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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유성은 검에 흘리고 있던 검기를 증발시켰다.
그리고 가주들의 면면을 살폈다.
부서진 지붕에서 내려온 가주들은 하나같이 자신에게 무언가 대답을 요구하는 얼굴을 하고 있었다.
한유성은 우두커니 서 있는 홍기륜을 바라보았다.
홍기륜은 아직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었다.
한유성은 지금이 기회라고 여겼다.
홍기륜이 어떤 말을 하기 전에 선수를 칠 기회.
“호북연가의 여식, 연설아를 해하기 위해 온 습격자들을 제압했습니다.”
오른손 검지로 엉거주춤 서 있는 홍기륜을 가리켰다.
“저자가 이 일을 주동한 대장쯤 되는 것 같습니다.”
저 새끼가 나쁜 새끼에요!
─라는 의미였다.
-
유명한거지) 무슨 일이 벌어지면 일단 판의 흐름을 잡아야 하는 거요. 윗놈들은 예의를 차려주는 걸 좋아하지.
-
유명한거지) 할 수 있겠소?
-
무녀) 하와와, 억울한 척을 좀 해야 하는 것이와요.
홍기륜이 입을 열어서 무언가 말하려던 순간.
옆에 누군가가 다가왔다.
“한유성 소협 말이 맞아요.”
화산파 유화윤의 말에 무림맹 핵심 인원들의 시선이 그녀에게로 쏠렸다.
주변에 모인 이들은 이제 무림맹 관계자들뿐 아니라, 각지에서 온 무림인들도 몇몇 있었다.
무림맹의 무사들이 제지를 했지만, 이미 끌린 시선들은 어쩔 수가 없었다.
“연설아 소저가 습격당한 걸 직접 목격했어요.”
현재 가문 상황 자체가 좋지 않은 연설아나 어디서 튀어나왔는지 모를 신지 고수인 한유성의 말에 비해서, 화산파 유화윤의 말은 강한 신뢰도가 있었다.
무림맹주 남궁원의 고개가 끄덕여졌다.
“증언 고맙군.”
남궁원의 시선은 한유성을 보고 있었지만, 그가 집중하고 있는 대상은 한유성이 아니라 하북팽가의 가주, 팽무일이었다.
검증된 증인도 있군, 이러면 널 묵인해주는 건 상관없어도. 백리세가까지 그냥 넘어가 줄 수는 없게 되었다.
팽무일의 머릿속에 남궁원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전음이었다.
팽무일은 욕이 치밀어올랐지만, 분노의 감정을 바깥으로 표출하지 않았다.
무림맹주의 말대로, 일이 커져 버렸으니까.
남궁원은 오른손을 들어 올리더니 홍기륜의 머리 위에 올렸다.
금빛의 기류가 남궁원의 손아귀에서 번쩍였다.
홍기륜의 양쪽 무릎이 단번에 굽혀지고.
홍기륜은 강제로 무릎을 꿇는 형상이 되었다.
“끄르륵…끄륵!”
홍기륜의 입가에 거품이 물렸다.
홍기륜은 뇌가 타는 고통을 느껴야만 했다.
“말하거라.”
남궁원의 말이 홍기륜의 귓가를 매섭게 파고들었다.
“누가 네게 이런 일을 지시했는지.”
홍기륜은 핏발이 선 눈으로 남궁원을 바라보았다.
무림맹의 주요 가문 가주들을 제외한 이들은 모두 통제되었다.
하지만 이곳, 쟁천무회장에 들어서 있는 세가나 문파들은 대부분 중원 무림의 사정에 밝은 부류들이었다.
호북연가의 여식인 연설아가 왜 갑자기 습격을 당했는지.
습격의 사주를 한 것은 어느 쪽인지 대부분이 예상하고 있었다.
연설아의 납치를 주도한 백리세가의 뒤에 하북팽가가 있다는 사실까진 모르는 이들도 다수였지만 말이다.
백리세가에 대한 충정으로, 홀로 납치를 주도했다고 말하려고 했던 홍기륜의 귓가에 남궁원의 나지막한 목소리가 이어졌다.
“홀로 주도했다는 말이 되지 않는 소리는 내뱉지 않는 게 좋을 것이다. 사실대로 자백해준다면, 네 죽음으로 끝을 내주겠다. 네 핏줄은 살려주겠다는 말이다.”
