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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부 설립을 공표한 다음 날, 나는 명신우 감독을 따로 불렀다. 그것도 혹할만한 미끼를 던진 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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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엑, 헥. 당장 영입 가능한 쓸만한 투수가 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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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깃했는지 우리 집 앞까지 한달음에 달려온 명 감독이 숨을 헐떡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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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입부 테스트까지 시간도 좀 있으니까 같이 가시죠. 부모님도 설득해야 하니까 감독님 도움이 필요하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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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그래? 내가 또 학부모님들 마음 어루만지는 데에는 일가견이 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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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 감독님 그 전에 코칭하던 학교에서 죄다 짤리지 않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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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끄러 인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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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감한 부분이 찔리자 발끈하는 명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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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우리 둘은 이미 얼추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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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야구부 테스트에서 쓸만한 투수가 등장할 확률은 희박하리라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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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당히 재능있어도 묻히기 쉬운 타자와 달리, 투수는 그 가치가 상대적으로 높은 탓에 가비지 이닝이라도 먹일만하다 싶으면 약소 야구부에 갈지언정 합격 자체는 어렵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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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이번처럼 일반적인 모집 기간이 훨씬 지난 뒤 여는 입부 테스트는 쓰레기장을 뒤적이는 격이나 다름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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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고 투수를 안 뽑을 수도 없다. 적어도 정규 대회 엔트리에 넣을만한 투수 숫자는 나까지 포함해서 총 4명. 3명을 찾는 건 솔직히 욕심이라 해도 2명 정도는 더 있어 줘야 원활하게 대회 진행이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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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내가 생각한 방안은 타국에서 온 투수를 찾는 것. 세계 제일의 리그에서 뛰고 싶다는 큰 꿈을 품고 한국에 왔다가, 여러 사정으로 제대로 야구를 못 하는 선수들이 분명히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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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내가 찾아가려는 건 그런 선수 중 하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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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어디에 있는데, 그 투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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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 멀리 있어요. 강원도 산골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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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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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명 감독의 썩차를 타고 시작된 장거리 운전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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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마냥 괴로운 길은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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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적으로 야구는 투수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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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스가 멱살 캐리 가능한 고교야구는 더더욱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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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투수를 얻기 위해선 제갈량을 찾아 나선 유비의 마음으로 기쁘게 찾아갈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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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묵아, 여기 맞아? 진짜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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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아요. 계속 가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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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여긴 광산이잖아…! 진짜 우리가 찾는 투수가 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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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온 것은 강원도의 태백시의 한 광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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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연탄을 캐는 광산으로 유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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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굉장히 외진 곳에 있는 탓에 차에서 내린 뒤에도 한참을 올라가는 중이다. 그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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콰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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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둥 번개가 치는 듯한 소리가 산을 뒤흔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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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씨, 깜짝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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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라서 휘청한 명신우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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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히려 난 웃음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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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대로 찾아왔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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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가 난 곳은 그리 먼 곳에 있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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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을 헤치고 들어가 바라본 그곳에는 순박하게 생긴 장신의 아랍인 청년이 서 있었다. 한가지 문제가 있다면 그 청년의 손에 들린 것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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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 폭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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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한폭탄이었다는 게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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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도 이미 심지에 불이 붙어있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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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 감독이 다리에 힘이 풀려 풀썩 주저앉았고, 청년은 이 인적 드문 곳에 갑자기 사람이 등장해 당황한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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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그는 곧 침착하게 손에 있던 시한폭탄을 강하게 던져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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옆에 있던 작은 동굴 안쪽으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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콰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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굉음과 함께 폭발하는 시한폭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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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에 작은 동굴이 우수수 내려앉으며 입구가 봉쇄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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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에 땀을 닦으며 우리 쪽을 쳐다보는 아랍인 청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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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세요? 여기는 어떻게 오셨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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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이 전혀 어색함 없는 한국어로 물어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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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천천히 그에게 다가서며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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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희가 찾는 사람이 있어서요. 혹시 성함이 어떻게 되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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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하, 제 이름은 하산입니다! 하산 이크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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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산 이크발 님의 스테이터스를 열람할 수 있습니다. 