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Add 3 AI agents (writing, revision, story-continuity specialists) - Add 4 slash commands (rovel.create, write, complete, seed) - Add novel creation/writing rules - Add Novelpia reference data (115 works, 3328 chapters) - Add CLAUDE.md and README.md 🤖 Generated with [Claude Code](https://claude.com/claude-code) Co-Authored-By: Claude Opus 4.5 <noreply@anthropic.com>
11 KiB
기자들이 휩쓸고 지나간 야구장.
명신우 감독과 이태정 코치가 최대한 막아보려 했지만, 상당한 숫자의 기자가 온 탓에 쉽게 통제가 되지 않았다.
결국 리동혁이 몇몇 질문에 대답하며, 당장은 생각의 정리가 필요하니 일단은 돌아가 달라고 허리 숙인 탓에 겨우 진정이 됐다.
훈련은 다소 지체되고, 다소 어수선한 상황. 소식을 들은 노아가 뒤늦게 구장으로 달려왔다.
“헉, 헉…! 성묵 오빠…!”
“아, 노아 왔구나.”
“이게 대체 무슨 일이에요…?”
사태 파악이 덜된 건지 떨리는 목소리로 묻는 그녀, 나는 사태를 간단하게 설명해 줬다.
“저번 기린고 전에서 만났던 중국인 녀석, 북한에 가본 적이 있나 봐. 그때 동혁이를 본 적이 있다고 하더라고.”
“그래서 이렇게….”
풀 죽은 표정의 노아.
나는 그녀의 머리를 슥슥 쓰다듬으며 말했다.
“걱정 마, 내가 어떻게든 할 거니까.”
“성묵 오빠….”
그녀를 뒤로하고, 나는 덕아웃을 나가 구장의 복도 쪽으로 나갔다.
얼마쯤 걸었을까.
벽에 기대어 한숨을 푹푹 내쉬는 중인 리동혁을 발견했다.
“야, 리동혁.”
“금성묵 동무….”
“사내자식이 왜 죽상이냐, 답지 않게.”
“…다 알지 않소. 동료들에게 밝히려고는 했지만, 결코 이런 식으로 밝혀지는 걸 원한 건 아니었소.”
“……….”
“잠깐 달콤한 꿈을 꾼 것일지도, 내게 과분한 그런 꿈을….”
뜬금 출신이 까발려지고 언론에 자기 이름이 쉴 새 없이 오르내리자, 멘탈이 완전 박살 난 녀석.
마운드 위에서는 개선장군이 따로 없더니, 출신 관련된 일만 터지면 멘탈이 쿠크다스 수준으로 전락해버린다.
나는 딱히 대꾸하지 않았다.
그저 스마트폰에 어느 창을 띄어놓고는 녀석의 얼굴에 들이밀었다.
“리동혁, 한심한 소리 그만하고 이거나 읽어봐라.”
“……?”
내가 녀석에게 보여준 것은, 현재 뜨고 있는 기사들이다.
[문혁고 투수, 이동혁 北 출신 인정, “자세한 건 차차 밝힐 것.”]
[중국 청소년 대표 천즈펑 曰 “그를 금수산 태양궁전에서 마주친 적 있어, 초고위층 자제 아니고선 있을 수 없는 일.”]
[충격받은 문혁고 학생들, “전혀 몰랐다.”]
[입 꾹 닫은 北측, “이동혁? 누군지 몰라.”]
[국정원장 曰, “이동혁은 서류상 문제없는 탈북자, 봄 대회 끝난 뒤 면담 예정.”]
“다들 신이 났군. 그래서 이게 어쨌단 말이오?”
“정말 모르겠어?”
“그렇게 말한들, 아니, 잠깐…?!”
눈이 휘둥그레진 리동혁.
뭔가 알아챈 모양이군.
“그래, 다 밝혀진 게 아니야. 네 비밀.”
“……!!”
이제야 깨달은 녀석.
아까는 기자들의 끝없는 질문 세례에 정신이 없어 못 알아챈 듯하다.
수령의 사생아라는 사실.
