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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2-14 21:31:57 +09:00

11 KiB
Raw Blame History

“은설아!”

항상 나와 붙어다니던 친구들이 울먹이면서 내게 안겼다.

“너 얼굴이 반쪽이 됐어!”

“요즘 감독님이 헬스 시켜서...”

“근데 왜 여긴 안 빠지지.”

주물주물.

오늘도 내 몸은 공공재다.

“아, 맞다. 나 은설이 너 게임하는 거 보고 해봤더니 티어 올랐다?”

저번 데뷔전에도 와서 잘 보고 갔다던 은채의 말에 나는 퍽 만족스러웠다.

“어디까지 올랐는데?”

“플래티넘! 나 이제 남친보다 점수 높아!”

흠. 전교권에서 노는 학생이라 그런가, 게임 개념 배우는 것도 꽤 빠르다 싶더니 잘 등반하는 중인가 보다.

졸지에 캐리가 아닌 캐리를 받게 된 은채의 그 사람에게는 유감을 표한다.

“그나저나 오늘은 어떻게 왔어? 어제 경기도 해서 피곤할 텐데.”

“기말고사는 봐야지...”

잠이야 이미 포기한 지 꽤 된 관계로 움직일 수만 있으면 된다.

내가 프로게이머가 되겠다고 한 뒤로 전격적인 지원을 해주시던 부모님이 양보하지 않으셨던 단 하나.

중학교 졸업.

일정 이상의 수업 일수를 못 채우면 사실상 자퇴와 다름없는 상태로 전환되기에 나는 가능하다면 학교에 가긴 해야 했다.

1학기에 몇 번 더 나오면, 2학기야 마스터 리그가 LOC 월드컵 전에 끝나니만큼 출석 일수 자체는 채울 수 있다.

“공부는 했어?”

“진짜 시험을 잘치고 싶었으면 일주일 전에는 너한테 노트 빌려 달라고 했지.”

“그것도 그렇네.”

어차피 중학교다.

전부 빵점 맞아도 졸업은 시켜준다.

“그러고 보니 지환이는 같이 안 왔어?”

“우리 담임 선생님한테 불려갔을 걸.”

반에 프로게이머 지망하는 학생이 하나만 있어도 골치 깨나 썩을 텐데, 둘이나 되니 선생님도 고생하신다.

한편, 플루크 녀석은 양반은 못 되는지 우리가 이름을 언급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교실 뒷문을 열고 나타났다.

“홍은설, 선생님이 얘기 좀 하자고 하시더라.”

“넌 별 말 없으셨어?”

“뭐, 그냥 시험 잘 치라고 하시던데.”

녀석은 그렇게 말하며 노트를 꺼내 읽기 시작했다.

“공부를 했어?”

“넌 안했냐?”

“이건 배신이야. 노트를 적었으면 공유를 해주는 게 친구이자 동료로서의 의리 아닌가?”

“너 내가 보여줬어도 공부 안 했을 거잖아.”

“......”

탑에서 오래 살아서 그런가.

점점 킬각이 날카로워진다.

“...난 그럼 선생님한테 가볼게.”

은근슬쩍 뒷문을 열고 반에서 빠져나왔다.


시험일이라 그런지, 교무실은 퍽 복잡했다.

“은설이 왔니?"

다행히 내가 잊어버린 교무실의 담임 선생님 자리를 기억하느라 고군분투 하기 전, 선생님이 내게 손짓했다.

“안녕하세요. 선생님.”

“우리 결석쟁이 드디어 보네.”

“하하...”

“장난이야, 일단 앉으렴.”

선생님은 웃으면서 옆 의자를 끌어당겨 오셨다.

“프로 생활은 어떠니?”

“재미있어요. 잘하기도 하고.”

나는 혹여나 잘한다는 말을 허풍으로 여기실까 했지만, 그런 기미는 전혀 없었다.

“이야기야 선생님도 많이 들었단다. 은설이가 학교에서 얼마나 유명한데.”

“제가 학교에서 그렇게 유명했어요?”

“그럼. 학교 학생들은 남자 여자 안 가리고 다 네 얘기고, 젊은 남자 선생님들도 ST가 경기하는 날은 다 은설이 얘기야.”

