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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2-14 21:31:57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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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망의 봄 대회 결승전.
문혁고와 가현고의 경기가 열리는 종묘 구장.
이번 경기는 이전의 경기들과는 확연히 다른 점이 있었다. 바로 경기장에 오는 관중들의 얼굴이 한결 편안하다는 것.
“휴! 이미 세종기 진출 확정하니까 마음 편하네.”
“그러니까, 결승전은 그냥 보너스 경기 정도라고 생각하면 되잖아!”
봄 대회 결승은 세종기 진출을 확정한 팀들끼리의 대결. 두 달 뒤 열릴 전국대회에서 꿀조에 가느냐, 헬조에 가느냐가 결정되는 경기다.
대권을 노린다면 엄청나게 중요한 경기.
가현고 관중들이 오늘 경기를 ‘이겨야 한다!’라며 구장에 온 것과 대비되게, 문혁고 관중들은 그닥 승리에 집착하지 않았다.
“져도 되는데? 세종기 간 것만으로 기적인데 뭐.”
“대충하는 것만 아니면 끝까지 응원해줄 수 있어!”
즐기는 자 모드에 들어간 학생들.
기왕이면 이겼으면 좋겠다~ 하는 정도지 승리에 그렇게 집착하진 않았다.
밥 먹고 고등 야구 보는 게 일상인 고야갤 역시, 오늘 문혁고의 승리 가능성을 높게 보지 않았다.
-아니, 문혁고 지금 선발 투수진 전멸 아님?
ㄴ ㅇㅇ 갤주도 핫산도 다 공 못 던진다캄
ㄴ그래도 갤주 한 20구까지는 던질 수 있는 거 아님?
ㄴ 야이 씨발 ㅋㅋㅋ 이미 갤주 팔 갈아서 세종기 확정해놓고 또 갈겠다고?
ㄴ 윗윗댓 저 새끼는 ㄹㅇ 악마가 따로 없누
-듣기로는 가현고, 현역 너클볼러 불러서 특훈 했다던데
-대놓고 박찬준 저격인데 ㄷㄷㄷㄷㄷ
ㄴ걔 혼자 7이닝 무조건 이상 먹어야 하니까 너클만 파겠다 이거지 ㅋㅋ
ㄴ독하다 독해; 빈사 상태인 팀 상대로 개빡겜 하네
-지금 가현고 전력은 어느 정도임? 작년 세종기는 못 갔어도 얘네도 명문이잖아
ㄴ대관령고 보다는 약하고, 금강고랑 비슷한 정도??
ㄴ그 정도면 꽤 쎈 편이네... 쉽지 않겠는데
ㄴ가현고 얘네들 문혁고가 A조 안에서도 싸그리 탱킹하면서 올라온 덕분에 전력도 꽤 보전했잖슴 ㅇㅇ;
ㄴ나 오늘 일찍 야구장 왔는데, 문혁고 선수들 피로 꽤 쌓였는지 피곤해 보이더라.
- 문혁고 <- 얘네들 북산엔딩 날 것 같으면 개추 ㅋㅋㅋ
ㄴ ??: 한청고와의 사투에 모든 힘을 쏟아낸 문혁고는 결승에서 거짓말 같은 참패를…
ㄴ 일단 나부터 ㅋㅋㅋㅋㅋㅋㅋㅋㅋ
ㄴ 개추가 와바박~~~~~
ㄴ져도 세종기 가잖아 한 잔해~
“쓰읍, 성묵아. 이길 확률 몇 프로라고 보냐?”
턱을 매만지며 묻는 명신우 감독.
그 옆에서 머리를 긁던 성묵은 잠시 고민하더니 답했다.
“찬준 형님이 얼마나 잘 던지냐 따라 다르겠죠. 7이닝 5실점 안으로 끊어주면 할 만하다 봅니다.”
“일단 실점보다 중요한 게 이닝인데, 가현고도 타선이 또 만만한 편은 아니란 말이지…. 동혁이가 맡아야 할 이닝 늘어나는 순간 게임 터진다.”
“그쵸, 듣기론 너클볼러 데려다가 특훈도 했다는데. 찬준 형님의 벼락치기 너클로 얼마나 버틸 수 있을지… .”
“이런 잔혹한 녀석들, 우리 상대로 거기까지 할 필요가 어딨냐 말이다….”
