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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공행상의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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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혁고 야구부의 몇몇 인원들은 고교야구 협회 건물에 초청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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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기에 들어가자 펼쳐지는 건 기자가 쫙 깔려있는 대강당. 오늘 이곳에서, 봄 대회 서울 시드의 시상식이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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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상을 주는 항목은 다음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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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지션별 우수 선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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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격왕, 홈런왕, 타점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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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수 선발, 불펜, 마무리 투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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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대망의 서울 MV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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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시드 A,B,C,D 조의 모든 선수를 통합해 시상하기에, 타지역보다 훨씬 수상하기 어렵다는 평이 지배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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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시상하는 것은 포지션별 우수 선수. 차차 한 명씩 이름이 불리며 단상 앞으로 나가 상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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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혁고 부원 중, 가장 먼저 이름이 불린 건 석운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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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우수 포수, 문혁고 석운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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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하는 홍콩을 대표하는 포수로서 투수들을 훌륭하게 이끌고, 문혁고의 봄 대회 우승에 기여했으므로 본 상을 수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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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미타불, 영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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꾸벅 허리 숙이며 상을 받는 운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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녀석은 시상자와 사진을 찍고는 단상을 내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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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운강이 아니면 누가 받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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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격이면 타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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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비면 수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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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혁고가 창단 첫 해 전국구 고교와 비빌 수 있었던 것은 석운강의 역할이 지대하다. 제대로 된 포수 하나가 얼마나 팀 수준을 끌어올릴 수 있는지 보여주는 좋은 예시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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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10개의 홈런을 칠 수 있었던 것도, 내 뒤의 석운강을 두려워한 투수들이 나와 정면 승부를 해주었기 때문인 것도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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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묵묵히 제 역할을 해주는 안방마님으로서, 등 뒤를 믿고 맡길 수 있는 녀석이다. 아마 녀석이 있는 내년까지는 문혁고가 그럭저럭 돌아가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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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다음으로 이름이 불린 건, 류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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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우수 3루수, 문혁고의 타카히나 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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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하는 발군의 장타력과 안정적인 수비로 팀을 지탱하며, 문혁고의 봄 대회 우승에 기여했으므로 본 상을 수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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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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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긋 웃으며 상을 받는 녀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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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찍이서 구경 온 노아가 방방 뛰며 기뻐한다. 오늘 맞춤 정장을 쫙 빼입고 왔는데 저 녀석 혼자 저런 걸 입을 리는 없을 테고, 아마 그녀의 작품이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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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뭄에 단비 같은 녀석이었지, 진심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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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팀을 꾸렸을 때, 빵꾸 난 내야진 때문에 마음고생이 심했던 나다. 그 고민을 단숨에 불식시킨 게 류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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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가정사 때문에 들개마냥 밖을 나돌던 저 녀석을 데려오기 위해 양아치 50명과 맞다이를 뜨는 등 쉽지 않은 진통도 있었다만, 충분히 그럴 가치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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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를 오래 쉬었음에도 빠르게 적응해서는 훌륭한 활약을 펼친 녀석. 2달 뒤 세종기에서의 활약이 더욱 기대되는 친구라 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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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다음으론, 의외의 부분에서 이름을 불린 선수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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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량 발전상, 문혁고 중견수 지수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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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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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들짝 놀란 녀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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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견수 수상자는 다른 선수였기에 기대도 안 하고 있었는데, 본인 이름이 불리자 놀란 모양이다. 멍한 표정으로 단상 위에 올라가는 지수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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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하는 전년도 대비 일취월장한 모습으로, 공수 양면에서 눈에 띄는 발전을 이루었으므로 본 상을 수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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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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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들부들 떨면서 허리를 숙이는 녀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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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내 시상자와 악수를 하곤 사진을 찍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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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실히 많이 늘긴 했지, 수용이 녀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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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만남 때는 나쁘지 않은 타격에 수비는 폐급인 선수였다면, 지금은 매서운 타격에 봐줄 만한 수비를 가진 선수로 탈바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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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록 이번에 최우수 중견수 상은 타지 못했다만, 세종기가 끝나있을 때쯤 지수용은 서울권 최고의 중견수로 이름을 날릴 거라고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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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포지션별 타자 수상이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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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을 받아온 지수용이 ‘왜 성묵 형님의 이름이 불리지 않은 겁니까…!’ 하고 의문을 제기했다만, 내가 못 받는 게 당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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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뭐 진득하게 나온 포지션이 있어야 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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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발 투수, 우익수, 1루수, 지명타자 등 그때그때 필요에 따라 많이도 옮겨 다녔다. 수비 포지션 중에는 그나마 우익수 출장이 제일 길기는 했다만, 그마저도 이동혁의 출장 시간이 훨씬 더 긴 상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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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상은 저거 아니어도 받을 게 많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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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은 타격 타이틀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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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격왕은 한청고의 최혁수, 타점왕은 한청고의 박태제가 받아 갔다. 어떻게 보면 당연하다고 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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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수 능력치도 엄청난데, 타선이 전체적으로 강하니까 찬스도 많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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엎치락뒤치락 하며 올라온 문혁고와 달리, 한청고는 우리한테 지기 전까지는 모든 경기를 압도적으로 이기며 올라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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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타 개수와 타점 개수에선 유리할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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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그들에게도 빼앗기지 않은 타이틀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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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시드 홈런왕, 문혁고 금성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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짝짝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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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나올 게 나왔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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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도연 누나가 선물한 정장의 옷매무새를 매만지고는 단상 위로 올라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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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하는 서울권 내에서 가장 많은 홈런을 치며, 훌륭한 타격 성적을 이뤘기에 본 상을 수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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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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꾸벅 허리 숙이고는 상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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뭔가 상을 받으면서도, 기분이 참 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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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 대회긴 해도 내가 홈런왕이라니, 나원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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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빙의됐을 때만 해도 상상도 못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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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금성묵의 신체가 타자로서 엄청난 포텐을 가지고 있는 건 알고 있었지만, 결과적으로 이 정도까지 치게될 줄은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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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하나씩 치다 보니까 잔뜩 쌓인 느낌이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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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타이틀을 얻는 건 기분 좋은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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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격 타이틀 시상이 끝나고, 투수 시상으로 넘어간 상황. 