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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2-14 21:31:57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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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무리 보육원]
“…하고 있다는 게 봉사였을 줄이야.”
부모 없이 오갈 데 없는 아이들을 키우고 있는 이 시설에, 도연 누나는 매달 한 두 번 이상은 꼭 방문해 봉사한다고 한다.
차에 가득 실은 선물 박스를 아이들에게 나눠주는 그녀를 보고 있자, 보육원장이 내 옆에 서서 말을 걸어온다.
“들었어요, 도연 씨의 지인이시죠.”
“예, 맞습니다.”
“저희는 도연 씨가 얼마나 고마운지 몰라요. 전에도 봉사 활동은 꾸준히 했었는데, 이제는 보육원의 제1 후원자까지 도맡고 계셔요. 어떻게 저런 젊은 나이에 예쁜 마음씨를 가질 수 있는지….”
훌쩍이며 감격하는 보육원장.
그녀는 곧 눈물을 쓱쓱 닦고는 내게 물었다.
“오늘은 도연 씨를 보러 왔다고는 들었지만, 가급적 아이들이 다가오면 모질게 대하지는 말아주세요. 부모 없이 힘들게 자라온 아이들인 만큼 따뜻한 관심이 필요하거든요….”
“…예, 명심하겠습니다.”
나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아이들을 바라봤다.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성인이 되어 자립한 뒤에도 부모를 잃고 난 뒤 모든 걸 잃은 것처럼 힘들었는데, 이 아이들처럼 아예 없다시피 자란 아이들은 얼마나 힘들까 하는 생각.
도연 누나가 이곳에 자주 오는 이유를 조금은 알 것 같았다. 그렇게 멀찍이 보고 있는데, 나를 발견한 그녀가 내게 달려왔다.
“아, 성묵아…!”
내게 달려온 그녀의 이마에는 송골송골 땀이 맺혀있었다. 차에서 선물을 수십 종류씩 꺼내어 주며 꽤나 힘을 쓴 모양이다.
“대단하네, 안 힘들어?”
“안 힘들다면 거짓말이겠지만 괜찮아, 아이들의 미소 한 방이면 금방 회복되는걸.”
씩씩한 미소를 짓는 도연 누나.
나도 씩 웃는데, 뭔가 평소랑 다른 게 보였다.
“누나, 차 바꿨어?”
“아….”
분명 포르쉐에서 나온 SUV를 탔던 걸로 기억하는데, 꽤나 오래된 고물 SUV를 타고 온 그녀.
거기에는 다 이유가 있었다.
“…요즘 아이들도 고급 차 브랜드를 알 만큼 알더라고, 위화감 느끼는 애들이 있을까 봐 여기 올 때만 직원 차를 잠깐 빌리고 있어.”
“오오….”
그런 깊은 뜻이 있을 줄이야.
세심한 부분까지 저렇게 남을 배려할 수 있다니. 나는 죽었다 깨어나도 못할 것 같아 뭔가 그녀에게 묘한 경외심마저 들었다.
그렇게 그녀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는데, 갑자기 보육원장이 종종걸음으로 우리 둘에게 달려왔다.
“헥, 헥…, 도연 씨. 실례가 안 된다면 부탁 하나만 해도 될까요? 염치 없는 이야기지만, 부탁할 사람이 도연 씨밖에 없어서….”
“앗, 당연하죠. 부담 갖지 말고 말해주세요.”
“정말, 정말 감사해요! 일단은 이쪽으로….”
화색이 되어선 도연 누나를 어딘가로 데려가는 보육원장. 그리고 나는 곧 보게 되었다.
“…………!?!”
보육원에서 보게 될 거라고는 상상도 못 했던, 그녀의 파격적인 코스튬을 말이다.
“내가 어쩌다 경찰 코스튬을….”
안절부절못하며 몸을 배배 꼬는 그녀.
도연의 굴곡 있는 몸매에는 다소 의상이 꽉 끼는데, 그게 또 나름대로 그녀의 폭력적인 몸매를 부각했다.
“……크흠.”
계속 보고 있기 뭐해 시선을 돌렸다.
보육원장에게 들어보니, 여기 보육원에는 주기적으로 안전 교육을 한다고 한다.
