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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2-14 21:31:57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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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씨, 조졌네.”

태양신맥 알람이 새벽 내내 울려서 잠을 통 이루지 못했다. 겨우 막판에 2시간 정도 잤을까.

[성묵씨, 도시락을 싸서 경기장에 가고 싶었는데 오늘도 몸 상태가 안 좋네요…. 죽은 고마워요. 잘 먹었어요 -올리비아]

설상가상으로 도시락 도핑도 물 건너간 상황. 이래저래 하늘을 날 것 같았던 컨디션의 금강고 전과는 천지 차이라고 할 수 있다.

바닥을 기는 컨디션으로 세종기 진출팀인 기린고를 이겨야 한다니. 아무래도 쉽지 않은 하루가 될 것 같다.

“앗, 성무크 형…!”

“핫산이잖아. 몸은 좀 괜찮냐?”

“하하, 저는 괜찮아요! 그거로 끝난 게 다행이죠.”

핫산의 검진 결과는 ‘큰 이상은 없음’ 이었다. 그러나 큰 이상이 아니라는 것이지, 이상이 없단 건 아니다.

‘아주 미세하게 뼈에 손상이 있습니다. 일상에 지장은 없겠지만, 피칭 같은 격렬한 신체 퍼포먼스를 요구하는 동작이라면 절대 무리해서는 안 됩니다.

‘남은 대회 기간에 총 60구, 거기까지가 한계입니다. 그 이상은 이 아이의 뼈가 버티질 못할 겁니다.

참으로 암담한 소식이다.

핫산은 다음 경기인 대관령고 상대로 선발 등판해야 한다. 문제는 대관령고가 한청고와 더불어 서울권 최강 타선을 꼽힌다는 것.

핫산 조차도 대관령고 상대로 얼마나 버틸지 모르는 판국에, 그가 60구만 던지고 내려가면 마무리인 리동혁과의 징검다리 이닝을 박찬준으로 채워야 한다는 소리다.

‘…좆 됐네?

어느덧 찬준 햄이 나오면 게임 터지는 투수 느낌의 인식이 박혀버린 것 같지만, 현실이 그런 것을 어쩌겠나.

‘쓰읍, 쓸만한 투수 하나 정돈 더 영입했어야 하나….

하지만 그랬다면 시간상 지수용을 영입 못했을 테고, 외야진에 수습 불가 수준의 거대한 빵꾸가 뚫렸겠지.

‘벌써 다음 경기 걱정해서 뭐 하냐. 일단 이번 경기부터 이기고 생각하자.

아무튼 지금 당장은 있는 자원으로 쥐어짜 낼 수밖에 없다. 나는 이번 경기를 앞두고, 도연 누나와 나눴던 대화를 떠올렸다.

“누나가 직접 찾아온다고요?”

“응, 아무래도 직접 이야기해주는 게 나을 것 같아서….”

그냥 메신저 등으로 자료를 전달해줘도 될 텐데 굳이 문혁고 야구장에 방문한 도연 누나.

나는 그녀와 야구장 내 사무실에 들어가 이야기를 시작했다.

“성묵이 너는, 기린고에 대해서 어느 정도 알아?”

“흠, 많이는 아니구요. 공산권 국가랑 자매결연 맺어서 그쪽 선수들을 많이 데려오는 학교라는 거 정도…?”

“맞아, 얼추 알고 있구나.”

물론 ‘이런 기믹의 학교다~’라는 것 정도는 알고 있는 정도다. 세종기 진출 팀이라고는 하나, 게임 속 존재감이 그렇게 큰 학교는 아니었으니까.

“세종기 진출팀이니만큼 A급 선수가 다수 포진해있지만, 그중에 특히 경계해야 할 건 이 세명이야.”

촤륵!

가지런히 세 종류의 레포트를 펼치는 그녀. 거기에는 타자 두 명, 투수 한명의 레포트가 쓰여있었다.

