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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씨, 조졌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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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신맥 알람이 새벽 내내 울려서 잠을 통 이루지 못했다. 겨우 막판에 2시간 정도 잤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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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묵씨, 도시락을 싸서 경기장에 가고 싶었는데 오늘도 몸 상태가 안 좋네요…. 죽은 고마워요. 잘 먹었어요 -올리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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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상가상으로 도시락 도핑도 물 건너간 상황. 이래저래 하늘을 날 것 같았던 컨디션의 금강고 전과는 천지 차이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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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닥을 기는 컨디션으로 세종기 진출팀인 기린고를 이겨야 한다니. 아무래도 쉽지 않은 하루가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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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앗, 성무크 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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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핫산이잖아. 몸은 좀 괜찮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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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하, 저는 괜찮아요! 그거로 끝난 게 다행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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핫산의 검진 결과는 ‘큰 이상은 없음’ 이었다. 그러나 큰 이상이 아니라는 것이지, 이상이 없단 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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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미세하게 뼈에 손상이 있습니다. 일상에 지장은 없겠지만, 피칭 같은 격렬한 신체 퍼포먼스를 요구하는 동작이라면 절대 무리해서는 안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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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은 대회 기간에 총 60구, 거기까지가 한계입니다. 그 이상은 이 아이의 뼈가 버티질 못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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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으로 암담한 소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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핫산은 다음 경기인 대관령고 상대로 선발 등판해야 한다. 문제는 대관령고가 한청고와 더불어 서울권 최강 타선을 꼽힌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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핫산 조차도 대관령고 상대로 얼마나 버틸지 모르는 판국에, 그가 60구만 던지고 내려가면 마무리인 리동혁과의 징검다리 이닝을 박찬준으로 채워야 한다는 소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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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좆 됐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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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덧 찬준 햄이 나오면 게임 터지는 투수 느낌의 인식이 박혀버린 것 같지만, 현실이 그런 것을 어쩌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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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읍, 쓸만한 투수 하나 정돈 더 영입했어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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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그랬다면 시간상 지수용을 영입 못했을 테고, 외야진에 수습 불가 수준의 거대한 빵꾸가 뚫렸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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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다음 경기 걱정해서 뭐 하냐. 일단 이번 경기부터 이기고 생각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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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지금 당장은 있는 자원으로 쥐어짜 낼 수밖에 없다. 나는 이번 경기를 앞두고, 도연 누나와 나눴던 대화를 떠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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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나가 직접 찾아온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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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 아무래도 직접 이야기해주는 게 나을 것 같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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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메신저 등으로 자료를 전달해줘도 될 텐데 굳이 문혁고 야구장에 방문한 도연 누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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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녀와 야구장 내 사무실에 들어가 이야기를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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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묵이 너는, 기린고에 대해서 어느 정도 알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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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흠, 많이는 아니구요. 공산권 국가랑 자매결연 맺어서 그쪽 선수들을 많이 데려오는 학교라는 거 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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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아, 얼추 알고 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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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이런 기믹의 학교다~’라는 것 정도는 알고 있는 정도다. 세종기 진출 팀이라고는 하나, 게임 속 존재감이 그렇게 큰 학교는 아니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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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기 진출팀이니만큼 A급 선수가 다수 포진해있지만, 그중에 특히 경계해야 할 건 이 세명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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촤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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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지런히 세 종류의 레포트를 펼치는 그녀. 거기에는 타자 두 명, 투수 한명의 레포트가 쓰여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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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은 러시아 청소년 대표인 ‘불곰’ 드미트리 노빅. 기린고의 주전 포수이자 타격 능력, 수비력을 고루 가진 포수로 유명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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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녀석은 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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훗날 러시아 국대를 20년은 해 먹는 녀석이었지. 타석에 들어선다면 경계해야 할 녀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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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다음은 중국 대표인 천즈펑. 엄청난 주력을 가진 중장거리 타자인데, 최근에 폼이 상당히 좋다나 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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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녀석 역시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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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뽕이 하도 심해서 주변 사람들 눈살을 찌푸리게 만드는 녀석으로 기억한다. 가급적이면 사적으로는 안 마주쳤으면 하는 유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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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는 러시아 대표인 세르게이 라스푸틴, 엄청난 너클볼을 던지는 것으로 유명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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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근두근 베이스볼’을 플레이 하다 보면 모를 수가 없는 녀석이다. 던지는 너클볼의 위력이 대단한 것도 그 요인 중 하나지만, 워낙에 기행을 일삼고 다니는 녀석이라 더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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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르게이는 평소 밖을 돌아다닐 때 대체로 상의 탈의를 하고 다니는데, 그건 약과에 불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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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였더라. 나비의 움직임을 본따겠답시고 남의 텃밭에 무단 침입해서 너클볼을 던져대다 체포당했다 그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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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낙에 어디로 튈지 모르는 녀석이라 팀메이트로는 대체로 비선호되는 타입이지만, 가끔 기존 캐릭터들이랑 볼 장 다 본 고인물들은 이 녀석을 팀메이트로 영입하는 경우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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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뭐, 써본 적이 있긴 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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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클볼러는 이닝 소화나 연투에 큰 장점이 있기에, 메리트가 충분히 있다. 그건 토너먼트에 더욱 마찬가지고 말이다. 아마 시간이 있었다면 오퍼 한 번 정도는 찔러봤을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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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세르게이는 딱 두 가지 공을 던져. 고속 너클과 느린 너클, 이 두 종류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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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생이 벌써부터…, 말도 안 되는 숙련도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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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너클볼로 사이영상을 수상했던 R.A.