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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2-14 21:31:57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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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평화로운 ‘한국 고교야구 갤러리’.

이들은 고교야구를 다루는 커뮤니티 중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하는 곳으로, 상당한 영향력을 자랑하고 있다.

그중에서 상당한 네임드를 자랑하는 유저가 있다. 그 유저의 닉네임은 ‘갤주떴냐’.

그는 항상 고교 야구 선수의 플레이 움짤을 떠서 게시글에 올리고는, 제목마다 ‘갤주 떴냐?’라는 글을 쓰며 올렸다.

그의 글은 항상 높은 조회수를 자랑했는데, 이게 나름 갤러리의 유구한 전통이 되었기 때문이다. 바로 갤의 추앙받는 존재, ‘갤주’를 감별하는 의식이기 때문이다.

고교야구 이야기를 하는 유저들답게 그들은 성인이 된 선수를 ‘상폐’취급하는데, 파릇파릇한 고교생들에게서만 갤주를 찾기엔 그들의 조건은 한없이 까다로웠다.

제목: 갤주 떴냐…?

ㄴ불합격 ㅅㄱ

ㄴ예능감은 있는데 갤주에는 모자람

ㄴ실력을 더 키워서 오도록

ㄴㅋㅋㅋ 실력 더 키워서 오면 상해있을 듯

그렇다고 실력이 좋으면 더 기준이 후하냐? 그것도 아니었다. 세종기 진출을 걸고 싸우게 될 한청고의 에이스이자 현재 고교 탑 3선발, 류한울 조차도 갤주는 되지 못했다.

제목: 갤주 떴냐…?

ㄴ와, 졸라 잘하는데? 불합격

ㄴ한청고 류한울 이 새낀 너무 잘해서 인간미가 없음

ㄴ그냥 실력충 놈들이나 빨 법한 노잼캐 ㅅㄱ

바로 실력과 예능감이 모두 갖춰지지 않으면 갤주로 인정받을 수 없다는 것! 하지만 고교야구에서 두 가지 모두 갖춘 선수는 찾기 어렵다.

예능감이 있으면 실력이 구렸고, 실력이 좋은 선수는 너무 노잼이었다.

요 근래 몇 년간 황금세대라 불리며 엄청난 포텐셜의 선수들이 튀어나오고 있지만, 풍요 속의 빈곤이라고 ‘한국 고교야구 갤러리’의 유저들은 갤주를 찾아서 늘 헤맸다.

그러던 어느 날이다.

제목: 갤주 떴냐…!?!?

유저들은 게시판에 뜬 글의 제목을 보고 의아했다. 그는 어지간해서는 뒤에 물음표나 느낌표를 딱 하나만 쓰기 때문이다.

대체 무슨 일인지 싶어 글을 클릭한 갤러리 유저들은 하나같이 감동의 도가니에 빠질 수밖에 없었다.

강호고를 노히트 노런으로 씹어먹는 야구력.

게다가 묵직해진 상태로 야구를 한다는 미친 어그로 능력까지. 그들이 찾는 완벽한 갤주의 자질을 가진 게 금성묵이다.

ㄴ이런 미친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ㄴ씨11발!!!!! 갤주 떴다!

ㄴ호우!! 어디서 이런 개또라이가!!

ㄴ지금까지 당신 같은 인재를 기다려 왔다우~

ㄴ갤주 호소인 이 씹새들 당장 방빼ㅋㅋㅋㅋㅋㅋㅋㅋ

그렇게 압도적 지지 하에 갤주에 취임한 금성묵. 한 경기 가지고 갤주로 모시는 건 너무 빠른 것이 아니냐 하는 소수의 의견이 있었지만, 고인물 유저들의 탄압으로 쉽게 진압되었다.

혜성처럼 등장한 신입 갤주 금성묵.

야한 냄새를 풀풀 풍기며 나타난 그를 위하여, 유저들은 한마음 한뜻으로 한가지 행동을 하기 시작했다.

그것은 바로 별명 짓기!

선수로서 엄청난 개성을 가진 성묵이다. 별명 만들 껀덕지는 차고 넘치기에 유저들 앞다투어 아이디어를 냈다.

