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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Authored-By: Claude Opus 4.5 <noreply@anthropic.com>
2025-12-14 21:31:57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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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aw Blame History

정당방위를 인정하지 않는 게임사의 횡포로 계정 정지가 된 지 벌써 사흘째.

“왜 요즘은 방송 안 해?”

집에 돌아가면 오늘에야말로 전부 음소거 처리를 하고 랭크 등반을 하리라 다짐하고 있었는데, 방과 후 뜬금없이 지환이 말을 걸어왔다.

“잠깐, 내 방송을 보고 있었어?”

인터넷 방송 같은 거에 관심 없이 록만 하는 줄 알았는데, 내 방송을 보다니 의외였다.

“큐 잡기 전까지 가끔은. 잘하더라.”

그는 고개를 주억거리면서 다시금 요 근래 방송을 쉰 이유를 물어왔다.

“...부적절한 언어 사용으로 인한 정지? 무슨 말을 했길래.”

“미드에서 서폿이 경험치 먹어서 못 참았어.”

“아.”

심지어 그냥 먹은 것도 아니고 상대 플레이어랑 짜고 나를 패배의 구렁텅이로 떨어뜨리려 했다.

아득바득 기어올라서 복수에 성공하긴 했으니 다행이랄까.

한편, 내 설명에 녀석은 고개를 끄덕이더니 빠르게 납득했다.

같은 미드 라이너끼리 통하는 게 있는 법이다.

“아 맞다. 나 이제 미드라이너 아니야.”

“......뭐?”

순간적으로 들고 있던 핸드폰을 떨어뜨릴 뻔했다.

"아니, 진짜로? 왜?"

내가 계속해서 되묻자, 그는 더 이상의 말 없이 전적 사이트에서 본인의 전적으로 검색해 보여주었다.

그리고 그 전적에는 부포지션으로 뛴 경기를 제외하면, 녀석은 전부 탑으로 게임을 하고 있었다.

'...내가 한 말이 그렇게 큰 영향을 줬다고?'

풀루크—정지환—는 무관 소리를 잔뜩 듣긴 했지만, 그건 곧 충분히 LOC 월드컵을 우승할 역량이 있는데 하지 못했기 때문에 붙은 말이다.

원래 아예 못하는 선수들에게는 기대치라는 게 없기에 무관 소리조차 못 듣는 게 현실이다.

그런 의미에서 볼 때, LOC 게임판이 끝날 때까지 최상급의 미드 라이너로 분류되던 플루크가 뜬금없이 미드 라인을 포기했다는 건 내게 있어 충격으로 다가왔다.

“왜 놀라? 네가 네 입으로 그랬잖아. 탑으로 ST에 오면 날 LOC 월드컵 우승시켜주겠다고.”

“너 연습생 계약 밀키웨이랑 했잖아.”

“탑으로 포지션 변경하고 싶다니까 코치님이 다시 생각해 보자고 하시던데, ST 쪽에 문의하니까 대환영이라고 하셔서 그냥 바꿨어.”

생각해 보니까 프로 계약도 아니고 고작 중학생의 연습생 계약에 복잡하고 구단에 이득이 되는 독소 조항 따위가 있을 리 만무했다.

서류 몇 장 준비하면 이적은 어려울 것도 없었겠지.

“생각은 충분히 하고 정한 거지?”

“큐를 잡을 때마다 네 모습을 보는데, 나는 너처럼은 못하겠더라.”

어쩌면, 내가 알던 미래의 큰 줄기 중 하나가 바뀌어버린 걸지도 모르겠다.

“뭐, 너무 미안해할 필요 없어. 의외로 적성에도 잘 맞더라고.”

전적 사이트 맨 위에 보이는 티어의 표시가 뭔가 이상했다.

“...너 설마.”

“탑으로 챌린저 찍었어.”

일부러 숨기고 있었는지, 녀석은 씩 웃으며 내게 그렇게 답했다.

“언제 찍었어?”

“어제.”

내가 다이아 등반을 위해 트롤러들과 뒤틀린 협곡에서의 데이트를 찍고 있을 때, 녀석은 탑으로 포지션을 변경했음에도 챌린저에 도달했다.