“우선은 러시아 청소년 대표인 ‘불곰’ 드미트리 노빅. 기린고의 주전 포수이자 타격 능력, 수비력을 고루 가진 포수로 유명해.”

이 녀석은 알고 있다.

훗날 러시아 국대를 20년은 해 먹는 녀석이었지. 타석에 들어선다면 경계해야 할 녀석이다.

“그다음은 중국 대표인 천즈펑. 엄청난 주력을 가진 중장거리 타자인데, 최근에 폼이 상당히 좋다나 봐.”

이 녀석 역시 안다.

중국 뽕이 하도 심해서 주변 사람들 눈살을 찌푸리게 만드는 녀석으로 기억한다. 가급적이면 사적으로는 안 마주쳤으면 하는 유형이다.

“마지막으로는 러시아 대표인 세르게이 라스푸틴, 엄청난 너클볼을 던지는 것으로 유명해.”

‘두근두근 베이스볼’을 플레이 하다 보면 모를 수가 없는 녀석이다. 던지는 너클볼의 위력이 대단한 것도 그 요인 중 하나지만, 워낙에 기행을 일삼고 다니는 녀석이라 더 그렇다.

세르게이는 평소 밖을 돌아다닐 때 대체로 상의 탈의를 하고 다니는데, 그건 약과에 불과했다.

‘뭐였더라. 나비의 움직임을 본따겠답시고 남의 텃밭에 무단 침입해서 너클볼을 던져대다 체포당했다 그랬나….

워낙에 어디로 튈지 모르는 녀석이라 팀메이트로는 대체로 비선호되는 타입이지만, 가끔 기존 캐릭터들이랑 볼 장 다 본 고인물들은 이 녀석을 팀메이트로 영입하는 경우가 있었다.

‘나도 뭐, 써본 적이 있긴 하지.

너클볼러는 이닝 소화나 연투에 큰 장점이 있기에, 메리트가 충분히 있다. 그건 토너먼트에 더욱 마찬가지고 말이다. 아마 시간이 있었다면 오퍼 한 번 정도는 찔러봤을지도.

“우선 세르게이는 딱 두 가지 공을 던져. 고속 너클과 느린 너클, 이 두 종류야.”

“고등학생이 벌써부터…, 말도 안 되는 숙련도네요.”

과거 너클볼로 사이영상을 수상했던 R.A.디키가 저렇게 두 종류의 너클을 던졌다고 하는데, 고교생 신분으로 벌써 저 정도라니. 확실히 대단하다.

“맞아, 확실히 쉽지 않은 상대일 거야. 그래도 공략을 위해서 한쪽을 노린다면, 고속 너클 쪽이야.”

“확실히 고속 쪽이 변화의 폭은 적을 테니, 맞추긴 쉽겠네요.”

“응, 맞아.”

뭔가 어감상 ‘고속’이 붙으면 더욱 강력할 것 같지만, 너클같이 변화무쌍한 공의 경우엔 오히려 나풀나풀대며 변화가 심한 느린 너클 쪽이 더 공략하기 어렵다.

그걸 세르게이 본인도 아는 만큼 고속 너클과 느린 너클의 구사도가 3:7 정도로 크게 차이가 나지만, 도도연은 그 부분에 대한 대비도 어느 정도 해둔 모양이다.

“이게 상황별 볼 배합 패턴이거든. 이런 부분을 참고하면 충분히 언제 고속 너클이 올지 예상을….”

“오호….”

아무리 내가 게임 지식을 많이 갖고있어도, 이런 것까지 다 알 수는 없는 노릇. 그런 빈자리를 확실히 메꿔주는 도도연의 분석 능력에 나는 혀를 내둘렀다.

“고마워요, 도연 누나.”

“………!!”

갑자기 훅 얼굴이 새빨개지는 그녀.

“으응, 아니야. 성묵이 너는 도진이의 은인인걸. 내가 더 고맙지…!”

“그때 준 도움보다 제가 받은 게 몇 배로 큰걸요. 누나한테는 항상 고맙게 생각하고 있어요.”

