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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당방위를 인정하지 않는 게임사의 횡포로 계정 정지가 된 지 벌써 사흘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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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요즘은 방송 안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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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 돌아가면 오늘에야말로 전부 음소거 처리를 하고 랭크 등반을 하리라 다짐하고 있었는데, 방과 후 뜬금없이 지환이 말을 걸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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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깐, 내 방송을 보고 있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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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방송 같은 거에 관심 없이 록만 하는 줄 알았는데, 내 방송을 보다니 의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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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큐 잡기 전까지 가끔은. 잘하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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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고개를 주억거리면서 다시금 요 근래 방송을 쉰 이유를 물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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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적절한 언어 사용으로 인한 정지? 무슨 말을 했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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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드에서 서폿이 경험치 먹어서 못 참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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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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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지어 그냥 먹은 것도 아니고 상대 플레이어랑 짜고 나를 패배의 구렁텅이로 떨어뜨리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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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득바득 기어올라서 복수에 성공하긴 했으니 다행이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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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내 설명에 녀석은 고개를 끄덕이더니 빠르게 납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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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미드 라이너끼리 통하는 게 있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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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맞다. 나 이제 미드라이너 아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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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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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간적으로 들고 있던 핸드폰을 떨어뜨릴 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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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진짜로?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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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계속해서 되묻자, 그는 더 이상의 말 없이 전적 사이트에서 본인의 전적으로 검색해 보여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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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그 전적에는 부포지션으로 뛴 경기를 제외하면, 녀석은 전부 탑으로 게임을 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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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한 말이 그렇게 큰 영향을 줬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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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루크—정지환—는 무관 소리를 잔뜩 듣긴 했지만, 그건 곧 충분히 LOC 월드컵을 우승할 역량이 있는데 하지 못했기 때문에 붙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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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아예 못하는 선수들에게는 기대치라는 게 없기에 무관 소리조차 못 듣는 게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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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의미에서 볼 때, LOC 게임판이 끝날 때까지 최상급의 미드 라이너로 분류되던 플루크가 뜬금없이 미드 라인을 포기했다는 건 내게 있어 충격으로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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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놀라? 네가 네 입으로 그랬잖아. 탑으로 ST에 오면 날 LOC 월드컵 우승시켜주겠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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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연습생 계약 밀키웨이랑 했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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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탑으로 포지션 변경하고 싶다니까 코치님이 다시 생각해 보자고 하시던데, ST 쪽에 문의하니까 대환영이라고 하셔서 그냥 바꿨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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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해 보니까 프로 계약도 아니고 고작 중학생의 연습생 계약에 복잡하고 구단에 이득이 되는 독소 조항 따위가 있을 리 만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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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류 몇 장 준비하면 이적은 어려울 것도 없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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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은 충분히 하고 정한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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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큐를 잡을 때마다 네 모습을 보는데, 나는 너처럼은 못하겠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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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내가 알던 미래의 큰 줄기 중 하나가 바뀌어버린 걸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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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너무 미안해할 필요 없어. 의외로 적성에도 잘 맞더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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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적 사이트 맨 위에 보이는 티어의 표시가 뭔가 이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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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설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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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탑으로 챌린저 찍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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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러 숨기고 있었는지, 녀석은 씩 웃으며 내게 그렇게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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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 찍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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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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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다이아 등반을 위해 트롤러들과 뒤틀린 협곡에서의 데이트를 찍고 있을 때, 녀석은 탑으로 포지션을 변경했음에도 챌린저에 도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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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히려 원 역사보다 빠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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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중학생 때 챌린저라고 해서 프로로서의 성공이 보장되지는 않지만, 성공한 프로들 중에서는 중학교에서부터 두각을 나타낸 이들이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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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 녀석은 팀과 포지션을 동시에 옮기자마자 코치들에게 눈도장 하나는 강하게 찍었다는 뜻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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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기서 잘하고 있어. 나도 곧 갈 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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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ST 먼저 들어왔으니까 나중에 너도 ST 아카데미 들어오면 나 선배로 대우나 해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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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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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거기서 먹은 끼니 수만 해도 이 녀석보다 수십 배는 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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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짬밥 순이면 내 위에는 프라우드밖에 없어. 그 사람 빼고 다 내 밑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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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우드 은퇴 후부터 LOC가 망할 때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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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줄곧 ST의 미드 라이너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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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로는 주변 선수들이 한꺼번에 물갈이되기도 했지만, 나만은 언제나 그 자리에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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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까. 프라우드 빼면 네가 제일 잘한다는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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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녀석은 조금 다른 의미의 자신감으로 받아들인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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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저것도 틀린 말은 아니니 넘어가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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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보다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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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저 말을 사실로 만들어낼 자신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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랭크 게임 이용 제한이 풀리기까지 10분 언저리가 남자, 나는 방송을 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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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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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흘만의 방송임에도 사람들은 우르르 밀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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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ㅎ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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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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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걸 온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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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추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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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말도 없이 잠수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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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 의문을 랭크 게임 제한 공지 하나로 깔끔하게 해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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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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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노빠구로 지르면 저게 맞긴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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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인들한테 욕박은거나 해명하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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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ㅅㅂ분탕충들 쳐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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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기서 욕 안하면 그게 부처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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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ㄹ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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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ㅋㅋ그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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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대 ‘여중생 록 극대노’를 검색하지 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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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ㅇ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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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ㅇ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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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ㄱㅅㄱ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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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연히 프로를 지망한다면야 논란이 없는 편이 