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iles
rupy1014 f66fe445bf Initial commit: Novel Agent setup
- Add 3 AI agents (writing, revision, story-continuity specialists)
- Add 4 slash commands (rovel.create, write, complete, seed)
- Add novel creation/writing rules
- Add Novelpia reference data (115 works, 3328 chapters)
- Add CLAUDE.md and README.md

🤖 Generated with [Claude Code](https://claude.com/claude-code)

Co-Authored-By: Claude Opus 4.5 <noreply@anthropic.com>
2025-12-14 21:31:57 +09:00

13 KiB
Raw Permalink Blame History

문혁고가 경기에 승리한 그 때,

2차전 상대인 금강고 역시 경기에서 승리하며 취재진을 맞이하고 있다. 문혁고 측과 꽤 다른 점이라면 전국구 강팀인 만큼 꽤 많은 인원의 기자가 붙었다는 것.

꼬장꼬장한 성격이 얼굴에 잘 드러나는 금강고 감독, 유종훈이 기자들의 질문을 받아주고 있다.

“감독님, 1차전 상대 충룡고 상대로 에이스 장태산 선수를 출장시키지 않은 이유가 따로 있을까요?”

“쯧, 이전에도 말한 것 같은데…. 충룡고는 만만한 상대는 아닌 만큼 태산이를 내보낼까 생각도 했지만, 며칠 전 감기 몸살이 난 탓에 무리시키지 않았습니다. 책임감이 강한 녀석이니 본인의 출전 의지는 강했습니다만 굳이 무리시키고 싶지는 않더군요.”

“그렇다면 2차전에는 출장시키실 예정이신 겁니까?”

“예, 그렇습니다.”

문혁고에게는 재앙과도 같은 소식.

금강고 전의 난이도를 높이는 주범이자, 청소년 국가대표 투수인 장태산이 문혁고 전에 선발로 등판 예정이다.

장태산은 오늘 묵묵히 경기장에 앉아 팀의 경기를 지켜봤다. 출장하지 않았기에 묵묵히 경기장을 빠져나가려 했지만 207cm에 달하는 장신이다 보니 눈에 띄지 않기 어려웠고, 결국은 기자의 눈에 띄어 붙잡히고 말았다.

“아, 장태산 선수! 질문 하나만 해도 괜찮을까요…!”

“예, 하시죠.”

“방금 막 타구장 소식이 들어왔습니다. 금강고의 2차전 상대는 문혁고라는 학교가 될 예정이라고 하는데, 태산 선수는 상대 학교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문혁고…?”

갸우뚱하는 장태산.

그는 그저 지금 드는 생각을 솔직담백하게 내뱉었다.

“죄송합니다만, 그런 미미한 학교엔 별로 관심 없습니다. 그래서 딱히 말씀드릴 수 있는 게 없군요.”

[금강고 에이스 장태산 曰 “문혁고? 그런 미미한 학교 관심 없어.”]

“이런 싸가지 없는 새키를 봤나…!”

지역 신문을 반으로 쫙 찢어버리고는 길길이 날뛰는 최아담. 첫 경기 승리의 여운과 함께 단체 훈련 중이던 문혁고 야구부원들은 기사를 읽고 썩 기분이 좋지 않아보였다.

상대방이 자신들을 제대로 된 적으로 조차 인식하지 않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리라.

“…흠.”

성묵은 상황을 지켜보다가 선수들을 불러 모았다.

“애들아, 기사 봤지. 금강고 투수 발언한 거.”

고개를 끄덕이는 선수들.

성묵은 다소 강경한 어조로 말했다.

“마음은 알겠는데 진정 좀 하자. 저런 놈들 심리는 내가 좀 아는데, 다 상대 흔들려고 저러는 거다. 괜히 경기력 지장 가게 감정에 몸을 맡기지 마라.”

“……….”

양아치 행동에는 그 누구보다 빠삭할 것처럼 생긴 성묵의 말이기에, 자기도 모르게 설득당해버린 팀원들. 다소 진정이 된 듯한 동료들의 모습에 성묵은 씩 웃으며 한마디를 더했다.

“웃기지 않냐? 방심시키려고 전력 좀 숨겼더니 진짜로 방심해선 미미한 팀이 어쩌고 입 털고 있는 꼬라지가 말이야.”

“오, 그러고 보니….”

“오늘 훈련도 잘 마무리해보자고, 해산!!”

“해산…!!”

점점 더 단단해지기 시작한 문혁고.

그 중심에는 주장을 맡은 성묵이 있었다.

금강고 측 선수들은 2차전을 앞두고 썩 긴장한 반응은 아니다. 그들은 당장 붙게 될 문혁고 보다는 다음 대진에서 맞붙게 될 강적인 대관령고, 한청고에 더 관심이 많았다.

