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Add 3 AI agents (writing, revision, story-continuity specialists) - Add 4 slash commands (rovel.create, write, complete, seed) - Add novel creation/writing rules - Add Novelpia reference data (115 works, 3328 chapters) - Add CLAUDE.md and README.md 🤖 Generated with [Claude Code](https://claude.com/claude-code) Co-Authored-By: Claude Opus 4.5 <noreply@anthropic.com>
15 KiB
"너클볼 말입니까?"
놀란 표정으로 되묻는 석운강.
박찬준이 뭔가를 익혀왔는데, 그게 너클볼이라 하니 상당히 놀란 반응이다.
"그래, 기린고의 세르게이에게 배웠어."
"…너클은 결코 쉬운 공이 아니지만 제대로 익혔다면 엄청난 공인 건 의심할 여지가 없습니다, 실전에서 쓸 수 있는 공인지 제가 한 번 받아보겠습니다."
라커룸에서 큼지막한 가방을 꺼내더니, 글러브 하나를 꺼내 드는 녀석. 거기에는 기존의 포수 미트보다 큼지막한 미트가 들어있었다.
"뭐야, 너클 전용 미트까지 있었어?"
"예, 아무래도 소림사에 도전할 때 너클볼을 들고 오는 시주들도 있다 보니, 준비해뒀었습니다. 이걸 문혁고에서 쓰는 날이 오게 될 줄은 몰랐군요."
그렇게 미트를 바꿔 낀 뒤, 불펜으로 나가 포수 자리에 쪼그려 앉은 운강.
"박찬준 시주, 한 번 던져보시지요."
"응, 던져볼게."
심호흡을 크게 내쉰 박찬준.
그의 너클이 넘실대며 석운강의 미트를 향해 나아가기 시작했다.
퍼엉!
"......!!"
잡아냈음에도 놀라는 표정의 운강.
녀석은 표정이 딱딱하게 굳은 채로 그다음 공을 요구했다.
"한 번 더 보겠습니다."
퍼엉!!
"…이건."
답지 않게 상당히 동요하는 석운강. 캐칭의 귀재답게 놓치지는 않았지만, 공의 움직임 자체에 상당히 놀란 눈치다.
"금성묵 시주, 혹시 타석에 한 번 들어와 보시겠습니까?"
"음?"
대체 어떻길래.
일단 나는 헬멧을 대충 눌러쓰고는 타석에 들어섰다. 그렇게 미트를 향해 날아들기 시작하는 박찬준의 너클볼. 곧 나는 왜 석운강이 그런 이야기를 했는지 알 수 있었다.
'…뭐야 이거?!'
너클볼 자체의 변화무쌍함은 둘째치고, 매 공마다 박찬준의 투구 릴리스가 조금씩 다르다.
투수로서 정석적인 루트를 밟으며 성장한 게 아닌 만큼, 자기만의 투구폼이 확실히 정립되어있지 않아서 생기는 문제다. 그런데 평소 같으면 단점일 이 문제가 꽤나 재밌는 현상을 만들었다.
"금성묵 시주, 어떻습니까."
"…좋은데? 기본기가 부족한 게 오히려 장점이 될 줄이야."
그 매번 바뀌는 릴리스에서도 얼추 제구는 잡아둔 박찬준이다. 본인이 의도해서 바꾸는 게 아닌, 그냥 폼이 근본이 없어 매구 흔들리는 게 너클볼 특유의 무브먼트와 결합하니 상당한 시너지가 나왔다.
"세르게이 라스푸틴 선수와는 또 다른 느낌입니다."
“그래, 그쪽이 곡선이라면, 이쪽은 직선이 휙휙 꺾이는 느낌이랄까.”
세르게이가 나비라면 박찬준은 벌 쯤 될까. 취향 차이겠지만 기존의 너클볼러들과는 상당히 다른 뭔가라는 점에서 가산점을 주고 싶다.
'아직 B+인데도 이 정도인데, 그 이상 숙련도가 쌓인다면?'
이거, 꽤 무서운 너클볼러를 만들어버린 걸지도 모르겠다.
퍼엉!!
"스트라이크 아웃!!"
"........!!"
대뜸 등장한 너클볼에 붕붕대다 삼진을 당한 6번 타자 신철웅. 그는 전에 없이 당황한 모습이다.
