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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우선 죄송합니다.]
실시간 스트리밍으로 받는 그랜절은 누가 봐도 진심이 담겨 있었다.
“뭐, 괜찮아요. 별로 기분 안 나빴어요.”
애초에 일부러 나를 노리고 저격을 한 것도 아니고, 단지 인지도가 없어서 못 알아봤을 뿐이니까.
실력적인 측면에서는 오히려 더 확고하게 사람들의 뇌리에 새길 수 있게 되었으니 괜찮은 상황이다.
“대신 제 부탁은 꼭 들어주셔야 해요?”
[무슨 일이 있어도 챌린저 9명, 인원 배분 딱 맞춰서 찾아오겠습니다!]
여중생을 게임 좀 잘한다고 헬퍼로 묻으려고 한 스트리머—칭호를 달 생각은 없는지, 내 부탁에 퍽 열정적으로 답하는 그였다.
“그럼 이번주에 제가 방송실로 찾아갈게요.”
[아우. 예. 그렇게 해주시면 감사하죠.]
“아, 겸사겸사 키보드랑 마우스 준비도 좀 해주세요.”
[당연하죠. 제가 봐도 신기하던데요. 강의 좀 듣고 싶습니다.]
나를 저격했던 스트리머는 규모가 큰 방송인이라 매니지먼트에 방송실까지 있다.
쇼케이스 자리는 거창하면 거창할수록 좋으니만큼, 나는 그의 초대를 거절하지 않았다.
—합방을 해??
—그럼 얼굴 나옴?
“마스크 끼고 할까요?”
—나
—락
—나
—락
—나
—절대얼공해
—차피 프로 도전 하려고 아카데미 들어가는 순간 얼굴 공개 확정 아님?
—그냥 먼저 까자
—1억 록붕이들이 대기중임
“시청자들 꼴이 왜 이렇게 됐을까요?”
—니가꼬셨잖아
—ㅋㅋㅋㅋㅋㅋㅋ
—실력방송 지향이라 농도 짙은 놈들에 여중생이 록한다니까 온 육수들까지 넘쳐나니 이 꼬라지지
—역시 차가운 분석은 록평
나는 기계적으로 선 넘는 채팅을 며칠 간 밴 때려 버리고서는 해맑게 말을 이었다.
“아마 방송은 제 계정으로 진행할 텐데, 저분들은 생방은 못 보시겠네요. 얼굴도 공개할 생각인데.”
—ㅋㅋㅋㅋㅋㅋ
—안 나대면 반은 간다
—팩트) 다
—분탕들 정신이 들어?
—캬
—감다살
—기대해도 되는거지?
—어머님 나왔을 때부터 이미 기대치는 천장돌파였음
—ㄹㅇㅋㅋ
“오, 세부 사항 문자도 막 왔네요.”
좀 걸릴 줄 알았는데, 방송 인생이 걸려 있으셔서 그런지 퍽 빨랐다.
“초대석 형식으로 진행하고, 필요한 편의는 다 봐주신다네요.”
—병크 터트리고 AS는 잘하네
—ㅋㅋㅋㅋㅋ
—아ㅋㅋ죽기 싫으면 하라고
뭐, 이런 방송이야 내가 초대받은 적도, 초대한 적도 많은 형식이니 걱정은 필요 없어 보인다.
그나마 가장 큰 난관이라 한다면 부모님의 허락인데, 솔직히 이 시간까지 게임에 빠져 있어도 뭐라고 안 하시는 분들이 방송 나온다고 해서 나를 감싸고 돌진 않으실 것 같다.
그리고 애초에 문자로 받은 방송실 위치가 집에서 그리 멀지도 않으니까.
—근데 트루 무슨 칭호 달고 나올지 궁금하네ㅋㅋ
—여중생 그마 아니면 핵의심 족쇄장인ㅋㅋㅋ
—둘 다 말이 안되누
—근데 팩트는 둘 다 했다는 거임~
—ㄷㄷㄷㄷㄷ
—이건 진짜로 무서운데?
—ㅋㅋㅋ
“자, 그럼 오늘 방송은 여기까지.”