가장 중요한 그것만큼은 아직 알아챈 사람이 없었다. 그리고 당분간은 없을 확률이 높다.
‘북에서 먼저 떠들리가 없지. 수령의 사생아가 탈북해선 한국 팀에서 야구 중이라는 게 퍼지면 지들만 손해니까.’
암살자를 보내 한국에 넘어온 탈북자를 입막음 하기엔, 지들 밥줄인 평양 블루제이스의 한국 리그 참가권이 날아갈 테니 극단적 수단은 쓰지 못할 터.
아마 북측은 제발 리동혁이 가만히 입 닫고 있기를 바랄 것이다. 그래서 이번에도 묵묵부답으로 일관했고, 앞으로도 그럴 확률이 높다.
국정원이 작정하고 파면 알아낼 수도 있겠지만, 그것도 꽤나 시간이 걸릴 거다. 거기다 대회 진행에 지장을 주려 하는 걸 우려하는지, 당장은 그럴 생각이 없어 보인다.
다시 기운을 차린 듯한 녀석.
벽에서 몸을 떼어내고는, 나를 지나쳐서 다시 야구장을 향해 걸어간다.
“뭐야, 바로 가는 거냐?”
“…그렇소, 지금 당장 모두에게 고백하겠소.”
당당하게 걷는 녀석.
방금까지는 한없이 위축되어있던 리동혁의 뒷모습은, 이젠 그럭저럭 듬직하게 보였다.
#######
리동혁의 정체가 밝혀진 상황.
본인의 우려와는 다르게 북한인이라는 게 밝혀져서 그에 대한 악감정을 품게 된다든지, 그런 건 전혀 없다.
오히려 신기하다는 반응이다.
특히 초고위층의 자제라는 점에서 그랬다. 한동안 같이 지내본 입장에서 ‘아!’하고 생각하게 되는 점들이 있었다.
“어째 식사할 때도 그렇고, 묘하게 기품이 좀 있는 느낌?”
“그쵸, 뭔가 지금 시대에 양반이 있다면 저런 사람일 것 같다! 하는 감각이 있었어요.”
“동혁이가 북한의 엘리트라니…!? 끄으윽, 상상도 못 했습니다!!”
“너 말고도 아무도 몰랐어 임마….”
그렇게 사담을 나누는데, 멀리서 등장하기 시작하는 리동혁. 그를 따라 들어오는 금성묵이 모두 모이라는 수신호를 보내자 문혁고 야구부원들은 일사분란하게 모여들었다.
그 중앙에 위치한 리동혁.
그는 모두에게 허리 숙여 사과했다.
“우선은 갑자기 기자들이 들이닥친 원인을 제공하게 된 점 죄송합니다, 제 불찰입니다.”
“아니 뭐….”
“죄송할 것까진 없는데.”
“언론에 밝혀진 것 외에도 여러분께 밝히고 싶은 사실이 하나 있습니다. 바로 제 친부모에 관련된 건입니다.”
“………!”
올 것이 왔다.
관심을 보이는 동료들.
언론에서 ‘북한 측 최고위 간부’라는 말은 들었지만, 추측만 난무할 뿐 정확히 오피셜이 뜨지는 않았다.
‘꽤나 고위 간부인가 본데?’
‘우리도 알만한 사람인가 설마?’
귀를 기울이는 동료들.
그러나 곧 그들에게 떨어진 폭탄은, 상상 이상으로 거대한 것이었다.
“제 친부는, 북한의 수령입니다.”
“...........!?!”
“뭐, 뭐라고…!?”
“수령이면 설마, 김정운…?!”
상상도 못 한 정체에 입이 떡 벌어진 문혁고 야구부원들. 설마 리동혁이 이 정도로 거대한 비밀을 숨기고 있을 거라고는 상상조차 못 했으리라. 나 말고는 이 사실을 알고 있는 녀석이 하나도 없었으니까.
‘녀석이 결심했는데, 도움 좀 줘볼까.’
이미 사실을 알고 있던 유일한 동료인 나는, 리동혁을 좀 더 받아들이기 쉽게 하기 위해 WWE를 한판 벌여주기로 했다.