“후, 그러게 말입니다.”
툴툴대는 문혁고의 감독과 주장.
자신들에게 너무 빡겜하는 거 같다고 불평하는 그들이지만, 왕자 한청고를 박살 내고 올라온 학교에게 방심할 만큼 가현고가 멍청한 학교는 아니었다.
오히려 땜빵 선발인 박찬준조차도, 혹시 모를 가능성을 대비해 철저히 대비한 그들. 문혁고 입장에선 상당히 고단한 경기가 펼쳐질 예정이다.
"후우…."
결승전 선발 투수라는 막중한 임무를 부여받은 박찬준. 처음 선발 등판하는 경기가 이런 큰 경기라는 건 꽤나 긴장되는 일이다.
그걸 아는 동료들은 그의 부담감을 덜어주기 위해 노력했다.
"형님, 부담 없이 팍팍 던지십쇼! 팍팍…!!"
"네, 이 경기는 져도 괜찮으니까요! 아무도 형님 탓 안 합니다!"
그러한 동료들의 말에 픽 웃는 박찬준.
그는 꽤나 진지한 표정으로 관중석을 바라봤다.
“아냐, 열심히 던져야지. 오늘 경기는 소중한 사람이 와서 지고 싶지 않거든.”
“…엣?”
"소중한 사람?"
순간 가족을 불렀나 싶었지만, 의외의 답변이 돌아왔다.
“응, 여자친구가 왔어.”
"……!?!"
문혁고 최고의 노안.
벌써부터 M자가 선명한 머리카락의 그가 여자친구가 있었다니.
모두가 경악을 금치 못했다.
그들은 바로 덕아웃을 뛰쳐나오더니, 관중석을 빠르게 스캔하기 시작했다.
"어딨습니까, 어디에!?"
"찬준햄의 여자친구라니, 궁금해서 버틸 수가 없습니다악…!!"
모두가 궁금해 하자 조심히 손가락으로 어딘가를 가리키는 박찬준.
거기에는 한 소녀가 손을 흔들며 인사하고 있다. 대략 140cm 중반 정도 신장에 어려 보이는 외모의 소녀가.
“저, 저분이요? 진심으로…?”
“찬준 형님, 아무리 그래도 중학생은 좀…!”
야구 경기 중 선발 투수가 경기에 체포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질까 벌벌 떠는 문혁고 멤버들. 박찬준은 진땀을 흘리며 손사래 쳤다.
“애, 애들아. 꽤 어려 보이긴 하지만 나보다 연상이야…!!”
“………!?”
깜짝 놀라는 동료들.
1년 꿇어 20살인 박찬준 보다 연상이라는 건 법적으로 성인이라는 뜻. 그렇게 된다면 딱히 문제 될 건 없다.
‘찬준 형님은 합법 취향이시구나…!
큰 형님의 취향을 알게 된 동료들은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아무튼 지기 싫다는 큰형님의 말에 따라 최선을 다하기로 마음먹은 문혁고 멤버들.
관중석은 오늘도 만석.
꽉꽉 들어찬 종묘 구장에서 봄 대회 결승전은 이제 막 시작됐다.
[종묘 구장에서 인사드립니다! 오늘은 문혁고 대 가현고! 서울 시드 A조 봄 대회 결승전을 여러분과 함께 감상하겠습니다…!!]
[1회 초는 문혁고의 공격부터 시작됩니다! 문혁고의 라인업부터 같이 살펴보시겠습니다…!]
1.최아담 SS
2.도도진 2B
3.타카히나 류지 3B
4.금성묵 RF
5.석운강 C
6.지수용 CF
7.이동혁 DH
8.서경수 LF
9.이태경 1B
선발투수: 박찬준
[금성묵 선수가 다시 4번 타순으로 돌아왔습니다! 오늘은 선발 우익수로 출장! 평소 우익수로 출장하던 이동혁 선수는 지명타자로 출장합니다!?]
[예, 경기 전 명신우 감독의 말을 들어보면, 이동혁 선수도 꽤 체력에 부침이 있어서 오늘은 수비를 쉬게 해줬다고 합니다.]
문혁고의 첫 타자가 들어서며, 경기는 정식으로 시작됐다.
“플레이 볼…!!”
“후우….”
상대 투수는 가현고의 2선발 남상민.