“으으….”

눈을 못 마주치고는 양손으로 얼굴을 가리는 도연 누나. 그녀는 곧 호흡을 가다듬더니, 뭔가 말하기 시작했다.

“성묵아, 그 있잖아….”

“……?”

“그게, 그러니까.”

“네?”

“경기 끝나고 우리 집에 한 번 놀러 와…! 맛있는 거라도 해줄 테니까….”

대뜸 집으로 초대하겠다는 그녀. 뭔가 너무 받기만 하는 것 같아서 거절할까도 생각했지만, 도진이 녀석도 집에 있을 테니 다 같이 식사 한번 하면 재밌겠다 싶어서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어요, 꼭 갈게요.”

##########

“쓰읍, 갈 수 있으려나. 컨디션이 이렇게 구려서야….”

오늘 선발 투수만 아니었어도 당장 침대에 드러누워 쉬고 싶을 정도다.경기 끝나고 도연 누나 집에 놀러가긴 커녕, 그 전에 뻗는 게 아닐까 걱정이다.

하품을 쩍 내뱉으며 화장실에 비척비척 걸어가는데, 상의를 탈의한 채로 가슴 털이 수북히 자란 외국인이 보였다.

얼굴에는 지저분한 수염까지 가득한 이 녀석의 이름은 난 알고 있다.

“…세르게이 라스푸틴?”

“……Кто(누구)?”

내가 이름을 부르자 물음표를 띄우는 녀석. 묘하게 데자뷰가 떠오르는 상황. 금강고 전에 이어서 강호고 에이스랑 화장실에서 또 마주칠 줄은 몰랐다.

“아아, 너인가. 쥠 성무쿠.”

“쥠 성무쿠? 누구냐 그게….”

러시아인이 내 이름을 발음하면 저렇게 되는 건가. 나는 녀석의 소변기 옆옆 칸에 가서 섰다.

자리에서 지퍼를 내리는데, 갑자기 돌발 행동을 벌이는 녀석.

“쥠 성무쿠, 네 녀석은 작군.”

갑자기 내 바로 옆 칸으로 스리슬쩍 옮겨오더니, 혀를 차며 고개를 젓는 녀석.

“호…?”

가소롭기 그지없다.

지금 나한테 아랫도리 크기로 시비 건 건가. 나는 쓱 녀석의 쪽을 바라봤다.

‘뭐야, 나보다 작은데?

저 녀석의 조상인 요승(妖僧) 라스푸틴이 거기 크기로 유명하다 해서 기대했건만, 별로 실속이 없었다.

아마 자기보다 작을 거라 지레짐작하고 제대로 보지도 않은 모양. 내가 반응이 없자, 녀석은 그제서야 내 걸 제대로 봤다.

“헙…!”

힘의 차이를 느낀 녀석은 급히 변명했다.

“…커지면 쥠 성무쿠는 내 상대가 안 된다.”

“푸핫!”

웃기는 놈일세.

강발 한 번 보여주면 까무러칠 녀석이 입은 살아선.

드르륵!

나는 지퍼를 쓱 올리고는, 녀석에게 질문을 던졌다.

“어이 세르게이.”

“쥠 성무쿠, 왜 부르지?”

“너 진짜 고등학생 맞냐?”

“…세르게이는 고등학생이 맞다. 왜 묻지?”

나이 관련 질문을 많이 받아서 그런지, 날카롭게 반응하는 녀석. 나는 실실 웃으며 답했다.

“신기해서, 벌써 탈모가 진행 중인 고등학생은 처음 봤거든.”

“……Что(뭐라고)!”

눈을 부릅뜨는 녀석.

녀석이 나이 들어 보이는 데에는 덥수룩한 수염과 가슴 털 탓도 물론 있지만, 벌써 그 형태를 드러내는 중인 M자 모근도 한몫했다.

사실 탈모가 진행 중인 고교생은 같은 팀의 찬준 형님도 있지만, 그 형은 한살 꿇었으니 예외로 치자.

