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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2-14 21:31:57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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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공행상의 시간.

문혁고 야구부의 몇몇 인원들은 고교야구 협회 건물에 초청받았다.

거기에 들어가자 펼쳐지는 건 기자가 쫙 깔려있는 대강당. 오늘 이곳에서, 봄 대회 서울 시드의 시상식이 열린다.

여기서 상을 주는 항목은 다음과 같다.

포지션별 우수 선수.

타격왕, 홈런왕, 타점왕.

우수 선발, 불펜, 마무리 투수

그리고 대망의 서울 MVP.

서울 시드 A,B,C,D 조의 모든 선수를 통합해 시상하기에, 타지역보다 훨씬 수상하기 어렵다는 평이 지배적이다.

우선 시상하는 것은 포지션별 우수 선수. 차차 한 명씩 이름이 불리며 단상 앞으로 나가 상을 받았다.

문혁고 부원 중, 가장 먼저 이름이 불린 건 석운강이다.

“최우수 포수, 문혁고 석운강.”

“귀하는 홍콩을 대표하는 포수로서 투수들을 훌륭하게 이끌고, 문혁고의 봄 대회 우승에 기여했으므로 본 상을 수여합니다.”

“…아미타불, 영광입니다.”

꾸벅 허리 숙이며 상을 받는 운강.

녀석은 시상자와 사진을 찍고는 단상을 내려왔다.

‘뭐, 운강이 아니면 누가 받겠어.

타격이면 타격.

수비면 수비.

문혁고가 창단 첫 해 전국구 고교와 비빌 수 있었던 것은 석운강의 역할이 지대하다. 제대로 된 포수 하나가 얼마나 팀 수준을 끌어올릴 수 있는지 보여주는 좋은 예시랄까.

내가 10개의 홈런을 칠 수 있었던 것도, 내 뒤의 석운강을 두려워한 투수들이 나와 정면 승부를 해주었기 때문인 것도 크다.

아무튼 묵묵히 제 역할을 해주는 안방마님으로서, 등 뒤를 믿고 맡길 수 있는 녀석이다. 아마 녀석이 있는 내년까지는 문혁고가 그럭저럭 돌아가지 않을까 싶다.

그다음으로 이름이 불린 건, 류지였다.

“최우수 3루수, 문혁고의 타카히나 류지.”

“귀하는 발군의 장타력과 안정적인 수비로 팀을 지탱하며, 문혁고의 봄 대회 우승에 기여했으므로 본 상을 수여합니다.”

“감사합니다.”

싱긋 웃으며 상을 받는 녀석.

멀찍이서 구경 온 노아가 방방 뛰며 기뻐한다. 오늘 맞춤 정장을 쫙 빼입고 왔는데 저 녀석 혼자 저런 걸 입을 리는 없을 테고, 아마 그녀의 작품이겠지.

‘가뭄에 단비 같은 녀석이었지, 진심으로.

처음 팀을 꾸렸을 때, 빵꾸 난 내야진 때문에 마음고생이 심했던 나다. 그 고민을 단숨에 불식시킨 게 류지다.

물론 가정사 때문에 들개마냥 밖을 나돌던 저 녀석을 데려오기 위해 양아치 50명과 맞다이를 뜨는 등 쉽지 않은 진통도 있었다만, 충분히 그럴 가치가 있었다.

야구를 오래 쉬었음에도 빠르게 적응해서는 훌륭한 활약을 펼친 녀석. 2달 뒤 세종기에서의 활약이 더욱 기대되는 친구라 할 수 있겠다.

그다음으론, 의외의 부분에서 이름을 불린 선수도 있었다.

“기량 발전상, 문혁고 중견수 지수용.”

“어엇……!?”

화들짝 놀란 녀석.

중견수 수상자는 다른 선수였기에 기대도 안 하고 있었는데, 본인 이름이 불리자 놀란 모양이다. 멍한 표정으로 단상 위에 올라가는 지수용.

“귀하는 전년도 대비 일취월장한 모습으로, 공수 양면에서 눈에 띄는 발전을 이루었으므로 본 상을 수여합니다.”

“가, 감사합니다…!!”

부들부들 떨면서 허리를 숙이는 녀석.

이내 시상자와 악수를 하곤 사진을 찍는다.

‘확실히 많이 늘긴 했지, 수용이 녀석.