[신철웅 선수 당황합니다...! 저희도 당황스럽긴 마찬가지인데요!]
[수준급의 너클볼을 보여주는 박찬준 선수입니다...!! 방금 던진 5구 전부 너클볼이었는데요, 박찬준 선수가 원래 너클볼을 던지는 선수였던가요!?]
[아니요, 당장 이전 경기의 기록만 봐도 너클의 니은 자도 찾아볼 수가 없습니다...! 아마 급하게 익힌 것으로 추정됩니다!!]
[벼락치기로 저 정도라니, 놀라지 않을 수가 없군요. 대관령고를 쫓아가야 하는 문혁고의 입장에선, 박찬준 선수가 얼마나 버텨주는지가 그 무엇보다 중요하겠습니다!!]
그 누가 예상했겠는가.
별 볼 일 없는 가비지 투수가 너클볼이라는 유니크 구종을 배워서 돌아오리라는 걸. 전혀 예상치 못했던 만큼, 대관령고는 제대로 된 대처를 하지 못했다.
따악!
"아우웃…!!"
투수 앞 땅볼을 치고 아웃당하는 9번 타자.
이로써 공수 교대되며 다시 문혁고의 공격.
매 이닝 홈런을 얻어맞으며 실점하던 상황에, 땜빵 투수가 올라와서 깔끔하게 이닝을 막아냈다. 안 그래도 8대 0의 스코어를 8대 5까지 좁힌 마당에, 투수까지 이런 모습을 보여주면 희망을 안 가질래야 안 가질 수가 없다.
-와 개뜬금 너클볼 뭐임??? 원래 던질 줄 알던 투수임?
ㄴ 노노, 새로 배워온 것 같은데
ㄴ이전 경기들에선 가비지 이닝 먹으러 나왔다가 개쳐맞은 기억밖에 없음 ㅇㅇ
ㄴ 벼락치기가 저 정도라고? ㄷㄷㄷ
-ㅅㅂ ㅋㅋㅋㅋㅋㅋ 문혁고 진짜 야구 ㅈㄴ 재밌게 하네 ㅋㅋㅋㅋ 별의 별 놈이 다 튀어나와
-근데 얘 고딩 맞음? 거의 뭐 생긴 건 우리 삼촌인데
ㄴ ㄹㅇ 이거 민증 검사 함 해봐야 한다
ㄴ나 프로 편돌이인데, 박찬준 얘한테는 무저항으로 담배 팔 자신 있다
-와 근데 석운강 캐치 개 지린다. 아직 고딩인데 너클볼 하나도 안 흘리네
ㄴ괜히 석운강 챌린지 했겠냐 ㅋㅋㅋ 거기에도 너클볼러 날고기는 애들 다 갔는데도 다 잡아냄
-대관령고 감독 쌍욕 마렵겠네 ㅋㅋ 추가점 뽑아서 도망치려 했더니 뜬금 너클볼러 튀어나옴
그렇게 맞이한 5회초 공격.
9번 이태경과 1번 최아담이 아웃되며 타석에는 2번 타자 도도진.
“후우….”
호흡을 다지는 도진.
성묵은 선구 스텟 A+, 포텐셜 S에 다다른 그의 스텟창을 보면서 씩 웃었다.
‘설마 제 발로 동물원에 또 갈 줄이야.’
훈련까지 빼먹고 어딜갔나 했더니, 그 동물원에 가서 기어코 선구 스텟을 올리고 돌아왔다. 주장인 성묵 입장에선 예뻐하지 않을 수가 없는 동료 타입이다.
“크윽, 슬슬 큰 거 한방 터져줘야 하는데 말입니다....!”
“맞기는 한데, 도진이 타석에선 무리지 아무래도.”
성묵의 말에 훽하고 돌아보는 지수용.
동갑내기 친구에 대한 디스라고 생각한 모양이다.
“에엣, 성묵 형님...! 혹시 모르는 거 아닙니까!”
“거의 로또 맞을 확률이라 봐야지. 너 도진이가 담장 근처 가는 타구 치는 거 본 적 있냐?”
“엇, 없는 것 같은데요…!!”
금세 납득한 지수용.
파워 스텟이 F에 불과한 도진이 큰 타구를 치는 건 아무래도 쉽지 않다. 그래도 장타력은 아쉽지만, 출루하는 거라면 이야기가 다르다.
‘도진이 녀석, 분위기가 많이 달라졌지.’