디키가 저렇게 두 종류의 너클을 던졌다고 하는데, 고교생 신분으로 벌써 저 정도라니. 확실히 대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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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아, 확실히 쉽지 않은 상대일 거야. 그래도 공략을 위해서 한쪽을 노린다면, 고속 너클 쪽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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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실히 고속 쪽이 변화의 폭은 적을 테니, 맞추긴 쉽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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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 맞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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뭔가 어감상 ‘고속’이 붙으면 더욱 강력할 것 같지만, 너클같이 변화무쌍한 공의 경우엔 오히려 나풀나풀대며 변화가 심한 느린 너클 쪽이 더 공략하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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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걸 세르게이 본인도 아는 만큼 고속 너클과 느린 너클의 구사도가 3:7 정도로 크게 차이가 나지만, 도도연은 그 부분에 대한 대비도 어느 정도 해둔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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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상황별 볼 배합 패턴이거든. 이런 부분을 참고하면 충분히 언제 고속 너클이 올지 예상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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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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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내가 게임 지식을 많이 갖고있어도, 이런 것까지 다 알 수는 없는 노릇. 그런 빈자리를 확실히 메꿔주는 도도연의 분석 능력에 나는 혀를 내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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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마워요, 도연 누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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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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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훅 얼굴이 새빨개지는 그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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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응, 아니야. 성묵이 너는 도진이의 은인인걸. 내가 더 고맙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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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준 도움보다 제가 받은 게 몇 배로 큰걸요. 누나한테는 항상 고맙게 생각하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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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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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을 못 마주치고는 양손으로 얼굴을 가리는 도연 누나. 그녀는 곧 호흡을 가다듬더니, 뭔가 말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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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묵아, 그 있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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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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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게, 그러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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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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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끝나고 우리 집에 한 번 놀러 와…! 맛있는 거라도 해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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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뜸 집으로 초대하겠다는 그녀. 뭔가 너무 받기만 하는 것 같아서 거절할까도 생각했지만, 도진이 녀석도 집에 있을 테니 다 같이 식사 한번 하면 재밌겠다 싶어서 고개를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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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겠어요, 꼭 갈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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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읍, 갈 수 있으려나. 컨디션이 이렇게 구려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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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선발 투수만 아니었어도 당장 침대에 드러누워 쉬고 싶을 정도다.경기 끝나고 도연 누나 집에 놀러가긴 커녕, 그 전에 뻗는 게 아닐까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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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품을 쩍 내뱉으며 화장실에 비척비척 걸어가는데, 상의를 탈의한 채로 가슴 털이 수북히 자란 외국인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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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굴에는 지저분한 수염까지 가득한 이 녀석의 이름은 난 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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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르게이 라스푸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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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Кто(누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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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이름을 부르자 물음표를 띄우는 녀석. 묘하게 데자뷰가 떠오르는 상황. 금강고 전에 이어서 강호고 에이스랑 화장실에서 또 마주칠 줄은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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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아, 너인가. 쥠 성무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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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쥠 성무쿠? 누구냐 그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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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인이 내 이름을 발음하면 저렇게 되는 건가. 나는 녀석의 소변기 옆옆 칸에 가서 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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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리에서 지퍼를 내리는데, 갑자기 돌발 행동을 벌이는 녀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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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쥠 성무쿠, 네 녀석은 작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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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내 바로 옆 칸으로 스리슬쩍 옮겨오더니, 혀를 차며 고개를 젓는 녀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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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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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소롭기 그지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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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나한테 아랫도리 크기로 시비 건 건가. 나는 쓱 녀석의 쪽을 바라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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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야, 나보다 작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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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녀석의 조상인 요승(妖僧) 라스푸틴이 거기 크기로 유명하다 해서 기대했건만, 별로 실속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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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 자기보다 작을 거라 지레짐작하고 제대로 보지도 않은 모양. 내가 반응이 없자, 녀석은 그제서야 내 걸 제대로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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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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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의 차이를 느낀 녀석은 급히 변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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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지면 쥠 성무쿠는 내 상대가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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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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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기는 놈일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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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발 한 번 보여주면 까무러칠 녀석이 입은 살아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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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르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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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지퍼를 쓱 올리고는, 녀석에게 질문을 던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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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이 세르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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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쥠 성무쿠, 왜 부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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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진짜 고등학생 맞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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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르게이는 고등학생이 맞다. 