-갤주님 묵직하시니까 ‘묵직좌’ 어떰?

ㄴ 흠 무난하네

ㄴ 나쁘지 않네 ㅇㅋ

우선 무난한 별명이 가장 먼저 통과 사인을 받게 되었다. 그 다음은 영어를 활용한 별명의 차례다.

-갤주님 이름에서 ‘금’이랑 ‘성’이 영어로 뭔지 앎?

그것은 바로 Gold'와 Sex임.

그 둘을 합치면….

ㄴ골드짹스묵 ㄷㄷㄷ

ㄴ아니 너무 천박하잖아 ㅋㅋㅋㅋㅋㅋㅋ

입에 담기엔 너무 수위가 높은 탓에 순화하자는 의견이 다수 나왔고, 그 결과 ‘야스묵’으로 타협하는 데 성공한 유저들.

그 다음 별명은 성묵이 삼진을 잡고 외치는 ‘우효’에 관련된 것이다.

-우효광 어떠냐? 우효 외치는 미친놈이란 뜻에서 ㅇㅇ

ㄴ갑자기 중국인 행 ㅋㅋㅋㅋㅋ

ㄴ나름 ㄱㅊ한디?

그러나 성묵의 눈물 없이는 볼 수 없는 사연이 뜬 뒤, 글 작성자는 댓글 폭탄을 받게 된다.

ㄴ너어는 진짜….

ㄴ가정사 가지고 장난질이여?

ㄴ 이건 좀 아니지;;

ㄴㄴ 나도 몰랐다고 시11발!!!

그렇게 나타날 뻔한 별명 하나는 그대로 묻혀버리고, 큰 임팩트를 가진 별명이 등장했다.

-그러고 보니 갤주, 남자한테 벌떡 섰네?

ㄴ어, 그러고 보니….

ㄴ 이거, Hoxy…?

-성묵 게이 어떰?

ㄴ성묵ㅋㅋㅋㅋㅋ 게잌ㅋㅋㅋㅋㅋㅋ

ㄴ착착 감기네 개굳

ㄴ심지어 들박선언까지 함 ㄷㄷㄷ 개통 딱대

실제 사실과는 다르지만 게이 타이틀을 얻게 된 성묵. 금성묵 본인 선정, ‘가장 좆같은 별명 1위가 탄생하는 순간이었다.

훈련을 앞두고 나는 야구부 부실에 들어섰다.

그리고는 내 귀를 의심했다.

"오, 성묵 게이 안녕?"

"...............!?"

매니저 신혜지가 내게 도무지 넘길 수 없는 말을 했기 때문이다. 둘도 없는 상남자인 내가 게이라니. 이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인가. 나는 차분한 목소리로 말했다.

"어이, 취소해라. 방금 그 말…!!"

"아, 반응 보니 모르나 보네."

쓱 하고 내게 핸드폰을 내미는 신혜지,

거기엔 한 커뮤니티 사이트가 담겨 있었다.

"자 봐봐, 여기서 너 완전 인기스타야."

그곳에 보이는 수많은 별명의 향연. 하룻밤 사이에 지어진 수많은 별명을 마주한 나는 그 수많은 정보량의 홍수에 뇌정지가 오고 말았다. 그 와중에도 누가 봐도 날 대상으로 하는 것 같은 별명들만큼은 눈에 밟혔다.

"묵직좌, 야스묵, 우효광, 묵신, 이게 다 내 별명이라고…?"

"응, 그중에서도 화룡점정은 역시 '성묵게이'지만."

우르르!

야구공 여러 개가 땅바닥을 구르는 소리가 들려왔다. 뭔가 해서 보니, 박스채 야구공을 들고 오던 노아가 입을 틀어막은 채 나를 보고 있다. 믿을 수 없다는 눈을 하고서.

"서, 성묵 오빠. 아니죠?!"

".........??"

"오빠가 게이라니, 그러면 제 계획이....!"

"왜 너까지 헛소리냐. 혼날래?"

나는 이 헛소리를 내뱉는 요망한 볼을 주욱 잡아당겼다.

"뿌헤엥....!!"

오, 명불허전이군.

역시 말랑하니 촉감이 좋다.

