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Add 3 AI agents (writing, revision, story-continuity specialists) - Add 4 slash commands (rovel.create, write, complete, seed) - Add novel creation/writing rules - Add Novelpia reference data (115 works, 3328 chapters) - Add CLAUDE.md and README.md 🤖 Generated with [Claude Code](https://claude.com/claude-code) Co-Authored-By: Claude Opus 4.5 <noreply@anthropic.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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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우선 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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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시간 스트리밍으로 받는 그랜절은 누가 봐도 진심이 담겨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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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괜찮아요. 별로 기분 안 나빴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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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초에 일부러 나를 노리고 저격을 한 것도 아니고, 단지 인지도가 없어서 못 알아봤을 뿐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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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력적인 측면에서는 오히려 더 확고하게 사람들의 뇌리에 새길 수 있게 되었으니 괜찮은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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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신 제 부탁은 꼭 들어주셔야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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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일이 있어도 챌린저 9명, 인원 배분 딱 맞춰서 찾아오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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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중생을 게임 좀 잘한다고 헬퍼로 묻으려고 한 스트리머—칭호를 달 생각은 없는지, 내 부탁에 퍽 열정적으로 답하는 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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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이번주에 제가 방송실로 찾아갈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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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우. 예. 그렇게 해주시면 감사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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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겸사겸사 키보드랑 마우스 준비도 좀 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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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연하죠. 제가 봐도 신기하던데요. 강의 좀 듣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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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저격했던 스트리머는 규모가 큰 방송인이라 매니지먼트에 방송실까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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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케이스 자리는 거창하면 거창할수록 좋으니만큼, 나는 그의 초대를 거절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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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방을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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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얼굴 나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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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스크 끼고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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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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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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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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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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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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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대얼공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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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피 프로 도전 하려고 아카데미 들어가는 순간 얼굴 공개 확정 아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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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먼저 까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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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억 록붕이들이 대기중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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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청자들 꼴이 왜 이렇게 됐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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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가꼬셨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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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ㅋ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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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력방송 지향이라 농도 짙은 놈들에 여중생이 록한다니까 온 육수들까지 넘쳐나니 이 꼬라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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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차가운 분석은 록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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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기계적으로 선 넘는 채팅을 며칠 간 밴 때려 버리고서는 해맑게 말을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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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 방송은 제 계정으로 진행할 텐데, 저분들은 생방은 못 보시겠네요. 얼굴도 공개할 생각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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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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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나대면 반은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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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트)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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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탕들 정신이 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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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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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다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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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대해도 되는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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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님 나왔을 때부터 이미 기대치는 천장돌파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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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ㄹㅇ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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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세부 사항 문자도 막 왔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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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 걸릴 줄 알았는데, 방송 인생이 걸려 있으셔서 그런지 퍽 빨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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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석 형식으로 진행하고, 필요한 편의는 다 봐주신다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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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크 터트리고 AS는 잘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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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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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ㅋㅋ죽기 싫으면 하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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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이런 방송이야 내가 초대받은 적도, 초대한 적도 많은 형식이니 걱정은 필요 없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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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나마 가장 큰 난관이라 한다면 부모님의 허락인데, 솔직히 이 시간까지 게임에 빠져 있어도 뭐라고 안 하시는 분들이 방송 나온다고 해서 나를 감싸고 돌진 않으실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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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애초에 문자로 받은 방송실 위치가 집에서 그리 멀지도 않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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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트루 무슨 칭호 달고 나올지 궁금하네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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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중생 그마 아니면 핵의심 족쇄장인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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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 다 말이 안되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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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팩트는 둘 다 했다는 거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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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ㄷㄷㄷㄷ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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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진짜로 무서운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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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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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그럼 오늘 방송은 여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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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바로 방송 종료 음악을 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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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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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12시 반도 안 됐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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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 평일이야 이 미친 록붕이새끼들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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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균 방송시간 7.5시간의 트루가 ㅈ으로 보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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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숙제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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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ㅋ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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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ㅋㅋ그건 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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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행평가까지 인정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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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뭐. 