“전력 분석팀에서 불렀다고?”

“아씨, 태산이 말대로 그냥 미미한 학교잖아. 꼭 봐야 돼?”

하품을 찍찍하며 귀찮음을 표시하는 선수들. 그러나 감독의 명령에 갈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시작된 문혁고 분석 PPT.

역시나 타자 1순위 경계 대상은 석운강이다.

“오, 나 쟤 알아. 그 소림사 포수 아니야?”

“뭣 하러 저런 무명 학교에 갔대? 이해가 안 가네.”

그다음은 지수용, 최아담, 도도진 정도가 꼽혔다. 그러나 셋 다 무명에 가까운 만큼, ‘그나마 꼽자면’ 느낌의 분석이었고 선수단 역시 심드렁한 반응이다.

“인재가 없구만, 인재가 없어.”

“신생이라잖아. 뭘 바라냐?”

그다음은 투수 분석으로 넘어갔다.

영상 자료에는 핫산이 공을 던지는 영상이 담겨있다.

“오! 파키스탄 투수라, 내전 중이라 한국으로 튀었나?”

“야구 유학 온 걸 수도 있지. 못 사는 나라에서도 야구 유학 보내는 부자들 꽤 많잖아?”

외국인 투수에도 별 놀라는 반응은 없는 금강고. 이미 각 지역의 강호고들에 상당히 많은 외국인 선수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다음으로 PPT에 등장한 것은 성묵이다.

“자료가 많지는 않지만, 부산 명문인 부전고 출신의 투수입니다. 고1 때는 간간이 등판하다 2학년 기록은 없습니다. 아마 하산 선수는 1차전에 등판했으니 선발투수는 이 선수가 할 가능성이 꽤 높습니다.”

“투구 패턴이 어떻게 되는데요?”

“1학년 당시에는 150km 초반의 직구에 간간이 커브, 슬라이더 등을 섞어 구사한 걸로 확인은 되지만 방어율이 4점대 후반에 육박하는 걸로 봐선 그 위력이 딱히 대단하진 않을 것으로 추측 됩니다.”

“뭐야, 허접이네.”

의자를 쭉 늘어트리며 그리 평가하는 금강고 선수. 그들은 이번 경기도 낙승 예정이라고 판단했다.

“그래도 방심은 금물입니다. 그래서 이번에도 ‘최악의 시나리오’를 준비했습니다. 그걸 좀 말씀드리자면….”

“아, 또 시작이야?”

“지긋지긋하다고, 저거 듣는 것도.”

선수들은 이내 질린 표정을 지으며 얼굴을 찌푸렸다. 금강고가 세종기에서 예상치 못한 상황에 대회를 떨어지는 일이 종종 있다 보니, 그것도 대비 안 하고 뭐 했냐는 높은 분들의 민원이 들어왔다.

그래서 전력 분석팀에서 만든 방법이 ‘최악의 시나리오’를 선수들에게 주지시키는 것인데, 선수들 입장에선 일어나지도 않을 일을 비약해서 겁주는 걸로밖에 비치지 않았다.

그래도 꿋꿋한 전력분석원.

문혁고의 경기에서 나름의 경계 요소를 찾았기에 선수들에게 경고하기 위하여 다음 자료를 틀었는데….

♪ ♫ ♬♪ ♫ ♬~

“엇, 이게 왜…?!”

실수로 혼자 보려고 저장해둔 치어리더 영상이 틀어졌다. 스크린에 띄워진 노아의 춤추는 모습.

당황해서 리모컨을 연달아 눌러봤지만 영상은 멈추지 않았고, 선수들은 휘파람을 불어대며 영상을 관람했다.

“휘유, 분석관님 고지식한 줄 알았는데 상남자셨네.”

“앞으로도 이런 좋은 거 있으면 같이 봅시다. 이러니까 훨씬 재미있네.”

“쟤네 실력은 모르겠는데, 치어리더는 우리 팀보다 나은데?”

“오, 그거 인정.”

문혁고의 총체적인 전력 분석과 더불어, 노아의 춤 영상을 보고 선수들이 든 생각은 하나였다.

‘저놈들, 대회에 놀러 왔나본데?

종종 있는 학교 부류다.

치어리딩이나 응원에 진심을 쏟고서는, 1~2차전 쯤에 웃으며 탈락하는 팀들. 야구에 진심인 입장에선 한심하기 그지없는 부류지만, 한 경기 한 경기가 피 말리는 토너먼트에서는 개꿀 대진 상대나 다름없었다.

“쯧, 이쯤 봤으면 됐군. 이만 해산하지.”