남궁원은 검을 뽑아 들었다.
“넌 죽어야겠지만 말이다.”
홍기륜은 사고를 했다.
“…백리세가의 차남, 백리휘가 명령을 내렸습니다.”
“알겠다.”
남궁원의 무표정한 얼굴에는 변화가 없었다.
홍기륜은 남궁원이 자신의 말을 듣기도 전에 이미 진실을 알고 있다는 걸 알아차렸다.
남궁원은 자신과 홍기륜을 빙 둘러 있는 핵심 가문 가주들을 바라보았다.
“내 선택에 불만이 있는 자가 있다면 의견을 내시오.”
모용세가의 모용진천이 입을 열었다.
“이놈을 바로 죽이는 건 불만이 없는데 말이오. 백리세가에 대한 처분은 어떻게 할 생각이시오?”
“적당히 처분을 내릴 생각이오. 명령을 내렸다는 당사자에게.”
남궁원의 말에 모용진천이 입꼬리를 올렸다.
“호오, 맹주께서 다소 관대해지셨군.”
“이 신성한 쟁천무회를 더럽힌 것은 중죄이나, 장남의 죽음은 백리세가에 있어 큰 악재이니 최소한의 처벌로 끝낼 생각이오.”
모용진천을 제외하곤 맹주 남궁원을 관대하다고 여기는 가주는 없었다.
당가의 가주, 당명허도 그 중 하나였다.
‘이번 일로 백리세가의 입지는 호북연가보다도 줄어들어 버리겠군.’
백리세가가 본인들이 계획했던 판대로 실행에 옮기는 걸 성공했다면 호북연가를 그대로 집어삼켰을 수도 있겠으나, 계획이 완전히 실패하고.
이런 식으로 무림의 주목을 받은 이상, 백리세가의 부흥은 향후 몇십 년간은 요원한 일이 되어버렸다. 어쩌면 평생.
“백리세가의 가주 백리태경과 둘째인 백리휘를 데리고 오도록. 저항한다면 무력을 동원해도 좋다.”
무림맹주 남궁원이 자신의 오른팔인 6위계 무인 회백에게 명령했다.
회백은 고개를 숙이고 자리를 떴다.
남궁원의 시선은 다시 한유성으로 향했다.
“상처가 적잖이 깊군.”
상체에 직선으로 난 상처를 바라본 남궁원이 뒤를 바라보았다.
“천의(天醫), 이자의 상처를 치유해주시오.”
“알겠습니다.”
천의라 불린 긴 머리카락의 여성은 대답하며 앞으로 나섰다.
여성의 손이 초록빛으로 휘감겼다.
실처럼 뻗어 나간 기류가 벌어져 있는 상흔을 꿰맸다.
“사흘이면 멀쩡해질 거예요.”
한유성은 ‘천의’라는 별호가 썩 과장된 게 아닐까 생각을 했었다.
근데 저 말이 사실이라면 과장된 것 같지는 않았다.
참을 만했으나 분명 묵직하게 올라왔던 통증도 확연히 휘발되었기 때문이다.
모용진천이 한유성을 보며 말했다.
“소림파 자선과의 대전 후 6위계를 달성한 거냐?”
한유성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습니다.”
모용진천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거 참, 아주 난 놈이구나. 내 제자였다면 썩 예뻐해 주었을 텐데 말이야.”
모용진천의 말이 끝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공간이 소란스러워졌다.
백리세가의 가주와 둘째 아들이 다가온 것이다.
백리태경과 백리휘가 굳은 얼굴로 다가와 있었다.
둘은 본인들의 무력 수단인 수하들 열댓 명을 데리고 왔지만, 이들을 운용할 수 있는 상황은 오지 않으리란 걸 알아차렸다.
“백리태경, 그대가 쟁천무회의 개시 전날 인사를 건넸을 때만 해도 이런 일이 일어나리라고는 생각을 하지 못했는데 말이네.”
백리태경은 무릎을 꿇은 채 몸을 떨고 있는 홍기륜을 보며 미간을 와락 구겼다.
“이자가 이미 자백을 했네, 자네의 아들 백리휘가 주도해서 벌인 일이라고. 맞나?”