열람하시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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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es / No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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찾았다, 핫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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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yes를 누르고 녀석의 스텟창을 열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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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 하산 이크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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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적: 파키스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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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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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 186 c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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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킬 / 알라의 요술봉 (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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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기 상황에서 구위가 한 랭크 상승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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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재 키워드: 파이어볼러(S+) , 강철 체력(A+) , 돌직구(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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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수 능력치 (*포텐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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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투 스리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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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력: B (*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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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구: 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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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구: S (*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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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위: C (*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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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화구: 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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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구 살벌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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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녀석은 훗날 파키스탄의 국가대표 투수가 될 재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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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한국에서 외노자로서 가족과 함께 힘들게 살고 있지만, 게임 후반부에 20대 후반의 나이로 한국 리그에 데뷔한 녀석은 엄청난 강속구를 뿌려대며 꿀 가성비 영입캐로 손꼽힌 녀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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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성기가 짧은 게 문제라면 문제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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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게임 속에서 20대라는 운동선수로서 중요한 나이에 체계적인 훈련을 받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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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계를 위해 막노동하다 얻은 자잘한 몸의 부상과 그동안 자잘하게 쌓인 어깨의 데미지가 터져 은퇴하고 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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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유저들은 핫산이 안타까운 재능을 펼쳐보지도 못하고 사라졌다고 아쉬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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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역시도 저게 대충 어떤 기분일지를 알아서 더 뭔가 정이 간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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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엔 널 제대로 키워주마. 핫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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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생각하고 있는데, 한 콧수염을 기른 중년의 아랍인이 노발대발하며 뛰어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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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산! 내가 말하지 말랬지! 니 이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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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아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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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들, 뭡니까! 위험하니 가십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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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계심이 극도로 높아 보이는 아버지 쪽은 한국말이 어색한 편이었는데, 그와 별개로 지금은 무슨 이야기를 해도 먹힐 것 같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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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신우 감독이 나선 것은 그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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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님, 저랑 이야기 잠깐만 하시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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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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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자한 미소로 핫산의 아버지에게 다가선 명 감독. 시종일관 조곤조곤한 명 감독의 태도에 곧 그는 한층 누그러진 말투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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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감독님 대단한데. 불법체류자인 건 쉽게 말 안 할 거라 생각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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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그들의 정체는 불법체류 외노자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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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이 함부로 이름을 밝히는 걸 극도로 경계한 이유도 거기에 있었다. 폭탄으로 동굴을 폭발시키고 있던 건 불법체류자를 부려 먹는 업체에서 외주를 받아 일을 하고 있었다는 모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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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전이 한창인 파키스탄에서 도망쳐 나왔다고 한다. 살아남기 위해 총기술이나 폭탄 관련 기술을 배웠다고 하는데, 어쩐지 부자가 쌍으로 신기할 정도로 폭탄을 잘 다루더라니. 이유가 다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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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저희 아들. 못 감니다. 죄송함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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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리를 숙이며 사과하는 핫산의 아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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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나라 잃은 것 같은 표정을 짓는 핫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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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야구를 하고 싶어 하기에 보내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아 보였지만, 불법체류자 신분이 둘의 발목을 잡는 것으로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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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명 감독과 나는 이미 그들을 설득할 강력한 수단을 들고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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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님, 한국 법에는 불법체류자의 자식도 교육권을 보장받을 수 있게 되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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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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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산이 한국에 온 게 언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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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살 때니까, 10년 전임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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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문제없군요. 최근에 불법 체류자 자녀의 장기 체류 시 학업권 보장 기준이 15년에서 10년으로 줄었거든요. 심지어 우리 학교는 사립학교라 수속이 더욱 간단한 편이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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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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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기지 않는 표정으로 서로 눈을 마주치는 핫산 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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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내 어려운 표정으로 바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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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치만, 학비는 어떻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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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망한 학생에겐 전액 장학금을 지급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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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전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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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아버지 역시도 정식으로 취업 비자를 딸 수 있도록 저희가 물심양면 지원하겠습니다. 저희 문혁고에 와주시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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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네! 잘 부탁 함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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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 저 야구 할 수 있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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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동의 눈물을 흘리며 서로를 부둥켜안는 부자. 그렇게 성공적으로 핫산의 아버지를 설득하는데 성공한 명 감독은 한숨을 쉬며 내게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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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묵아, 일단 네 말대로 설득하긴 했는데 이게 맞나 모르겠네. 전액 장학금 정원이 그리 많은 것도 아니잖냐. 얼마나 잘 던지는지도 모르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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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한번 공 받아보실래요? 별로면 무르는 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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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이 그런 거지. 짜식아, 여기까지 해놓고 어떻게 무르겠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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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를 긁적이는 명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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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궁금한 건 어쩔 수 없는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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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공은 한 번 받아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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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실 줄 알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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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핫산에게 공을 한 번 던져볼 수 있냐 물으니 선뜻 수락하는 녀석. 