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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넥서스 파괴되면서—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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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가 DS 게이밍을 상대로 2세트도 압도하면서 합산 세트 스코어 2대 0, 잠시지만 리그 1위로 올라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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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마스터 리그 데뷔전은 성공적으로 마무리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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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했어! 엄청 잘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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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섯 명이 모여 대기실로 돌아가고 있으니, 중간 복도에서 안재훈 감독님이 우리를 환한 얼굴로 맞이해주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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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래도 지난 시즌 ST3의 성적을 보며 마음고생을 많이 하셨는지, 오늘의 승리에 감격해서는 눈물을 흘리고 계셨던 건 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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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은설이! 진짜 고생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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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심 있으면 분석 데스크에서도 POM 주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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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한 표라도 받으면 그게 더 이상한 거 아니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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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나도 노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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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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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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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숟가락 관리는 도구가 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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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거리 딜러가 딜량 1위가 아닌데 먹은 킬이랑 어시스트는 그냥 스찌질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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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기서 살려면 뒤로 빼는 게 맞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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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볼 땐 아무리 봐도 널 던지고 은설이를 살리는 게 장기적으로 이득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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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렇게 말은 해도 서로 칭찬 하고 싶어서 안달 난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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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님 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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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오늘의 승리에 힘입어 한층 우정을 쌓는 바텀 듀오의 따듯한 모습을 보니 나도 상체끼리 모여보는 건 어떤가 싶어 나머지를 둘러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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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왜 탑 갱을 안 와줘요, 창현이 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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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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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루크 쟨 이제 탑신봉—병—자화가 좀 많이 진행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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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오늘도 첫 이니시나 뒤 돌아 암살각 잡고, 2세트에서는 든든하게 탱 챔피언을 하면서도 라인전 리드를 하는 걸 보면 실력 자체는 어디 안 갔다만, 뭔가 내가 인생을 좀 크게 틀어버린 것 같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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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자. 그만 싸우고. 넌 탑답게 자립심을 좀 더 길러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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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뭔 자립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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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탑은 이대 일 싸움을 이긴다는 마인드로 사는 라인이랬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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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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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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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 ST의 탑이자 LOC 월드컵 2회 우승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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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LOCK 데뷔전을 패배로 장식시켜 준 장본인 넷 중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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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로, 다시 말하지만 넷 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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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우드 은퇴 직후 시즌에서 팀에서 나 제외하고 모든 인간들 폼이 수직낙하하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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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만 생각하면 이가 갈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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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개인적으로 탑은 얽히고섥힌게 많기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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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아무리 생각해도 내가 탑을 해보니까 헌터 먼저 부르는 게 장땡이던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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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깨달았구나. 너도 옥스 소환 주문을 배울 때가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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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만 알고 있으면 헌터가 먹던 것도 포기하고 바로 내 라인으로 달려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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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건 너니까 되는 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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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루크는 헛웃음을 지었지만, 나는 녀석에게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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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믿음이 중요한 거야. 당장 한타만 해도 안 될 거 같아도 들이박으면 따라 들어가면 뭐라도 되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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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매하게 한 명씩 상대 입 속으로 들어가면 그대로 줄줄이 소세지지만, 한꺼번에 들어가면 상대 입이 찢어지든, 목구멍이 막혀 역으로 상대가 죽든, 소화 불량으로 불편하든, 무슨 일이 생기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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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되면 그냥 넥서스 터지고 다음 판 하면 되는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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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까 우리 상체끼리 우정을 돈독히 하기 위해 밥이나 먹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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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텀 버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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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체로 한 번 모이고 팀으로 한 번 모여서 같은 식당에서 밥 먹는 거지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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옆에서 그 말을 듣고 계셨던 감독님이 말을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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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분이다. 우리 그래도 시즌 첫 승린데, 고기는 먹어야 하지 않겠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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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팀 화합은 감독님이 제일 잘 하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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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고기 먹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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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돼지고기 무한리필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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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인 카드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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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있긴 한데 그렇게 널널했으면 나부터 썼지. 가끔 그걸로 카페에서 음료는 시켜주잖냐. 적당히 만족할 줄도 알아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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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설이 쟤도 무한리필집에 불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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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연히 불러야지. 오늘 제일 잘한 선수를 안 부르면 누굴 불......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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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문제나 화합 문제가 아니라, 기본적으로 대하기 어려울 수밖에 없는 부분이 존재한다는 건 이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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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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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들끼리 고기 먹고 술 먹고 주지육림 하면 어떻게 되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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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기에 나는 더 태연하게 입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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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옥 옆길 건너서 가면 있는 거리로 가요 그럼. 거기 맛있는 고깃집 있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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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봉이 많든 적든 편할 때 가서 먹고 오던 고깃집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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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기 엄청 구석에 있는 맛집인데 어떻게 아니 은설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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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SNS에 맛집 다 나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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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말에도 감독님은 퍽 의아한 눈치였지만, 적당히 모르쇠로 일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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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상 ST 선수들 편의를 엄청나게 많이 봐주던, 팀 단위의 전용 고깃집이나 다름없는 곳이라 내가 모를 수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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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그렇게 잡담을 좀 하다 대기실에서 복기를 하고 있자니, 진행 요원 한 분이 문밖에서 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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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루 선수님은 POM 인터뷰 준비 부탁드려요! 