“…그 정도로 고귀한 혈통이 한국에 몰래 들어와 있다는 건가. 이거는 조금 수상한데. 동혁이 너, 혹시 수령이 한국에 잠입시킨 특수요원? 그런 거는 아니지?”
내 말에 리동혁을 향해 쏠리는 시선.
간단히 말해서 ‘너 이 새끼, 간첩인 거 아냐?’라는 뜻이다.
녀석의 해명은 간결했다.
“김정운 개새끼.”
“.......!”
셀프 패드립으로 본인의 순수를 증명한 리동혁. 녀석은 일단 내뱉고 보니 속이 시원했는지, 거의 프리스타일 랩 수준으로 셀프 패드립을 난사하기 시작했다.
“저, 저거 말려야 하는 거 아닙니까?”
“놔둬 봐, 한창 재밌구만.”
거의 10분여 정도의 시간이 끝나자, 모두는 뼈저리게 느꼈다. 저건 정말로 울분에 찬 사람만이 할 수 있는 무언가라는 것을.
짝, 짝!
“오케이, 그쯤 하면 됐다 동혁아. 얘들 다 니가 다른 목적이 있는 게 아니란 건 잘 알았어. 한 번 들려주면 안 되겠냐, 니가 지금까지 어떻게 살아왔는지.”
“...좋소.”
그렇게 모두의 앞에서 자신의 인생사를 털어놓기 시작한 리동혁. 모두들 그의 비참한 과거에 입을 다물지 못했다.
특히 감수성이 풍부한 노아는 눈가에 눈물마저 고였다.
“흐윽, 흑. 너무 슬퍼요…, 어머니와 같이 도망치다 혼자서 살아서 오셨다니….”
“…나도 참, 야쿠자 아들만큼 불행한 출생도 없다고 생각했는데 이건 차원을 넘는구만.”
“저도요, 동네에 매일같이 총알이랑 RPG가 날아다녀서 파키스탄이 최악이라 생각했는데….”
심각한 표정으로 공감하는 류지와 핫산. 저건 파키스탄이 더 심한 거 아니냐고 생각하는 사람도 몇몇 있었지만, 어찌 됐건 리동혁은 이야기를 이어 나갔다.
“후우, 속이 좀 시원합니다. 털어놓기 전에는 조금 두렵더군요, 모두가 내 출신성분 때문에 선입견을 갖게 될까 봐.”
물론 대뜸 ‘나는 수령의 아들!’같은 소리를 들으면 당연히 선입견을 갖게 되겠지만, 그의 기구한 인생사를 듣고서도 그런 이야기를 할 머저리는 문혁고에 없었다.
동료들은 하나같이 리동혁의 근처로 다가가선, 녀석을 위로했다.
“…아미타불, 연꽃은 진흙 속에서 피어나지만 그 더러움에 물들지 않듯, 리동혁 시주의 가치는 태어난 환경으로 더럽혀지지 않습니다. 당신은 당신 존재 자체로 귀합니다.”
“니 잘못 아니야 임마, 스타팅 포인트는 뭐 어떻게 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어머니도 자랑스러워하실 게 분명하다고…! 나중에 같이 참배 가서 말씀드릴게, 동혁이는 최고의 마무리라고!!”
“여러분….”
코끝이 찡해진 리동혁.
녀석은 잠시 눈을 감더니, 이내 결연한 표정으로 모두에게 선포했다.
“사나이 리동혁, 다시는 흔들리지 않겠습니다. 문혁고의 뒷문을 지키는 수문장으로서, 절대 무너지지 않으리라 약속합니다.”
자신을 일으켜 세워준 동료들에게 허리 숙여 감사를 표하는 녀석. 동료들은 다행이라며 씩 웃음 짓는다.
그 광경을 훈훈하게 보고 있는데, 뜬금없이 시스템 알림창이 내 눈앞에 떠올랐다.
띠링!
“뭣…!?”
알림창에 뜬 메시지는 내게 말하고 있었다.
지금 이 자리에 없는 유일한 인물, 도도진이 무슨 짓을 저지르고 있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