호랑이와 맞붙으며 뭔가 계기라도 찾은 건지, 다소 흐리멍텅하던 눈이 금방 레이저라도 나올 것처럼 또렷하다. '뭔가 해줄 것 같은 느낌' 그 자체랄까. 바로 그 순간.
따악!!
쭉쭉 뻗어나가는 도진의 타구.
우선 전력질주하는 도진, 그런데 타구가 심상치 않다.
[도도진 선수 쳤습니다! 어, 어어. 어어어…!!?]
슬슬 공이 어디든 떨어질 때가 됐는데, 결코 떨어지질 않는다.
"뭐, 뭐야 이거!"
".......!?"
팀 동료들마저 경악을 금치 못하는 타구의 행방. 쭉쭉 뻗어나간 공이 발견된 곳은, 우측 담장 넘어서였다.
투웅!!
[아앗, 넘어갑니다앗...!! 도도진의 솔로포! 이미 3루를 향해 달리고 있던 도도진 선수가 믿기지 않는다는 눈으로 심판을 바라봅니다!]
[지금 보시면 아시겠지만, 배트 중심에 그림같이 잘 맞았거든요? 고교 통산 첫 번째 홈런을 터트리는 도도진 선수입니다! 스코어는 6대 8! 두 점 차로 추격하는 문혁고입니다...!!]
“와, 진짜 터졌네, 로또...”
전혀 예상치도 못한 도진의 홈런에 얼떨떨한 성묵과 동료들. 아무튼 동료가 어떤 방식으로든 점수를 벌어다 주는 건 기뻐할 일이다.
본인조차 얼떨떨한 표정으로 덕아웃에 들어선 도도진은 동료들의 무차별적인 폭격에 헬멧 찜질을 당했다.
아파하면서도 꽤 기분이 좋아 보이는 도진. 고야갤 채팅에는 물음표가 끝도 없이 올라왔다.
-?????????
-뭐임???
-와 개 뜬금포 뭐냐
ㄴㄹㅇ 뜬금포네 천동찬 표정 개썩
ㄴ똑딱이라 컨택툴은 원래 괜찮았음. 근데 공이 저렇게 멀리 간다고??
-팩트) 그냥 투수가 병신같이 던짐
ㄴ스윙 ㅈㄴ 이쁜데 야알못 쿨찐아;
-도도새가 장타력을 숨김 ㄷㄷ
ㄴ어떻게 사람 이름이 멸종된 새Goat ㅋㅋㅋㅋㅋ
ㄴ익룡진 ㅋㅋㅋㅋ
ㄴ시조새진 ㅋㅋㅋㅋㅋㅋ
문혁고의 상승세는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따악!!
[아, 쳤습니다!! 타카히나 선수는 배트를 던졌고…!!]
[더 볼 것도 없습니다! 쭉쭉 뻗어나간 타구…!! 중앙 전광판을 때립니다! 타카히나 류지 선수의 백투백 홈런이 터집니다!! ]
"우와아아악…!!"
"미쳤어, 진짜 미쳤어!!"
광란의 도가니에 빠진 문혁고 측 관객석. 홈런 4방을 내어주며 반포기 상태에 빠졌었는데, 다시 홈런 4방을 치며 한 점 차까지 따라붙었다.
팬심으로 경기장에 계속 남아있던 학생들이 미쳐 날뛰지 않을래야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와 여기서 백투백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대 황 본
-캬~ 이게 사무라이 스윙이지 ㄹㅇ
ㄴ씨름 선수 따윈 바로 참수 ㄷㄷㄷ
-여기서 한 점 차 돌았냐고 ㅋㅋㅋㅋㅋㅋ
-대관령고 감독 투수 안 바꿈? 이 새끼 조냐?
ㄴ금마 원래 오질라게 투교 안 하는 걸로 유명함 ㅇㅇ
ㄴ아마 역전당하는 거 아님 안 바꿀 듯?
-류지햄 대존잘인데 야구력까지 ㄷㄷ
ㄴ ㅅㅂ 꼬추는 작겠지? 작을 거야 제발…
ㄴ빨간 장발 휘날리면서 베이스 도는 거 좆간지네 ㅂㄷㅂㄷ
[엄청난 기세입니다 문혁고! 다 내줬다고 생각한 경기를 턱밑까지 추격합니다…!! 스코어는 8대 7!! 한점차입니다…!]