오히려 원 역사보다 빠르다.

물론 중학생 때 챌린저라고 해서 프로로서의 성공이 보장되지는 않지만, 성공한 프로들 중에서는 중학교에서부터 두각을 나타낸 이들이 많았다.

그러니 녀석은 팀과 포지션을 동시에 옮기자마자 코치들에게 눈도장 하나는 강하게 찍었다는 뜻이었다.

“거기서 잘하고 있어. 나도 곧 갈 거니까.”

“내가 ST 먼저 들어왔으니까 나중에 너도 ST 아카데미 들어오면 나 선배로 대우나 해줘.”

“뭐래.”

내가 거기서 먹은 끼니 수만 해도 이 녀석보다 수십 배는 위였다.

“짬밥 순이면 내 위에는 프라우드밖에 없어. 그 사람 빼고 다 내 밑이야.”

프라우드 은퇴 후부터 LOC가 망할 때까지.

나는 줄곧 ST의 미드 라이너였다.

때로는 주변 선수들이 한꺼번에 물갈이되기도 했지만, 나만은 언제나 그 자리에 있었다.

“...그러니까. 프라우드 빼면 네가 제일 잘한다는 거지?”

물론 녀석은 조금 다른 의미의 자신감으로 받아들인 듯했다.

뭐, 저것도 틀린 말은 아니니 넘어가도록 하자.

무엇보다도.

나는 저 말을 사실로 만들어낼 자신이 있었다.


랭크 게임 이용 제한이 풀리기까지 10분 언저리가 남자, 나는 방송을 켰다.

“오랜만이에요.”

사흘만의 방송임에도 사람들은 우르르 밀려왔다.

—ㅎㅇ

—드디어 왔다

—이걸 온다고?

—너무 추웠어...

—왜 말도 없이 잠수탐?

나는 그 의문을 랭크 게임 제한 공지 하나로 깔끔하게 해결했다.

—아ㅋㅋㅋ

—그렇게 노빠구로 지르면 저게 맞긴 해~

—일반인들한테 욕박은거나 해명하셈

—ㅅㅂ분탕충들 쳐내

—거기서 욕 안하면 그게 부처임

—ㄹㅇ

—아ㅋㅋ그거?

—절대 ‘여중생 록 극대노’를 검색하지 마

—ㅇㄷ

—ㅇㄷ

—ㄱㅅㄱㅅ

당연히 프로를 지망한다면야 논란이 없는 편이 좋기야 하겠지만, 이 정도는 컨트롤 범위 내였다.

일단 내가 먼저 피해를 봤다는 사실이 명확하기도 했고, 무엇보다도 나이는 폼으로 있는 게 아니다.

중학생이라는 나이는 아직 정식 선수도 아닌 일개 방송인 신분의 내게 큰 방패가 되어주었다.

게다가 예상한 건 아니었지만, 내 사건이 발생한 직후 나온 패치노트에서 트롤짓에 대한 범위가 넓어지고 제재 기간도 길어져서 내 방송을 보는 시청자들 이외에도 전체적인 여론이 좋았다.

—덕분에 이번 패치에 트롤 제재 강화돼서 개좋다

—ㄹㅇ

—한몸 희생해 트롤을 조져주신 그저 빛트루

—고 맙 다!

—랭크 포인트 피해 보상도 해줌ㅋㅋ

—트루 극대노 영상 사람들이 본사에다 얼마나 보냈을지 궁금하네ㅋㅋㅋㅋ

—그거 진짜 풀영상 보면 동정을 안할 수가 없음

—개불쌍함 참트루

—게임 시작부터 그냥 개처절해...

—영상마저도 1인 캐리ㄷㄷ

—ㅋㅋㅋㅋㅋ

“네. 아무튼. 그래서 본의 아니게 휴가도 받고, 부계정으로 편하게 일반 게임도 돌리다가 왔습니다.”

덕분에 운동만 여유시간 내내 했다.

여전히 힘들긴 했지만, 첫 일주일에 비하면야 버틸 만은 했다.

“자, 이제 제한도 풀렸으니 게임 시작해 볼까요?”

