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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2-14 21:31:57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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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비 원툴 내야수, 이태경은 문혁고의 일원이 되었다.

지금 팀으로서 높이 가기 힘들다는 것을 실감한 것인지 살짝 찔러보자마자 일사천리로 전학을 결정했다.

“안녕하십니까! 보문고에서 전학 온 1학년 이태경이라고 합니다. 내야는 제가 철통같이 지키겠습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허리를 넙죽 숙이며 선수단에 인사하는 녀석. 환영의 의미로 선수들이 박수를 쳐준다. 특히 땅볼형 투수인 리동혁은 특히 기뻤는지 더 열심히 박수를 치는 모습. 반대로 이태경의 탄탄한 수비를 봤던 후보 멤버들이 다소 긴장한 표정을 짓는 게 보인다. 아마 수비 하나는 확실한 선수가 들어온 만큼 기회가 적어지지 않을까 하는 불안감이 크겠지.

‘뭐, 꼬우면 잘했어야지.

팀이 창단되고 얼마 안 된 이 시점이 가장 어수선하면서도 기회가 많은 시기. 이럴 때 두각을 못 드러내는 녀석은 앞으로도 벤치만 뜨뜻하게 달굴 가능성이 높으리라.

"그래, 환영한다. 같은 나이인 핫산이 잘 챙겨주고."

"옙, 감독님!"

씩씩하게 답하는 핫산.

사실 첫 적응부터 굳이 외국인인 핫산을 붙여놓는 건 좀 그렇긴 하지만, 주전급 1학년은 워낙에 그 수가 적다. 위계 서열이 큰 운동부 특성상 차라리 선배보다는 외국인 동갑내기가 편할 거라는 게 명감독의 계산이다.

그리고 뉴페이스는 여기서 끝이 아니다.

놀랍게도 여자 매니저가 들어왔다.

"신혜지라고 해요. 잘 부탁합니다!"

박수를 치며 열렬한 환영을 받는 여자 매니저.

장신에 단발, 수수한 외모의 그녀는 최아담의 소꿉친구라고 한다. 어릴 때부터 같이 교회를 다녔다고 하던가.

배구부에 쭉 있다가 부상을 당해서 관두고, 야구부 서포트에 집중하고 싶다고 해서 붙었다고 한다. 아무래도 몸 쓰는 일에 익숙한 매니저가 더 빠릿빠릿 할 테니 기대가 크다.

하지만 정작 소꿉친구인 최아담은 이 상황이 영 마음에 들지 않는지 입술을 삐죽 내밀고 있다.

“쳇, 여기서도 저 박살 난 상판떼기를 봐야 하는 거냐.”

“뭐래, 이 잼민이가.”

“이 년이 미쳤나…!!”

괜히 툴툴대다 티격태격 하기 시작한 둘. 신혜지 쪽은 키가 170 중반대인 데 반해 최아담은 160 극 초반. 그 묘한 대비에 우리들은 숙연한 반응을 보냈다.

“도진아, 저게 설레는 키 차이라는 거다.”

“음, 뭔가 슬프네요….”

그렇게 뉴페이스 소개가 끝났다.

나름 여자 한 명 왔다고 확실히 화사해진 분위기에 팀원들은 만족하는 모양이다.

사실 여자 매니저고 뭐고 쌈뽕한 타자 하나 더 영입했으면 좋았을 테지만, 이제 외부 영입은 종료됐다고 보는 게 맞다. 이 멤버 그대로 출정식에 나가 엔트리를 확정하고 그대로 봄 대회를 뛴다고 봐야 한다.

‘…갑자기 학교에서 특급 유망주 안 튀어나오나?

전혀 현실성이 없어서 한숨이 푹 나왔다. 타선에 무게감을 더할 장타자가 필요한 상황이지만 없으면 없는 대로 팀을 꾸리는 수밖에.

훈련에 돌입하기 전, 화장실에 가려다가 어딘가에서 대화 소리가 들려왔다. 여자 목소리가 섞여 있는 걸 보니, 신혜지와 최아담인 것 같다.