결국엔 마스터 리그라는 한계가 있을 텐데 파급력이 이렇게 큰가 싶다.

‘아닌가?

플루크 녀석이야 학교에서 원체 유명했으니 프로로 데뷔해도 아는 녀석들만 환호하고 다들 그러려니 했겠지만, 내 경우는 좀 다르긴 하다.

공부 말고 차라리 연예계 데뷔를 하는 게 더 자연스럽단 소리를 들었는데, 뜬금없이 프로게이머로 데뷔를 했으니 화제가 되는 게 자연스럽긴 했다.

“그럼 선생님은 저 걱정 안 되세요?”

“솔직히 말하자면 그렇지?”

“왜요?”

“그야, 일단 군대를 안 가니 시간도 비교적 많을 거고, 은설이 얼굴이면 나중에라도 할 수 있는 다른 일이 많잖니?”

흠.

진짜 현실적이시네.

한편, 선생님은 나를 잠시 바라보시더니 이내 서랍에서 시험에 필요한 필기구를 내게 건네주셨다.

“안 가져왔지?”

“친구한테 빌리려고 했죠.”

“가져가렴. 선생님 이런 거 저 안에 한무더기야.”

나는 감사 인사와 함께 필기구를 주머니 안에 챙겼다.

“근데 선생님.”

“왜 그러니?”

“저한테 하실 말씀 있으셔서 부른 거 아니었어요?”

“내가 이미 사회인으로서 일하는 학생한테 무슨 말을 더 할 수 있겠니.”

담임 선생님은 텀블러에 든 차를 홀짝이시고선 말을 이었다.

“3부 리그니 뭐니 해도, 어쨌든 계약을 하고 돈을 받으면서 일을 하는 게 얼마나 힘든 건지는 선생님도 잘 알아.”

“엄청 열려 있으시네요.”

“후후. 설마 지환이가 너한테 뭐라고 했니?”

“아뇨. 그냥 느낌상...?”

젊은 선생님도 프로게이머 하겠다면 다시 고민해보라고 하는 와중에, 나이 꽤 있으신 여자 선생님이 프로게이머라는 진로를 응원하는 건 퍽 보기 드문 일이니까.

“아무튼, 우리 은설이는 너무 걱정하지 말고 시험 보렴. 결석 관련은 선생님이 어떻게든 해서 졸업시켜 줄 테니까.”

“시험 성적은 신경 안 쓰세요?”

그래도 조금은 힘내서 해보라든가, 다음 학기 시험은 조금 공부하라든가 같은 말을 하실 줄 알았는데, 의외다.

“괜찮아. 사실 중학교 성적은 안 중요하거든.”

선생님은 걱정하지 말라는 듯 내게 옅게 웃어 보이셨다.

“...중학교 선생님이 그런 말씀 해도 돼요?”

“선생님도 중학교 성적 망했는데 이렇게 선생 노릇 잘 하고 살잖니?”

아. 스승님.

어찌 그리 사셨나요.

“정 양심에 찔리면 은설이가 뛰는 경기 표 한두 장만 가져다 주렴.”

“보러 가시게요?”

“아니, 선생님은 슬슬 눈이 침침해서 그런 게임 잘 모르지.”

“그럼 어디에 쓰시려고요?”

“그걸 내걸면 반 애들이 이 선생님 말을 좀 잘 듣지 않겠니?”

“오...”

최소한 남자애들 조련은 확실히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한번 알아보고 가져다 드릴게요.”

“고맙다 우리 은설이.”

“별말씀을요.”

“그리고 다른 선생님들도 네 안부 물어보더라.”

“네?”

아무리 그래도 선생님들까지?

“덕분에 애들한테 은설이보다 록 못하면 공부나 하라고 할 수 있게 됐거든.”

“아하.”

저 말 하나에 스러질 학교의 무수히 많은 유망주들에게 유감을 표한다.

근데 내 기억상 우리 중학교에서 데뷔한 선수는 나랑 플루크밖에 없었으니 괜찮을 거다.

아님 말고.


