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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을 약간 앞으로 돌려서.
그랜드 리그 개막전.
“하던 대로만 하자.”
주장을 달고 있던 트루가 떠난 이후 다른 선수들의 압도적인 지지로 주장을 달게 된 플루크는 이제 갓 아카데미에서 뽑혀 온 미드라이너—이스케이프—에게 그렇게 말했다.
스크림 성적이야 부진하긴 했다지만, 어차피 중요한 건 인게임 내 상황이었다.
“야, 걱정 마. 우리 마스터 리그 씹어먹고 왔는데 뭐가 그리 걱정이야. 너 하나 정도는 커버해 줄 수 있어!”
“그래. 그러니까 반반, 아니 좀 밀려도 괜찮아. 우리가 해줄게.”
스트라이크와 벨은 그렇게 호언장담하며 그를 안심시켰다.
‘...후우.’
트루는 분명 돌아온다.
그러니 플루크에겐 그때까지 이 팀을 순항시켜야 하는 의무가 있었다.
‘뒤쳐지는 건 안 돼.’
곧 있으면 LOCK에 데뷔할 트루가 호언장담한 말도 어찌 됐든 스스로가 1군에 포함될 능력이 되어야 뭘 하는 거지, 아니면 그냥 개털이다.
그러니 그녀가 마스터 리그에서 했던 것처럼 그 무게를 견딜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다들 발전했으니 트루 하나 없다고 와르르 무너지진 않겠지.
—라고, 생각했던 순간이 있었다.
[ DND Bravo -> ST Strike ]
[ DND Bravo -> ST Bell ]
[ DND Koral -> ST Escape ]
[ DND Sos -> ST OX ]
[ ST Fluke -> DND Mars ]
“......”
탑에서 남자들의 뜨거운 1대1 교전을 하는 와중에도 틈틈이 미드, 바텀, 헌터를 체크하던 플루크는 가능했다면 스킬을 상대 탑이 아닌 자신의 팀에게 시전하고 싶었다.
“어? 솔킬 땄네?”
“...그래.”
“잘했어. 그럼 나 탑 위주로 굴린다?”
옥스의 말에, 플루크는 기겁하며 덧붙였다.
“오지 말고 바텀 무한 갱 가서 풀어줘.”
버틴다.
아니.
이긴다.
라인전을 박살내고, 상대 탑의 존재 의의를 잃게 만들고, 타워를 철거하고, 상대 헌터가 오면 2대 1을 이기고, 한타에서 영향력을 발휘한다.
원래 탑이란 그런 라인이니까.
[ ST Fluke -> DND Mars ]
[으아아악! 죽! 텔! 죽!]
[이거 마스 선수 너무 안일했나요!]
[이러면 탑 라인 완전 붐! 터졌습니다!]
[트루가 없으니 내가 한다! 플루크 선수가 으라차차 힘을 내면서 탑 라인전을 완전히 끝내버립니다!]
순간 이동—텔레포트—으로 라인에 복귀한 상대를 끌어당기고 스킬과 주문을 극한까지 활용해 상대를 다시금 잡아낸다.
그리고 집에 가서 아이템을 사오고 난 뒤, 다시 상대 맞라이너와 얼굴을 맞대며 일부러 라인을 걸칠 수 있도록 유도한다.
‘...차라리 나한테 와라.’
아니나 다를까.
유일하게 밀리는 라인인 탑을 케어하기 위해 상대 헌터가 신성한 탑 라인을 밟았다.
“탑에! 왜! 오냐고!”
차라리 본인한테 오라고 한 거지, 온다고 해서 곧이 곧대로 갱 당해서 죽어준다는 말은 없었다.
이미 1코어가 뜬 상태이니만큼, 주저하지 않고 플래시로 거리를 좁혀 헌터를 먼저 문 뒤 그대로 궁극기를 이용해 상대 탑이 있는 방향으로 메다 꽂는다.