기껏 빼놓은 분석 시간에 상대 팀 여자 치어리더 영상이나 트는 꼴이 영 맘에 들지 않는 감독. 그는 결국 ‘최악의 시나리오’를 보지 않고 분석 시간을 끝내기로 결정했다.

“앗, 감독님. 아직 남은 자료가…!”

헐레벌떡 만류하려던 분석원은 감독의 째려보는 눈빛에 그대로 얼어붙었다. 결국 축 처진 분석원.

“이번에는 진짜로 불안한데….”

그렇게 중얼거리는 그의 앞에, 거대한 그림자가 멈추어 섰다.

“분석관님.”

“어엇, 장태산 선수…?!”

유일하게 이 자리에 남아있는 선수는 다름 아닌 금강고의 에이스, 장태산이다.

“아까 못 보여준 자료, 제게 보여주실 수 있습니까.”

“………!”

준비해둔 ‘최악의 시나리오’를 보여달라는 장태산.

문혁고에게 한 가지 악재가 있다면, 유일하게 방심하지 않은 선수가 하필이면 상대 팀의 에이스라는 것이다.

[성묵씨, 1차전에 도시락 필요하죠?]

1차전을 앞두고 성묵에게 문자를 보낸 올리비아. 그녀는 당연히 필요할 거라 생각하고 열심히 연습 중이었건만….

[ㄴㄴ 괜찮음]

쿠궁!

돌아온 반응은 필요 없다는 말이었다.

올리비아는 그만 손에 든 국자를 떨구고 말았다.

물론 약캐 코스프레를 해야 하는 상황에 그녀의 도시락까지 먹을 필요는 없어서 거절한 것이었지만, 올리비아는 꽤나 큰 충격을 받았다.

“어째서.”

분명 그때 친구를 맺기로 하지 않았나. 서로 필요할 때 돕기로 해놓고 이렇게 일방적으로 거절할 줄이야.

"…더 이상 내 요리는 필요 없다 이거죠."

성묵에 대한 묘한 분노까지 치밀어 오른 올리비아. 처음엔 수업을 빼고 야구장에 가려 했지만, 열받은 나머지 가지 않았다. 경기 결과에도 관심을 끄려고 했다.

“……….”

그래도 차마 거기까진 하지 못한 그녀. 수업 중 몰래몰래 중계 어플을 통해 경기를 지켜봤다. 그리곤 이상한 점을 깨달았다.

‘성묵 씨가 선발 투수가 아니네? 그리고 9번 타자…?

평소 경기에선 에이스 투수에 클린업을 맡던 성묵이다. 갑자기 이렇게 역할이 바뀌다니. 그녀가 모르는 무슨 일이라도 있는 건가 싶었다.

그런데 그 고민은 그리 오래가지 않았다. 굉장히 눈에 거슬리는 존재가 있었기 때문.

2학년의 타카히나?

대략 10명 내외의 유학생이 있는 문혁고다. 따로 말을 섞어본 적은 없지만 유학 관련 업무를 처리할 때 몇 번인가 마주친 적이 있다.

그런데 그녀가 갑자기 야구부 치어리더가 되어서 활동 중이라니, 심지어 꽤 귀엽다면서 영상 조회수가 나날이 올라가는 중이다.

"………흥."

묘하게 심기가 불편한 그녀.

이제 도시락이고 뭐고 다시 프랑스 요리에나 매진하자고 생각하는 올리비아. 그때 그녀의 핸드폰의 진동이 울렸다.

문자를 보낸 장본인은 다름 아닌 성묵이였다.

[올리비아, 나 2차전 진짜 중요한데 도시락 좀 부탁해도 되냐?]

"………!"

눈을 크게 뜨더니, 딱딱했던 표정이 금세 풀리는 올리비아. 언제 그랬냐는 듯 그녀의 발걸음은 다시 주방으로 향하고 있었다.

“중요한 경기….”

이전에 해줬던 것들보다 더 발전해야 했다. 그러나 딱히 떠오르는 게 없는 상황. 그러던 와중 잊고 있던 걸 떠올린 그녀가 화들짝 놀라며 선반으로 다가갔다.

“아…!!”

1차전 때 해주려고 준비한 음식 재료와 소스를 숙성시켜둔 걸 까먹고 있었다. 상태가 안 좋아졌을 수도 있으니 허겁지겁 뒤처리하려고 봤는데….

“…왜 맛있지?”

잘못되긴 커녕 더 맛있어진 것 아닌가. 의도치 않게 까먹고 방치해둔 덕분에 훨씬 맛있게 숙성이 되어버렸다.

"이거라면 만들 수 있어…!"

올리비아는 전의를 불태웠다.

이번에는 만들겠다고 다짐했다.

성묵에게 해줬던 그 어떤 요리보다도, 더 훌륭한 요리를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