특히 밖에서 돌아다니다 자동차 사고 등으로 변을 당하는 일이 많아, 교통안전을 특히 신경 써서 교육한다고.
그런데 생판 일반인이 말해봤자 아이들이 들어먹질 않아 한가지 수를 썼고, 그게 바로 경찰복과 유사한 코스튬을 입고 교육하는 거라고 한다.
그렇다고 실제 경찰을 초빙하기엔 절차가 복잡해 이렇게 주먹구구식으로 하고 있었다는데, 오늘은 교육을 해줄 만한 인원이 죄다 연차를 썼다나.
나름 이 교육 시간을 좋아하던 아이들의 기대를 배반할 수도 없는 노릇이라, 도연 누나에게까지 부탁하게 됐다고.
“해볼게요, 아이들을 위한 거라면…!”
일단 맡게 되었으니 열심히 해보겠다는 도연.
준비된 대본만 PPT를 따라 읽어도 그만인데, 그녀는 꽤나 열심히 맡은 걸 수행했다.
"자동차가 멈춰 있다고 그 앞이나 뒤에서 놀면 아주 위험해요. 운전석에서는 키가 작은 친구들이 잘 안 보일 수 있거든요."
"길을 건널 때는 꼭! 이렇게 생긴 하얀 줄무늬, '횡단보도' 위로만 가야 해요. 다른 데로 막 건너면 안 돼요. 약속!"
““약속……!!””
"오늘 배운 것들, 꼭꼭 기억해서 우리 모두 다치지 않고 건강하게 지내기로 해요! 알겠죠?"
““네에……!!””
아무런 이질감 없이 교육을 소화한 그녀.
보육원장은 ‘제가 본 그 어떤 발표 보다도 훨씬 훌륭해요…!!’라며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분석하고 일목요연하게 설명하는 능력 하나는 세계관 탑이니까.
좋은 의미로 능력 낭비랄까.
그렇게 훈훈하게 교실을 바라보고 있는데, 창밖에 누군가가 눈에 띄었다.
“저 아이는…?”
“아, 하준이 말씀이시군요.”
급격히 어두워지는 보육원장의 얼굴.
나는 곧 자초지종을 들을 수 있었다.
‘다른 애들이랑 섞여서 안 놀고, 맨날 나가서 벽에다가 야구공만 던진다라….
뭐랄까, 왠지 눈에 밟힌다.
모든 사람들에게 벽을 치고 있는 것 같긴 하지만, 일단 야구에는 관심이 있어 보이니 이야기가 조금은 통하지 않을까.
원장에게 허락을 받은 나는 일단 녀석과 이야기를 나눠보기로 했다.
‘조심, 조심….
살금살금 녀석의 뒤로 다가가, 대뜸 녀석에게 말을 걸었다.
“뭐하니, 하준아.”
“…………!!”
화들짝 놀라는 녀석.
그리고는 신경질적으로 반응한다.
“뭐야…!! 고리타분한 교육 따위 관심 없다고 말했…!!”
홱 하고 뒤돌아보는 녀석.
그런데 곧 녀석의 눈동자가 초롱초롱하게 바뀐다.
“그, 금성묵…!!”
“너 나 알아?”
“다, 당연하죠. 문혁고 에이스 금성묵 형이잖아요…!!”
대뜸 날 알아보는 녀석.
요즘 길거리에서 날 알아보는 사람이 늘긴 했지만, 이건 꽤나 신기한걸.
“형 나온 경기는 전부 챙겨봤어요…! 금강고전부터, 기린고전, 대관령고전, 한청고전까지 전부…!!”
“나 참, 이런 곳에서 팬을 만날 줄이야.”
꽤나 신나 보이는 하준이.
나는 녀석의 머리를 슥슥 쓰다듬고는 말했다.
“캐치볼이나 한번 할래?”
“헉, 그래도 돼요…!? 그치만 형, 피곤하실 텐데….”
내 체력을 걱정하는 녀석.
나는 피식 웃음이 나왔다.
‘코흘리개랑 캐치볼 몇 번 했다고 몸에 무리 올 정도면, 야구로 밥 벌어먹고 못 살지.