첫 만남 때는 나쁘지 않은 타격에 수비는 폐급인 선수였다면, 지금은 매서운 타격에 봐줄 만한 수비를 가진 선수로 탈바꿈했다.

비록 이번에 최우수 중견수 상은 타지 못했다만, 세종기가 끝나있을 때쯤 지수용은 서울권 최고의 중견수로 이름을 날릴 거라고 확신한다.

그렇게 포지션별 타자 수상이 끝났다.

상을 받아온 지수용이 ‘왜 성묵 형님의 이름이 불리지 않은 겁니까…! 하고 의문을 제기했다만, 내가 못 받는 게 당연하다.

‘…내가 뭐 진득하게 나온 포지션이 있어야 말이지.

선발 투수, 우익수, 1루수, 지명타자 등 그때그때 필요에 따라 많이도 옮겨 다녔다. 수비 포지션 중에는 그나마 우익수 출장이 제일 길기는 했다만, 그마저도 이동혁의 출장 시간이 훨씬 더 긴 상황.

‘뭐, 상은 저거 아니어도 받을 게 많으니까.

다음은 타격 타이틀 수상.

타격왕은 한청고의 최혁수, 타점왕은 한청고의 박태제가 받아 갔다. 어떻게 보면 당연하다고 할 수 있겠다.

‘선수 능력치도 엄청난데, 타선이 전체적으로 강하니까 찬스도 많지.

엎치락뒤치락 하며 올라온 문혁고와 달리, 한청고는 우리한테 지기 전까지는 모든 경기를 압도적으로 이기며 올라왔다.

안타 개수와 타점 개수에선 유리할 수밖에.

그러나 그들에게도 빼앗기지 않은 타이틀이 있다.

“서울 시드 홈런왕, 문혁고 금성묵.”

짝짝짝…!

드디어 나올 게 나왔군.

나는 도연 누나가 선물한 정장의 옷매무새를 매만지고는 단상 위로 올라갔다.

“귀하는 서울권 내에서 가장 많은 홈런을 치며, 훌륭한 타격 성적을 이뤘기에 본 상을 수여합니다.”

“감사합니다.”

꾸벅 허리 숙이고는 상을 받았다.

뭔가 상을 받으면서도, 기분이 참 묘했다.

‘봄 대회긴 해도 내가 홈런왕이라니, 나원참.

처음 빙의됐을 때만 해도 상상도 못 할 일이다.

물론 금성묵의 신체가 타자로서 엄청난 포텐을 가지고 있는 건 알고 있었지만, 결과적으로 이 정도까지 치게될 줄은 몰랐다.

그냥 하나씩 치다 보니까 잔뜩 쌓인 느낌이랄까.

아무튼 타이틀을 얻는 건 기분 좋은 일이다.

타격 타이틀 시상이 끝나고, 투수 시상으로 넘어간 상황. 나는 상을 받은 지 얼마 되지도 않아 또다시 단상 위로 불려갔다.

“최우수 선발투수 상, 문혁고 투수 금성묵.”

“귀하는 문혁고의 선발 투수로서 많은 이닝을 소화하며 등판한 모든 경기를 승리로 이끌었습니다. 심지어 금강고전에는 노히트 노런을 기록하는 등, 탁월한 피칭으로 다른 투수들의 귀감이 되었으므로 위 상을 수여합니다.”

재수 없는 소리지만 예상하긴 했다.

애초에 나 아니면 누가 받겠나.

다 해줬잖아 그냥…!!

“성묵 오빠, 축하해요!!”

“오냐, 고맙다.”

제 일처럼 기뻐하는 노아.

나는 머리를 쓱쓱 쓰다듬어줬다.

그 뒤에 한청고 투수가 최우수 불펜 상을 받은 뒤, 최우수 마무리 투수가 불릴 시간.

원래라면 류택진이 정배겠지만, 준결승을 기점으로 그 수상자가 바뀌었음을 모두가 안다.

‘내가 류택진 방어율에 분탕질 좀 쳐놨지.

나한테 쓰리런 홈런을 맞으며 순식간에 4점대 초반까지 뛴 류택진의 방어율. 그와 반대로 고고히 방어율 0점을 지키는 마무리 투수가 있다.

“최우수 마무리 투수, 문혁고 투수 이동혁.”

"귀하는 문혁고의 마무리 투수로서, 봄 대회 전 경기 무실점으로 팀의 뒷문을 완벽하게 봉쇄했습니다. 이는 문혁고의 세종기 진출에 크게 기여하였으므로 이 상을 수여합니다."