"오해하지 마, 나 여자 좋아해."

"휴, 다행이에요....!"

오해가 풀렸다는 듯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 노아. 그런데 아까 뭔가 이상한 말을 한 거 같은데?

"그래서 뭔데? 네 계획이란 게."

"핫.......!!"

화들짝 놀라는 노아.

"오빠, 저 갑자기 급한 일이이....!!"

갑자기 야구공을 휘리릭 박스 안에 쓸어 담더니 황급히 도망쳐버린다.

"말하기 싫은가 봐."

"쩝……."

때 마침 우르르 들어오는 부원들. 최아담이 나와 신혜지가 뭔가 대화하고 있자 궁금했는지 중간에 쓱 끼어었다.

"뭔 이야기 하냐, 나도 좀 끼워줘라."

"오, 쨈민이 왔구나. 뭔 이야기 했냐면...."

조잘대며 설명해주는 신혜지.

그걸 들은 동료들은 피식 웃었다.

"오, 부럽습니다 성묵 형님…! 벌써 별명도 생기시고!"

"이 또한 대중이 금성묵 시주에게 가진 관심의 표현, 긍정적인 것으로 사료됩니다. 아미타불."

나름 긍정적 반응을 보이는 지수용과 석운강, 하지만 나는 여전히 기분이 썩 좋지 않다.

"후, 막상 붙은 별명이 거지같으면 내 기분 알 거다."

"그런 거라도 붙으면 감지덕지지.나같은 무명한텐 배부른 소리다 짜샤."

뭐라도 별명을 얻고 싶은 듯한 최아담은 닭벼슬 머리를 빗으로 쓱 올리며 말했다. 그러자 옆에서 핸드폰을 보다가 '오!'하는 표정을 짓는 신혜지.

"야, 최아담. 너도 별명 붙었는데?"

"뭐뭣, 나한테 별명…!?"

흥분을 감추지 못하고 콧김을 내뿜는 최아담. 녀석은 신혜지 옆에 착 붙어서는 커뮤니티 글을 같이 읽기 시작한다. 그리곤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우오오, 최아담 스미스...!? 완전 쿨한데?"

"흠...?"

어디선가 들어본 이름인데.

옆에 있던 도진이 뭔가 알아챈 듯 말한다.

"아담 스미스라면 그거 아닌가요, '보이지 않는 손'이론을 창립한 영국의 유명한 경제학자요."

"오, 그런 유명한 사람이 내 별명? 대박이잖아...!"

얼마나 기쁜지 부실을 이래저래 스프린트하고 다니는 녀석. 그러나 진실은 사실 잔혹했다.

-최아담? 얘는 공 보는 눈이 아예 없는 거임? 9구 3삼진 뭐냐.

ㄴ최'아담 스미스'의 '보이지 않는 공' ㄷㄷ

ㄴㄴ 엌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압도적으로 작은 신장 탓에 역으로 경기 중에 눈에 띄는 최아담인데, 타석에서 마저 공을 전혀 못 고르고 붕붕 대다가 3삼진을 먹은 게 꽤나 임팩트가 컸던 모양. 진실을 알게 된 최아담은 얼굴이 붉으락푸르락 해졌다.

"이 개같은 자식들…!! 니들이 뭘 알아아악!!"

뭐라도 별명이 붙었으면 좋겠다던 녀석은 분노를 이기지 못한 채 데굴데굴 굴렀다. 지켜보는 우리에겐 마냥 즐거운 일이다.

"이야, 우리 팀 영국인 용병도 생겼네. 좋은데?"

"영국이라면 홍콩과 뗄 수 없는 관계 아니겠습니까. 아주 든든합니다, 아미타불."

한마디씩 거드는 류지와 석운강.

운강이도 팀에 꽤 융화되어선 이럴 때 농담 한마디씩 툭툭 던지곤 한다.

아무튼 부실에 전부 모인 야구부원들.

오늘 명감독은 성묵의 입을 통해 모두에게 '지옥 훈련'을 예고한 바 있다. 긴장감을 감추지 못하는 동료들.

