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upy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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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은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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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스는 그만둔 지 오래였지만, 항상 그렇듯 옥스에게 끌려가 강제로 인간의 일일 최소치에 해당하는 운동을 해야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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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체력이 걱정되는 건 이해하나 이미 매일 일어나 무거운 거 두 개씩 달고 돌아다니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운동이라고 생각하는 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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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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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워하고 뽀송뽀송한 상태로 방에 누워 있자니, 밖에서 이상한 소리가 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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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좀 열어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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굳이 누군지 확인하지 않아도 알 수 있을 것 같은 특징적인 목소리에, 나는 한숨을 쉬며 문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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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 옷은 좀 입고 다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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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뭘 더 입어요. 방 더운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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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봄 넘어서 이른 여름인데 뭘 더 바라는 건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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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나가느라 대충 걸쳐 입었던 빨간 점퍼를 다시 장롱에 넣고선 스트라이크를 방 한쪽의 테이블에 앉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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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이 오밤중에 왜 왔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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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밤중은 무슨. 솔랭 돌리기 딱 좋은 시간인 거지. 그나저나 방송 안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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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십 분 쉬었다가 켜려고 했는데 오셨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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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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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인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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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슬 말 돌리는 거 보니 하고 싶은 말이 있긴 한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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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에 할 말 못 할 말 다 하고 살더니, 이럴 때는 또 굼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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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리 말해요. 안 그러면 기숙사 관리하시는 분 부를 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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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 야. 그건 아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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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치게 당황하는 모습을 보면 이미 내 성향을 파악한 플루크나 옥스와 달리 아직 놀리는 맛이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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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랭 돌릴 시간 뺏는 사람이 제일 나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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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이렇게까지 말하니 결국 스트라이크는 입을 다시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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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좀 가르쳐 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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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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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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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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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부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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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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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좀 의외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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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나 고백이라도 할까 봐 걱정한 내가 무색해질 정도로 비장한 모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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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제가 원딜한테 뭘 가르쳐 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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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맵 리딩, 시야 싸움, 한타 각 보는 거, 그리고 승리 방정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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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딜답게 딜각 잡는 거나 딜하는 방법은 뺀 걸 보니, 역시 이 인간은 숟가락이란 말이 이리 잘 어울릴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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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지수표 못 받아서 분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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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정도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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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십 퍼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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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십...구십오 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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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인간이란 게 인정 욕구가 특히 강한 동물이니까 이해 못 하는 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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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다가 최소한 솔직한 걸 보니 그 인정 욕구만큼 발전하고 싶은 마음도 강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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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코치 분들은 두고 왜 저한테 와서 그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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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미드라이너지, 원딜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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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ST가 어디 중소 팀도 아니고, 개념이나 필요한 기술을 주입시켜 줄 코치들은 차고 넘쳐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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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르치는 면에서는 오히려 그런 사람들이 나을지도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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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네가 제일 잘 가르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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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근거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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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넌 나랑 비슷한 각을 보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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틀린 말은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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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루크야 본인만의 플레이 근거가 확실한 녀석이라, 굳이 무언가를 더 시키기보단 이런 것도 있다는 걸 알려주는 방식으로 플레이하니 그렇다 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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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머지 선수들 중 내가 낸 한타 견적에 호응이 가장 빠른 건, 다름 아닌 눈앞의 스트라이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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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씩은 내가 말하기도 전에 각 보고 혼자 들어갔다가 폭사해서 문제긴 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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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네가 더 정교한 건 알아. 근데, 네가 생각하기에 내가 진짜 못 써먹을 원딜로 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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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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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장난으로라도 아니라고 하면 온갖 추한 꼴 다 보여줄 거 같아 한번 구경이나 해볼까 약간 고민했지만, 결국 대답은 정해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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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원딜이 되고 싶은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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싹수는 보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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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의 선배로서 내가 할 일은 키우는 거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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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나저나 이렇게 실력 키우고 나서 외부에서 제안 들어오면 휙 떠날 거 아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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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질문에 그는 무슨 헛소리를 하냐는 듯이 쳐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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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거 다 배우면 내가 최고가 될 텐데, 다른 데를 왜 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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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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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 선수라면 이래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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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원딜은 낭만 있는 라인이 맞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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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시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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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한 시가 넘은 만큼 상주하는 직원들조차 찾아보기 힘든 ST의 사옥에 몇몇 선수들—옥스, 플루크, 벨—이 옹기종기 둘러앉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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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자 하나와 음료수 둘, 그리고 얼음물 하나를 테이블에 올려놓고 심각한 이야기를 하는 듯한 모습에, 24시간 상주하는 셰프는 그저 말없이 속으로 응원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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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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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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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현이 형 백지수표 제안받은 거. 