왜 묻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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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 관련 질문을 많이 받아서 그런지, 날카롭게 반응하는 녀석. 나는 실실 웃으며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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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기해서, 벌써 탈모가 진행 중인 고등학생은 처음 봤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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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Что(뭐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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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을 부릅뜨는 녀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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녀석이 나이 들어 보이는 데에는 덥수룩한 수염과 가슴 털 탓도 물론 있지만, 벌써 그 형태를 드러내는 중인 M자 모근도 한몫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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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탈모가 진행 중인 고교생은 같은 팀의 찬준 형님도 있지만, 그 형은 한살 꿇었으니 예외로 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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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탈모약 미리 챙겨 먹어라. 나중엔 감당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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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쓱 말해주고는 화장실에서 나가려는데, 내 조언을 듣고 곰곰이 뭔가 생각하는 녀석. 그리고는 후다닥 달려와서 내 어깨를 붙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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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이, 쥠 성무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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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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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녀석, 설마 화가 나서 한 판 붙자는 건가. 이 녀석을 떼어놓기 위해 거친 수단까지 동원할 생각을 하는데, 예상 못한말이 녀석에게서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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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약을 먹어야 하는 거냐. 알려다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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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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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녀석, 생각보다 탈모에 진심인 모양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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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맙다, 쥠 성무쿠…!! 넌 나의 친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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녀석과 뜬금없이 친구가 되어 버렸다. 일단 주변에 좀 물어본 뒤, 녀석이 궁금해하는 탈모약 정보를 알아봐 주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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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쁜 녀석도 아니고, 이렇게 빚을 지워둬서 나쁠 건 없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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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슬슬 일행들과 합류하려는데, 의외의 인물들이 으슥한 곳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는 게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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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강이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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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상대 팀인 기린고의 중국인 선수, 천즈펑과 대화를 나누고 있는 게 보인다. 겉으로 보기엔 천즈펑 쪽에서 석운강을 붙잡고 이야기하는 형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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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대표팀 제안을 거절했다며? 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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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승은 홍콩인입니다. 어찌 조국을 등지고 다른 나라의 대표팀에 들어가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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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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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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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빽 소리를 지르는 천즈펑. 화가 머리끝까지 난 듯이 길길이 날뛰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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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운강 네 이놈! 다른 나라라니, 홍콩 또한 중국의 것인데 그게 무슨 망발이란 말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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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이 지나치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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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말이 지나쳐? 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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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이가 없다는 듯 코웃음을 치는 천즈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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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초에 홍콩은 나라도 아니지 않느냐? 그런데 너희 홍콩 놈들은 중국과 다르니 뭐니, 말이 많단 말이지. 입 닥치고 도도히 흐르는 장강의 물결에 몸을 맡기면 될 것을. 쯧….”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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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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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코 듣고 있던 운강의 이마에서 혈관이 빠직 솟아올랐다. 저번 핫산과 말다툼 때보다도 훨씬 더 분노한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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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거, 안 말리면 여래신장 튀어나오겠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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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직전 그런 짓이 벌어졌다간 바로 출전 정지다. 체격 차도 상당한 둘이라서 운강이 평타 한 대만 쳐도 바로 저 녀석은 바로 빈사 상태에 빠질 게 뻔하다. 나는 황급히 뛰어가 둘 사이를 가로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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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 운강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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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성묵 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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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님이 찾으신다. 빨리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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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움을 말리려는 내 의도를 깨달은 건지, 급히 화를 누그러트리는 운강. 녀석은 합장하며 내게 사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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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끄러운 모습을 보였군요. 서둘러 가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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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운강이를 돌려보내는데, 천즈펑이 어이가 없다는 목소리로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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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이게 뭐 하는 짓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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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인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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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살려줘도 난리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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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자기 객관화가 전혀 안 되는 저 녀석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나는 곧 내 귀를 의심할 수 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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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이가 없군. 어찌 소국(小國)의 사람이 대국(大國)의 일에 끼어든단 말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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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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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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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한테 한 소리냐 저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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