녀석들은 금강고 전 승리 이후 들뜨지 말란 내 말을 잘 이행하고 있다. 군기가 빡 잡힌 모습을 보니 주장으로서 만족스럽다.

"오, 모두 모여있구만."

그때 부실 문을 열고 들어오는 명신우 감독. 나는 부원들에게 신호를 주고 인사했다.

"안녕하십니까…!!"

"그래, 다들 수고가 많다."

고개를 주억이고는 뒷짐을 진 채 부실을 걷기 시작한 명감독. 어느덧 선수단 장악을 꽤 해냈는지, 선수들의 눈빛에서 신뢰가 엿보인다.

‘하긴, 무명 팀 이끌고 금강고도 때려잡은 감독인데 그럴 수 있지.

슬픈 이야기지만, 선수들의 굳건한 신뢰도 오늘 어쩔 수 없이 흔들리게 될 예정이다. 나는 이곳에 오기 직전, 명감독과 있었던 일을 떠올렸다.

"오, 성묵아. 3차전 직전 훈련 프로그램은 네가 직접 짜뒀다고?"

화색이 되어서 반기는 명 감독.

지금까지 내가 하자고 해서 잘못된 게 없으니 믿음이 갈 수밖에. 하지만 내 이야기를 다 들은 명감독의 표정은 썩어들어갔다.

"…성묵아."

"왜 그러십니까."

"크흠, 이런 훈련은 좀 아니지 않을까. 아니 애초에 훈련이 맞긴 한 건지…."

다소 간절한 표정으로 사정하는 명감독. 납득이 가기는 한다.

'뭐, 이런 반응이 정상이긴 해.'

내 말이면 좌로 구르고 우로 굴러야 할 입장인 명감독조차 ‘아, 이건 좀….’이란 반응이 나오는 게 정상인 훈련을 강행하려는 데에는 다 이유가 있다.

‘…이 게임에 존재하는 히든 피스 훈련법 때문이지.

예전에도 했던 적이 있다.

타이어를 끌고 연병장을 달리거나, 흠집이 난 공으로 변화구 훈련을 하면 더 효과가 가미되는 것 등이 거기에 속한다.

하지만 저것들은 어디까지나 '상식'의 영역. ‘비상식’의 영역에 해당하는 히든 피스 훈련의 효과는 훨씬 더 강력하다.

‘…근데 정상인이라면 도무지 제정신으로 할 수가 없는 짓들이라.

히든피스들은 야구계의 밈을 차용하여 만든 이스터 에그 느낌의 요소인데, 그 훈련 방식들이 범인의 사고로는 도무지 따라잡을 수 없는 기행에 가까웠다.

그래서 다른 동료들에게 ‘이 훈련 해보쉴?’하고 설득하는 게 불가능에 가깝다. 안 그래도 촉박한 대회 일정에 주인공의 미친 짓을 선뜻 시간 내어 해줄 사람은 거의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훈련법들 자체는 ‘게임이 어려우면 주인공 캐릭터로 혼자 꿀 빠세요~’느낌으로 만들어졌다.

하지만 그걸 어떻게든 동료 전체에게 시킬 수만 있다면?

‘팀 전력이 비약적으로 상승하겠지.

타팀이라면 시도도 못 했겠지만, 문혁고는 내가 이사장에 감독까지 모두를 쥐고 흔들 수 있는 팀. 여기선 결코 불가능이 아니다.

"감독님?“

나는 씩 웃었다.

불안한 표정을 짓는 명 감독.

내가 감독 자리를 두고 무언가 말할 거라고 생각한 모양이다.

나는 그저 한마디만 던졌다.

“듣기로는 이번에 이사장님이 경기 결과에 꽤 만족했다고 하시더라구요. 익명의 후원금 덕분에 예산 사정도 꽤 풍요롭구요.”

“아, 그래. 얼핏 들은 것 같긴 하다만….”

“이사장님한테 슬쩍 귀띔 해드릴게요. 감독님 보너스 좀 드리라고.”

“…………!!!”

보너스 소리에 눈알이 팽그르르 돌아가는 명 감독. 그는 넙죽 허리를 숙이며 외쳤다.

“성묵아, 이 훈련!! 내가 무슨 수를 써서라도 진행하마!!”