따지고 보면 실력 있다고 증명 받은 거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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벨은 어디로 사라진 원딜을 유기하고 이곳에 와 육포를 질겅질겅 씹어대며 그렇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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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명은 무슨. 난 요즘도 게임을 어떻게 이기는 건지 잘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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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스는 트루를 운동으로 갈굴 때와 달리 한숨만 푹푹 내쉬며 얼음물만 들이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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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루 말만 잘 들으면 되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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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게 비정상적이라는 건 내가 제일 잘 아니까 하는 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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벨의 말에, 옥스는 한탄 아닌 한탄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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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이야 문제 없는데, 너도 알잖아. 트루가 없거나 내가 다른 팀에 가면 어떻게 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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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2의 다른 멤버들과 달리, 옥스—오창현—은 올해로 성인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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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조함이 느껴지는 건 어쩔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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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이야 안 가도 굶어 죽을 걱정은 없겠지만 이런 식으로는 평생 반쪽짜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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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지컬 하나는 발군이 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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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결국 선수로서 제 기능—1인분 이상—을 하기 위해서는 지금 보여주는 모습만으로는 한참 부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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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나 헌터라는 포지션 특성상 뇌지컬적 측면이 얼마나 중요한지 생각하면 더더욱 그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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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치님들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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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선 짜는 거나 조건에 따라 플레이하는 건 한계가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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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대다수의 경기는 헌터들이 서로 뒤틀린 숲의 몬스터들 반씩 나눠 먹고, 갱 가거나 오브젝트를 위한 한타에서 죽고 죽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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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만큼 후반 헌터들의 동선은 수많은 변수가 있고, 그런 건 코칭으로 완전히 커버가 불가능한 부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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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대적인 시간이나, 록이라는 게임의 이해 측면에서 천재성이 필요한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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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유감스럽게도 옥스에겐 둘 다 부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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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 그냥 트루한테 가르쳐 달라고 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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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봤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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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그건 실패한 지 오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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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상대가 무조건 동선을 트니까 지금 들어가서 몬스터 캠프 하나 털고 바텀으로 역갱각 잡으면 되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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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조건이라는 건 어떻게 알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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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그러면 이 상황에서 상대 미드랑 탑이 은근슬쩍 위쪽으로 몸을 쏠리게 할 이유가 없거든요. 소위 말하는 페이크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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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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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루의 길고 긴 선수 생활을 모르는 옥스는 저 말에 정신이 대략 혼미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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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런 순간적이고 찰나의 움직임과 분석만으로도 전 맵의 시야를 밝힌 것처럼 게임하는 트루를 따라잡는 건 옥스가 생각하기엔 솔직히 무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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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이렇게 말하는 이유가 뭐예요 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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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1에서 트루가 하는 모습을 보고 생각이 좀 많아져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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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게임 보이스만 들어도 트루는 마스터 리그 때보다 말수가 적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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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중할 수밖에 없으니 어쩔 수 없는 현상임과 동시에, LOCK나 LOCC 등 1부 리그에서 옥스가 살아남기 힘들다는 의미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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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상위권 팀들과의 경기는 결국 한 명의 오더보다는, 모두가 1인분 이상을 해내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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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심한 케어와 지시가 실시간으로 필요한 옥스가 설 자리는 없다는 의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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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군에는 분명 자신의 피지컬에 필적하면서도 머리를 훨씬 잘 쓰는 헌터들이 존재할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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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만족하긴 싫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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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스의 목표는 대부분의 선수들이 으레 그렇듯, 자신의 손으로 LOC 월드컵 트로피를 쥐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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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내가 볼 땐, 트루 옆에 붙어있는 게 우승할 가능성이 가장 높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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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만큼 그녀의 부담을 덜어주고 더욱 날뛸 수 있게 하기 위해서라도 옥스는 스스로 발전해야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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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지금까지야 트루의 말만 무작정 들으면 됐다지만, 당장 이번 시즌 각국 그랜드 리그의 팀들이 모여 하는 국제전만 하더라도 쉽진 않을 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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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루라는 비대칭 전력이 있긴 해도 어찌 됐든 게임은 다섯 명이 해야 하는 거고, 국제전이라는 이름은 언제나 선수들의 본 실력을 위축시키는 법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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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가 드는 통나무를 더 무겁게 할 수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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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 너희들이 생각하는 걸 내게도 알려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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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루는 이미 팀원의 마음을 읽는 것처럼 행동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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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옥스로선 그게 불가능하니 직접 듣고 하나하나 머릿속에 욱여넣는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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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그런 반복 작업은 옥스가 가장 잘하는 것 중 하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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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TT Dito -> ST Strike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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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T와의 맞대결에서 평화롭게 상대 미드를 집에 보내고 다시 라인으로 복귀하고 있던 와중 뜬금없는 킬 로그가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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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아아악! 아니 스트라이크 선수 왜 가만히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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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면 말렸던 디토 선수가 기분이 좋아지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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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인전 잘 하고 있었는데 이게 전부 무위로 돌아가는 ST 바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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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미안. 맵 리딩하다가 부쉬에서 나온 걸 놓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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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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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숨을 쉴 새도 없이, 뜬금없이 탑에서도 비보가 들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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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TT Medic -> ST OX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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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옥스 선수는 왜 탑에 가서 킬을 대주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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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면 라인이 묶여 있던 메딕 선수의 고달팠던 시간이 보상이 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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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분명히 상대 헌터가 내려가야 맞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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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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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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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아직 ST1에서 뛰고 있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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