“…감사합니다.”

나름 울컥한 듯한 녀석.

눈시울이 꽤나 붉다.

우리들은 녀석의 수상에 박수치며 기뻐했다.

‘믿음직한 마무리 투수가 있다는 건 축복이지.

7회까지만 리드를 지키면 그다음은 저 녀석이 무조건 막아줄 거란 믿음이 있다. 그놈의 북한 이슈 때문에 언제 탈주할 지 모르는 개복치 같은 녀석이었지만, 이젠 그 난관마저 넘긴 지 오래.

세종기에서도 든든하게 뒷문을 지켜줄 거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그만큼 저 녀석의 ‘인민의 싱커’는 대단한 공이니까.

이제 포지션별 최우수 선수도, 타격 타이틀도, 투수 타이틀도 시상을 마친 상황.

이제 남은 상은 단 하나.

시상자가 마이크를 들었다.

“…마지막으로 서울 시드 MVP 호명하겠습니다.”

이 자리에 있는 선수들 대부분이 이미 결과를 예견한 듯, 누군가를 향해 시선을 집중하고 있다.

그리고 그 대상은, 당연히 나다.

“봄 대회 MVP, 문혁고 투수 금성묵.”

짝짝짝…!!

우레와 같이 터져 나오는 박수.

금성묵-

투- 4경기 24 1/3이닝 3승 0패, 방어율: 0.37

타- 7경기 타율: 0.519 홈런: 10

스크린에 뜨는 내 성적들을 배경으로 나는 다시 한번 단상에 올랐다.

“귀하는 투타 양면에서 압도적인 성적을 거두며 창단 첫해의 팀을 세종기로 이끄는 데 혁혁한 공을 세웠으므로, 서울 시드 MVP로 선정합니다.”

그리고는 내 품에 상을 안겨주는 시상자.

홈런상, 선발투수 상과 함께 한 아름 내 품에 들어오는 상들.

시상자는 내게 마이크를 내밀었다.

수상 소감을 한마디 하라는 뜻이다.

MVP 특권인가, 나쁘지 않네.

수상자 중에 나만이 발언권을 얻었다.

나는 헛기침을 하고는, 운을 뗐다.

“문혁고 3학년 금성묵입니다. 우선 수상자로 선정되어 감사드리고, 굉장히 영광이라고 생각합니다. 오늘 꽤 많은 상을 받았는데, 저는 이걸 오롯이 제힘으로 이뤘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나는 동료들이 서 있는 쪽을 쓱 쳐다봤다.

그러자 어깨를 으쓱하는 동료들.

나는 씩 웃고는 이야기를 계속했다.

“같이 구장에서 뛰며 기회를 제공해준 동료들, 지도해주신 감독님과 코치님께 우선 감사하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그 외에도 많은 도움을 받았습니다. 전력 분석, 영양 보충, 응원, 부상 관리 등 물심양면으로 지원해준 분들이 아니었다면 여기까지 오지 못했을 겁니다.”

도연 누나, 올리비아, 노아 등에 크나큰 도움을 받았다. 그리고 내 몸을 치료해준 서혁준 선생 또한 마찬가지. 정말 감사할 따름이다.

나는 심호흡을 한 번 하고는, 마지막 멘트를 내뱉었다.

“금강고 전 인터뷰에서, 제가 세종기 우승을 이야기해서 깜짝 놀란 분들이 많았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계속 놀라게 해드리겠습니다. 끝까지 지켜봐 주시죠, 저희가 어디까지 가는지.”

내 말에 반색하며 카메라 플래쉬를 터트리고, 타이핑하는 기자들. 기삿거리를 던져주니 좋아 죽는 모습이다.

그렇게 끝이 난 봄 대회 시상식.

수상자들끼리 사진을 찍은 뒤, 우리는 시상식장을 떠나 바깥 정원으로 우르르 빠져나왔다.

“휘유, 정신없다 그치?”

“아직도 안 믿깁니다, 제가 상을 받다니이…!!”

다소 실내가 더웠는지 셔츠를 풀어제끼는 류지와, 자기가 받은 상패를 보며 초롱초롱 눈빛을 빛내는 지수용. 옆에서 최아담이 다소 부럽다는 눈치로 쳐다보고 있다.

“큭, 세종기 때는 나도 무조건 받는다…!”

