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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Authored-By: Claude Opus 4.5 <noreply@anthropic.com>
2025-12-14 21:31:57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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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aw Blame History

[이렇게 넥서스 파괴되면서—지지!]

[ST가 DS 게이밍을 상대로 2세트도 압도하면서 합산 세트 스코어 2대 0, 잠시지만 리그 1위로 올라섭니다!]

내 마스터 리그 데뷔전은 성공적으로 마무리되었다.

“잘했어! 엄청 잘했어!”

다섯 명이 모여 대기실로 돌아가고 있으니, 중간 복도에서 안재훈 감독님이 우리를 환한 얼굴로 맞이해주셨다.

아무래도 지난 시즌 ST3의 성적을 보며 마음고생을 많이 하셨는지, 오늘의 승리에 감격해서는 눈물을 흘리고 계셨던 건 덤이다.

“특히 은설이! 진짜 고생했어.”

“양심 있으면 분석 데스크에서도 POM 주겠지?”

“우리가 한 표라도 받으면 그게 더 이상한 거 아니냐.”

“나, 나도 노데스...”

“아가리.”

“......”

역시 숟가락 관리는 도구가 잘한다.

“원거리 딜러가 딜량 1위가 아닌데 먹은 킬이랑 어시스트는 그냥 스찌질 아닌가?”

“거기서 살려면 뒤로 빼는 게 맞거든?”

“내가 볼 땐 아무리 봐도 널 던지고 은설이를 살리는 게 장기적으로 이득이야.”

저렇게 말은 해도 서로 칭찬 하고 싶어서 안달 난 모양이다.

아님 말고.

아무튼, 오늘의 승리에 힘입어 한층 우정을 쌓는 바텀 듀오의 따듯한 모습을 보니 나도 상체끼리 모여보는 건 어떤가 싶어 나머지를 둘러봤다.

“오늘 왜 탑 갱을 안 와줘요, 창현이 형?”

흠.

플루크 쟨 이제 탑신봉—병—자화가 좀 많이 진행된 것 같다.

물론 오늘도 첫 이니시나 뒤 돌아 암살각 잡고, 2세트에서는 든든하게 탱 챔피언을 하면서도 라인전 리드를 하는 걸 보면 실력 자체는 어디 안 갔다만, 뭔가 내가 인생을 좀 크게 틀어버린 것 같기도 했다.

“자, 자. 그만 싸우고. 넌 탑답게 자립심을 좀 더 길러봐.”

“뭔 자립심.”

“원래 탑은 이대 일 싸움을 이긴다는 마인드로 사는 라인이랬어.”

“누가?”

“있어.”

현 ST의 탑이자 LOC 월드컵 2회 우승자.

내 LOCK 데뷔전을 패배로 장식시켜 준 장본인 넷 중 하나다.

참고로, 다시 말하지만 넷 맞다.

프라우드 은퇴 직후 시즌에서 팀에서 나 제외하고 모든 인간들 폼이 수직낙하하더라.

그때만 생각하면 이가 갈린다.

특히 개인적으로 탑은 얽히고섥힌게 많기도 하고.

“근데 아무리 생각해도 내가 탑을 해보니까 헌터 먼저 부르는 게 장땡이던데.”

“드디어 깨달았구나. 너도 옥스 소환 주문을 배울 때가 왔다.”

이것만 알고 있으면 헌터가 먹던 것도 포기하고 바로 내 라인으로 달려온다.

“...그건 너니까 되는 거고.”

플루크는 헛웃음을 지었지만, 나는 녀석에게 덧붙였다.

“원래 믿음이 중요한 거야. 당장 한타만 해도 안 될 거 같아도 들이박으면 따라 들어가면 뭐라도 되잖아.”

애매하게 한 명씩 상대 입 속으로 들어가면 그대로 줄줄이 소세지지만, 한꺼번에 들어가면 상대 입이 찢어지든, 목구멍이 막혀 역으로 상대가 죽든, 소화 불량으로 불편하든, 무슨 일이 생기긴 한다.

