.
초월자 갤러리 선배들의 말에 따르면 지금까지의 성장 속도가 한참 비정상적이었고.
언젠가 이런 심각한 정체 구간이 오는 건 당연하다고 했다.
권역.
그놈의 권역은 왜 내게 손을 흔들어주지 않는 걸까.
화가 안 난다고 하면 거짓말이었다.
가부좌를 틀고.
이제는 이름을 정한 내 고유의 심법 ‘파한입도결(破限入道訣)’을 운용했다.
그리고 심상(心象)을 계속 그려냈다.
내 권역의 근간이 될 심상을.
하지만 그 모든 것이 어느 지점에 다다를 때면 계속 말소되었다.
지반부터 차곡차곡 쌓아 올린 구조물이 와르르 무너지듯.
파한입도결을 창안하기 전까지도 느꼈던.
이유를 정확히 설명할 수 없는 공허.
난 그걸 내가 21세기 지구인이기에 가지고 있는 경험의 부재라고 여겼다.
실제로, 초월자 갤러리 선배들도 비슷한 말을 했다.
- 빛의검) 권역이 제대로 구성이 안 된다는 건, 전에도 말했지만 계기의 부족일 거다.
ㄴ 절대군주) 그렇지, 죽을 위험을 좀 더 겪어야 하는 거다.
ㄴ ㅇㅇ*) 이미 많이 겪었어….
ㄴ 수왕)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존나 더 많이 겪어야 한다는 거다!!!!!!
ㄴ 엘프다) 고생 좀 더 하렴.
ㄴ 대마법사) 그래도 덕분에 네가 마법 익힐 시간이 생긴 건 좀 좋았지.
맞다.
난 지난 4달이란 시간 동안 앞선 시간들 보다는 마법 수련에 힘을 좀 더 쏟았다.
이 빌어먹을 벽에 막혔다는 감각이 들 때, 마법을 수련했다.
그게 내게 있어 시간 낭비를 줄이는 최적의 방법이었다.
그러나.
내 근본은 결국 무공에 있었다.
마법 류의 권역을 창안 해내기에는 마법 숙련도가 턱없이 부족하기도 했고.
내게 위안이 된 건 마법을 수련하는 것 말고도 하는 더 있었다.
그건, 갤러리를 하는 것이다.
초월갤 선배들은 내 성취가 권역이란 벽에 장기간 막혀 있는 게 안쓰러웠는지, 내 위주로 흘러가던 갤러리의 방향을 조금은 비틀었다.
선배들이 자신들에 관한 이야기를 꽤 하게 된 발단이 된 게시물은.
제목 : 봐라, 매화의 검기다.
작성자 : 시궁창검성
첨부파일 : 128703912830912.png
- 영롱하지 않나.
궁창 선배의 영롱한 검기 사진이었다.
검기는 사진은 릴레이 인증이라도 하듯, 줄줄이 이어졌다.
검기 색 인증 릴레이.
그 다음 썩 파장을 일으켰던 건, 빛의검 선배의 구려도 너무 구린 촬영 각도의 셀카였다.
지나치게 상대방을 내려다보는 듯한 각도를 써버렸다든지.
지나치게 정면을 똑바로 바라본다든가 말이다.
ㄴ 으흐흐, 매도 당한다….
ㄴ 이야, 이딴 식으로 찍어도 멀쩡해? 아, 멀쩡한 건 아니구나.
ㄴ 은발 적안은 성공 공식이구만….
ㄴ 무녀) 하와와, 하와와. 역시 예쁜 것은 가끔 보면 눈 정화가 되는 것이와요. 그 등반을 하던 시절이 떠오르는 시선이와요.
물론, 각도를 이상하게 찍어도 반응은 좋았다.
또 어떤 게시물이 있었더라.
아.
그게 있었지.
제목 : 꽁꽁…! 제 왕국이에요!
