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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화 하인 세드릭(Cedric) (5) - 상품 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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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사장 베스티앙은 깊은 고민에 빠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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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름 아닌 세드릭의 처우에 대한 고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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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를 이대로 놔둬도 되는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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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드릭의 업무 능력에 문제가 있는 건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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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오히려 차고 넘칠 만큼 유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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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탁, 정원 관리, 요리, 청소, 그 외의 자질구레한 육체노동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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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어떤 업무를 맡겨도 완벽에 가까운 일처리를 보여주는 게 바로 세드릭이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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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단 하나, ‘주인을 공경한다’라는 일점에서는 세드릭은 그리 완벽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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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낙제점에 가깝다는 게 정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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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어떤 하인이 계약서를 빌미로 주인의 꼬투리를 잡아 따박따박 말대답을 하고 심지어 놀려먹기까지 한단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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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클라우디아와 세드릭의 관계가 비르카 귀족 사회로 퍼져나가는 순간, 클라우디아는 단숨에 비웃음거리로 전락할 것이 분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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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도 베스티앙은 쉽사리 세드릭을 내친다는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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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드릭! 어디 있어! 당장 안 튀어나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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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어김없이 저택에 울려 퍼지는 클라우디아의 새된 외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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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나 그 목소리를 들은 하인들은 딱히 놀라는 일도, 걱정하는 일도 없이 평온하게 제 업무에 몰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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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과 몇 주 전만 해도 클라우디아의 목소리가 들리는 순간 하인들 대부분이 겁에 질리거나 심하면 경기를 일으켰던 것에 비해, 실로 놀랍기 짝이 없는 변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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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는 단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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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인들 처지에서 본래 ‘클라우디아의 관심’이라는 건 그 자체가 하나의 재앙과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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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의 눈에 띄어서 좋은 꼴을 보기란 마른하늘에 날벼락이 떨어지는 걸 보는 것만큼이나 드문 일이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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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데 최근엔 클라우디아의 온갖 관심을 세드릭이 모조리 독차지하고 있다 보니, 반대로 다른 하인들에게는 평온과 안정이 찾아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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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중에는 제발 이 평화로운 나날이 계속되게 해달라며 여신께 기도하는 하인마저 있을 정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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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라우디아의 망나니 같은 행보 탓에 늘 인력 수급에 골머리를 앓아야 했던 베스티앙의 심정 역시 솔직히 다른 하인들과 그렇게까지 다르지는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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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 생각해 보니 아가씨께서 이미 3개월 고용이라고 직접 계약을 완료하신 마당에, 집사인 내가 그걸 마음대로 바꿀 수는 없는 법이지. 그렇고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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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대, 절대로 위장과 머리카락의 평화를 아가씨의 괴로움과 맞바꾼 것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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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스티앙은 그렇게 합리화를 끝낸 뒤, 여유롭게 콧수염을 정돈하는 소소한 사치를 즐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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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드릭의 어그로 탱킹 덕분에, 모처럼 즐거운 나날을 보내는 하인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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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라우디아는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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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혹시 건드려선 안 될 녀석을 건드려 버린 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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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수로 15일. 횟수로 138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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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드릭을 골탕 먹이기 위해 클라우디아가 도전하고, 그때마다 새겨야만 했던 처참한 패배의 기록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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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저택에서 할 수 있는 거의 모든 종류의 갑질과 장난질을 시도했고, 어김없이 패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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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지어 이제는 세드릭 쪽에서도 은근히 그녀의 도전을 즐기는 기색마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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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그냥 즐기는 게 확실했다. 소재 고갈로 이미 썼던 걸 재탕해서 썼을 때는 노골적으로 실망하는 티를 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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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가 아무리 악의를 드러내고 심술을 부려도, 그 모든 걸 그저 산들바람처럼 받아넘기는 하인의 모습에 그녀의 프라이드는 이미 꺾일 대로 꺾인 상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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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가씨, 오므라이스 & 함박스테이크 정식 나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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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그렇듯이 완벽하기 짝이 없는 동작으로 서빙을 해오는 세드릭의 모습을 못마땅하다는 듯이 흘겨보면서도, 클라우디아는 곧장 제 앞의 식탁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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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을 만든 인간에게는 죄가 있어도 음식 그 자체에는 죄가 없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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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함없이 육즙이 풍부한 다진고기와 몽글몽글한 계란과 고슬고슬한 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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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그 위를 뒤덮는 강렬한 소스의 맛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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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지간한 음식은 쉽게 질린 나머지 주방장에게 매번 새로운 걸 내놓으라며 떼를 쓰곤 했던 그녀였지만, 세드릭이 만들어 낸 이 요리만큼은 질리지 않고 계속해서 먹을 수 있었다. 특히 이 새콤달콤한 맛이 훌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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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원에 설치된 야외 식탁에서 식사를 끝마치고, 그녀의 취향에 따라 향 그 자체보다는 달달함과 마시기 쉬운 온도를 포인트로 잡은 홍차를 즐기기 얼마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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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득, 클라우디아는 세드릭이 자기를 묘한 얼굴로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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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야, 새삼스레 내 미모에 반하기라도 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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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하하! 