나는 상을 받은 지 얼마 되지도 않아 또다시 단상 위로 불려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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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우수 선발투수 상, 문혁고 투수 금성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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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하는 문혁고의 선발 투수로서 많은 이닝을 소화하며 등판한 모든 경기를 승리로 이끌었습니다. 심지어 금강고전에는 노히트 노런을 기록하는 등, 탁월한 피칭으로 다른 투수들의 귀감이 되었으므로 위 상을 수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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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수 없는 소리지만 예상하긴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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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초에 나 아니면 누가 받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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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해줬잖아 그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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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묵 오빠, 축하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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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냐,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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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일처럼 기뻐하는 노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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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머리를 쓱쓱 쓰다듬어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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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뒤에 한청고 투수가 최우수 불펜 상을 받은 뒤, 최우수 마무리 투수가 불릴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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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라면 류택진이 정배겠지만, 준결승을 기점으로 그 수상자가 바뀌었음을 모두가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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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류택진 방어율에 분탕질 좀 쳐놨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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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한테 쓰리런 홈런을 맞으며 순식간에 4점대 초반까지 뛴 류택진의 방어율. 그와 반대로 고고히 방어율 0점을 지키는 마무리 투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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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우수 마무리 투수, 문혁고 투수 이동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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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하는 문혁고의 마무리 투수로서, 봄 대회 전 경기 무실점으로 팀의 뒷문을 완벽하게 봉쇄했습니다. 이는 문혁고의 세종기 진출에 크게 기여하였으므로 이 상을 수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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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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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름 울컥한 듯한 녀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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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시울이 꽤나 붉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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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은 녀석의 수상에 박수치며 기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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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음직한 마무리 투수가 있다는 건 축복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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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회까지만 리드를 지키면 그다음은 저 녀석이 무조건 막아줄 거란 믿음이 있다. 그놈의 북한 이슈 때문에 언제 탈주할 지 모르는 개복치 같은 녀석이었지만, 이젠 그 난관마저 넘긴 지 오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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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기에서도 든든하게 뒷문을 지켜줄 거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그만큼 저 녀석의 ‘인민의 싱커’는 대단한 공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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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포지션별 최우수 선수도, 타격 타이틀도, 투수 타이틀도 시상을 마친 상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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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남은 상은 단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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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상자가 마이크를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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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서울 시드 MVP 호명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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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자리에 있는 선수들 대부분이 이미 결과를 예견한 듯, 누군가를 향해 시선을 집중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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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그 대상은, 당연히 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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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 대회 MVP, 문혁고 투수 금성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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짝짝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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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레와 같이 터져 나오는 박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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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성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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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 4경기 24 1/3이닝 3승 0패, 방어율: 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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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 7경기 타율: 0.519 홈런: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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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린에 뜨는 내 성적들을 배경으로 나는 다시 한번 단상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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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하는 투타 양면에서 압도적인 성적을 거두며 창단 첫해의 팀을 세종기로 이끄는 데 혁혁한 공을 세웠으므로, 서울 시드 MVP로 선정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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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는 내 품에 상을 안겨주는 시상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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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런상, 선발투수 상과 함께 한 아름 내 품에 들어오는 상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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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상자는 내게 마이크를 내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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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상 소감을 한마디 하라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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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VP 특권인가, 나쁘지 않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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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상자 중에 나만이 발언권을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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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헛기침을 하고는, 운을 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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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혁고 3학년 금성묵입니다. 우선 수상자로 선정되어 감사드리고, 굉장히 영광이라고 생각합니다. 오늘 꽤 많은 상을 받았는데, 저는 이걸 오롯이 제힘으로 이뤘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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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동료들이 서 있는 쪽을 쓱 쳐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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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자 어깨를 으쓱하는 동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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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씩 웃고는 이야기를 계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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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이 구장에서 뛰며 기회를 제공해준 동료들, 지도해주신 감독님과 코치님께 우선 감사하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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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외에도 많은 도움을 받았습니다. 전력 분석, 영양 보충, 응원, 부상 관리 등 물심양면으로 지원해준 분들이 아니었다면 여기까지 오지 못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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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연 누나, 올리비아, 노아 등에 크나큰 도움을 받았다. 그리고 내 몸을 치료해준 서혁준 선생 또한 마찬가지. 정말 감사할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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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심호흡을 한 번 하고는, 마지막 멘트를 내뱉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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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강고 전 인터뷰에서, 제가 세종기 우승을 이야기해서 깜짝 놀란 분들이 많았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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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속 놀라게 해드리겠습니다. 