백리휘는 고개를 숙였다.
5위계.
비슷한 나이대에선 어딜 가도 무시 받지 않던 고강한 위계였지만, 노괴들이 한데 모여 있는 이곳에선 애송이에 불과했다.
“저, 저는…!”
“물론, 자네는 그러지 않았다고 말을 하겠다만. 호북연가와 백리세가의 사이가 좋지 않다는 걸 모르는 자는 이 무림에 몇 없으니 말일세.”
백리태경은 분노에 가득 찬 얼굴로 남궁원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내 아들이 어떤 책임을 져야 목숨을 부지할 수 있겠소?”
남궁원은 아무렇지 않은 얼굴로 대답을 했다.
“팔 하나 정도를 자르고 기둥을 폐해야겠지.”
기둥을 폐한다.
그건 즉, 한 무인이 쌓아 올린 기존의 내공을 완전히 상실하고. 앞으로도 무인으로서 살아갈 수 없게 된다는 것을 뜻했다.
백리휘의 무인으로서의 생명력을 완전히 끊어버리겠다는 말이었다.
“그리고 백리태경, 그대도 잘 알 것이오. 세가의 일원이 잘못한 것은 세가 전체의 잘못이라는 것을.”
백리태경은 이어지는 남궁원의 말을 잠자코 듣고 있을 수밖에 없었다.
“태경, 그대가 운용하는 주요 병력 중 하나인 백리대를 무림맹 소속으로 옮기도록 하지.”
백리태경은 끌어 오르는 살의를 애써 감추었다.
백리대의 일원을 죽여버리든, 완전한 무림맹의 무력 수단으로 쓰든 무림맹주의 마음대로 하겠다는 선포였다.
‘…말 그대로, 멸문보다는 나은 징벌이군.’
남궁원은 앞서 말한 것 중, 그 무엇도 무를 생각이 없었다.
“본 맹주가 아주 관대한 처우를 하려 한다는 것을 알고 있겠지?”
제갈세가의 가주, 제갈시헌은 속으로 혀를 찼다.
남궁원의 냉혹한 판단에 치를 떨었다.
‘백리세가가 자신들의 의도대로, 조용히 호북연가의 여식을 납치하는 데 성공했더라면…아무런 손해도 입지 않고 세가의 성장을 이뤄냈을 텐데.’
계획에 실패함으로써 받게 된 대가가 너무나도 컸다.
실패할 가능성이 아예 없다고 보고 있었기에 더 그럴지도 모르겠다.
남궁원은 자신에게 호북연가의 여식이 있는 쪽에 진법이 펼쳐지는 게 확인되어도 일단은 방관하라고 명령했다.
남궁원의 입장에서 별 상관없는 일이기에 그랬겠지.
지금은 무림맹이 주관하는 ‘쟁천무회’가 공개적으로 더럽혀졌기에 나선 것이다.
그마저도 남궁원의 사사로운 유희에 가까워 보였지만.
남궁원은 이번엔 멍하니 서 있는 연설아를 바라보았다.
“호북연가의 연설아라고 했나.”
무림맹주의 말에 연설아는 다급히 고개를 끄덕였다.
“예…!”
“네 오라비가 벌인 살육은 정말인지 아닌지 아직 밝혀지지 않은 반면, 널 죽이려고 한 이들의 죄는 명명백백하다.”
남궁원은 갑자기 검의 방향을 바꾸더니, 손잡이를 연설아가 잡을 수 있도록 검을 내밀었다.
“네가 저 백리휘의 팔을 베어도 되는 상황이란 말이다.”
연설아가 얼어붙은 듯 가만히 있자, 맹주의 시선이 한유성을 향했다.
“그게 아니라면, 한유성 소협이라고 했나. 소협이 저놈의 팔을 잘라버려도 된다.”
한유성은 양손을 흔들며 거절을 했다.
“음, 제가 백리휘의 팔까지 자르면 너무 미움을 사지 않겠습니까. 좀 사리는 게 좋을 것 같거든요.”
“크하하하하하하!”
한유성의 말에 맹주 남궁원이 호탕하게 웃음을 토해냈다.
“그래, 그 말이 맞군. 내가 강호 신성의 손을 너무 쉽게 더럽히려고 했구나.”