곧 다시 무대 위로 올라가셔야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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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적당히 대꾸하고 달걀형 의자에 눕느라 눌린 머리를 적당히 정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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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슬 긴머리를 깔끔하게 정돈하는 법을 알 것도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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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설이가 받는 게 맞긴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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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쟤 안 주면 누굴 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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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랑 은설이 중에 고민했을 수도 있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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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스트라이크도 잘하긴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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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딜이 데스 없으면 잘한 편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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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이 되냐. 그리고 다른 거 다 제쳐도 오늘 네가 받으면 그건 그것대로 폭동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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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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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루 팬이랍시고 온 사람들 몇 명인지 무대에서 보긴 했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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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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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팀의 서포터이자, 스트라이크 억제기인 벨—민지석—은 관중석의 분위기를 다시금 상기시켜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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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루! 트루! 트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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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발 날 가져요 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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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루님이 나를 보셨어! 내가 선택받았으니 시청자 위에 서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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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대 하나만 더 던져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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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직후 나를 연호하는 사람들은 경기 시작 전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였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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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사실 딱히 이상한 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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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용 인원 천 명 중 반절은 내 방송을 보고 온 팬인 게 확실했고, 나머지 반 중 삼분지 이 정도는 ST의 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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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로 ST가 승리를 거두었을 때, 그 승리에 가장 큰 지분을 차지하는 내 이름이 흘러나오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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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궁금한 게 있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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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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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제 방송 보는 사람 설마 있어요? 당연히 없으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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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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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대답이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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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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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선은 좀 피하지 말고 대답이라도 해주면 안 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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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마 다 보고 있는 거 아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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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답은 여전히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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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해진 대기실에서, 나는 침묵 사이를 열심히 헤치고 다시금 밝은 무대로 올라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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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오늘의 플레이어 오브 더 매치, ST의 트루 선수를 환영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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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금 밝고 환호 넘치는 곳으로 나오니 숨이 쉬어지는 기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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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언가 잘못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던 인간들이 셋, 그리고 애매한 표정의 플루크 녀석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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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간 스트리밍 사이트 부계정을 찾아내서 직접 밴을 때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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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루 선수, 많이 긴장하셨나 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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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네. 아. 네. 뭐. 조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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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저것 동시에 생각하다보니 말이 꼬였지만, 다행히 사회를 맡은 아나운서는 커뮤니케이션 능력 부족한 대다수의 프로게이머를 많이도 상대해 보셨는지, 자연스레 대화를 이어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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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데뷔전이었는데, 이렇게 POM을 받으실 정도로 뛰어난 활약을 펼치셨어요. 혹시 비결 같은 게 있으셨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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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뭐, 특별한 건 없었고, 게임도 준비한 대로 잘 흘러가서 특별히 말할 게 없네요. 상대팀도 나름 잘 했지만, 저희가 조금 더 잘한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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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행히 이런 인터뷰를 한두 번 했던 게 아닌 만큼, 나도 정신을 차린 직후 멀쩡한 대답을 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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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루 선수가 또 방송도 하시잖아요? 사실 어떻게 보면 이게 첫 팬미팅으로 볼 수도 있는데, 트루 선수의 개인 팬분들에게 하실 말씀은 있으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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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ST 응원 많이 해주시고, 저녁에 방송 켜 드릴테니까 그때 다시 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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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간적으로 경기장이 떠나갈듯한 함성이 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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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인간들을 이 아레나에 풀어놓느니 인터넷 세상에 평생 붙잡아두는 게 맞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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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이번 시즌의 각오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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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조건 우승할 테니까 프라우드 선수, 시간 비워 두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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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스터 리그 우승이 프라우드와 싸울 수 있는 초대권이라면, 나는 몇 번이고 그걸 가져올 자신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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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말에, 아까와는 비교를 불허하는 환호성이 경기장을 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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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스터 리그까지 챙겨 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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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우리 팀 데뷔전 하는 선수들이 있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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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굳이 보는 거 보니 나름 신경 쓰나 보네요, 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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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 ST1의 탑 라이너인 토르는 웬일로 하부 리그 경기를 챙겨 보는 프라우드를 보며 의문을 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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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애들은 아직 더 봐야겠는데, 두 명 정도는 어쩌면 1군까지 올지도 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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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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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탑이랑 미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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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백한 대답이었지만, 이 말을 들은 사람은 그 무게를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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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를 뚫고요? 아니, 그보다 형을 누가 밀어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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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경쟁한 적 있는데 안될 거야 없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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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형 진심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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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러니까 프라우드 선수, 시간 비워 두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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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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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뜩이나 프라우드의 말에 목이 타서 음료수를 들이키던 토르는 마시던 걸 그대로 뿜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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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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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습실에 있던 1군 선수들이 모두 프라우드에게 시선을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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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루는 그렇게 영문도 모른 채 오늘 하루에만 2승을 거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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