숙제야 학교 가서 하면 되는 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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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름이 아니라, 지금 잠시 구석에 박아 뒀던 록 화면의 친구 신청 수가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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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숙한 닉네임들 많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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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적인 시청자들의 무차별 친구 신청과 달리 닉네임부터 팀명에 이름을 더한 데다 뒤쪽의 조작 불가능한 고유 코드조차 내 기억과 동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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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래도 확인할 게 좀 있어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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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슬 수확할 시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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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밤늦게까지 일정이 이어지는 게임 팀 특성상, 코치들과 일부 직원들 또한 선수들의 수면 패턴에 맞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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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루가 그랜드마스터로 승격한 직후, 그러니까 오전 열두 시 반은 ST의 직원들 대다수의 정신이 말똥한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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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때는 저런 기술 없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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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의 코치이자 살아있는 화석, 시즌 1이 아니라 베타 테스터부터 록을 플레이한 안재훈은 헬퍼라고 의심받던 트루의 회피 기동을 다시 보며 감탄사를 연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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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보드로 저걸 어떻게 해요. 그냥 쟤가 이상한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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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그래도 후배라고 선배 기 살려주는 거 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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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은 일단 마스터나 찍으시는 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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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라고 했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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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수들이 솔로 랭크를 돌리는 사실상의 휴식 시간에, ST의 코치 중 하나인 안재훈은 1군부터 3군까지 스카우트를 담당하는 박진에게 닦달 아닌 닦달을 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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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씁. 아무튼. 그래서 일단 보내는 놨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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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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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 늦게 보낸 거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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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저희도 모니터링 하고 있었다니까요. 근데 막판에 5연승할 줄 누가 알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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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랜드마스터를 찍어야 접촉이라도 하는 게 팀의 스카우트 규정이라 대기하다가 저녁 먹을 즈음에 오늘 승격 견적이 안 나와서 내일을 생각하고 있었는데, 연승하더니 결국 방송을 종료하기 전에 그랜드마스터를 달성해 버린 트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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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이라면 이 정도 시간 간격은 아무런 문제도 안 됐겠지만, 재훈은 그저 불안하기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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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게 문제가 아니라 그냥 우리가 무조건 낚아 채야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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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하는 건 아는데, 그 정도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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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말로 지금 보여준 실력만으로도 그랜드리그 우승은 시켜줄 전력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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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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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OC라는 게임이 전 세계를 강타한 이후 4대 스포츠들의 절반 규모까지 급성장한 만큼, 2부 리그—그랜드 리그—또한 말도 안되게 수준이 높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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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그는 트루라는 중학생 여자아이한테 그랜드 리그조차 너무 좁다고 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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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 재훈이 형님도 농담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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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심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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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포텐 터지면 어느 정도로 보시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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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긴 뭐야. LOC 월드컵 우승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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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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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그 트로피는 하늘이 점지해준다는 말도 있긴 하지만, 보면 볼수록 현 ST의 미드 라인을 굳건히 지키는 프라우드가 떠오르는 그녀의 모습은 왠지 모를 확신을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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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오늘 이른 그랜드마스터 등반에 성공하며 근거를 더하기도 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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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너무 과소평가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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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명 이틀 전에 트루의 방송을 봤을 때는 그랜드마스터까지 최소 일주일은 더 걸릴 줄 알았는데, 오히려 점수가 높아질수록 그녀가 게임을 터뜨리는 속도가 기하급수적으로 빨라진 탓에 늦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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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초조하게 제발 이쪽을 바라봐 주길 바라고 있던 와중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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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방송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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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벌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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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훈은 허망하게 꺼진 화면을 바라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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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이 있나 본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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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이라도 친구 신청은 받아주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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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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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초에 방송할 때만 보더라도 트루의 친구창에는 기껏해야 현실 친구 한두 명이 끝이고, 가끔 시청자들이 애원과 설득—보통 많은 돈, 그리고 더 많은 돈—으로 친구 자리를 얻어낸 걸 제외하면 깨끗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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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청자들 신청에 밀려서 저희 걸 볼 수는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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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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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애초에 친구창을 확인하지 않는 성격일 수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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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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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걱정이 무색하게, 방송 종료 후 채 10분이 지나지 않아 컴퓨터 화면에 트루의 친구 초대 수락 메시지가 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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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친구 센스 있네요. 방송은 일부러 껐나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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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프로팀 공식 스카우터들의 계정은 이미 인터넷상에서 유명한 터라 친구창을 슬쩍만 보여줘도 시청자들의 폭발적인 반응을 얻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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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카우터 계정의 친구 추가 신청은 곧 프로로 가는 길이자, 실력을 인정받았다는 나름의 의미 있는 지표 중 하나였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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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 또한 그걸 모르진 않을 텐데 방송을 칼같이 끄고선 따로 확인한 모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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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리. 빨리 인사부터 박아. 아, 아니다. 그냥 내일 당장 계약하자고 계약금이랑 관련 설명 빨리 써서 보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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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럴 거면 재훈이 형이 대신 타자 쳐요. 저보다 타자도 빠르시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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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그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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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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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히 맡겼다가 정제되지 않은 말이 튀어나오면 대참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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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의 스카우터는 독설가로 유명한 그에게 키보드를 넘길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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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ue : 안녕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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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서로 뭘 먼저 보내냐 실랑이를 하는 와중, 오히려 트루의 메시지가 먼저 올라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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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ue : ST 스카우트 팀 계정 맞으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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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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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습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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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어코 스카우터의 키보드를 강탈한 재훈은 프로 시절 키보드 쓰던 실력 어디 안 가는지, 우다다 채팅을 적어 내려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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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 Scouter : ST 코치 안재훈입니다 다름이 아니라 우리 ST 아카데미에서 트루 선수를 영입하고 싶은데 원하시면 바로 3군 미드로라도 경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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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문의 채팅이 쭉 쓰여 내려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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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훈의 글을 읽어 내려가던 박진은 예상에서 한치의 오차도 없이 일단 지르고 보는 그의 모습에 기겁해서는 키보드부터 뺏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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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형 미쳤어요? 우리 아카데미에 널린 게 챌린저 미드라이너예요! 지금 대기중인 애들이 몇인데 얘한테 덥석 3군 경기 출전 권리를 주겠다고 하면 어떡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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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ST에 프라우드라는 벽이 미드에 존재한다지만, 아카데미의 존재 의의는 그 팀에서 주전이 되기 위한 목적만 있는 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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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우드에게 때로 강의 비스무리한 피드백을 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그리고 무엇보다도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팀 중 하나인 ST이기 때문에 유스로 오고 싶다는 미드 라이너는 차고 넘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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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그런 건 지금 재훈에게 하등 중요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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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 이미 엔터 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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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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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째 이 인간은 선수 시절이랑 변한 게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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