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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2-14 21:31:57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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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신우가 문혁고의 감독을 맡아주기로 한 뒤, 우리는 몇 차례인가 팀을 어떻게 꾸려갈 것인가에 대해 심도 있게 논의했다.

“…이거 원, 석운강 정도 되는 포수를 영입했을 줄이야. 미리 말해줬으면 좋았잖아.”

“뭐, 깜짝 선물이라고 치시죠.”

“킁, 솔직히 좋긴 해. 부임 선물로 특급 FA 받은 감독들 기분이 이런 건가 싶어.”

그는 일차적으로 석운강 같은 대단한 포수가 이 팀에 올 예정이란 것에 놀랐고, 그냥 꼭두각시 노릇만 시킬 줄 알았던 내가 최대한 감독 의견을 존중하겠단 의사를 표하자 꽤 정열적으로 팀의 플랜을 짜기 시작했다.

이제 중요한 것은 코치 인선.

이사장한테 뜯어낸 예산이 무한정 있는 것도 아니다.

코치도 딱 필요한 파트에 1명, 무리해서 2명 정도가 한계였다.

다만 명신우 감독이 타격과 수비 코칭은 본인이 할 수 있다고 하였고, 나 역시 그 부분은 애초에 맡길 예정이었다. 남는 건 자연스레 한 자리였다.

“역시 투수코치가 문제네요.”

“투수코치는 어떻게 할까. 내가 좀 아는 사람들이 있기는 한데.”

“흠…….”

사실 머릿속에 강력하게 떠오르는 사람이 한 명 있긴 하다.

바로 낡은 피칭 센터에서 치매 노인 코스프레를 하고있는 전설의 투수, 마덕수 할배다. 안 그래도 어제 덕수 할배에게 코치 자리를 부탁드리러 찾아갔지만.

-당분간 닫읍니다.

허름한 팻말 하나 문에 걸어두고는 사라져버렸다.

연락할 수단 하나 아는 게 없는지라, 손만 빨다가 돌아왔다.

투수 코치의 역할은 상당히 중요하다. 나름대로 구력이 있는 나조차도 혼자서만 폼을 체킹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덕수 할배 코칭이 대단하긴 하지만, 마냥 기다릴 수도 없어.

아쉽지만 지금은 어쩔 수 없었다.

“예, 감독님 아는 분으로 데려오시면 될 것 같습니다.”

“그래, 능력은 있는 친구니 괜찮을 거다.”

고개를 주억이는 명 감독.

그 뒤로도 자잘한 건에 대하여 논의하는 와중에 중요한 게 떠올랐다.

“감독님, 벌써 내일이 개학식이라 발표 해야 하는데 준비 다 하셨어요?”

개학식에 있을 야구부 창단에 관한 발표는 전적으로 명신우 감독이 맡기로 했다. 그동안은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최대한 내가 했지만, 이건 어른인 그가 나서야 할 자리였다. 발표를 조지면 선수 수급에도 차질이 생길 수 있으니 걱정이 됐지만 명 감독은 태연해 보였다.

“성묵아, 내가 괜히 생존왕이라고 불렸겠냐.”

“...?”

“지켜봐라, 야구보다 더 잘 하는 게 입 놀리는 거니까. 흐흐.”

#######

이것저것 준비하느라 빠르게 흘러가 버린 방학이 모두 지나고 어느덧 개학 날이 다가왔다. 문혁고의 모든 학생이 대강당에 모여있다.

“여러분, 새로운 학기가 시작되었습니다. 새로운 도전은 언제나 우리를 성장시킵니다. 두려워하지 말고 실패를 통해 배우며 한 걸음씩 나아갑시다…!”

개학식에서 열심히 일장 연설하는 이사장.

물론 그걸 귀담아듣는 학생은 아무도 없다.

“언제 끝나냐 이거?”

“아, 개노잼. 빡빡이 오늘도 말 많네.”

한참 지나서야 겨우 끝난 이사장의 연설.

이사장은 헛기침을 몇 번 하더니 핵폭탄을 투여했다.

“커험, 여러분께 공지드릴 사항이 있습니다.”

“이번 학기부터, 문혁고에 정식 야구부가 개설될 예정입니다.”

““…………………!!””

난데없는 소식에 대강당이 미친 듯이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이 세계관에서 야구부는 존재 자체만으로도 학교에 콘텐츠를 만들어 주는 존재다.

무용과나 댄스부 여학생들은 팀을 꾸려 직접 치어리딩하기도 하고, 관현악부는 응원가를 연주해주기도 하며, 야구를 좋아하는 많은 학생은 전국 대회에서 자기 학교를 응원하며 청춘을 보낸다.

야구부 없는 거 빼곤 다 좋다는 평가를 받던 문혁고.

학생들 입장에선 흥분하지 않을 수가 없다.

“그래서, 앞으로 문혁고 야구부가 가진 비전과 선수 모집에 대해서….”

웅성웅성-!

미친 듯이 시끄러워지기 시작한 강당.

“여러분, 정숙해주시길 바랍니다...”