“시험 잘 보고 왔어?”

연습실로 복귀하니 원딜인 스트라이크가 우리를 반겨주었다.

참고로 이 인간은 고등학생 나이지만 이미 자퇴해서 시험이라는 개념이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

“교복이 팀 유니폼보다 잘 어울리네 둘 다.”

“그건 저희 팀 유니폼이...”

어떻게 유니폼까지 사랑하겠어.

ST라서 좋아하는 거지.

저걸 입으면 누구라도 외모적인 디버프를 받게 되어 있다.

“근데 다른 사람들은 다 어디 갔어요?”

“잠깐 간식 사러 나갔어. 곧 스크림이잖아.”

“형은 왜 안 나갔어요?”

“늦잠 잤어.”

역시 지각비 1위에 빛나는 우리의 자랑스러운 원딜이다.

지금 사러간 간식도 반절은 스트라이크가 샀다고 해도 과언은 아닐 거다.

아무튼 그렇게 손 좀 풀면서 기다리니 감독님을 포함해 나머지 멤버들이 도착했다.

“은설이, 지환이. 둘 다 시험 잘 치고 왔나?”

“그럭저럭이요.”

“누가 더 잘 봤어?”

“아직 채점 안 해봤는데요.”

아마 답지는 학교 홈페이지에 있긴 할 텐데, 채점하긴 또 귀찮단 말이지.

“그럼 그냥 지금 해봐.”

“누가 더 점수 잘 나왔나 보자.”

“황족 미드랑 망나니 중 누가 더 똑똑하냐.”

“내 생각엔 미드.”

“야, 지환이는 그래도 저녁에 공부하고 그랬는데 망나니 승이지.”

어쩌다 보니 라인 간 지능 대결이 됐다.

“채점은 내가 해줄게.”

비교 대상조차 없는 숟가락이 신나선 플루크 녀석이 건넨 답지로 채점을 시작했다.

“홍은설 평균 82점.”

“오오.”

시험 공부를 안 한 거지, 기본 실력이 어디 가진 않는다.

“지환이 점수를 봐야지.”

“정지환 평균 75점.”

시험 첫날이라 모든 과목을 본 건 아니지만, 국영수 핵심 세 과목은 전부 봤으니 판단 기준으로는 부족함이 없다.

나는 실실 웃으며 플루크 녀석에게 다가가 쿡쿡 찔렀다.

“공부했다면서?”

“......”

말이 없었다.

역시 탑은 타격감이 좋다.


작은 재미와 함께 시작한 즐거운 스크림.

[쿼드라킬!]

[ST Fluke가 협곡을 지배하고 있습니다!]

대체 뭘 깨달았는진 모르겠다만, 이번 스크림에서 플루크는 잔인할 만큼 상대를 박살냈다.

[이러면 탑 캐리 롤도 괜찮을 거 같고...]

우리의 조합과 능력을 계속해서 확인해가는 과정인 만큼, 감독님은 승리 방식이 늘고 있다는 것에 즐거우신지 마이크도 안 끄셨다.

뭐, 탑을 집중적으로 키우기 위해 바텀은 원딜 조무사 소리 듣는 라인 클리어 원툴 챔피언을 뽑고, 서폿도 자주 위로 올라가긴 했다.

다만 그 지원을 받아먹는 것 또한 능력이니까.

[상대방이 찬성 5표로 항복했습니다.]

그리고 플루크는 전생에서도 그랬듯, 이번 생에서도 그 분야의 권위자였다.

“불쌍하게 화풀이를 왜 쟤들한테 해.”

“화나잖아. 저 템 들고 앞에서 농성하는 꼴이.”

얼씨구.

아무튼, 나름 마스터 리그에서 중상위권 팀이 너무 허무하게 무너지니 저건 저것대로 안타깝다.

물론 이건 어디까지나 록 선배로서 드는 생각이고, 경쟁해야 하는 입장에서는 상대의 챔피언 티어 정리에 분탕질을 쳐 놨으니 나쁠 게 없긴 했다.

“공부할 시간에 랭겜이나 한 판 더 돌릴걸.”

...애가 점점 망가지는 건 기분 탓이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