나는 바로 방송 종료 음악을 틀었다.
—???
—아직 12시 반도 안 됐는데?
—내일 평일이야 이 미친 록붕이새끼들아
—평균 방송시간 7.5시간의 트루가 ㅈ으로 보임?
—학교 숙제있음?
—ㅋㅋㅋㅋㅋㅋㅋ
—아ㅋㅋ그건 해야지
—수행평가까지 인정합니다.
“아니, 뭐. 숙제야 학교 가서 하면 되는 거고...”
다름이 아니라, 지금 잠시 구석에 박아 뒀던 록 화면의 친구 신청 수가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었다.
‘익숙한 닉네임들 많네.’
일반적인 시청자들의 무차별 친구 신청과 달리 닉네임부터 팀명에 이름을 더한 데다 뒤쪽의 조작 불가능한 고유 코드조차 내 기억과 동일하다.
“아무래도 확인할 게 좀 있어서요.”
슬슬 수확할 시기였다.
보통 밤늦게까지 일정이 이어지는 게임 팀 특성상, 코치들과 일부 직원들 또한 선수들의 수면 패턴에 맞춘다.
트루가 그랜드마스터로 승격한 직후, 그러니까 오전 열두 시 반은 ST의 직원들 대다수의 정신이 말똥한 시간이었다.
“나 때는 저런 기술 없었는데.”
ST의 코치이자 살아있는 화석, 시즌 1이 아니라 베타 테스터부터 록을 플레이한 안재훈은 헬퍼라고 의심받던 트루의 회피 기동을 다시 보며 감탄사를 연발했다.
“키보드로 저걸 어떻게 해요. 그냥 쟤가 이상한 거지.”
“오, 그래도 후배라고 선배 기 살려주는 거 봐.”
“형은 일단 마스터나 찍으시는 게...”
“뭐라고 했냐?”
선수들이 솔로 랭크를 돌리는 사실상의 휴식 시간에, ST의 코치 중 하나인 안재훈은 1군부터 3군까지 스카우트를 담당하는 박진에게 닦달 아닌 닦달을 하고 있었다.
“씁. 아무튼. 그래서 일단 보내는 놨어?”
“네.”
“...좀 늦게 보낸 거 같은데.”
“아니, 저희도 모니터링 하고 있었다니까요. 근데 막판에 5연승할 줄 누가 알았나...”
그랜드마스터를 찍어야 접촉이라도 하는 게 팀의 스카우트 규정이라 대기하다가 저녁 먹을 즈음에 오늘 승격 견적이 안 나와서 내일을 생각하고 있었는데, 연승하더니 결국 방송을 종료하기 전에 그랜드마스터를 달성해 버린 트루였다.
보통이라면 이 정도 시간 간격은 아무런 문제도 안 됐겠지만, 재훈은 그저 불안하기만 했다.
“그게 문제가 아니라 그냥 우리가 무조건 낚아 채야 해.”
“잘하는 건 아는데, 그 정도예요?”
“막말로 지금 보여준 실력만으로도 그랜드리그 우승은 시켜줄 전력이야.”
“......네?”
LOC라는 게임이 전 세계를 강타한 이후 4대 스포츠들의 절반 규모까지 급성장한 만큼, 2부 리그—그랜드 리그—또한 말도 안되게 수준이 높았다.
그런데 그는 트루라는 중학생 여자아이한테 그랜드 리그조차 너무 좁다고 하고 있었다.
“에이, 재훈이 형님도 농담은.”
“진심이야.”
“그럼 포텐 터지면 어느 정도로 보시는데요?”
“뭐긴 뭐야. LOC 월드컵 우승이지.”
“......진짜로요?”
물론 그 트로피는 하늘이 점지해준다는 말도 있긴 하지만, 보면 볼수록 현 ST의 미드 라인을 굳건히 지키는 프라우드가 떠오르는 그녀의 모습은 왠지 모를 확신을 주었다.
특히 오늘 이른 그랜드마스터 등반에 성공하며 근거를 더하기도 했고.
‘...내가 너무 과소평가했어.’