“야, 최아담. 그래도 내가 와줘서 좋지? 응? 좋지?”

“아씨, 개빻은 얼굴 들이밀지 마라. 짜증 나니까.”

“쳇, 좋다고 한마디 해주면 덧나냐. 이 쫌생이.”

그 뒤에도 이래저래 이야기를 나누던 둘.

갑자기 무언가 떠오른 듯한 신혜지가 질문을 던졌다.

"아, 맞다. 그러고 보니 그 사람은 없네?"

"뭐, 누구?"

"너희 야구 동아리에 있었잖아. 빨간색 장발 머리에, 반반하게 생긴 3루수."

"…아."

잊고 있었던 것을 떠올렸다는 표정을 짓는 최아담.

그는 곧 씁쓸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걔, 한두경기만 뛰고 동아리 나갔어. 문혁고는 계속 다니는 것 같고."

"진짜…? 그 실력이면 무조건 야구부 들어올 줄 알았는데, 아니면 다른 곳 전학 가거나."

“흥, 관심 없어. 그런 녀석.”

‘오호라….

나는 귀가 솔깃해져서는 둘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였다. 야구 동아리에 상당한 실력을 갖춘 누군가가 속해있었던 모양이다. 심지어 포지션도 3루수? 이건 못 참지.

둘의 이야기가 끝나고 갈 길을 가는 와중에, 나는 최아담의 뒤에 붙어서 물었다.

"야, 최아담."

"어우씨 깜짝이야!"

화들짝 놀라는 최아담.

나인 걸 확인하자 고개를 까딱이며 묻는다.

"뭔 일이냐, 갑자기 불러세우고."

"아까 네가 얘기한 그 선수, 누구야?"

"…아아, 들은 거냐."

머리를 박박 긁으면서 귀찮게 됐다는 표정을 짓는 최아담. 아무래도 썩 내키지는 않는 모양이다. 녀석은 잠시 고민하더니 입을 열었다.

"타카히나 류지, 내가 지금껏 본 타자 중에 가장 뛰어난 실력을 갖춘 놈이야. 벽을 느낄 정도로 말이야.“

"………!"

나는 가슴이 쿵 내려앉을 정도로 놀랐다.

여기서 그 이름이 나온다고…?

“그 류지라는 사람, 동아리는 왜 나간 건데?”

“일단 첫인상은 최고였거든? 붙임성도 좋고, 항상 잘 웃고, 왜 여기 있는 걸까 싶을 정도로 실력도 좋았으니까. 그런데….”

야구 동아리 소속으로 두 번째 경기를 치른 날.

타카히나 류지는 경기가 끝난 뒤 팀원들에게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미안, 친구들. 소꿉장난은 여기까지 하자.'

씁쓸한 미소를 지으며 매몰찬 한마디를 남긴 그는 그 뒤로 다시는 동아리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고 한다. 학교 역시 나오는 날 보다 나오지 않는 날이 훨씬 많아졌다고.

“뭔가 사정이 있는 게 아닐까 지레짐작은 하지만, 정확한 사유는 나도 몰라.”

“………….”

가슴이 뛰기 시작했다.

보물이 발밑에 묻혀있는 걸 짐작도 못하고 있었다. 고교 리그 우승이라는 대계의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선 그 녀석이 꼭 필요하다. 나는 최아담의 어깨를 붙잡고 다급히 물었다.

"그 녀석, 몇 반인지 알아…?!"

"얌마, 너 아무리 운동부라지만 너무 주변에 관심이 없는 거 아니냐?"

"뭐?"

"너희 반이잖아. 멍청아."

“으응, 류지 말이지? 학교 안 나온 지 오래됐어.”

"......!"

“이대로면 제적당할지도 모르는데, 도통 연락이 안 닿나 봐."

교무실에 찾아가 담임인 성지영 선생에게 물어보니, 학교에 안 나온 지 오래됐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나는 다급한 목소리로 물었다.

"연락이 닿을만한 사람은 없을까요?"

"글쎄…, 아! 2학년에 류지의 동생이 있어. 분명 이름이 노아였던가 그랬는데?"