[으아아! 이거 플루크 선수 세토 딜이 왜 이래요!]
[이 선수가 시전하는 얼굴 강타는 사거리가 100은 길어진 거 같습니다!]
[DND의 탑은 지금 없느니만 못하고! 그나마 킬 먹은 헌터가 열심히 딜을 넣어보지만 스킬 한 바퀴 돌리는 거 끝까지 참다가 그대로 주먹 내지릅니다!]
—쾅!
최소한 상대 헌터의 플래시는 빼고 죽었던 바텀 덕에, 플루크는 기어코 상대 헌터의 제압 골드를 먹었다.
물론 덤으로 이제 대포 미니언보다 돈 약간 더 주는 상대 탑도 후식으로 먹었고.
[이렇게! 아직 15분이 채 안 됐는데 탑 1차 타워가 철거됩니다!]
[그리고 플루크 선수가 버텨준 시간을, 옥스 선수가 마침내 유용하게 쓰려고 하나요?]
“그대로 갱 가서 둘 다 잡아.”
상대 헌터는 부활하려면 시간이 더 필요하고, 서로 스펠이 전부 빠진 상태다.
공격적인 ST의 바텀 성향과 옥스의 교전력에, 미드 라인을 살짝 포기하고 플루크의 지시에 따라 바텀 라인에 도착한 이스케이프까지 고려하면 변수는 없었다.
[ ST Strike -> DND Bravo ]
[ ST Bell -> DND Tictac ]
서포터가 킬을 먹는 사소한 문제가 있긴 했지만, 갱은 성공했다.
이러면 바텀 라인도 나쁘지 않게 풀렸다.
“나 2차 타워 밀면서 어그로 끌 테니까, 용 먹고 탑 쪽으로 올라오면서 시야 잡고 지금 매 한 번 날려줘.”
떠올려보자.
트루는 이 상황에서 어떻게 오더를 했는지.
이제는 희미해진 미드라이너 시절의 기억을 되살려서라도 조금 더 정교하게 판을 짜고, 팀원들을 움직여야 한다.
원딜인 스트라이크가 날린 애시의 스킬, 어두운 시야를 밝혀주는 매가 어느새 탑 라인에 도착했다.
“어...”
“지원 필요해?”
미니맵에 상대 챔피언들을 표시하는 바둑알이 우르르 떠오른다.
[이거 들켰네요!]
[그래도 괜찮아요! 어차피 ST 쪽은 이스케이프 선수 텔레포트 없고 바텀은 체력 가득한 미드 1차 천천히 밀고 있습니다!]
[심지어 이거 뒷텔로 조이는데요!]
[천라지망을 펼쳐라! 플루크 너 하나만 잡으면 우리 승률 높아져!]
[플루크 잡고 상층 오브젝트 먹겠다는 생각으로 다같이 달려드는 DND!]
“버텨볼 테니까 일단 미드 1차 먼저 쭉 밀고, 탑으로 올라와.”
철거 룬을 든 벨이 있으니, 아무리 체력 가득한 타워라도 빠른 미니언 제거와 타워 공격을 계속한다면 방금의 갱 덕에 코어 아이템이 뜬 바텀이 어떻게든 1차 타워를 부술 수 있다.
그러니 자신이 여기서 어떻게든 시간을 끌어 살아가고, 쿨타임이 얼마 남지 않은 이스케이프가 텔레포트, 그리고 바텀은 걸어 올라오고, 옥스는 저 아래서 세 번째 용을 챙기면 된다.
결단을 내린 플루크는, 그렇게 했다.
어차피 다섯 명이 달려드는 와중에 CC기를 전부 피할 수 있으리란 안일한 생각은 안 한다.
중요한 건 언제나 스킬 배분, 그리고 타이밍 맞게 선입력을 해 상대의 CC기를 무력화시키는 것이다.
그리고 세토의 스킬들 자체가 상대에게 거리조절을 강요시키는 수준이다.