그렇게 잡담으로 신변잡기를 끝내고 본격적인 록 방송을 시작했다.

“저번에 다이아 달성했잖아요? 이제 방송 목표는 딱 하나밖에 없어요.”

[챌 갑니다.]

나는 공지 대용으로 쓰는 메모장에 대문짝만하게 써 넣었다.

“그러니까 다이아에서 마스터 가기, 그랜드 마스터 가기 같은 사소한 미션은 생략할게요.”

—사?소?

—의역)큰거 내놔라

—ㅋㅋㅋㅋㅋㅋ

—수금실력이 나날이 느네

—ㄹㅇㅋㅋ

내 말이 끝나기 무섭게, 미션 하나가 올라왔다.

[ 시즌 종료 전까지 챌린저 달성하기 ]

[ 1,000,000₩ ]

—??????

—이걸 바로 걸어?

—이번에는 안전자산 맞냐?

—국장을 믿네ㅋㅋㅋ

—씹ㅋㅋㅋ이것도 국장이냐

—돔황챠~

—개부자네

—거대자본 드가자~

—큰손ㄷㄷㄷㄷㄷ

—이거 미션 되긴 되냐?

—시즌 자체는 여유로우니까 결국엔 실력 문제지

잠시 의도적으로 입을 닫고 있으니, 시청자들의 채팅은 바로 아수라장이 됐다.

—근데 얘가 실력이 부족해보이진 않는데?

—아직 다이아 4따린데 뭐래

—마스터 상위권만 되도 다이아~플레 구간이면 10킬, 20킬씩 냄

—ㄹㅇㅋㅋ

—대봐야 아는거긴 하지

—개소리ㄴㄴ

—여중생은 신이다

—프로게이머 도전도 쌉가능한 실력인데 랭겜은 개처바르지

—프로게이머가 ㅈ으로 보이누?

내 실력을 의심하는 사람들과 무조건적인 신뢰를 보내는 사람들로 나뉘는 걸 보면, 아직 내 실력에 의구심을 가지는 이들이 많다는 의미겠지.

그리고 그런 불안과 의심을 환호로 바꾸는 게 내 역할이었다.


“뭐 보고 있어?”

늦은 저녁을 먹으며 은설의 솔로 랭크를 보고 있던 지환의 앞에, 아카데미 코치가 나타났다.

“그냥, 친구 방송이요.”

“너한테 미드 라이너 말고 탑이나 하라고 했다던 애?”

“네.”

“여자애였어?”

코치는 의아해하며 잠시 같이 방송을 살폈다.

...여자애치고, 아니, 그냥 엄청 잘하네.

잠깐만 봤을 뿐인데 라인전 디테일부터 핑이 찍히기도 전에 헌터들이 레벨업을 위해 미니언이 아닌 몬스터를 사냥하는 뒤틀린 숲으로 내달리는 것까지.

상반신과 키보드가 나온 캠 화면을 제외한다면 어느 프로게이머의 솔로 랭크 영상이라 해도 믿을 정도였다.

“재훈이 형.”

그렇게 방송에 빠져 은설의 입장에서 게임에 빠져들었을 무렵.

둘의 뒤에는 프라우드가 서 있었다.

“뭐 보길래 그렇게 푹 집중해서 봐요?”

잠시 화면을 확인한 그는 이내 코치를 대하는 대외적인 모습이 아닌, 친한 형을 대하는 것처럼 악동적인 미소를 지었다.

“형수님한테 말해도 돼요?”

“야, 야. 얘 중학생이야. 뭔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해. 진짜 거짓말 하나도 안 하고 딱 게임을 너같이 해서 보고 있었다.”

“...저처럼요?”

프로들에게는 말할 것도 없고 아직 아카데미를 다니는 어린 선수들에게 마저 칭찬이 짜고, 싹수 보이는 후배들에게는 가혹하게 피드백하기로 유명한 코치인 그가 이렇게 말하는 모습은 사뭇 낯설게 다가왔다.

“그거 방송 이름이 뭔데요?”

“여중생 실버에서 챌까지 12일차.”

“......”

퍽 직관적인 이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