남궁원이 옆에 있는 회백에게 검을 내밀었다.
“네가 행해라.”
“예.”
망설임 없이 대답한 회백은 백리휘에게 다가갔다.
그리고.
써걱!
“크아아아악! 하으아아악!!”
백리휘의 비명이 들리기 시작했다.
‘어우, 안 볼란다.’
한유성은 그 장면을 눈에 담지 않고 있었다.
자신도 썩 참혹한 광경을 만들어냈지만, 남이 만들어내는 참혹함까진 보고 싶지 않았다.
백색의 맑은 하늘.
비명과 파육음과 피를 마주하는 대신, 구름 한 점 보이지 않는 하늘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래서 그 하늘에서 무언가 어긋나는 순간을 가장 먼저 목격했다.
압력.
한유성은 코 밑을 닦았다.
피가 흘러내리고 있었다. 몸이 무형의 기운에 짓눌렸다.
직전까지 겪었던 진법 따위는 아무렇지 않게 느껴질 정도로 강력한 중압감이었다.
쾅!
오른쪽 무릎이 강제로 꿇렸다.
한유성은 이를 악물고 고개를 뒤쪽으로 돌렸다.
연설아의 생존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서.
천의가 펼친 방벽 뒤에서 몸을 잔뜩 웅크린 채 벌벌 떨고 있는 연설아가 보였다.
살아있으면 됐다.
남궁원의 몸에서 짙은 살기가 뿜어졌다.
남궁원이 입을 열었다.
“천마….”
천마요?
한유성은 궁금증에 고개를 들어 올렸다.
전신에 두른 호신강기를 더 견고하게 한 뒤에.
“…….”
한 여성이 맑은 하늘 위에 서 있었다.
마치 신선처럼 자연스럽게.
[NPC – 천마(天魔) 8위계]
귓가에 나지막한 미성이 울렸다.
=몸을 가누는 데 성공했네, 아주 기특하구나.=
‘아, 씨발.’
한유성은 고개를 다시 숙였다.
이런 직접적인 관심을 받고 싶지는 않았다.
8위계.
정확히 말하면, 7위계 이상의 존재들이 가진 위험성에 대해 초월갤 선배들에게 15층 진입 당일 밤 들은 바 있었다.
ㄴ 대마법사) 성좌들 보고 우리가 답도 없는 겁쟁이들이라고 놀려댔지만, 그건 대부분이 8위계라서가 아니야. 8위계씩이나 되어놓고 포기를 해서 비난을 하는 거지.
ㄴ 天魔) 8위계면 자신보다 하위 위계에 있는 이들이 인간이 아닌, 개미 정도로 보일 때다.
ㄴ 시궁창검성) 실제로도 그렇다.
ㄴ 개척자) 손을 대지 않고 죽이려면 죽일 수 있는 수준이지.
ㄴ 개척자) 사실 7위계도 본심을 다하면 그래. 6위계 이상부터는 단순한 숫자 단위 하나 차이의 개념으로 접근하면 죽어.
ㄴ 수왕) 친구!!! 너도 5위계 이하인 놈들에게 그런 존재가 되는 거다!! 6위계가 되면!!
ㄴ 엘프다) 넌 5위계 때도 6위계급 괴물들 몇 번 이겨봤다고? 그건 네놈이라서 그런 거야. 보통은 안 그래.
ㄴ 빛의검) 그러니까, 각을 잘 재야 한다는 말이다. 제대로 된 괴물들을 만났을 때 살아남으려면.
ㄴ 절대군주) 대뜸 말 한 마디 잘못 했다고 죽게 되는…그런 웃기지도 않는 돌연사를 겪는 일은 없어야겠지만. 네가 오르고 있는 곳은 판데모니엄이니까 말이다.
ㄴ 밀실론자) 판데ㅋㅋㅋ모닠ㅋㅋ엄ㅋㅋ엄엄ㅋㅋㅋ – 이 세상은 거대한 밀실로 이루어짐
=네 덕분에 시간을 죽일 수가 있었단다.=
‘시발….’
역시, 그 각이라는 게 좀 많이 잘못 재어진 것 같다.
한유성은 머릿속에 이어지는 천마의 전음을 들으며 그렇게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