"나이스 홈런입니다 류지 형님…!!"
"나이스 배팅!!"
“어어, 땡큐 땡큐!! 부탁인데 살살 치자 애들아!”
“어, 안 들려~”
“그냥 얌전히 맞으십쇼…!”
투다다닥!
“으하아악...!!”
류지의 헬멧을 마구 두들기며 이 상승세를 만끽하는 문혁고 멤버들. 점차 대관령고 측에는 불안감이 스멀스멀 올라오기 시작했다.
'이거, 역전당하는 거 아니야…?'
'미치겠다, 천동찬 벌써 7실점이야. 이거 이대로 가다간 위험한데…!'
대관령고 측 관객들이 모두 불안에 떨던 그 때, 한 남자가 우익수 자리에서 터벅터벅 걷기 시작했다. 그렇게 마운드로 올라선 남자는 천동찬에게 말했다.
"내려가라, 동찬아. 넌 여기까지다."
".........!!"
긴 갈색 머리를 휘날리며 그렇게 선언한 마초원. 이런 식으로 동료에게 강판하라고 듣는 건 처음인 천동찬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그는 여전히 자신의 실책을 만회하고 싶었고, 다급히 마초원에게 말했다.
"그, 초원 선배님. 아직 감독님이 뭐라고 말하신 것도 아니지 않습니까. 제가 더 던지면 안 될까요? 반드시 만회하겠습니다."
“소리가 들린다.”
“예..?”
두리번대며 주변을 보는 천동찬. 그러나 관중들의 소리 외엔 아무것도 들리지 않았다.
“저기, 무슨 소리가 들리신다는….”
“바람이 말하고 있다, 네가 계속 던지면 우리 팀은 진다고 말이지!”
“엣...!?”
금성묵과 스님에게 홈런을 맞게될 거라고 덧붙이는 마초원. 특유의 감각이 발동한 모양. 그는 천동찬의 어깨를 두들기며 남자답게 웃었다.
"자, 뒷일은 내게 맡겨라! 후배가 싼 똥을 치우는 것도 선배의 역할 아니겠냐! 음하핫…!!"
그렇게 떠밀리듯 마운드에서 내려온 천동찬. 해설위원들은 꽤 놀란 반응이다.
[아앗, 마초원 선수가 마운드 위에 올랐습니다…!! 한청고 전을 위해 아껴둘 줄 알았는데요!]
[분위기를 보니 자진해서 오른 것 같습니다! 위기감을 느낀 것일까요!?]
[여기서 맞붙는 상대는 오늘 문혁고의 4번 타자로 출장한 금성묵 선수입니다…!!]
“나참, 나도 꿀 좀 빨려고 했건만.”
툴툴대며 타석에 들어선 성묵.
둘의 매치에 다시 고야갤이 뜨거워지기 시작했다.
-갤주 떴다 씨X!!!!!!!!!!!!!!!!
-이도류 맞대결 떴냐?????
ㄴ갤주는 아랫도리까지 삼도류인데?
ㄴ??: 훌륭하군! 롤로노아 성묵!!
-ㅅㅂ 숨을 못 쉬겠네 후하후하후하
-마초원 저새끼 공 존나 빠른데 갤주가 칠 수 있냐?
ㄴ강속구? 응 갤주님 앞에서는 아리랑볼이야~
-제발... 제발 하나만...!!! 갤주님 믿습니다 ㅠㅠㅠㅠㅠ
-마초원 풀샷 vs 갤주 풀스윙 ㅋㅋㅋㅋㅋ 이거 못 참지
??: 여기서 삼진 잡으면 내가 갤주다
ㄴ 초원아 로그인 각도 좁혀라
ㄴ 팩트) 초원이는 너무 빡통이라 갤주 불가능ㅅㄱ
뜨겁게 달아오르기 시작하는 현장. 한 점 차까지 따라붙은 상황에 금성묵 대 마초원, 양팀 이도류 에이스의 맞대결.
“한 번 붙어보자, 금성묵…!”
“오냐, 드루와.”
모두가 손에 땀을 쥐며 지켜보는 둘의 승부. 마초원이 높이 왼다리를 치겨 들더니, 힘차게 초구를 뿌렸다.
그리고 마치 기다렸다는 듯, 성묵의 배트가 뿜어져 나왔다.
따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