아가씨의 외모가 훌륭한 편이긴 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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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흡! 쿨럭! 쿨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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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간적으로 사레가 들린 나머지, 클라우디아는 연신 거친 기침을 토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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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드릭이 건넨 손수건으로 입가를 닦아낸 그녀는, 기쁨보다도 경계와 의심이 담긴 눈으로 세드릭을 응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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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뭔데, 또 무슨 수작을 부리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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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번 수작을 부리신 건 아가씨였지 제가 먼저 수작을 부린 기억은 없습니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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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이 하는 짓을 수작이라고 말하지 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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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소한 건 넘어가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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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넘어가지 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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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인간이 이제는 그냥 대놓고 주인 말을 무시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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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라우디아는 세드릭을 흘겨봤지만, 이내 뻔뻔하기 짝이 없는 그의 얼굴을 보고는 한숨을 푹 내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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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진짜 뭔데. 뭐 할 말이라도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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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단한 건 아닙니다만, 그냥 아가씨의 목표는 무엇인지 궁금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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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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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얼 해보고 싶다든가, 무얼 이루고 싶다든가, 어떤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다든가. 그런 목표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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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라우디아의 입가에 비릿한 비웃음이 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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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내 최대 목표는 건방진 하인의 뺨을 마음껏 후려쳐 주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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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라우디아로서는 나름 최선을 다한 비아냥이었지만, 정작 세드릭의 반응은 예상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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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 그걸 위해서라도 그에 걸맞은 노력을 하셔야 하지 않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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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라우디아의 어처구니없다는 듯한 반응을 내버려 둔 채, 세드릭은 태연히 말을 이어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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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알기 쉬운 건 체력을 단련하는 길이겠군요. 고작 10여 분 정도를 전력으로 뛰었다고 쓰러질 듯 헉헉거리는 수준으로는 절대로 저를 잡을 수 없을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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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을 습득하는 길도 있습니다. 『넝쿨을 자라게 하는 마법』『철창을 떨어트리는 마법』등 일부 주문은 누군가를 붙잡는 데 매우 큰 효과를 발휘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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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가씨께서 키우고 계신 혈마수들을 훈련 시켜보는 것도 좋겠지요. 유능한 사냥개는 사냥꾼의 노고를 크게 덜어주는 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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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라우디아는 침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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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드릭이 이 저택에 들어온 지도 그럭저럭 시간이 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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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말은, 세드릭은 이미 클라우디아의 하루 계획표가 어떤 식으로 흘러가는지를 꿰뚫고 있다는 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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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민들에게는 그저 구름 위의 신선놀음처럼 보일 귀족 영애의 삶이지만, 사실 그녀들에게는 그녀들 나름의 고충이 존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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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 문학, 종교 등 다양한 기본 교양과 음악, 무용, 회화 등 예술에 관한 교육을 받아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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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종 사교 모임에 나가 정치 활동을 하기도 했고, 저택의 안주인으로서 크고 작은 일들을 본인이 주관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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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나 클라우디아는 이 중 어느 것에도 해당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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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를 가르치기 위해 저택에 찾아오는 교사는 없었고, 클라우디아가 종교 활동에 나서는 일도 없었으며, 다른 영애와 교류를 나누지도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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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고 자는 기본적인 활동을 제외하면, 하는 거라고는 그저 저택 여기저기를 돌아다니며 하인들을 괴롭히거나 정원에서 혈마수들과 놀아주는 정도가 전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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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그녀가 레드벨의 금지옥엽이라도, 아니 금지옥엽이기에 더욱 이해할 수 없는 모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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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걸 알기에 세드릭 역시, 지금 저런 식으로 질문하는 것이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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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아무것도 하지 않으며 그저 시간을 보내느냐’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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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잡한 얼굴로 침묵하던 클라우디아의 눈빛에, 순간 짜증이 솟구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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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세드릭에게 쏘아붙이듯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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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뭘 안다고 멋대로 떠들어? 기껏해야 하인 주제에 내 고민을 해결할 수 있을 것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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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글벙글하던 세드릭의 얼굴에서 미소가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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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진지하게 클라우디아를 마주보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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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가씨 말대로, 해결할 수 없을지도 모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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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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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나, 해결을 위해 최선을 다해볼 수는 있습니다. 적어도 머리를 맞대고 함께 고민해 드릴 수는 있습니다. 기간제라고는 해도 저는 당신의 하인이며, 당신은 저의 주인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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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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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 부디 말해보십시오, 아가씨. 