좋기야 하겠지만, 이 정도는 컨트롤 범위 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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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내가 먼저 피해를 봤다는 사실이 명확하기도 했고, 무엇보다도 나이는 폼으로 있는 게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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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생이라는 나이는 아직 정식 선수도 아닌 일개 방송인 신분의 내게 큰 방패가 되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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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다가 예상한 건 아니었지만, 내 사건이 발생한 직후 나온 패치노트에서 트롤짓에 대한 범위가 넓어지고 제재 기간도 길어져서 내 방송을 보는 시청자들 이외에도 전체적인 여론이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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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분에 이번 패치에 트롤 제재 강화돼서 개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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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ㄹ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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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몸 희생해 트롤을 조져주신 그저 빛트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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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맙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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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랭크 포인트 피해 보상도 해줌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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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루 극대노 영상 사람들이 본사에다 얼마나 보냈을지 궁금하네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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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거 진짜 풀영상 보면 동정을 안할 수가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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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불쌍함 참트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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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시작부터 그냥 개처절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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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마저도 1인 캐리ㄷ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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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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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아무튼. 그래서 본의 아니게 휴가도 받고, 부계정으로 편하게 일반 게임도 돌리다가 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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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분에 운동만 여유시간 내내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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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히 힘들긴 했지만, 첫 일주일에 비하면야 버틸 만은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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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이제 제한도 풀렸으니 게임 시작해 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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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잡담으로 신변잡기를 끝내고 본격적인 록 방송을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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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번에 다이아 달성했잖아요? 이제 방송 목표는 딱 하나밖에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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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챌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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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공지 대용으로 쓰는 메모장에 대문짝만하게 써 넣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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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까 다이아에서 마스터 가기, 그랜드 마스터 가기 같은 사소한 미션은 생략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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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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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역)큰거 내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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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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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금실력이 나날이 느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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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ㄹㅇ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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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말이 끝나기 무섭게, 미션 하나가 올라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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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즌 종료 전까지 챌린저 달성하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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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00,00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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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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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걸 바로 걸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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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는 안전자산 맞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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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장을 믿네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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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씹ㅋㅋㅋ이것도 국장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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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돔황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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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부자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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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대자본 드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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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손ㄷㄷㄷㄷ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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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거 미션 되긴 되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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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즌 자체는 여유로우니까 결국엔 실력 문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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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의도적으로 입을 닫고 있으니, 시청자들의 채팅은 바로 아수라장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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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얘가 실력이 부족해보이진 않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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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다이아 4따린데 뭐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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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스터 상위권만 되도 다이아~플레 구간이면 10킬, 20킬씩 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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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ㄹㅇ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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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봐야 아는거긴 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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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소리ㄴ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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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중생은 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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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게이머 도전도 쌉가능한 실력인데 랭겜은 개처바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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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게이머가 ㅈ으로 보이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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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실력을 의심하는 사람들과 무조건적인 신뢰를 보내는 사람들로 나뉘는 걸 보면, 아직 내 실력에 의구심을 가지는 이들이 많다는 의미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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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그런 불안과 의심을 환호로 바꾸는 게 내 역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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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보고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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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은 저녁을 먹으며 은설의 솔로 랭크를 보고 있던 지환의 앞에, 아카데미 코치가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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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친구 방송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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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한테 미드 라이너 말고 탑이나 하라고 했다던 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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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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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애였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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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치는 의아해하며 잠시 같이 방송을 살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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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애치고, 아니, 그냥 엄청 잘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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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깐만 봤을 뿐인데 라인전 디테일부터 핑이 찍히기도 전에 헌터들이 레벨업을 위해 미니언이 아닌 몬스터를 사냥하는 뒤틀린 숲으로 내달리는 것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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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반신과 키보드가 나온 캠 화면을 제외한다면 어느 프로게이머의 솔로 랭크 영상이라 해도 믿을 정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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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훈이 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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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방송에 빠져 은설의 입장에서 게임에 빠져들었을 무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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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의 뒤에는 프라우드가 서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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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보길래 그렇게 푹 집중해서 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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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화면을 확인한 그는 이내 코치를 대하는 대외적인 모습이 아닌, 친한 형을 대하는 것처럼 악동적인 미소를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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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수님한테 말해도 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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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 야. 얘 중학생이야. 뭔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해. 진짜 거짓말 하나도 안 하고 딱 게임을 너같이 해서 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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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처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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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들에게는 말할 것도 없고 아직 아카데미를 다니는 어린 선수들에게 마저 칭찬이 짜고, 싹수 보이는 후배들에게는 가혹하게 피드백하기로 유명한 코치인 그가 이렇게 말하는 모습은 사뭇 낯설게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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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거 방송 이름이 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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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중생 실버에서 챌까지 12일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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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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퍽 직관적인 이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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