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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노우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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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위 말하는 라인전에서 얻은 이득을 얼마나 잘 굴릴 수 있느냐는 말을 총칭하는 단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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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티어가 올라갈수록, 뛰어난 팀일수록 이 스노우볼을 잘 굴려 게임의 승리 플랜을 실현해 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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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보통 이걸 잘 하느냐의 기준 중 하나는 운영의 유연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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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라인전도 라인전인데, 이 친구 운영도 잘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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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번째 판은 라인전부터 너무 박살을 내서 그런지 제대로 게임을 즐기기 전에 상대의 빠른 항복으로 승리를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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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노우볼이 굴러가기도 전에 박아야 할 상대가 폭탄 목걸이 달고 터져버린 수준이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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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챌린저 승격이 걸려 있는 두 번째 판은 시작부터 좀 많이 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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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독ㄷㄷ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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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키웨이 미드가 왜 여기에 나오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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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루 MMR이 지금 존나 높아서 그런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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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초에 다이아 시절부터 마스터 승격 직전이던 애들이랑 매치됐으니까 말 안되진 않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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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 근데 하필 챌 승격 걸려 있는데 운 ㅈㄴ없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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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치 챙기자 필리독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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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ㄹㅇ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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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한테 발려봐야 정신 차리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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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챌 다는거랑 프로 상대하는 건 다른 영역이긴 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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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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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 LOCK—록 한국 1부리그—에서 ST의 대항마 중 하나인 팀 밀키웨이에서 미드를 맡고 있는 선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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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마디로 현 프로고, 아마추어 솔로 랭크에서는 거의 절대적이라 봐도 무방한 선수란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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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루님, 이거 이길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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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조건 이겨야죠. 제 후드티 안 보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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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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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색채의 조합 없이, 오직 새빨갛기만 한 후드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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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 팬들 사이에서도 이걸 사는 팬심 깊은 팬—이라 쓰고 흑우라 읽는다—이 있는지에 대해 진지한 토론이 필요할 정도로 파멸적인 미적 감각을 자랑하는 굿즈 중 하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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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그녀는 주저 없이 용돈으로 구매해버린 흑우 중 하나일 정도로, ST는 은설에게 있어 인생 그 자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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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게이머 시절을 지나고 나서 더 심해지면 심해졌지, 덜하진 않았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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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라이벌인 밀키웨이는 자연스레 그녀에게 있어서 이겨야 할 대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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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죄송한데, 이번 판 두 분이서 시청자분들끼리 대화하는 건 몰라도, 끝날 때까지 저한테는 말 걸지 말아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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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연하죠. 집중하게 도와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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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고 올라가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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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빡겜선언ㄷㄷㄷㄷ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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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이번판만 젭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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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챌 가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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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리 필리독 방송 가서 여중생이 챌 승격해야 되니까 탈주나 하라고 전해주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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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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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새1끼 성격이면 더 빡겜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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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 후드티 입고 승격전 하는 ST팬을 상대로 만났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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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우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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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쓸데없이 호승심 강한 새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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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그렇게 본의 아니게 팀 간의 자존심이 걸린 매치가 성사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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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은설은 얻을 것만 있고 잃을 건 없는, 그야말로 퍽 일방적인 딜교가 될 게 자명한 경기였지만, 프로 선수가 언제는 하고 싶은 경기만 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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받아들일 줄도 알아야 하는 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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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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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 : 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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밴픽이 끝나고 게임이 시작된 지도 벌써 30분을 넘어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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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팽팽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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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드가 둘 다 너무 잘해줘. 저거 봐봐 지금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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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설의 플레이 영상을 보긴 봤었으나 헬퍼 의혹에 대해 확인하기 위해 본 것일 뿐 딱히 게임 자체 분석을 한 적은 없었던 그는, 지금 보여주는 그녀의 운영에 순수하게 감탄을 연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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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저기서 살짝 템포 죽이고 기다리니까 상대가 부쉬에서 몇 명씩 튀어나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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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히 트루가 티어 높아질수록 더 빨리 점수 올리는 게 아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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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운영이랑 예측의 신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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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대의 노림수는 흘리고, 팀원들에게 숨 쉴 틈을 만들어주면서도 본인의 성장은 막히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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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시작 직후 십 분에서 십오 분 정도는 말을 듣지 않았던 몇몇 팀원들조차, 게임 후반부에 접어든 지금은 그녀의 핑 하나에 솔로 랭크 치고는 다들 고분고분하게 말을 듣고 있는 걸 보면 말 다 한 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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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하면 메인오더도 잘할 거 같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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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ㄹ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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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이거 그냥 피지컬로 찍어누른 거 아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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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모름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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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쟤 자르겠다고 사이드 3명 쳐 오는데 한 명 따고 살아가는 새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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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얜 피지컬은 짐승이고 능지는 제갈공명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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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캬 문무겸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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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모도 얹어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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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ㅅㅂ갑자기 세상이 존나 불공평해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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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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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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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이거 보고 있으니 힐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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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팽팽한 대치 상태가 이어지던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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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대가 시야 확인을 위해 라인 사이사이에 존재하는 부쉬 가득한 뒤틀린 숲 쪽으로 안일하게 몸을 들이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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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 경기가 아닌 솔로 랭크의 한계이자, 동시에 은설이 속한 팀에게 있어 기회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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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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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후반인 만큼 서포터의 아이템은 집중되는 딜을 버틸 만큼 튼튼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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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즈아아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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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로 