나는 녀석의 머리를 쓱쓱 강하게 훑고는 말했다.
“당연히 괜찮지 임마, 내가 몸이 얼마나 튼튼한데.”
“오…!!”
화색이 되는 하준이.
그렇게 우리 둘은 글러브를 끼고는 캐치볼을 시작했다. 신기한 게, 녀석도 나와 똑같은 왼손잡이다.
“하준이 네가 몇 살이지?”
“초등학교 4학년, 11살이요…!”
“그렇구만.”
딱히 야구를 어디서 배운 건 아니지만, 보고 들은 건 좀 있는지 자세는 나쁘지 않다. 독학으로 이 정도면 합격이다.
“나중에 되고 싶은 거 있어? 뭐 많잖아, 변호사라든지, 의사라든지.”
“당연히 야구선수죠. 그거만큼 멋있는 직업이 어디 있다고.”
“그건 맞긴 하지.”
“나중에 스타 선수가 되어서, 별무리 보육원의 모두를 책임질 거에요.”
“허어….”
꽤나 엄청난 소리를 하는 녀석.
흑인 커뮤니티에선 밖에서 성공한 한 명이 전체를 책임지는 호미(Homie)문화가 있는데, 뜬금 이걸 자기가 하겠다는 녀석.
아직 세상 물정 모르는 철부지의 치기로 여길 수도 있겠지만, 나는 녀석의 말이 썩 나쁘게 들리지는 않았다.
‘사내자식이 저 정도 그릇은 되어야지.
파앙!
나는 글러브를 두들기며 하준이를 칭찬했다.
“대단한데, 너 남자구나?”
“당연하죠…! 그리고 프로 선수가 되기 전에 고등학교는, 꼭 문혁고로 갈 거예요.”
“응…?”
굳이 좋은 선택지들 놔두고 여길…?
문혁고는 그냥 다른 학교를 못 가는 상황이라 택했을 뿐, 야구부로서 아무런 헤리티지도 장점도 없는 학교다.
얘가 다 클 때면 문혁고는 높은 확률로 ‘세종기, 진출했다고….’만 외쳐대는 개퇴물팀이 되어있을 텐데.
아무리 내 팬이라지만, 이건 아니다.
“다시 생각해봐. 다른 명문 학교도 많잖아?”
고개를 도리도리 젓는 녀석.
녀석의 눈은 한없이 진지했다.
“문혁고의 야구에는 다른 고교야구팀과 다른 뭔가가 있어요…! 전 나중에 꼭 문혁고에 입학해서 형처럼 멋진 에이스가 될 거예요!”
“크윽….”
거기까지 말하는 거냐.
젠장, 저런 말을 듣고 가만히 있을 순 없지.
“좋아, 하준이가 문혁고의 에이스가 될 재능이 있을 지, 내가 직접 테스트해 주마.”
“와아…!!”
사실 뭔가 말이 이상하지만, 틀린 말은 아니다.
문혁고 같은 신생 핫바지 팀을 혼자 캐리하려면 어마무시하게 잘해야 하지 않겠는가?
재능이 그 정도가 아닌 거 같으면 순순히 포기하고 적당한 명문고나 가라고 살살 달래야겠다.
“오케이, 던져봐.”
“네, 던질게요!”
투수처럼 자세를 잡고 공을 뿌리는 녀석.
공을 10개 정도 던졌는데, 받아본 내 입장이 어땠냐?
‘이 녀석, 재밌는 볼을 던지는데.
강속구의 재능이 있는 것 같지는 않다.
그런데 볼이 지저분하다.
이건 또 이것대로 재능이다.
그냥 직구 그립 잡고 던졌을 뿐인데 자연적으로 공이 지저분해지는 ‘무빙 패스트볼’의 재능은 아무나 가지고 태어나는 게 아니니까.
‘흠, 대충 테크트리가 떠오르긴 하는데.
일단은 초4가 아주 늦은 건 아니지만 빠른 것도 아닌 만큼, 정식 야구부에 들어가서 배워야 한다. 아마 내가 부탁하면 도연 누나가 재정적 지원은 해줄 거다.
‘그다음은, 내가 아는 여러 가지 꼼수들.