무엇이 아가씨를 그렇게나 괴롭히는 건지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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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라우디아의 입술이 들썩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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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족들의 상식으로 논하자면, 세드릭의 논리는 들을 가치조차 없는 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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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 떠날지 모르는 외부인을 상대로, 어찌 속내를 털어놓을 수 있겠는가. 그 외부인이 자칫 바깥에서 이상한 말을 퍼트릴 줄 어찌 알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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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나, 이미 외부 평판 따윈 반쯤 내던진 상태였던 클라우디아에게는 그 말이 제법 그럴듯하게 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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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유능한 주제에 괴상하고, 괴팍한 주제에 섬세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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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가 여태껏 한 번도 겪어보지 못했던 타입의 남자라면, 혹시 무언가 해답을 알고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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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클라우디아는 될 대로 되라는 듯한 태도로 입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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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드벨 후작에게는 총 두 명의 부인이 존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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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번째 부인은 줄리에타 플레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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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레인 자작가의 여식이며, 후작이 지금처럼 레드벨 가문을 부흥시키기 전에 혼인했던 여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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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나 레드벨 가문이 지금과 같은 성세를 이룬 뒤 그녀는 ‘불행한 사고’로 목숨을 잃어버렸고, 레드벨 후작은 곧바로 새로운 부인을 맞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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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이 두 번째 부인이자 클라우디아의 어머니인 로베리아 비르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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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에서 알 수 있듯이 비르카 왕가의 공주였던 둘째 부인을, 레드벨 후작은 그야말로 끔찍이도 아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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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건 단순히 남녀로서의 호의가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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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가와의 혼인 동맹이야말로, 그가 몰락했던 레드벨을 다시금 부흥시켰다는 증거이자, 그에게 더 큰 야망을 꿈꾸게 해줄 수단이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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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후작과 로베리아 사이에서 사내아이가 태어난다면, 그 아이에게는 비르카의 왕좌를 이을 계승권이 주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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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승권 자체는 그리 높지 않지만, 현 비르카 왕실의 어지러운 정세와 후작의 정치력을 고려한다면, 진지하게 왕국 그 자체를 손에 넣는 것도 가능한 수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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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로베리아는 몸이 약했고, 아이를 품는 것은 그녀에게 큰 부담이 되는 행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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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작은 막대한 사재를 풀어 로베리아의 건강을 보강할 수단을 확보했고, 그 노력이 보답받았는지 부부는 어떻게든 첫 번째 아이를 지닐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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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그 첫 번째 아이가 딸이었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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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르카 왕국의 법률상 왕족 여성은 계승권을 지닌 아이를 낳을 수는 있어도, 그 본인이 계승권을 지닐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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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작은 낙담했지만, 그렇다고 그 실망을 노골적으로 드러내는 어리석은 행동을 저지르지는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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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든 두 번째 아이를 가지면 된다고 여겼던 그는, 부인 앞에서는 열과 성을 다하며, 첫 번째 아이에게도 애정을 쏟는 모습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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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가 바라지 않는 자식이었다는 걸 알지 못한 채, 소녀는 어머니와 아버지의 사랑을 받으며 자라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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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소녀의 행복은 그리 길게 이어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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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리하게 둘째를 가지려 한 행위가 화가 된 것인지, 어머니가 출산을 견디지 못하고 배 속에 있던 동생과 함께 그대로 세상을 떠나버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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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녀는 슬픔에 잠겼지만, 소녀에게 남겨진 유일한 가족은 소녀를 외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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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아버지에게 매달려도, 그의 칭찬을 받기 위해 애를 써도, 아버지는 소녀를 없는 사람처럼 취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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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정확히는 완전히 없던 사람으로 취급한 건 아니야. 딱 한 번. 소녀의 아버지가 소녀를 걱정해 준 적이 있었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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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못 넘어진 탓에 얼굴에 상처가 났을 때였지. 웬일로 소녀를 일으켜 세우더니, 아주 진중한 얼굴로 ‘다치지 않게 조심하거라’라고 말해줬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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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녀는 생각했지. 아, 아버지가 그래도 나를 생각해 주는구나. 어머니를 잃은 슬픔 때문에 잠시 이상해졌을 뿐, 여전히 마음속으로는 나를 사랑하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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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소녀는 ‘착한 아이’가 되기로 했어. 보채지 않고, 응석 부리지 않고, 공부도 열심히 하는 그런 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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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랬더니, 나중에 소녀의 아버지가 소녀에게 뭐라고 말했는지 알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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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라우디아의 입에 차가운 조소가 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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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기기 어려운 모멸과 자조를 그런 날카로운 가시로 바꿔낸 채, 그녀는 말을 이어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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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하고 있구나. 스스로의 상품 가치를 높이는 방법을 잘 알고 있어. 덕분에 일이 편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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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를 신부로 맞이하고자 하는 귀족들이 무척이나 많다. 최선을 다해 구슬려 보거라. 이왕이면 곧 늙어 죽을 늙은이나, 치마폭에 거두고 휘두르기 좋은 사내가 좋겠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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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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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작은 딸의 몸을 걱정한 것이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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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이라는 ‘상품’의 가치가 떨어질 것을 염려한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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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걸 알게 된 순간, 소녀는 그동안 해왔던 노력이 모두 부질없게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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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네가 원하는 대로 고민을 말했어. 그러니 이제 말해봐. 이래도 내가 ‘성실하게’ 움직여야겠니? 내 상품 가치를 높여서, 아버지 손에 비싸게 팔리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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