"........!"

나는 감사 인사를 쌩 남기고 자리를 떴다.

까맣게 잊고 있었다. 타카히나 류지에게는 여동생이 있었다는걸!

한창 시끄러운 2학년의 한 교실.

무용과 학생이 대부분인 교실에는 여느 때와 같이 미모의 여학생들이 하하 호호 떠드는 소리가 들려온다.

"애리야, 너가 추천한 리들샷, 크림 바르기 전에 바르니까 너무 좋던데…?"

"그치! 내가 안 쓰면 손해라고 맨날 말했잖아~."

꺄르르 웃음 터트리는 풋풋한 여고생들의 대화 속에, 한 거구의 불청객이 찾아들었다.

"저기요."

“………!!”

갑자기 급속하게 식어버린 공기.

흠칫 놀란 여고생들은 서로의 눈치만 보며 침묵을 지킨다. 그중에 한 소녀가 용기를 내어 묻는다.

"누, 누구 찾으시는 분이라도 있으세요…?"

"타카히나 노아, 여기 반 맞죠?"

"........!"

혹시나 했지만 역시나.

노아의 매력에 넘어가 버린 남자가 하나 더 생기고 말았다.

‘위, 위험해…!

‘…지켜야 해!

서로 눈을 마주치며 고개를 주억인 그녀들.

지키겠다는 결연한 의지를 다졌다.

물론 지키는 대상은 타카히나 노아가 아니었다.

‘저 금발 양아치 분이 위험해…!

그녀들이 걱정하는 대상은 다름 아닌, 금성묵이었다.

이 모든 일은 대략 일 년 전으로 돌아간다.

"노아 양, 저랑 같이 매점에 가서 빵 먹지 않을래요…?!"

한 동급생 남학생은 그녀의 톡톡 튀는 매력에 반해 용기를 냈다. 그리고 그 남학생은 얼마 지나지 않아, 방과 후에 정체 모를 덩치 형님들에게 끌려갔다. 그것도 아주 무서운 인상을 가친 형님들 말이다.

“쓰읍…….”

담배를 꼬나물고는 벽에 주저앉은 남학생을 쳐다보는 형님들. 학생은 생명의 위협을 느꼈다.

"사, 살려주세요."

“하하, 이거 웃기는 친구네. 형이 너를 죽이긴 왜 죽여.”

톡톡!

겁에 질린 학생의 뺨을 툭툭 건드린 사내.

겁먹지 말라는 제스쳐였지만, 학생은 더욱더 공포에 사로잡혔다.

“그, 그럼 저는 왜…!”

"어이 친구, 니가 그렇게 빵을 좋아한다며?"

우수수!

박스 하나가 엎어지더니, 그 안에서 수북한 빵이 땅바닥으로 쏟아졌다. 그들은 담뱃재를 구두로 질끈 밟으며 한 마디를 남기고 갔다 한다.

"너 혼자 다 먹어, 알겠지? 형은 다 아는 수가 있다?"

“예, 옙……!!”

의문의 사내들은 소년에게 다시는 개수작 부릴 생각 하지 말라는 경고를 남기고 떠나갔다. 하지만 의외로 노아의 동성 친구들에게는 그 누구보다도 친절하고, 가끔 먹을 것도 사 먹으라고 용돈도 준다. 다만 이성적으로 접근하는 녀석들은 예외 없이 단죄했다.

금성묵을 지키기 위해 한 여학생은 급히 어딘가로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노아에게 접근한 남자 출현! 수업 전까지 최대한 시간 끌어!!]

“노아, 슬슬 돌아갈까.”

“네에! 좋아요!”

방실방실 웃으며 친구의 뒤를 따르는 노아.

곧 친구의 핸드폰에 진동이 울렸다.

지이잉!

그 문자를 확인하고는 딱딱하게 굳은 친구의 표정.

그녀는 곧 얼굴에 환한 미소를 짓고는 말했다.

"노아, 나 이번에 친해진 친구 있는데 소개해줘도 될까?"