게임의 고인물인 내가 알고 있는 여러 가지 성장 꿀팁. 세상에 풀 생각은 추호도 없지만, 보육원의 꿈 많은 아이에게 알려주는 정도는 괜찮겠지.
“될 수 있겠다, 문혁고 에이스.”
“정말요?!”
“그런데 그러려면, 체계적인 훈련이 필요해. 내가 어떻게 훈련했는지 한번 배워볼래?”
“헉, 좋아요…!!”
“자, 나중에 중학교나 고등학교 올라가서 시간 날 때 해봐. 일단 전북 남원시에 구룡폭포라는 곳이 있는데, 거기에 가면….”
“……!!”
내 훈련법이라니까 눈빛을 빛내는 녀석.
나는 녀석이 하면 좋을 법한 여러 가지 이스터 에그성 훈련법들을 알려줬다.
물론 나는 하준이가 리스트의 절반도 채 하지 못할 거라고 확신했다. 머리가 클수록, 맨정신으로 저런 이상한 훈련을 하기란 쉽지 않을 테니까.
‘그래도 뭐, 저 리스트 반의반만 하더라도 또래 중에서 중간은 가겠지.
딱 그 정도 생각이었다.
이때의 나는 몰랐다.
내가 내 손으로 미래에 문혁고의 2차 전성기를 이끌 괴물을 키우고 있다는 것을….
아무튼 얼추 끝이 난 하준이의 코칭.
녀석은 꽤나 신나 보였다.
그러다가 뭔가를 발견했는지, 표정이 잠깐 묘하게 바뀐 녀석. 이내 내 옆에 착 붙어서는 속닥댄다.
“형, 도도연 누나랑 친하죠?”
“친하지, 왜?”
“그, 음…. 이걸 말해도 될지 모르겠는데….”
머리를 긁적이며 고민하는 녀석.
이내 나는 믿을 수 있다고 생각했는지, 자기가 본 걸 털어놓는다.
“행사가 있을 때마다 다 빼먹고 담장 앞에 있다 보니 알게 된 건데, 도연 누나가 보육원에 올 때마다 담장 밖에서 누나를 지켜보는 아저씨가 있어요.”
“……!?”
꽤나 놀랐다.
스토커가 붙은 것일까.
나는 좀 더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보기로 했다.
“어떻게 생겼는지 말할 수 있겠어?”
“일단 몸집이 되게 크시고, 안경도 쓰시고, 수염도 깔끔하고, 나름 아저씨 중에서는 잘생긴 편인 것 같아요….”
“어?”
머릿속에 누군가가 떠오른다.
그런데 그 사람은 도연 누나의….
“아, 저기 저 사람이에요!”
“…!”
홱 하고 고개를 돌려 바라보자, 한 중년 남성과 눈이 마주쳤다.
“도학훈 회장…?”
“………!”
내가 본인을 알아본 것을 눈치챘는지 후다닥 도망가버리는 도학훈. 쫓아갈까 했지만 나는 굳이 그러지 않았다.
‘…냄새가 나, 분명히 뭔가가 있어.
한국 야구 협회장이자, 도연 누나와 도진의 친부인 도학훈.
두 남매를 버리고 재혼을 한 최악의 친부라고 듣기는 했다만, 도진의 말대로 그에겐 뭔가 말 못 할 사정이 있어 보인다. 그렇지 않고서야 그렇게 애절한 눈빛을 할 리가 없다.
‘조만간 한 번 찾아가 볼까.
어릴 때부터 부모가 없다시피 자란 도씨 남매다. 부모 자식간에 뭔가 오해가 있었다면 풀 수 있도록 도와주고 싶었다.
물론 도연 누나와 도진이 나와 연이 깊어서 그런 것도 있지만, 다른 속셈이 없는 건 아니었다.
‘야구계 최고 권력자 중 한명인 그와 연을 터 둬서 나쁠 건 없겠지.
한국은 인맥이 꽤나 중요한 사회.
어디 국가대표에 선출되거나, 상 하나를 받을 때도 협회 측에 아는 사람 하나라도 있으면 훨씬 이야기가 수월하게 진행된다.
심지어 협회장쯤 되면, 두말할 필요도 없겠지.