작성자 : 얼음여왕
첨부파일 : 32904230122.png, 4091267563187.png…
- 여기가 푸르르고 새하얀 곳이 얼음왕국의 중심부인 눈꽃 회랑…! 그리고 여기가 겨울 정원! 꽁꽁! 여기가 은빛 탑!
ㄴ 이야, 미안한데. 다 똑같은 사진 아니냐?
ㄴ 얼음여왕) 꽁꽁! 아니에요!
얼음여왕 선배에겐 미안한 일이지만, 어느 곳이든 별 차이가 없긴 했다.
아무튼, 선배들의 글들은 내 어지러운 머릿속을 식혀주는 데 아주 큰 도움이 되었다.
군더더기를 모두 버려야 한다.
나는 그렇게 생각하며 다시 심법을 운용했다.
다음날.
12월 17일.
탑에 소환된 지 1년째가 되기 두 달여 전.
나는 27층 스테이지의 문을 열었다.
차원 간 거래의 쿨타임도 마침 끝난 상황이었다.
문을 열고 발걸음을 내디뎠다.
차가운 한기가 정면으로 매섭게 다가왔다.
한유성은 전신을 떨 수밖에 없었다.
“…와.”
입김이 허공에 서리 결정들이 맺히듯 공간을 일그러트렸다.
뭔가 잘못되었다는 걸 느끼는 건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발끝부터 차오르는 냉기는 그간 느꼈던 한기 같은 것과는 궤를 달리했다.
얼른 호신강기를 펼쳐냈다.
그 직후, 알림창이 눈앞에 떠올랐다.
『판데모니엄 난이도 27층은 퀘스트 형입니다.』
“여긴 또 어디야?”
사방이 얼음으로 뒤덮여 있었다.
그런데 또 뒤에 자리 잡은 풍경을 보자면, 남극이나 북극이 배경 같지는 않았다.
뒤쪽에 자리 잡은 건물을 바라보았다.
“무림계 같은데….”
건물의 양식이 중원 무림 배경에서 봤던 것과 엇비슷했다.
한유성은 일단 인벤토리에서 초월자 갤러리 단말기를 꺼내 앞에 보이는 누각(樓閣)을 촬영했다.
백색의 빙설이 뒤덮은 누각.
한유성은 방금 찍은 사진을 첨부한 게시물을 올렸다.
댓글은 금방 후두둑 달렸다.
ㄴ 음, 어디서 많이 봤는데??
ㄴ 빙궁이잖냐.
ㄴ 天魔) 북해빙궁(北海氷宮)이다.
ㄴ 빛의검) 조심해라. 빙궁주들은 모두 괴상한 측면이 있는 놈들이었다.
ㄴ ㄹㅇ 궁주치고 정상인 놈들을 찾을 수가 없는 거심.
ㄴ 뇌까지 꽁꽁 얼어버렸다는 게 정론임 ㅇㅇ
ㄴ 시궁창검성) 근데 골치가 좀 아프게 되었구나.
ㄴ 무녀) 하와와, 그러게 말이와요. 빙궁의 무인들은 그 배경 속에서 매우 강한 것이와요.
ㄴ ㅇㅇ*) 순수 무력은 강함?
ㄴ 무녀) 강한 편이와요. 우리 기수가 만났던 궁주는 7위계 중위 정도였사와요.
음, 겁나 강한데.
ㄴ 대마법사) 근데 궁주랑 갑자기 싸울 일은 없을 거야…괴상한 측면이 있긴 해도 폭력성이 그렇게 강한 건 아니니까.
ㄴ 얼음여왕) 꽁꽁…!
ㄴ 얼음여왕) 얼어붙은…!
ㄴ 얼음여왕) 드디어, 드디어 등반쟈가 제 도움이 필요한 순간이 도래했어요…!
한유성은 뭔가 심하게 들떠있는 기색을 댓글을 통해서 읽어낼 수 있었다.
ㄴ 얼음여왕) 제 아이템이라면, 이 북해빙궁의 땅에서도 숨을 멀쩡히 쉬면서 걸어다닐 수 있어요! 꽁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