안되면 그냥 넥서스 터지고 다음 판 하면 되는거고.

“그러니까 우리 상체끼리 우정을 돈독히 하기 위해 밥이나 먹을까?”

“바텀 버려?”

“상체로 한 번 모이고 팀으로 한 번 모여서 같은 식당에서 밥 먹는 거지 뭐.”

옆에서 그 말을 듣고 계셨던 감독님이 말을 덧붙였다.

“기분이다. 우리 그래도 시즌 첫 승린데, 고기는 먹어야 하지 않겠냐?”

역시 팀 화합은 감독님이 제일 잘 하신다.

“소고기 먹어요?”

“아니, 돼지고기 무한리필집.”

“...법인 카드 없어요?”

“있긴 한데 그렇게 널널했으면 나부터 썼지. 가끔 그걸로 카페에서 음료는 시켜주잖냐. 적당히 만족할 줄도 알아야지.”

“은설이 쟤도 무한리필집에 불러요?”

“당연히 불러야지. 오늘 제일 잘한 선수를 안 부르면 누굴 불......아.”

돈 문제나 화합 문제가 아니라, 기본적으로 대하기 어려울 수밖에 없는 부분이 존재한다는 건 이해하고 있다.

나도 안다.

남자들끼리 고기 먹고 술 먹고 주지육림 하면 어떻게 되는지.

그렇기에 나는 더 태연하게 입을 열었다.

“사옥 옆길 건너서 가면 있는 거리로 가요 그럼. 거기 맛있는 고깃집 있잖아요.”

연봉이 많든 적든 편할 때 가서 먹고 오던 고깃집이 있다.

“...거기 엄청 구석에 있는 맛집인데 어떻게 아니 은설아?”

“요즘 SNS에 맛집 다 나와요.”

내 말에도 감독님은 퍽 의아한 눈치였지만, 적당히 모르쇠로 일관했다.

사실상 ST 선수들 편의를 엄청나게 많이 봐주던, 팀 단위의 전용 고깃집이나 다름없는 곳이라 내가 모를 수가 없었다.

아무튼 그렇게 잡담을 좀 하다 대기실에서 복기를 하고 있자니, 진행 요원 한 분이 문밖에서 외쳤다.

“트루 선수님은 POM 인터뷰 준비 부탁드려요! 곧 다시 무대 위로 올라가셔야 해요!”

나는 적당히 대꾸하고 달걀형 의자에 눕느라 눌린 머리를 적당히 정리했다.

슬슬 긴머리를 깔끔하게 정돈하는 법을 알 것도 같았다.

“은설이가 받는 게 맞긴 해.”

“쟤 안 주면 누굴 줘?”

“나랑 은설이 중에 고민했을 수도 있잖아.”

뭐, 스트라이크도 잘하긴 했다.

원딜이 데스 없으면 잘한 편이지.

“말이 되냐. 그리고 다른 거 다 제쳐도 오늘 네가 받으면 그건 그것대로 폭동이야.”

“왜?”

“트루 팬이랍시고 온 사람들 몇 명인지 무대에서 보긴 했냐?”

“......”

우리 팀의 서포터이자, 스트라이크 억제기인 벨—민지석—은 관중석의 분위기를 다시금 상기시켜주었다.

‘트루! 트루! 트루!

‘제발 날 가져요 눈나!

‘트루님이 나를 보셨어! 내가 선택받았으니 시청자 위에 서겠다!

‘안대 하나만 더 던져주세요!

경기 직후 나를 연호하는 사람들은 경기 시작 전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였달까.

뭐, 사실 딱히 이상한 건 없었다.

수용 인원 천 명 중 반절은 내 방송을 보고 온 팬인 게 확실했고, 나머지 반 중 삼분지 이 정도는 ST의 팬이다.

고로 ST가 승리를 거두었을 때, 그 승리에 가장 큰 지분을 차지하는 내 이름이 흘러나오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근데 궁금한 게 있는데요.”

“뭐가?”