나는 왼손잡이라 당장은 쓸 글러브가 없으니 명신우 감독이 직접 공을 받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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팡! 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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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자. 준비 되는 대로 던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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핫산의 아버지가 쓰던 허름한 포수 미트를 팡팡 두들긴 명 감독이 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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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모습을 본 하산이 내게 물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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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무크 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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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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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세게 던져도 돼요? 감독님 다치면 어떡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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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 이놈 보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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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냥 순둥이인 줄 알았는데, 자신의 공에 대한 자신감이 철철 넘치는 모양이다. 난 그 모습에 오히려 씩 웃음이 나왔는데 명 감독은 표정이 굳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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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조건 백 퍼센트!! 전력으로 던져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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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름 수비의 핵심인 유격수로 파드리스에서 15년 동안 생존한 인물인 만큼 공을 잡는 것엔 자신이 있는데, 머리에 피도 안 마른 소년이 다칠 것 같다 걱정한 부분에서 긁힌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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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하, 알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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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른쪽 어깨를 빙빙 돌리며 몸을 풀기 시작하는 핫산. 뒤에선 내가 혹시 몰라 가져온 스피드건을 들고 대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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핫산은 곧 크게 와인드업하고는, 대망의 초구를 뿜어냈다. 그리고 명 감독은 느꼈다. 뭔가가 잘못됐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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꽈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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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끄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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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대로 보이지도 않을 만큼 빠른 공이 명 감독의 글러브에 꽂히며 그가 뒤로 쫙 밀려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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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끄으, 성묵아. 몇 키로 나왔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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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이 엄청나게 아팠는지 글러브를 벗고는 휘휘 젓는 명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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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5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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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뭐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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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5km 나왔어요. 감독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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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미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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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을 잃고는 머릴 긁적이는 핫산을 쳐다보는 명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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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는 한마디를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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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묵아, 뽀뽀 한 번 해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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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짤리고 싶으시면 하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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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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핫산의 영입은 무사히 끝났고, 자세한 수속은 명 감독이 처리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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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영입 대상 역시 투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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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이번에는 나 혼자 가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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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낙에 민감한 비밀을 품고 있는 친구라서 여럿이서 가면 괜히 경계심만 높아질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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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찾은 곳은 한창 사회인 야구 경기가 진행 중인 천안의 야구장이다. 내 영입 대상이 용병으로서 경기를 뛸 예정이라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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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인 야구도 괴수 집단이라 들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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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빙의한 ‘두근두근 베이스볼’을 얕봐서는 안 된다. 여긴 일반적인 한국의 사회인 야구와는 결이 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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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고인 한국 리그를 목표로 뛰다가 그만둔 선출이 득실대는 것이 이 세계관의 사회인 야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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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사회인 올스타로도 웬만한 나라들을 국제대회에서 박살 낼 수 있을 정도라는 소문도 파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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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선 경기에서 철물점 김 씨가 독일 국가대표를 노히트 노런으로 꽁꽁 막아내고, 오뎅 장수 박 씨가 일본 국대 에이스에게 연타석 홈런을 뽑아낸 건 유명한 일화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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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괴수들이 모인 사회인 야구에서, 어린 나이에 참여해 압도적인 기량을 보이는 게 이동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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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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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라이크, 아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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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타자를 깔끔하게 막아내며 경기를 종료시킨 이동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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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더핸드임에도 140후반대를 상회하는 직구와 변화무쌍한 싱커, 타자 몸쪽을 사정없이 파고드는 슬라이더의 조합은 그가 결코 여기 있을 인재가 아니라는 걸 여과 없이 증명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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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어율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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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용병으로 십여 경기를 뛰면서 기록한 경이로운 방어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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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혁아! 니가 최고다. 오늘도 볼 죽인다, 죽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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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 아니에요. 수비가 너무 좋으셔서 믿고 던지니까 그런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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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이구, 겸손하기까지? 우리가 드러누웠어도 그냥 끝냈겠는데? 싱커가 그냥 춤을 추더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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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이뻐 죽겠다는 듯 던지는 아저씨들의 무제한 칭찬 폭격에 웃으며 받아들이는 이동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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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김 대리. 그거 뭐더라. 지리는 언더핸드 투수한테 붙여주는 별명 있잖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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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 잠수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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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맞네! 동혁이 너 오늘 완전 그거였다. 핵 잠수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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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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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칭찬에는 환하게 웃던 이동혁은 그 단어에만큼은 움찔하며 굳은 표정을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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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하,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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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내 미소를 되찾고 반 박자 늦게 감사를 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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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고등학생 나이지? 왜 야구부 안 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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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까 말이야. 