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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설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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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상 나와 붙어다니던 친구들이 울먹이면서 내게 안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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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얼굴이 반쪽이 됐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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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감독님이 헬스 시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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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왜 여긴 안 빠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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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물주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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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내 몸은 공공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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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맞다. 나 은설이 너 게임하는 거 보고 해봤더니 티어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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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번 데뷔전에도 와서 잘 보고 갔다던 은채의 말에 나는 퍽 만족스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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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까지 올랐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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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래티넘! 나 이제 남친보다 점수 높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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흠. 전교권에서 노는 학생이라 그런가, 게임 개념 배우는 것도 꽤 빠르다 싶더니 잘 등반하는 중인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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졸지에 캐리가 아닌 캐리를 받게 된 은채의 그 사람에게는 유감을 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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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나저나 오늘은 어떻게 왔어? 어제 경기도 해서 피곤할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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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말고사는 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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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이야 이미 포기한 지 꽤 된 관계로 움직일 수만 있으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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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프로게이머가 되겠다고 한 뒤로 전격적인 지원을 해주시던 부모님이 양보하지 않으셨던 단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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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교 졸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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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정 이상의 수업 일수를 못 채우면 사실상 자퇴와 다름없는 상태로 전환되기에 나는 가능하다면 학교에 가긴 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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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학기에 몇 번 더 나오면, 2학기야 마스터 리그가 LOC 월드컵 전에 끝나니만큼 출석 일수 자체는 채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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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는 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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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시험을 잘치고 싶었으면 일주일 전에는 너한테 노트 빌려 달라고 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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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도 그렇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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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차피 중학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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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부 빵점 맞아도 졸업은 시켜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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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고 보니 지환이는 같이 안 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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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담임 선생님한테 불려갔을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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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에 프로게이머 지망하는 학생이 하나만 있어도 골치 깨나 썩을 텐데, 둘이나 되니 선생님도 고생하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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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플루크 녀석은 양반은 못 되는지 우리가 이름을 언급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교실 뒷문을 열고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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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은설, 선생님이 얘기 좀 하자고 하시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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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넌 별 말 없으셨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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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그냥 시험 잘 치라고 하시던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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녀석은 그렇게 말하며 노트를 꺼내 읽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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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를 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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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넌 안했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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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배신이야. 노트를 적었으면 공유를 해주는 게 친구이자 동료로서의 의리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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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내가 보여줬어도 공부 안 했을 거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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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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탑에서 오래 살아서 그런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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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점 킬각이 날카로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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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그럼 선생님한테 가볼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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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근슬쩍 뒷문을 열고 반에서 빠져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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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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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험일이라 그런지, 교무실은 퍽 복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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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설이 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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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행히 내가 잊어버린 교무실의 담임 선생님 자리를 기억하느라 고군분투 하기 전, 선생님이 내게 손짓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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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선생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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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결석쟁이 드디어 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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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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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난이야, 일단 앉으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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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은 웃으면서 옆 의자를 끌어당겨 오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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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 생활은 어떠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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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있어요. 잘하기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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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혹여나 잘한다는 말을 허풍으로 여기실까 했지만, 그런 기미는 전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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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야 선생님도 많이 들었단다. 은설이가 학교에서 얼마나 유명한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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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학교에서 그렇게 유명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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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학교 학생들은 남자 여자 안 가리고 다 네 얘기고, 젊은 남자 선생님들도 ST가 경기하는 날은 다 은설이 얘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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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엔 마스터 리그라는 한계가 있을 텐데 파급력이 이렇게 큰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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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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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루크 녀석이야 학교에서 원체 유명했으니 프로로 데뷔해도 아는 녀석들만 환호하고 다들 그러려니 했겠지만, 내 경우는 좀 다르긴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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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 말고 차라리 연예계 데뷔를 하는 게 더 자연스럽단 소리를 들었는데, 뜬금없이 프로게이머로 데뷔를 했으니 화제가 되는 게 자연스럽긴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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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선생님은 저 걱정 안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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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말하자면 그렇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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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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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야, 일단 군대를 안 가니 시간도 비교적 많을 거고, 은설이 얼굴이면 나중에라도 할 수 있는 다른 일이 많잖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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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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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현실적이시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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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선생님은 나를 잠시 바라보시더니 이내 서랍에서 시험에 필요한 필기구를 내게 건네주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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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가져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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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한테 빌리려고 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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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져가렴. 선생님 이런 거 저 안에 한무더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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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감사 인사와 함께 필기구를 주머니 안에 챙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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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선생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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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그러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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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한테 하실 말씀 있으셔서 부른 거 아니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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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이미 사회인으로서 일하는 학생한테 무슨 말을 더 할 수 있겠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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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임 선생님은 텀블러에 든 차를 홀짝이시고선 말을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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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부 리그니 뭐니 해도, 어쨌든 계약을 하고 돈을 받으면서 일을 하는 게 얼마나 힘든 건지는 선생님도 잘 알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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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청 열려 있으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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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후. 설마 지환이가 너한테 뭐라고 했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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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뇨. 그냥 느낌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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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선생님도 프로게이머 하겠다면 다시 고민해보라고 하는 와중에, 나이 꽤 있으신 여자 선생님이 프로게이머라는 진로를 응원하는 건 퍽 보기 드문 일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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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우리 은설이는 너무 걱정하지 말고 시험 보렴. 