“여기 제 방송 보는 사람 설마 있어요? 당연히 없으시죠?”

“......”

왜 대답이 없어.

“저기요?”

시선은 좀 피하지 말고 대답이라도 해주면 안 되나.

“...설마 다 보고 있는 거 아니죠?”

대답은 여전히 없었다.


조용해진 대기실에서, 나는 침묵 사이를 열심히 헤치고 다시금 밝은 무대로 올라왔다.

“자, 오늘의 플레이어 오브 더 매치, ST의 트루 선수를 환영해주세요!”

다시금 밝고 환호 넘치는 곳으로 나오니 숨이 쉬어지는 기분이다.

무언가 잘못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던 인간들이 셋, 그리고 애매한 표정의 플루크 녀석까지.

언젠간 스트리밍 사이트 부계정을 찾아내서 직접 밴을 때릴 것이다.

“트루 선수, 많이 긴장하셨나 봐요?”

“아니, 네. 아. 네. 뭐. 조금...”

이것저것 동시에 생각하다보니 말이 꼬였지만, 다행히 사회를 맡은 아나운서는 커뮤니케이션 능력 부족한 대다수의 프로게이머를 많이도 상대해 보셨는지, 자연스레 대화를 이어 나갔다.

“오늘 데뷔전이었는데, 이렇게 POM을 받으실 정도로 뛰어난 활약을 펼치셨어요. 혹시 비결 같은 게 있으셨나요?”

“어...뭐, 특별한 건 없었고, 게임도 준비한 대로 잘 흘러가서 특별히 말할 게 없네요. 상대팀도 나름 잘 했지만, 저희가 조금 더 잘한 것 같습니다.”

다행히 이런 인터뷰를 한두 번 했던 게 아닌 만큼, 나도 정신을 차린 직후 멀쩡한 대답을 할 수 있었다

“트루 선수가 또 방송도 하시잖아요? 사실 어떻게 보면 이게 첫 팬미팅으로 볼 수도 있는데, 트루 선수의 개인 팬분들에게 하실 말씀은 있으신가요?”

“일단 ST 응원 많이 해주시고, 저녁에 방송 켜 드릴테니까 그때 다시 봬요.”

순간적으로 경기장이 떠나갈듯한 함성이 울렸다.

저 인간들을 이 아레나에 풀어놓느니 인터넷 세상에 평생 붙잡아두는 게 맞아 보인다.

“마지막으로, 이번 시즌의 각오 부탁드립니다!”

“무조건 우승할 테니까 프라우드 선수, 시간 비워 두세요.”

마스터 리그 우승이 프라우드와 싸울 수 있는 초대권이라면, 나는 몇 번이고 그걸 가져올 자신이 있었다.

내 말에, 아까와는 비교를 불허하는 환호성이 경기장을 울렸다.


“마스터 리그까지 챙겨 봐요?”

“오늘 우리 팀 데뷔전 하는 선수들이 있어서.”

“굳이 보는 거 보니 나름 신경 쓰나 보네요, 형?”

현 ST1의 탑 라이너인 토르는 웬일로 하부 리그 경기를 챙겨 보는 프라우드를 보며 의문을 표했다.

“다른 애들은 아직 더 봐야겠는데, 두 명 정도는 어쩌면 1군까지 올지도 몰라.”

“누구요?”

“탑이랑 미드.”

담백한 대답이었지만, 이 말을 들은 사람은 그 무게를 알았다.

“저를 뚫고요? 아니, 그보다 형을 누가 밀어내요?”

“나도 경쟁한 적 있는데 안될 거야 없지.”

“......이 형 진심이네.”

[ 그러니까 프라우드 선수, 시간 비워 두세요. ]

—푸웁!

가뜩이나 프라우드의 말에 목이 타서 음료수를 들이키던 토르는 마시던 걸 그대로 뿜어버렸다.

아니.

연습실에 있던 1군 선수들이 모두 프라우드에게 시선을 돌렸다.

트루는 그렇게 영문도 모른 채 오늘 하루에만 2승을 거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