“하준아, 이건 우리 둘만의 비밀이다. 알겠지?”
“넵, 알겠어요…!!”
신이 나서 반기는 녀석.
이제 슬슬 돌아가야겠구만.
“형, 내일 봄 대회 결승전도 힘내요. 꼭 본방사수 할게요…!!”
“오냐, 한 방 날릴 테니 보고 있으라고.”
내일 경기엔 아마 지명 타자로 나오겠지. 태양신맥이 없다고 생각하니 가슴 한 켠이 답답하지만, 일단은 벌어둔 깡스텟으로 어떻게든 해보는 수밖에.
나는 녀석의 머리를 쓱쓱 쓰다듬고는, 다시 보육원 건물로 돌아갔다.
“아, 성묵이 왔어?”
그러자 교육이 마무리되고 뒷정리 중인 도연 누나가 보인다.
이 교실에는 나와 도연누나 둘뿐.
나는 그녀 옆에서 정리를 적당히 도와선 빠르게 일을 마무리했다.
“수고했어 성묵아…! 하준이랑 얘기는 잘 했어?”
“응, 내 팬이라던데. 잔뜩 팬서비스해주고 왔지.”
“앗, 정말…?”
겸사겸사 캐치볼도 해주고, 투구 지도도 해줬다 하니 반색하는 도연 누나. 하준이가 꽤나 신경 쓰였던 모양이다.
“아, 그나저나 누나. 오늘 혹시 시선 같은 거 느낀 적 없어?”
“시선……?”
내 말에 갸우뚱하는 도연 누나.
그녀는 곧 손뼉을 딱 치며 말했다.
“아, 있어!”
“…!”
그녀도 친부의 시선을 어렴풋이 느끼고 있던 것일까 싶었는데-.
“오늘 애들이 경찰복을 엄청나게 보더라. 정말로 애들이 경찰 의상을 좋아하나…?”
“……….”
나는 슬쩍 시선을 내렸다.
금방이라도 터질 듯이 꽉 끼는 의상.
아무리 어려도 남자는 남자.
자기도 저 압도적인 풍만함에 시선이 간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보았다.
“저, 저기. 성묵아….”
“응?”
“그렇게 빤히 보면 부끄러운데….”
“………!!”
나는 곧바로 홱하고 고개를 돌렸다.
잠깐 훔쳐본다는 것이, 가슴을 너무 뚫어져라 쳐다보다가 들켜버렸다.
‘젠장, 부끄럽게시리.
묘하게 흐르는 기류.
나는 헛기침을 하고는 머리를 긁적이며 말했다.
“…크흠, 잘 어울려서 나도 모르게.”
“놀리는 거지?”
“아니, 진짜로.”
“……!”
얼굴을 붉히는 도연 누나.
잠시 정적이 흐른다.
슬며시 머리카락을 귀 뒤로 넘기는 그녀. 다소 부끄럽다는 듯,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한다.
“…그러면 더 봐도 되는데.”
“……!”
이 무슨 폭력적인 문장인가.
아마 태양신맥이 살아있다면, 뭔가 반응했을지도 모르겠다.
“크흠.”
이거 원.
봐달라는데 안 봐줄 수도 없고.
도연 누나의 간곡한 부탁을 들어주기 위해 시선을 돌렸다. 그 순간.
파앙!
“꺄앗……!?”
갑자기 펑 하고 터진 의상의 단추.
그녀의 거대한 흉부의 압박 속에서 겨우 버텨내던 단추가 터져버린 것이다.
그렇게 날아오른 단추는 빠르게 날아올랐고-,
“켁.”
정확히 내 이마에 직격했다.
나는 그대로 뒤로 넘어갔다.
쿠당탕!
“꺄악, 성묵아…!!”
단추가 터져 그대로 검은색의 레이스 속옷이 드러났음에도, 내가 단추에 맞고 뒤로 넘어가자 어쩔 줄 몰라 하는 그녀.
‘……와, 보소.
내 눈앞에서 흔들리는 거대한 둔덕을 보며 나는 생각했다. 사실 딱히 아프지도 않지만, 한동안은 아픈 척해도 되겠다고.
아무튼, 결승전 전날.
여러모로 알찬 휴식일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