분명 이틀 전에 트루의 방송을 봤을 때는 그랜드마스터까지 최소 일주일은 더 걸릴 줄 알았는데, 오히려 점수가 높아질수록 그녀가 게임을 터뜨리는 속도가 기하급수적으로 빨라진 탓에 늦어버렸다.
그렇게 초조하게 제발 이쪽을 바라봐 주길 바라고 있던 와중에.
“아. 방송 끝났다.”
“뭐? 벌써?”
재훈은 허망하게 꺼진 화면을 바라봤다.
“일이 있나 본데요?”
“...내일이라도 친구 신청은 받아주려나?”
“글쎄요.”
애초에 방송할 때만 보더라도 트루의 친구창에는 기껏해야 현실 친구 한두 명이 끝이고, 가끔 시청자들이 애원과 설득—보통 많은 돈, 그리고 더 많은 돈—으로 친구 자리를 얻어낸 걸 제외하면 깨끗했다.
“시청자들 신청에 밀려서 저희 걸 볼 수는 있을까요?”
“......”
어쩌면 애초에 친구창을 확인하지 않는 성격일 수도 있었다.
하지만.
그런 걱정이 무색하게, 방송 종료 후 채 10분이 지나지 않아 컴퓨터 화면에 트루의 친구 초대 수락 메시지가 떴다.
“이 친구 센스 있네요. 방송은 일부러 껐나본데?”
사실 프로팀 공식 스카우터들의 계정은 이미 인터넷상에서 유명한 터라 친구창을 슬쩍만 보여줘도 시청자들의 폭발적인 반응을 얻을 수 있다.
스카우터 계정의 친구 추가 신청은 곧 프로로 가는 길이자, 실력을 인정받았다는 나름의 의미 있는 지표 중 하나였으니까.
그녀 또한 그걸 모르진 않을 텐데 방송을 칼같이 끄고선 따로 확인한 모양이었다.
“빨리. 빨리 인사부터 박아. 아, 아니다. 그냥 내일 당장 계약하자고 계약금이랑 관련 설명 빨리 써서 보내.”
“...그럴 거면 재훈이 형이 대신 타자 쳐요. 저보다 타자도 빠르시면서.”
“진짜 그럴까?”
“......”
괜히 맡겼다가 정제되지 않은 말이 튀어나오면 대참사다.
ST의 스카우터는 독설가로 유명한 그에게 키보드를 넘길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True : 안녕하세요]
그렇게 서로 뭘 먼저 보내냐 실랑이를 하는 와중, 오히려 트루의 메시지가 먼저 올라왔다.
[True : ST 스카우트 팀 계정 맞으시죠?]
암요.
그렇습죠.
기어코 스카우터의 키보드를 강탈한 재훈은 프로 시절 키보드 쓰던 실력 어디 안 가는지, 우다다 채팅을 적어 내려갔다.
[ST Scouter : ST 코치 안재훈입니다 다름이 아니라 우리 ST 아카데미에서 트루 선수를 영입하고 싶은데 원하시면 바로 3군 미드로라도 경기에…]
장문의 채팅이 쭉 쓰여 내려갔다.
재훈의 글을 읽어 내려가던 박진은 예상에서 한치의 오차도 없이 일단 지르고 보는 그의 모습에 기겁해서는 키보드부터 뺏었다.
“아니 형 미쳤어요? 우리 아카데미에 널린 게 챌린저 미드라이너예요! 지금 대기중인 애들이 몇인데 얘한테 덥석 3군 경기 출전 권리를 주겠다고 하면 어떡해요?”
아무리 ST에 프라우드라는 벽이 미드에 존재한다지만, 아카데미의 존재 의의는 그 팀에서 주전이 되기 위한 목적만 있는 건 아니다.
프라우드에게 때로 강의 비스무리한 피드백을 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그리고 무엇보다도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팀 중 하나인 ST이기 때문에 유스로 오고 싶다는 미드 라이너는 차고 넘쳤다.
하지만 그런 건 지금 재훈에게 하등 중요하지 않았다.
“응 이미 엔터 쳤어.”
“......”
어째 이 인간은 선수 시절이랑 변한 게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