최소한 근접해서 때려야 하는 챔피언들의 접근은 막을 수 있고, 만약 탱커가 대놓고 앞에 선다면 그건 그것대로 쿨타임이 돈 궁극기를 활용해 더 빠르게 뒤로 빠질 수 있다.
[플루크 상대가 계속해서 때려대지만 결정적인 킬각은 안 내줍니다!]
[아니 이게 어떻게 드리블이 되나요!]
그 와중에 뜨는 옥스의 용 처치 로그와, 남은 1차 타워 체력은 미니언들에게 맡기고 다급히 올라오는 바텀의 목소리가 들렸다.
“우리 거의 다 왔어!”
“저 텔 탈게요!”
상대가 미처 지우지 못한 미니언에 텔레포트의 빛이 떨어지고, 바텀은 기어코 강가를 지나 탑 라인에 도착했다.
그리고 미드를 제외하고 지난 시즌 내내 합을 맞춘 만큼, 최소한 벨과 스트라이크는 플루크가 무엇을 할지 잘 알고 있었다.
—네 면상을 박살내 주지!
기가 막히게 거리 조절을 하며 요리조리 피하던 세토가 상대에게 돌격해 탱커를 기절시킨다.
그리고 그 기절한 상태의 체력 가득한 탱커를 상대 진영 한복판으로 날아들어 꽂아버렸다.
[으아아아! 세주 체력 넘쳐나는데 이러면 대미지가 너무 아파요!]
[세토 궁극기 대미지가 제압해서 내려 꽂은 상대 체력에 비례해 세지는데, 탱커인 세주가 잡혀서 그대로 다섯 명 전부 반피!]
[그리고 아래서 ST 바텀 올라오고 미드도 도착!]
이스케이프는 도착하자마자 리산드란의 궁극기를 시전하며 상대의 시선을 한 번 끌었고, 그 사이 충분히 분노 게이지를 쌓은 세토는 상대 딜러진에게 그대로 강펀치를 내질렀다.
[으아아! 반응은 했지만 DND 선수들 플래시 전부 빠졌고!]
[이러면 진영도 와해된 상태에서 오히려 ST가 역으로 싸먹는 구도가 되는데요!]
그렇게 도착한 스트라이크는 신나게 킬을 주워 담았다.
“나 바텀 텔 탈게. 끝내자.”
그리고 플루크는 이 경기를 더 길게 끌고 싶지 않았던 만큼, 우직하게 바텀 미니언을 처리하며 기어코 억제기까지 치고 있던 옥스에게 합류했다.
[이거 끝납니까!]
[DND 가장 빠른 부활이 15초! 하지만 이미 쌍둥이 하나 날아갔고!]
[결국 넥서스까지 노출되면서!]
[지지—!]
플루크의 주먹이 넥서스를 기어코 깼다.
‘...후우.’
평소와는 다른 힘든 승리였지만, 어찌 됐든 트루 없이도 어떻게든 팀을 굴렸다.
그는 그 사실 하나만으로도 만족했다.
아니.
만족이란 말은 취소다.
[으아아악! 트루! 트루! 트루가아아아!]
전장을 헤집고 뒤엎는 저 여황제의 모습을 보라.
[이 선수 못 해주는 게 뭡니까!]
[다 해줘요! 다 해줍니다!]
[슈퍼 토스? 해줄게! 미드 솔킬? 내줄게! 한타? 이겨줄게!]
[이게 어떻게 신인입니까! 이게 어떻게 데뷔전 퍼포먼스인가요!]
트루의 LOCK 데뷔전이니만큼 ST2 멤버들 모두가 우르르 몰려가 확인한 그곳에는, 그들이 알던 트루는 없었다.
오직 팀을 승리로 멱살 잡고 이끄는 선봉장이 있을 뿐이었다.
‘...아직 멀었네.’
언제나 그녀가 말했던 폼이 올라오지 않았다는 그 말이.
문득 이해될 것도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