그래도 진정되지 않고 과열된 분위기에 이사장은 더 이상 뭔가를 진행할 수가 없었다. 아래쪽에 있던 선생들이 조용히 하라며 제지를 해보아도 도무지 통제되지 않는 상황.

이 상황을 정리한 것은, 전혀 예상치 못한 한 학생이었다.

삐이이이이----!!

미친듯한 마이크의 하울링 소리가 대강당에 울려 퍼졌다.

“꺄악……!”

“뭐야, 이거!”

갑작스런 청각 테러에 많은 학생이 귀를 막았다.

대강당에 있는 수백명의 인원이 그 소리의 근원지에 시선을 보냈는데,

“아이고, 실수.”

““………………….””

그곳에 서 있는 것은 비릿한 미소를 짓고 있는 금성묵이었다. 지나치게 강당이 시끄러워지자 그는 스피커에 마이크를 가져다 대 엄청난 하울링을 만든 것이었다.

‘개고생해서 만든 자리인데, 시장 바닥 되는 꼬라지는 못 보지.

과정이 어떻든 강당은 조용해졌다.

그는 이사장에게 다시 마이크를 돌려주었다.

“이사장님, 마저 이야기하시죠.”

“아아, 크흠. 고맙군.”

순전히 본인을 위해서 한 행동이긴 했으나, 그 악마 같던 금성묵이 자기편을 들어주자 이사장은 묘하게 든든했다. 그는 곧 자신을 이어 발표할 인물을 불러들였다.

“예, 으음. 다음 순서로는 문혁고 야구부의 초대 감독을 맡아주실 명신우 감독님을 만나보겠습니다.”

이사장의 소개와 함께 걸어 들어오기 시작하는 훤칠한 중년 남성. 야구를 좋아하는 학생들 위주로 수군거림이 터져 나왔다.

“파드리스의 바퀴벌레 명신우?”

“저 사람 정치질하다가 쫓겨난 거 아니었어?”

“안녕하세요. 문혁고 야구부의 감독을 맡게 된 명신우입니다.”

그가 허리 숙여 학생들 쪽으로 인사했다.

단발적인 박수가 있을 뿐 딱히 반기는 분위기는 아니었다.

“여러분의 우려는 잘 알고 있습니다. 저는 많은 야구팬이 알고 있다시피, 정치질만 특기인 적폐 코치로 낙인찍혀 세종 파드리스에서 쫓겨났습니다.”

“억울한 부분은 많지만, 과거에 대해 가타부타 변명하지 않겠습니다. 능력으로 보여드리겠습니다. 저를 택한 문혁고의 선택이 절대 틀리지 않았음을 입증하겠습니다.”

힘 있는 목소리로 포부를 말하는 명신우.

아직도 야구팬인 학생들은 시큰둥했다.

“어김없이 나왔네. 야구로 보답하겠습니다~”

“어휴, 멀쩡한 감독 많은데 왜 하필이면….”

그러나 명신우의 진가는 지금부터.

깔끔한 PPT를 준비해온 그는 특기인 화려한 언변을 뽐내기 시작했다.

“야구부를 만들며 고민했습니다. 타 고교보다 100년 이상 뒤쳐진 우리가 어떻게 하면, 대체 어떻게 하면! 타 학교를 따라잡을 수 있을까.”

“답은 하나였습니다. 전방위에 압도적인 투자를 하는 수밖에 없다. 그리고 첫 번째 투자는, 바로 가능성 있는 원석! 사람에 대한 투자다.”

“문혁고 야구부는 결코 낮은 곳을 목표로 하지 않습니다. 이런 포부에 동감해 준 고마운 학생들을 소개합니다.”

“첫번째 특기생입니다. 부산 굴지의 야구 명문, 부전고 출신의 금성묵 군 나와주시죠.”

터벅터벅 단상 앞으로 나오는 금성묵.

“최고 구속 151km, 다양한 변화구를 뿌리는 좌완 파이어 볼러입니다. 부상으로 방황하던 시기에 이사장님의 포부에 감명받고 일찍이 문혁고에 전학을 온 학생입니다.”

“쟤 작년 말에 왔던 걔지? 조용히 있고 싶으니까 건들지 말라고 했던...”

“야구 했었다는 건 들었는데, 특기생으로 온 거였구나?”

‘애들아, 그거 다 구라다….

성묵은 그냥 어깨 부상으로 야구 때려치울 겸 이 학교에 온 것뿐이지만, 명 감독의 아갈질에 의해 야구부 창립을 위해 이사장이 일찍이 영입한 비밀병기로 둔갑당했다.

여기까지는 아직 뜨뜻미지근한 학생들.

예상한 대로의 반응이었다. 하지만 다음에 소개할 학생의 차례에는 결코 가만히 있을 수가 없었다.

“두 번째 영입생은 고교 야구 유망주 랭킹 12위, 홍콩 국가대표 포수인 석운강 군입니다.”

“내가 지금 잘못 들었나…?”

“서, 석운강? 소림사의 그?”

“말도 안 돼!!”

제일 큰 사이즈임에도 금방이라도 터질 것 같은 교복을 입고 등장한 석운강의 모습에 장내는 급격히 혼란스러워지기 시작했다.