저쪽도 세종기 결정전을 뚫고 온 만큼 1선발은 그 경기에 쓰고 온 상황이다.
그래도 투수진에 대한 평가가 좋은 가현고인 만큼, 그 역시도 나름 명문고에 어울리는 2선발 감이라는 평가를 듣고 있었다.
‘문혁고 이 녀석들, 류한울한테 8회까지 숨도 못 쉬고 당했다고 했지.
그렇다면 자신도 할 수 있을지 모른다.
그런 근자감이 스멀스멀 올라온다.
하지만 한가지 그가 간과한 점이 있다면, 그는 류한울이 아니라는 것이다.
따악!
[아, 최아담 선수 쳤습니다! 좌익수 앞에 뚝 떨어지는 안타…!]
[도도진의 타구가 1루와 2루 사이를 가릅니다! 1루 주자 최아담은 2루 돌아 3루로…! 주자는 무사 1,3루!]
시작부터 매섭게 방망이를 돌리는 테이블 세터진. 문혁고 타선의 진격은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따악!
[아앗, 타카히나 류지! 쳤습니다앗…!! 간다, 간다앗!!]
[넘어갔습니다! 기선을 제압하는 타카히나 류지의 쓰리런 홈런!! 남상민 선수의 입이 떡 벌어집니다!]
[기다렸다는 듯 받아쳤죠? 시원시원한 홈런에 스코어는 3대 0! 앞서나가는 문혁고!]
“나이스 홈런…!!”
“캬, 역시 류지 선배님…!!”
동료들의 환호를 받으며 덕아웃에 돌아간 류지. 4번 타자인 성묵 역시 안타를 뽑아내며 기세를 이어갔지만, 아쉽게도 추가점은 없었다.
첫 투구 전부터 든든한 득점 지원을 받은 박찬준.
마운드에 오르는 그를 중계 카메라가 클로즈업한다. 별 볼 일 없는 무명 투수였던 그이지만, 지금은 사람들의 구미를 당길만한 개성을 지니고 있다.
[오늘 경기의 키포인트는, 땜빵 선발로 출장한 박찬준 선수입니다!]
[박찬준 선수는 고교 리그의 몇 안 되는 너클볼러입니다! 무려 기린고의 세르게이 라스푸틴 선수에게 직접 배웠다고 하죠?]
[예, 그 누구에게도 너클볼을 전수해주지 않던 세르게이 선수지만, 박찬준 선수에게만큼은 성심성의껏 너클볼을 가르쳐줬다고 합니다!]
[과연 오늘 선발 투수인 박찬준 선수가 문혁고에 승리를 가져다줄 수 있을지, 한 번 지켜봐야겠습니다…!!]
가현고 타자들은 독이 바짝 든 채 타석에 들어섰다.
‘이런 듣보잡 너클볼러 따위, 우리가 못 털 리가 없지…!
박찬준은 너클볼을 익히기 전에는 언급 가치도 없는 폐급 투수였고, 익힌 뒤에도 나오는 경기마다 실점했다.
그를 상대로 단숨에 점수를 만회해 경기를 뒤집을 생각뿐인 가현고 타자들이다.
“후우.”
로진을 툭툭 털고 안경을 쓱 밀어 올린 박찬준.
성묵은 문득, 궁금증이 들어 수비 자리에서 그의 스탯창을 읽어 보았다.
띠링!
“…오?”
흥미롭다는 표정을 짓는 성묵.
관중석의 세르게이는 마운드에 선 박찬준을 보며 씨익 웃었다.
"너는 이미 그레이트한 너클볼러다, 찬준."
박찬준은 스펀지처럼 그가 가르쳐 주는 너클볼의 정수를 흡수하고 있었다. 마덕수의 개인 지도와 세르게이의 너클볼 비전이 합쳐지자, 박찬준은 엄청난 속도로 성장했다.
현재 그의 너클볼 스탯은,
무려 A등급이다.
“후읍…!”
초구를 던진 박찬준.
그의 손끝을 떠난 공이 자유분방하게 흔들리기 시작한다.
갈팡질팡.
제멋대로 돌아다니던 공은 이내 석운강의 미트에 그대로 안착한다.
파앙!
“스트라이크…!!”
“……!!”
깜짝 놀라는 가현고의 1번 타자 장진혁.
그는 고개를 세게 저으며 다시 타격 자세를 잡았다.