결석 관련은 선생님이 어떻게든 해서 졸업시켜 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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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험 성적은 신경 안 쓰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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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조금은 힘내서 해보라든가, 다음 학기 시험은 조금 공부하라든가 같은 말을 하실 줄 알았는데, 의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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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찮아. 사실 중학교 성적은 안 중요하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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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은 걱정하지 말라는 듯 내게 옅게 웃어 보이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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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교 선생님이 그런 말씀 해도 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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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도 중학교 성적 망했는데 이렇게 선생 노릇 잘 하고 살잖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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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스승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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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찌 그리 사셨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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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양심에 찔리면 은설이가 뛰는 경기 표 한두 장만 가져다 주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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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러 가시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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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선생님은 슬슬 눈이 침침해서 그런 게임 잘 모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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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어디에 쓰시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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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걸 내걸면 반 애들이 이 선생님 말을 좀 잘 듣지 않겠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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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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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소한 남자애들 조련은 확실히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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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번 알아보고 가져다 드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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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맙다 우리 은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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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말씀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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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다른 선생님들도 네 안부 물어보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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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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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그래도 선생님들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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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분에 애들한테 은설이보다 록 못하면 공부나 하라고 할 수 있게 됐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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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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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말 하나에 스러질 학교의 무수히 많은 유망주들에게 유감을 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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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내 기억상 우리 중학교에서 데뷔한 선수는 나랑 플루크밖에 없었으니 괜찮을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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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님 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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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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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험 잘 보고 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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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습실로 복귀하니 원딜인 스트라이크가 우리를 반겨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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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로 이 인간은 고등학생 나이지만 이미 자퇴해서 시험이라는 개념이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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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복이 팀 유니폼보다 잘 어울리네 둘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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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건 저희 팀 유니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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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유니폼까지 사랑하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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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라서 좋아하는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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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걸 입으면 누구라도 외모적인 디버프를 받게 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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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다른 사람들은 다 어디 갔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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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깐 간식 사러 나갔어. 곧 스크림이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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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은 왜 안 나갔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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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잠 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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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지각비 1위에 빛나는 우리의 자랑스러운 원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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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사러간 간식도 반절은 스트라이크가 샀다고 해도 과언은 아닐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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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그렇게 손 좀 풀면서 기다리니 감독님을 포함해 나머지 멤버들이 도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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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설이, 지환이. 둘 다 시험 잘 치고 왔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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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럭저럭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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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더 잘 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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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채점 안 해봤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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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 답지는 학교 홈페이지에 있긴 할 텐데, 채점하긴 또 귀찮단 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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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그냥 지금 해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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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더 점수 잘 나왔나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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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족 미드랑 망나니 중 누가 더 똑똑하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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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생각엔 미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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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 지환이는 그래도 저녁에 공부하고 그랬는데 망나니 승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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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 보니 라인 간 지능 대결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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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점은 내가 해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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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교 대상조차 없는 숟가락이 신나선 플루크 녀석이 건넨 답지로 채점을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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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은설 평균 82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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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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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험 공부를 안 한 거지, 기본 실력이 어디 가진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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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환이 점수를 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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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지환 평균 75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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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험 첫날이라 모든 과목을 본 건 아니지만, 국영수 핵심 세 과목은 전부 봤으니 판단 기준으로는 부족함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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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실실 웃으며 플루크 녀석에게 다가가 쿡쿡 찔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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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했다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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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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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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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탑은 타격감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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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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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재미와 함께 시작한 즐거운 스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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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쿼드라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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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 Fluke가 협곡을 지배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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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체 뭘 깨달았는진 모르겠다만, 이번 스크림에서 플루크는 잔인할 만큼 상대를 박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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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면 탑 캐리 롤도 괜찮을 거 같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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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조합과 능력을 계속해서 확인해가는 과정인 만큼, 감독님은 승리 방식이 늘고 있다는 것에 즐거우신지 마이크도 안 끄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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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탑을 집중적으로 키우기 위해 바텀은 원딜 조무사 소리 듣는 라인 클리어 원툴 챔피언을 뽑고, 서폿도 자주 위로 올라가긴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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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그 지원을 받아먹는 것 또한 능력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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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대방이 찬성 5표로 항복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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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플루크는 전생에서도 그랬듯, 이번 생에서도 그 분야의 권위자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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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쌍하게 화풀이를 왜 쟤들한테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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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나잖아. 저 템 들고 앞에서 농성하는 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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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씨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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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나름 마스터 리그에서 중상위권 팀이 너무 허무하게 무너지니 저건 저것대로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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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이건 어디까지나 록 선배로서 드는 생각이고, 경쟁해야 하는 입장에서는 상대의 챔피언 티어 정리에 분탕질을 쳐 놨으니 나쁠 게 없긴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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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할 시간에 랭겜이나 한 판 더 돌릴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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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가 점점 망가지는 건 기분 탓이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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