“아무튼 탈모약 미리 챙겨 먹어라. 나중엔 감당 안 된다?”

그렇게 쓱 말해주고는 화장실에서 나가려는데, 내 조언을 듣고 곰곰이 뭔가 생각하는 녀석. 그리고는 후다닥 달려와서 내 어깨를 붙잡았다.

“어이, 쥠 성무쿠…!”

“……?!”

이 녀석, 설마 화가 나서 한 판 붙자는 건가. 이 녀석을 떼어놓기 위해 거친 수단까지 동원할 생각을 하는데, 예상 못한말이 녀석에게서 나왔다.

“무슨 약을 먹어야 하는 거냐. 알려다오…!”

“…….”

이 녀석, 생각보다 탈모에 진심인 모양인데.

#######

‘고맙다, 쥠 성무쿠…!! 넌 나의 친구다!

녀석과 뜬금없이 친구가 되어 버렸다. 일단 주변에 좀 물어본 뒤, 녀석이 궁금해하는 탈모약 정보를 알아봐 주기로 했다.

나쁜 녀석도 아니고, 이렇게 빚을 지워둬서 나쁠 건 없겠지.

그렇게 슬슬 일행들과 합류하려는데, 의외의 인물들이 으슥한 곳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는 게 보인다.

‘운강이잖아?

오늘 상대 팀인 기린고의 중국인 선수, 천즈펑과 대화를 나누고 있는 게 보인다. 겉으로 보기엔 천즈펑 쪽에서 석운강을 붙잡고 이야기하는 형태다.

“중국 대표팀 제안을 거절했다며? 왜지?”

“소승은 홍콩인입니다. 어찌 조국을 등지고 다른 나라의 대표팀에 들어가겠습니까.”

“갈(喝)……!!!”

“…!”

갑자기 빽 소리를 지르는 천즈펑. 화가 머리끝까지 난 듯이 길길이 날뛰기 시작한다.

“석운강 네 이놈! 다른 나라라니, 홍콩 또한 중국의 것인데 그게 무슨 망발이란 말이냐!”

“…말이 지나치십니다.”

“말이 지나쳐? 허.”

어이가 없다는 듯 코웃음을 치는 천즈펑.

“애초에 홍콩은 나라도 아니지 않느냐? 그런데 너희 홍콩 놈들은 중국과 다르니 뭐니, 말이 많단 말이지. 입 닥치고 도도히 흐르는 장강의 물결에 몸을 맡기면 될 것을. 쯧….”

“…………!”

잠자코 듣고 있던 운강의 이마에서 혈관이 빠직 솟아올랐다. 저번 핫산과 말다툼 때보다도 훨씬 더 분노한 모습.

‘이거, 안 말리면 여래신장 튀어나오겠는데…?

경기 직전 그런 짓이 벌어졌다간 바로 출전 정지다. 체격 차도 상당한 둘이라서 운강이 평타 한 대만 쳐도 바로 저 녀석은 바로 빈사 상태에 빠질 게 뻔하다. 나는 황급히 뛰어가 둘 사이를 가로막았다.

“야, 운강아!!”

“금성묵 시주…?”

“감독님이 찾으신다. 빨리 가자.”

싸움을 말리려는 내 의도를 깨달은 건지, 급히 화를 누그러트리는 운강. 녀석은 합장하며 내게 사과했다.

“부끄러운 모습을 보였군요. 서둘러 가겠습니다.”

그렇게 운강이를 돌려보내는데, 천즈펑이 어이가 없다는 목소리로 말했다.

“지금 이게 뭐 하는 짓이지?”

“뭐 인마?”

이게 살려줘도 난리네.

나는 자기 객관화가 전혀 안 되는 저 녀석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나는 곧 내 귀를 의심할 수 밖에 없었다.

“어이가 없군. 어찌 소국(小國)의 사람이 대국(大國)의 일에 끼어든단 말이냐…!!”

“………??”

이런 시발.

나한테 한 소리냐 저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