‘그래, 어쩌다가 잘 들어온 걸 거야. 충분히 공략할 수 있…!
부웅!!
“스트라이크…!”
“큭!”
크게 헛돈 배트.
그건 다음 공에도 마찬가지였다.
부웅!
“스트라이크 아우웃…!!”
삼구삼진으로 덕아웃에 돌아가게 된 장진혁. 그는 어안이 벙벙했다. 그리고는 깨달았다.
‘연습 때 초빙한 너클볼러 보다 훨씬 공이 더러워…!!
위기감을 느낀 장진혁은 팀원들에게 경고했다.
그러나 크게 결과는 바뀌지 않았다.
따악!
“아웃…!”
부웅!
“스트라이크 아웃…!!”
삼자범퇴로 마무리된 1회 말.
박찬준은 다소 어안이 벙벙해진 채로 마운드를 내려갔다.
‘오늘 뭔가 느낌이 좋아…!
꽤나 들뜬 채로 마운드를 내려간 박찬준.
그는 다음 이닝에도, 다다음 이닝에도, 그다음 이닝에도 매서운 호투를 보여줬다.
따악!
“아웃…!!”
딱!
“아우웃…!!”
[아, 4회 말도 무실점! 양질의 피칭을 이어 나가는 박찬준 선수입니다…!]
[넘실넘실 춤을 추는 박찬준의 너클! 전혀 맥을 못 추는 가현고 타선입니다!!]
깔끔하게 이닝을 막고 있는 박찬준과는 반대로, 매 이닝 안타를 맞으며 꾸역투로 버티는 가현고 선발 남상민. 추가 실점은 없었지만 불안한 피칭을 이어가고 있다.
“위험한데, 분위기를 뒤집을 필요가 있겠어.”
가현고 측도 마냥 당하고 있진 않았다.
감독 김지환은 5회 말을 앞두고 선수들을 불러 모아 지시사항을 전달했다.
“너클볼러는 태생적으로 셋포지션에 약하다. 수단 방법 가리지 말고 출루해서 흔들어…!”
““옙!!””
슬슬 ‘대 박찬준 공략법’을 꺼내 들기 시작하는 가현고.
그건 꽤 유효한 공략법이었다.
투웅!
[장진혁 선수의 기습번트…!! 투수와 3루수 사이로 굴러갑니다! 박찬준 선수 뒤늦게 잡아 던져봅니다만…!!]
“세잎, 세이프…!!”
“제가 잡을 걸 그랬네요, 미안합니다 찬준 형님.”
“아냐, 내가 좀 더 빨리 던졌으면 됐는데…!”
서로 사과하는 류지와 박찬준.
어찌 됐건 문혁고는 발 빠른 타자에게 1루를 내어준 상황. 아웃 카운트 하나 잡으면 이닝이 끝나는 상황이지만, 그 하나가 어려웠다.
[장진혁 달립니다…!! 2루에서 세이프…! 여유 있게 2루에 들어가는 장진혁!]
석운강이 엄청난 속도의 송구를 보여줬으나, 너클볼이 느릿느릿 오는 이상 아무리 그라도 도루를 저지하긴 쉽지 않았다.
그렇게 주자는 주자대로 신경 쓰이고, 타자와도 맞서 싸워야 하는 상황 속에 결국 악재가 터지고 말았다.
따악!
“………!!”
[아! 유준희! 쳤습니다! 쭉쭉 뻗어나가는 타구! 담장 넘어갑니다…!!]
[지금은 실투죠? 오늘 상당한 변화각의 너클볼을 보여주던 박찬준 선수입니다만, 지금은 꽤나 밋밋했어요.]
“우와아아아악………!!”
난리가 난 가현고 측 덕아웃.
경기 초반 답답한 양상을 이어가다 탁 터진 시원한 한방이기에, 그 반응은 더욱 강렬했다.
“나이스 홈런…!!”
“역시 준희준희!!”
활기를 되찾은 가현고 측 덕아웃.
이로서 스코어는 3대 2.
턱밑까지 추격당한 상황.
야구는 기세 싸움이란 말이 괜히 있는 게 아니라는 듯, 가현고는 맹공을 이어 나갔다.
[아앗, 3번 타자 김종필! 우익수 앞에 떨어지는 안타!]
[4번 타자 지경필의 타구가 좌중간을 가릅니다…!! 2사에 2,3루! 멈추지 않는 가현고!]