내가 나름 선출이어서 아는데, 동혁이 정도면 상위권 지명도 충분히 받을 수 있을 거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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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 이유는 없어요. 전 그냥 소박하게 여러분과 야구하는 게 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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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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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슴 찡해 보이는 아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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갱년기라 약해진 마음에 떨어진 따뜻한 말 한마디에 아저씨들의 지갑이 절로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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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보다 더 두둑히 넣었어. 다음 경기도 잘 부탁한다 동혁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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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잘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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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리를 꾸벅 숙이고는 아저씨들이 전부 갔는지 두리번거린 이동혁. 그는 곧 두툼한 돈 봉투를 열어보고는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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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정도면 한 달은 버티겠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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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혁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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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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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뒤에서 들려온 목소리에 깜짝 놀라며 돈 봉투를 후다닥 숨기는 이동혁. 누가 봐도 엄청나게 경계하고 있는 모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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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에게 말을 걸어온 사람은, 역시나 금성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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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깐 이야기 좀 하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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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입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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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 현재 재능있는 학생을 찾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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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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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고개를 떨구고 침묵하는 이동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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곧 그에게서 돌아온 대답은 단호한 거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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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송합니다만, 저는 야구부에 들어갈 생각이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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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비가 걱정되시는 거라면 전액 장학금을 지급해드릴 용의가 있습니다. 저희 이사장님이 유망주 영입에 진심이셔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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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심인 건 어디까지나 금성묵과 명신우 감독 둘 뿐이었지만 이럴 때는 쩐주를 팔아먹어야 신뢰를 사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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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름 돈이 궁한 입장인지 흠칫한 이동혁이었으나, 이내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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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문제가 아닙니다. 말할 수 없는 사정이 있다고밖에 말씀드릴 게 없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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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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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 먼 길 오셨는데 죄송합니다. 그럼 저는 이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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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리를 꾸벅 숙여 사과하고는 뒤돌아서는 이동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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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비릿한 미소와 함께 그의 뒤통수에 대고 말했다. 그가 절대로 드러내고 싶어 하지 않았던 비밀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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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딜 그리 급하게 가나. 리동혁 동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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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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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발걸음이 우뚝 멈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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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돌아보는 그의 표정은 딱딱하게 굳어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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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 그걸 어떻게 알았냐는 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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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 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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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기 어린 목소리로 물어오는 그였으나, 나는 개의치 않고 이죽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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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지, 그 북괴 돼지 놈 핏줄이니까 리동혁이 아니라 김동혁이라고 불러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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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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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에 쏜살같이 내게 달려드는 리동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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콰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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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멱살을 잡고 벽으로 강하게 밀어붙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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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나새끼, 당에서 보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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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이글거리는 눈빛에 불타는 듯 강한 적개심이 이글거렸다. 마치 그 대상에 사무친 원한이라도 품고 있는 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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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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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입을 다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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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이유가 아니라, 녀석의 스탯창 알람이 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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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동혁 님의 스테이터스를 열람할 수 있습니다. 열람하시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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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es / No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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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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띠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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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 리동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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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적: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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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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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 178c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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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킬/ 핵 잠수함 (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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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타자가 타격 시 땅볼 확률이 상승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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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재 키워드: 백두혈통(A+), 컨트롤 마스터(*S), 변환자재 (*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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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수 능력치 (*포텐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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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투 언더핸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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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력: 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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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구: B+ (*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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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위: 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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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구 : A (*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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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화구: A (*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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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3번째 영입 대상인 리동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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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내 최고 성능의 언더핸드 투수인 그의 정체는, 북한에서 떵떵거리며 살고있는 그 돼지 놈의 사생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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