밀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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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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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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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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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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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더 끌지 말고 끝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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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챌 가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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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대는 자신들의 진영에서 나름 방어해보려 했지만, 시야의 부족으로 인해 버프를 주는 몬스터마저 순식간에 내주고 타워가 철거당하는 걸 지켜만 봐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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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도 아니면 그냥 죽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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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상 이미 게임은 이겼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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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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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그 순간, 마지막 저지선에서 상대 미드인 필리독이 갑작스러운 이니시를 열자 믿을 수 없을 정도로 파괴적인 딜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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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쿼드라 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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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체 유리한 상태인 만큼 이니시에 걸린 상황에서도 상대팀의 대다수를 데려간 트루의 팀원들이었지만, 결국 1대 1 대치 상황이 되었다는 것부터 그리 기분이 좋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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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어? 이거 이러면 아직 몰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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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화된 미니언들이 상대의 넥서스—파괴되면 패배다—의 체력을 지속적을 깎고 있었기에 이 상황에서도 아직 승리의 가능성은 있었지만, 아까보단 퍽 낮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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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지금은 그런 거 생각할 때가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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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오른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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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대방의 레이저 스킬을 자연스럽게 피하고, 타겟팅을 하지 못하도록 연막탄 속에 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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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계속 무빙을 치는 상대방의 코앞에서 바로 스킬을 시전해 비도를 쏘아내고, 강화된 평타를 상대에게 때려 박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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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동시에 다시금 비도 던지는 스킬의 쿨타임을 돌려 한 번 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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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았......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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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명 이동 속도를 따져보면 무빙으로는 피할 수 없는 거리였을 텐데, 어째서인지 그는 그 스킬을 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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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꼴에 현직 프로라는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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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실히 일반인들과는 다른 한 수가 있기는 한 모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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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한 턴을 버텨 스킬 쿨이 돌아온 상대가 스킬을 난사했지만, 그 정도로 메이지 챔피언과 브루저 간의 근본적인 딜 구조 차이를 바꿀 수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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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턴을 거는 장판 CC기를 궁으로 피하고, 동시에 이번에는 영거리에서 스킬을 확실하게 쏘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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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ue -> 필리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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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거 진짜 뭐야! 나 봐도 모르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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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타도 재미있긴 한데, 진짜 방금 마지막 공방전은 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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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만히 있던 스트리머들이 입을 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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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상 방금의 전투로 승자가 전해진 것과 다름없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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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나 다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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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 초도 안 되는 시간 사이 상대 팀 서포터가 부활했지만, 넥서스는 이미 너덜너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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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평타 몇 대와 함께, 상대의 넥서스가 파괴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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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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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말 했잖아요. 이길 거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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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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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누나는 말한 거 지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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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부와는 다르다 범부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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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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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원들 서로 던졌는데 마지막에 진짜 캐치 개잘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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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독 바로 컷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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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 > 밀키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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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박안받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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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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곧이어 승리 화면이 사라지고, 검은 화면에 나타난 그랜드마스터를 상징하는 휘장이 변화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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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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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빛 찬란한 휘장이, 화면을 채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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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제 바꿔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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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부터 나는 챌린저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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록을 하는 방송인들 중 인지도 면에서는 손에 꼽는 멀티냄비와 듀랑은 당연하다면 당연하게도 방금 패배한 필리독의 연락처도 알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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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여중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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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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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라치지마. 그런 애가 어디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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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신호에 맞춰 영상 통화가 연결된 핸드폰의 카메라에 얼굴을 비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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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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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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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혼란스러운 상황을 정리하고 싶은지 눈을 몇 번이고 깜박이다가, 이내 다시 입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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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키웨이 아카데미 어떤 거 같아? 나 진짜 너 물심양면 지원해줄 자신 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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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건 진짜 재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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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게임이지만 직접 맞대 본 그는 알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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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인전부터 한타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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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대 단순한 프로게이머 지망생이 할 수 있는 부류의 움직임은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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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본인을 뛰어넘는 압도적인 재능의 원석이 눈앞에 돌아다니는 걸지도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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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형, 여기서 갑자기 영입 시도를 하면 어떡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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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 수도 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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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기 빨간 ST 후드 안 보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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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아. 근데 프로 되고 싶은 거면 어느 아카데미든 갈 수 있는 거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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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말에, 싱글벙글 웃고 있던 은설의 표정이 바로 바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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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죄송한데 저는 이미 정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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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들에게 따끈따끈하게 올라온 ST 공식 SNS의 공지를 보여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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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이곳에 올 때부터, 이야기는 되어 있던 상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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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Welcome, ST True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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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유니폼에 새겨질 팀은, 언제나 하나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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