퍼엉-!
“베이스 온 볼스…!!”
볼넷까지 내어주며 어느덧 만루.
가현고 측 관중석의 목소리가 점차 높아졌다.
“투수 졸라 못 던진다…! 가만히 서 있으면 싹쓸이 가능이야!”
“듣보잡 허접 투수 강판시키자!!”
“저, 저게…!!”
“아담형! 참아야 해요, 괜히 나섰다간 그림이 이상해져요…!”
“큭….”
듣다가 발끈한 최아담.
옆의 도도진이 겨우 뜯어말렸다.
“후우….”
투수에게 상당한 프레셔가 가해지는 상황.
가현고 측의 저 많은 관중들이 엄청난 악담을 쏟아내고 있다.
심적으로 흔들리면 신체 밸런스에도 영향이 갈 수밖에 없고, 그 결과 다소 아쉬운 너클볼이 그의 손끝을 떠났다.
따악!
“…………!!”
우측으로 뻗어나가는 큰 타구.
구장의 대다수가 홈런을 확신했다.
[큽니다, 큽니다!! 우측 담장! 우측 담자앙…!!]
“아….”
고개를 떨군 박찬준.
그러나, 아직 포기하지 않은 사람이 있었다.
파바박…!
담장을 향해 전력 질주하는 성묵.
그는 타구를 보고 판단을 마쳤다.
‘할만한데…!?
넘어가는 공인 건 확실하다.
그러나 종묘 구장의 낮은 담장을 생각하면 승부를 걸만하다 생각했다.
“흡…!!”
담장 앞에서 벽을 박차고 뛰어오른 성묵.
그의 몸이 펜스 위로 붕 떠올랐다.
퍼엉-!!
“…………!!”
그의 글러브 안으로 쏙 빨려드는 공.
관중들의 입이 떡 벌어졌다.
[아, 믿기지 않는 호수비…!! 금성묵 선수가 홈런을 낚아챕니다!!]
[아쉬워하며 헬멧을 내던지는 6번 권일영! 만루 홈런이 아웃 카운트 하나로 뒤바뀝니다…!!]
[스코어는 그대로 3대 2! 문혁고가 리드를 유지한 채 이닝을 마칩니다!]
“크아악!! 성묵 형님, 대대손손 가보로 남겨둬야 할 미친 호수비입니다앗…!!”
“짜식이, 오바는.”
덕아웃으로 돌아가며 격렬하게 기뻐하는 지수용.
관중석에서 역시 성묵의 이름을 연호했다.
“금성묵, 금성묵, 금성묵, 금성묵……!!”
환호성과 함께 덕아웃에 돌아온 성묵.
그는 동료들과 하이 파이브 하며 기쁨을 같이 만끽했다.
“성묵아, 나이스 수비…!”
“형님, 당연한 걸 가지고.”
퉁!
박찬준과도 주먹을 맞부딪힌 성묵.
그는 박찬준이 불펜 쪽으로 간 사이, 타자들을 불러 모았다.
“얘들아.”
“………?”
분위기를 잡는 성묵.
그가 이렇게 동료들을 불러 모을 때는 다 그럴듯한 이유가 있었다. 이번 역시도 그랬다.
“큰형님 맞고 왔는데 가만히 있을 건 아니지?”
그가 말한 ‘맞고 왔다’는 여러 가지 의미가 담겨 있었다. 상대 팀 타선은 물론, 가현고 측 관중들에게 찬준이 된통 씹힌 것도 포함해서 말이다.
그라운드에 있던 야수 모두가 불편했던 상황.
최아담을 필두로, 동료들의 눈빛을 활활 불타올랐다.
“절대 아니지, 가현고 이 씹새끼들. 오늘이 니들 제삿날이다.”
“…아미타불, 방금은 저도 좀 화가 났습니다.”
“찬준 형님이 여자 취향이 위험해서 그렇지, 얼마나 좋은 사람인데…!!”
장작을 던져주니 활활 잘 타는 동료들의 분노 게이지.
동기부여에 성공한 성묵은 씩 웃으며 외쳤다.
“자, 가볼까. 가현고 박살내러…!!”
“오오…!!”
6회 초로 접어든 봄 대회 결승전.
문혁고 타자들의 눈빛은 그 어느 때보다 뜨겁게 달아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