끝까지 지켜봐 주시죠, 저희가 어디까지 가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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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말에 반색하며 카메라 플래쉬를 터트리고, 타이핑하는 기자들. 기삿거리를 던져주니 좋아 죽는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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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끝이 난 봄 대회 시상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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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상자들끼리 사진을 찍은 뒤, 우리는 시상식장을 떠나 바깥 정원으로 우르르 빠져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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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휘유, 정신없다 그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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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안 믿깁니다, 제가 상을 받다니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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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소 실내가 더웠는지 셔츠를 풀어제끼는 류지와, 자기가 받은 상패를 보며 초롱초롱 눈빛을 빛내는 지수용. 옆에서 최아담이 다소 부럽다는 눈치로 쳐다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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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큭, 세종기 때는 나도 무조건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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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의를 불태우는 최아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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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탐내던 최우수 유격수 상은 한청고의 한결이 타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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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아담도 현재 폼으로는 상위권 유격수긴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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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점이 있다면 기복이 좀 심하다는 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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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기까지 기간 동안 선구와 컨택을 조금 더 보완한다면, 충분히 전국구 유격수로 이름을 떨칠 수 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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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진이 너는 안 아쉬워? 나름 잘 했잖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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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혁고의 살림꾼을 자처하며 꽤나 쏠쏠하게 활약해준 녀석. 크게 눈에 띄진 않아도 테이블 세터진에서 빠지지 않는 데는 이유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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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진은 머리를 긁적이며 멋쩍게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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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 받을 정도는 아닌걸요. 애초에 2루에는 박태제 선수가 있기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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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쩝, 그렇긴 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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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나마 노려볼만한 게 기량 발전상이었는데, 저건 공수 양면에서 다른 사람이 되어버린 지수용이 타간 상황이라 아쉽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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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히 상 같은 거 못 받아도 돼요. 지금 형이랑 야구 할 수 있는 것만 해도 충분히 행복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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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짜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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훈훈한 분위기 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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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동료들을 불러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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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들 고생 많았고, 밥이나 먹으러 가자. 오늘은 내가 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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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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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문혁고 캡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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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빛을 빛내는 동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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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갑 사정의 여의치 않은 나지만, 믿는 구석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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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흐, 상금 짭짤한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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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런왕, 선발투수 상에서 각각 25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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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VP에서 50만원을 받아 오늘만 100만원을 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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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빈곤한 지갑 탓에 동료들에게 따뜻한 밥 한 끼 제대로 사주지 못했던 상황. 이럴 때 생색 한 번 제대로 부려야 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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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묵아, 괜찮겠냐. 후회할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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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회는 무슨. 자자, 배고프니까 빨리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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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류지의 말을 들었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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돼지고기를 먹지 못하는 핫산을 배려해 소고깃집에 간 우리들. 식사가 끝난 뒤 계산서를 받아든 내 손이 부들부들 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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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액: 1,255,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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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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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산이 역류하는 기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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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껏 먹으랬다고 진짜로 마음껏 먹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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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금을 넘어 내 지갑까지 털리게 된 상황. 손을 부들부들 떨며 결제하려는데, 누군가가 내 어깨를 툭툭 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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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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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 양복 주머니 봐봐요, 주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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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는 쓱 제자리로 가는 녀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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뭔가 싶어 주머니에 손을 넣어보니, 뭔가가 잡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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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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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기에는 웬 편지가 들어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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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봉을 떼고 열어보니, 정갈한 예쁜 글씨체가 눈에 들어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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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묵아, 수상 진심으로 축하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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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 대회 동안 정말 수고 많았고, 앞으로도 늘 곁에서 응원할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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꽤나 진심이 담긴 축하 문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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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입가에 잔잔한 미소를 머금으며 편지를 읽다가, 마지막 부분에서 깜짝 놀라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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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성묵이가 주장이기도 하고, 상도 많이 받을 테니 동료들한테 밥을 사게 될 수도 있을 거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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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들 운동부니까 많이 먹을 테고, 상금만으로는 충당하기 어려울 거 같아서 내 카드를 넣어뒀어. 한도에 제한은 없으니 필요한 만큼 부담 없이 써줘, 다시 한 번 축하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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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연 누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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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사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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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지 봉투에 동봉된 검은색 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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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녀의 하해와 같은 은총에 몸서리 칠 정도로 감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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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젠장, 도연 누나. 이 은혜는 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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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 치료에 바로 더부룩하던 속이 급속도로 편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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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 대회 시상식은 그렇게 모두가 행복한 하루로 끝을 맺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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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데타시, 메데타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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