"꺄, 너무 좋아요~!"

나는 그 뒤에도 몇 번 정도 타카히나 노아를 찾아갔다. 그런데 2학년 복도로 내가 계속 찾아가다 보니, 누군가 위협을 느꼈던 모양. 나중에는 선도부까지 출두했다. 그런데 이 녀석, 낯이 좀 익다…?

“크험, 문혁고의 풍기를 어지럽히는 자. 대체 누구냐…!”

“나다, 임마.”

“끄오옷, 성묵 형님……!?!”

귀신이라도 본 표정을 지으며 식겁하는 지수용. 하필이면 출두한 선도부가 녀석일 줄이야. 몰랐는데 이 학교에서도 계속 짬이 날 때는 선도부 활동을 하는 모양이다.

“크흠, 그럼 저는 이만 가보겠습니다…!”

쌩 사라져버리는 녀석.

5툴 플레이어 아니랄까 봐 튀는 속도도 예술이다.

“쩝, 결국 못 만났네.”

결국 수업 시간이 전부 끝날 때까지 만나지 못했다. 어느 시간에 방문하든 친구들과 놀러 나갔다며 찾아볼 수가 없다. 이쯤 되면 나도 깨닫는다. 지금 의도적으로 날 피하고 있다는 것을!

‘후우, 내일이라고 다를 것 같진 않은데.

이쯤 되면 만나주지 않는 이유가 있다는 생각까지 든다. 그런데 딱히 짐작 가는 점이 없는 게 가장 큰 문제다.

‘흑란(黑蘭), 타카히나 노아.

서브 퀘스트에서 아주 잠깐 모습을 드러낼 뿐이지만, 현재 시점으로부터 약 10년 뒤 모습을 드러낸 그녀는 상당히 임팩트 있는 모습을 보여준다.

야쿠자 그룹인 무영회(無影會)의 2인자로서, 일본의 암흑계를 휘어잡는 데 큰 공을 세운 그녀는 부하를 끔찍하게 챙기면서도, 잘못했을 때는 한없이 잔인해질 수 있는 여러 가지 면모를 보여준다.

사실 이 남매에게 접근하는 것 자체가 커다란 도박 수일 수도 있다. 그런데 지금 당장 내 발등에 붙은 불부터 꺼야 할 것 아닌가.

그러려면 무슨 수를 써서라도 타카히나 류지를 영입해야 한다.

“일단 타카히나 노아부터 찾아야 하는데….”

“…저를 찾으세요?”

“응, 그래. 찾고있었-.”

어, 실화냐?

나는 순간 어안이 벙벙해서 눈앞의 소녀를 뚫어져라 쳐다봤다. 고개를 갸웃거리는 소녀.

하얀 눈처럼 뽀얀 피부.

양 갈래로 묶은 분홍색의 머리.

왼쪽 볼에 자그마하게 난 점.

사파이어가 박힌 것 같은 푸른 눈.

그리고 귀여운 외모까지, 타카히나 노아가 확실했다.

“………….”

죽어라 찾을 때는 안 나오다가 갑자기 튀어나오다니. 역시 얕볼 수 없는 상대다. 그녀는 미래에 일본의 암흑계를 쥐락펴락하는 거물. 속에 구렁이가 들었어도 수십마리가 들었을 것이 분명ㅡ.

“꺄아, 어떡해…!!”

“……??”

갑자기 부끄러워하더니 발을 동동 구르는 그녀. 나는 드럼통에다가 부하를 풍덩 담가버리는 미래의 그녀와 현재의 그녀 사이에서 도무지 갈피를 잡을 수가 없었다.

그녀는 곧 내게 다가오더니, 반짝반짝 눈을 빛내며 내 두손을 붙잡았다. 그리고는 진심 어린 목소리로 말했다.

“꼭 한 번 뵙고 싶었어요! 성묵 선배님…!!”

얘가 진짜로 일본의 암흑계를 쥐락펴락한다고?

아무리 봐도 천상 여고생인데…?

“…허참.”

그녀와 나의 첫 만남은, 여러 의미로 강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