대동강 물도 팔아먹을 기세로 열의를 불태우는 명감독. 내가 혹시 협박할 거라고 생각했다면 오산이다. 나 그렇게 나쁜 사람 아니야.

활활 불타오르는 눈빛의 명감독. 그 열의에 영향을 받은 것인지, 부원들 또한 긴장하기 시작한다.

명감독은 오늘 있을 훈련에 대해 운을 떼기 시작했다.

"다들 많이들 궁금했을 거다. 오늘 하게 될 훈련이 무엇인지."

"………."

"아마 직접 해보면 이런 생각이 들 수도 있을 거다. 정말 이걸 내가 해낼 수 있을까? 하는 그런 생각."

꿀꺽!

사방에서 침 넘기는 소리가 곳곳에서 울려 퍼졌다.

"하지만 나는 믿어 의심치 않는다. 이 훈련이 너희들을 한단계 더 성장시킬 것임을! 여러분은 이 훈련을 통해 한층 향상된 선구안을 갖게될 거다!“

“우오옷…!!”

타자들의 반응이 뜨겁다.

이번 금강고 전을 통해 선구안의 부족을 특히 체감했을 터. 특히 영국인으로 국적이 바뀐 최아담이 제일 반기는 분위기다.

“우선, 이번 훈련은 경기장 바깥에서 받을 예정이다. 이른바 영외 훈련이지.”

“우오오!!”

“대체 어디를 가길래…!”

드라마나 영화에서 나올 법한 낭만 넘치는 훈련 장소를 떠올리는 선수들. 그러나 현실은 시궁창이다.

“오늘 여러분이 훈련받을 장소는 바로…!“

“바로…?”

“동물원이다.”

“………??”

단숨에 눈가에 ?’가 뜨는 부원들.

나는 모르는 척 손을 들며 그에게 질문을 던졌다.

“감독님, 동물원에서 무슨 훈련을 하는 겁니까…?”

“좋은 질문이다.”

그렇게 답하고는 심호흡을 하는 명 감독. 아무래도 이 세계관이 받아들이기엔 좀 이른 수련법일 수도 있겠다.

‘그치만, 고증인 걸 어떻게 하냐.

1983년, 광주에 연고를 둔 모 야구 구단은 동계 훈련 기간, 취재하러 온 기자들에게 질문을 받는다.

[우승의 비결이 뭡니까!? 혹시 구단만의 특별한 훈련법이 있는 것인가요?]

그러자 감독과 선수들은 씩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는 특별한 말 없이 기자를 동물원으로 부르더니, 행동으로 보여주었다.

그 훈련법은 바로….

“여러분은 지금부터, 호랑이와 눈싸움을 해줘야겠다.”

“…………???”

모든 부원의 눈이 다시금 ?’로 물들었다. 다들 자기 귀를 의심하는 눈치다.

“눈, 눈싸움…?”

“내가 아는 그 눈싸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지 웅성거리기 시작하는 부원들. 사실 어제 내가 선수들에게 ‘힘들테니 각오해라.’라고 한 것은 ‘자괴감 때문에 힘들 거다!’라는 의미도 있었다.

이거 괜찮은 거냐며 나를 애처로운 눈빛으로 쳐다보는 명감독.

‘감독님, 화이팅…!

나는 그저 씩 웃으며 화이팅 포즈를 취했다. 이게 바로 책임 없는 쾌락인가. 나쁘지 않구만.

호랑이 눈싸움.

이 게임의 ‘가장 병신같은 훈련법 TOP3'이자,

동시에 ‘가장 사기적인 효과의 훈련법 TOP3에 항상 랭크되는 훈련법.

유저들이 입을 모아 말하길 막상 할 때는 자괴감이 들지만, 하고 난 뒤에 이것만큼 차이가 큰 훈련도 없다고 한다.

‘어디 호랑이 기운 좀 받으러 가볼까.

선구안이 문혁고의 약점이라고?

이제는 아닐 거다.

이기기 위해 이런 개지랄도 소화해낸 우리 팀은 크게 강해질 거다. 물론 앞으로도 이런 짓거리를 종종 해야한다는 건 함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