전의를 불태우는 최아담.

그가 탐내던 최우수 유격수 상은 한청고의 한결이 타갔다.

‘최아담도 현재 폼으로는 상위권 유격수긴 해.

단점이 있다면 기복이 좀 심하다는 정도.

세종기까지 기간 동안 선구와 컨택을 조금 더 보완한다면, 충분히 전국구 유격수로 이름을 떨칠 수 있으리라.

“도진이 너는 안 아쉬워? 나름 잘 했잖냐.”

문혁고의 살림꾼을 자처하며 꽤나 쏠쏠하게 활약해준 녀석. 크게 눈에 띄진 않아도 테이블 세터진에서 빠지지 않는 데는 이유가 있다.

도진은 머리를 긁적이며 멋쩍게 웃었다.

“상 받을 정도는 아닌걸요. 애초에 2루에는 박태제 선수가 있기도 하고.”

“쩝, 그렇긴 하네.”

그나마 노려볼만한 게 기량 발전상이었는데, 저건 공수 양면에서 다른 사람이 되어버린 지수용이 타간 상황이라 아쉽게 됐다.

“딱히 상 같은 거 못 받아도 돼요. 지금 형이랑 야구 할 수 있는 것만 해도 충분히 행복하니까요.”

“…짜식.”

훈훈한 분위기 속.

나는 동료들을 불러 모았다.

“다들 고생 많았고, 밥이나 먹으러 가자. 오늘은 내가 쏜다.”

“오오……!!”

“역시 문혁고 캡틴!”

눈빛을 빛내는 동료들.

지갑 사정의 여의치 않은 나지만, 믿는 구석이 있었다.

‘흐흐, 상금 짭짤한데.

홈런왕, 선발투수 상에서 각각 25만원.

MVP에서 50만원을 받아 오늘만 100만원을 벌었다.

그동안 빈곤한 지갑 탓에 동료들에게 따뜻한 밥 한 끼 제대로 사주지 못했던 상황. 이럴 때 생색 한 번 제대로 부려야 하지 않겠는가.

“성묵아, 괜찮겠냐. 후회할 텐데….”

“후회는 무슨. 자자, 배고프니까 빨리 가자…!”

나는 류지의 말을 들었어야 했다.

돼지고기를 먹지 못하는 핫산을 배려해 소고깃집에 간 우리들. 식사가 끝난 뒤 계산서를 받아든 내 손이 부들부들 떨렸다.

총액: 1,255,000

“…썅.”

위산이 역류하는 기분이다.

마음껏 먹으랬다고 진짜로 마음껏 먹네.

상금을 넘어 내 지갑까지 털리게 된 상황. 손을 부들부들 떨며 결제하려는데, 누군가가 내 어깨를 툭툭 친다.

“도진이?”

“형, 양복 주머니 봐봐요, 주머니.”

그리고는 쓱 제자리로 가는 녀석.

뭔가 싶어 주머니에 손을 넣어보니, 뭔가가 잡힌다.

“편지…?”

거기에는 웬 편지가 들어있었다.

밀봉을 떼고 열어보니, 정갈한 예쁜 글씨체가 눈에 들어온다.

[성묵아, 수상 진심으로 축하해…! ]

[봄 대회 동안 정말 수고 많았고, 앞으로도 늘 곁에서 응원할게!]

꽤나 진심이 담긴 축하 문구들.

나는 입가에 잔잔한 미소를 머금으며 편지를 읽다가, 마지막 부분에서 깜짝 놀라고 말았다.

[p.s/ 성묵이가 주장이기도 하고, 상도 많이 받을 테니 동료들한테 밥을 사게 될 수도 있을 거 같아.]

[다들 운동부니까 많이 먹을 테고, 상금만으로는 충당하기 어려울 거 같아서 내 카드를 넣어뒀어. 한도에 제한은 없으니 필요한 만큼 부담 없이 써줘, 다시 한 번 축하해!]

[도연 누나가.]

‘천사인가……!?

편지 봉투에 동봉된 검은색 카드.

나는 그녀의 하해와 같은 은총에 몸서리 칠 정도로 감격했다.

‘젠장, 도연 누나. 이 은혜는 꼭…!

금융 치료에 바로 더부룩하던 속이 급속도로 편해졌다.

봄 대회 시상식은 그렇게 모두가 행복한 하루로 끝을 맺었다.

메데타시, 메데타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