그만큼 고교 랭킹 탑티어 유망주의 영입이란 것은 꽤 무거운 의미를 지니고 있었다.

“석운강 군은 본래 소림사에서 수련을 계속하다 본국에 돌아갈 예정이었으나, 금성묵 군의 엄청난! 기량에 감명받아 생각을 바꿨다고 합니다. 남은 1년간 문혁고의 포수로서 뛸 예정입니다.”

그러한 명감독의 소개에 모두의 시선이 금성묵에게 쏠렸다.

그냥 공 좀 빠른 흔한 투수인 줄 알았는데, 저 눈 높기로 유명한 석운강을 실력으로 매료시켰다니.

‘대체 얼마나 잘하길래…!?

석운강의 존재감에 힘입어 금성묵의 존재감 역시 커지는 순간이었다. 학생들의 마음속에 신생 야구부에 대한 관심이 스멀스멀 커지기 시작했다.

물론 쓸데없이 주목을 받은 금성묵은 째려보는 눈빛으로 명 감독을 쳐다봤으나, 이미 입에 모터가 달린 그는 기세를 몰아 발표를 이어 나갔다.

“이 외에도 각 포지션에 유망한 선수들이 대거 문혁고와 뜻을 함께하겠다는 뜻을 밝혔습니다. 그 선수들의 실력은 결코 이 둘에 뒤지지 않을 것입니다!”

구라였다.

저 둘 말고는 아직 아무도 영입하지 못했다.

“다만! 문혁고의 학생들에게도 제한 없이 공평한 기회를 줄 예정입니다. 그 누구에게도 테스트를 볼 기회를 드릴 것입니다.”

이 역시 구라였다.

금성묵이 대충 스탯창 쓱 훑어보고 가망 없다 싶은 놈들은 광탈시킬 예정이었다.

“야구부에 합격한 학생은, 활동 기간 내내 학비의 반액이 장학금 형태로 지급될 예정입니다.”

이건 진짜였다.

금성묵의 영입 대상 리스트에 형편이 어려운 학생들도 꽤 있는 터라, 이사장에게 장학금 좀 내놓으라고 거하게 삥 좀 뜯었다. 그러고도 남은 금액은 뎁스용 선수들에게 뿌릴 예정이었다.

“반액 장학금…!”

“와, 혜택 미쳤는데?”

부모 등골을 쪽쪽 빨아먹는 사립고교의 학비를 야구부 합격만으로 절반을 돌려준다니. 오랜만에 집안에서 효자 노릇 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다.

“신생이니까 지원이 부족하다? 그런 거 없습니다. 훈련장, 영양 보충, 장비 등에서 최고의 지원을 약속합니다.”

“일주일 뒤, 3시에 시립 야구장에서 공개 입부 테스트 진행 예정입니다. 많은 성원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그렇게 폭풍처럼 이어진 명신우의 발표가 끝이 났다.

짧다면 짧다고 할 수 있는 이 발표는 문혁고에 엄청난 파장을 일으켰다.

우선 가장 난리가 난 쪽은 야구 동아리 쪽이었다.

“야, 최아담! 테스트 볼 거지?!”

“우리 히트앤런에서 저기 붙을 건 너밖에 없다. 진짜로!”

다른 부원들이 호들갑을 떠는 것과는 별개로, 단신의 소년은 오히려 차분했다.

“안 가, 새끼들아. 내가 너네 두고 어딜 가냐.”

소년의 말에 당황한 듯한 동아리 부원들은 이내 환하게 웃으며 최아담의 어깨를 두들겼다.

“…우리 농담하는 거 아니야, 아담아.”

“너 누구보다 노력했잖아. 선수도 되고 싶어 했고.”

“부탁이니까 테스트 한 번만 보고 와라. 괜히 후회하지 말고.”

“…………….”

“알겠어, 한 번 보러 가면 되잖아.”

툴툴대며 승낙한 소년에 동아리원들이 씩 웃음 지었다.

그리고 또 열광적인 반응을 보낸 것은 의외로 무용과 쪽의 한 소녀였다.

“꺄아아아아앙……!!”

“…타카히나 양!?”

“대박…!! 진짜로 대박!”

분홍색의 양갈래 머리를 한 유학생 소녀가 기쁨을 주체 못하고 방방 뛰었다.

그 모습에 누군가가 의아해하자 다른 학생이 이유를 말해주었다.

“노아는 원래 야구 광팬이야. 집안에서 반대만 안 했으면 야구 명문교에 가서 응원단을 하고 싶었다고 그랬거든.”

“앗, 타카히나 양 집안이면 분명히….”

“…으응, 맞아.”

입에 담기도 무섭다는 듯 벌벌 떠는 두 여학생.

무서운 집안을 가진 소녀가 설렘에 방방 뛰고 있는 한편.

“.............”

강당의 제일 뒤편에서 이 상황을 지켜보는 베이지색 포니테일의 소녀 또한 있었다. 올리비아 램지는 서늘한 눈빛으로 조용히 읊조렸다.

“찾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